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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새 슬피 우는 민둥산 억새 산행



 

2011년 10월9일 오전 11시9분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민둥산 등산로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해발 고도가 600m 정도 되는데다 온통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로 이어진 산골인지라
공기가 무척 맑고 시원하게 피부에 와 닿는다.





오전 11시28분
국내 5대 억새 군락지로 알려진 이곳 민둥산.
더구나 며칠 전부터 시작된 억새축제 기간 중 첫 일요일이어서인지 산행객들이 줄을 잇는다.
해발 700m 정도까지 올라 온 고산지역이어서인지 점점 짙게 변해 가는 나뭇잎 색깔에서 가을을 느낀다.





오전 11시38분
시원한 가을 날씨이건만 오르막 산길을 30여분 오르다보니
온 몸에 기분 좋을 정도로 땀이 솟는다.
남쪽으로 조망이 트이며 강원도 산골답지 않은 동네가 눈 아래로 다가 온다.
최근 역 이름을 '민둥산역'으로 바꾼 증산역 부근의 증산농공단지의 모습이다.





해발고도 800m를 훌쩍 넘긴 지점부터는 급경사 오르막이 끝나고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유난히 짙은 녹음으로 여름을 났던 나뭇잎들은 단풍이 들면 그 색깔 또한 진하고 예쁘다.





오전 11시53분
발구덕마을 한켠 등산로 변의 간이 매점겸 쉼터와 그 주변의 고냉지 채소밭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발구덕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분지 속에 형성되어 있는데,
석회암의 침식으로 함몰된 구덩이(돌리네)가 산재한 특이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발구덕" 이란 이곳 민둥산 주변에 여덟개의 큰 구덩이가 있어 팔구덩이라 하였는데
팔구덩, 팔구덩 발음하다보니 발구덕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은바 있다.

발구덕마을까지 북향으로 이어지던 산행로는
이제 크게 방향을 바꾸어 남서쪽 방향으로 산길을 이어간다.
배추 수확을 끝낸 고냉지 배추밭에는 우거지감만이 남아 배추밭의 흔적을 보여준다.
울긋불긋한 색으로 변해가는 나뭇잎들이 깊어가는 가을을 선명히 보여 준다.





양지 바른 비탈 사면의 꽃을 활짝 피운 억새 군락이 가을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며
알맞게 솔솔 부는 가을 바람에 하늘거린다.
그 느낌이 늘씬한 몸매의 어여쁜 여인이 춤추듯 걷는 듯한 느낌이다.
가을을 잘 타는 남자의 마음을 더 설레이게 만든다.





낮 12시7분
발구덕 마을에서 0.9km 떨어진 지점. 민둥산 정상까지 1.3km 남은 지점에 넓은 쉼터가 있다.
대부분 산행객들은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행길을 이어간다.
여러 방향에서 시작된 산행로가 한 곳으로 모이는 지점인데다
산행객이 아닌 일반 여행객들까지 뒤엉킨 쉼터에서의 출발 지점은 수많은 인파로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인다. 산길이 내려 앉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들 지경이다.





낮 12시17분
추석이나 설날 귀성객이 몰리는 고속도로보다 더 극심한 정체를 보이는 산행길이다.
다행히 극히 일부 몰지각한 산행객들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척 질서있게 행동한다.
그 덕분에 모두들 웃는 얼굴로 정체 구간을 벗어난다.

오늘같은 억새 산행, 또 단풍산행,눈산행 등등 시기를 마줘야 하는 산행의 경우
이와같은 혼잡은 어쩔 수 없는 통과 의례쯤으로 여기면 마음이 편해진다.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이니 1년에 몇차례쯤은 이처럼 서로 부대끼며 사는 것도
세상 사는 재미가 아닐까?





낮 12시47분
극심한 정체는 민둥산 정상까지 0.6km를 남겨둔 지점에 이르러서야 끝이 난다.
20여만 평에 이르는 민둥산 정상부 주변의 넓은 평원에 도착한 것이다.
해발 고도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펼쳐지는 드넓은 평원.
그 평원을 뒤덮은 억새 군락을 처음 만난 순간 마치 별세계에 찾아온듯한 착각 속에 빠진다.





민둥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600m의 능선길은 억새 꽃에 묻혀 걷는 환상적인 길이다.
1시간 반 이상 산길을 오르며 겪은 숨가쁜 고통의 기억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얼굴에 환희가 넘친다.





하얀 억새꽃 너머로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주위 산봉우리들은 이미 붉게,
또는 노랗게 물들어 있다.
가을 단풍이 높은 산 위에서부터 아래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음이다.





요즈음도 많은 사람들은 흘러간 옛노래의 가사 귀절인
"아! 으악새 슬피우니..."를 듣고 어떻게 생긴 새인지 궁금해 한다.
"으악새"란 "억새"의 경기도 사투리이다.
그러고 보니 가을 햇살을 받아 희게 빛나며 미풍에 흔들리는 억새 꽃의 모습이
마치 슬픔을 못 이기고 흐느껴 우는 듯한 모습으로 내 마음에 다가 오기도 한다.





슬피 울듯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꽃 너머 멀리 북쪽으로 민둥산 정상부가 보인다.
정상부로 이어지는 억새풀 사이길로 이어지는 산행객들의 행렬이
거대한 뱀의 꿈틀거림인양 여겨진다.





정상석 부근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정상석 주위 정상부 너른 공터는 이미 발 디딜틈조차 없어 보인다.
이미 정상에 오른 이들의 자태가 마치 점령군의 그것 마냥 우뚝해 보인다.
수많은 인파로 인해 저곳 정상부에 내 두 발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이나 있으려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잠시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억새 군락 사이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비교적 넓기는 하지만
수많은 인파로 인해 마치 시장 바닥마냥 붐빈다.
그러나, 남쪽에서 비치는 가을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얼굴에 절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해발고도 1,100m애 달하는 높은 산 정상 부근에 이처럼 드넓은 평원이 펼쳐지고
더구나 그 드넓은 평원에 나무는 찾아볼 수가 없고 온통 억새풀이 군락을 이룬다는 것
도무지 직접 보지 않고는 믿기지 않는 풍경에 많은 이들이 감탄을 연발한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인 남쪽을 향해 바라보는 억새꽃이 은빛이라면
햇빛을 등지고 바라보는 북쪽 방향의 억새꽃은 황금빛으로 빛난다.
더구나 구름이 거의 없는 파란 가을 하늘을 뱌경으로 한
황금빛 억새꽃은 더욱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억새는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뿌리는 약으로 쓰고 줄기와 잎은 가축사료나 지붕 잇는 데 쓴다.

그러나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는 억새와 달리 전세계에 분포한다.
분명 억새와 갈대는 다른 종류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분을 못함이 안타깝다.
억새와 갈대의 구분을 위해 아래에 사진 2매로 억새와 갈대를 비교해 본다.





이 사진은 2010년 11월21일 오후 5시9분
전남 순천만에서 찍은 "억새" 사진이다.

억새는 산에서 많이 자라지만 물가에서도 물억새가 자란다.
꽃이 상당히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을 준다.





이 사진은 2010년 11월21일 오후 5시9분
전남 순천만에서 찍은 "갈대" 사진이다.
갈대는 산에서는 자랄 수 없고 물가에서만 자란다.
자세히 보면 꽃이 억세고 남성스러움을 준다.





오후 1시 9분
민둥산 정상에 올라서 남쪽으로 조금 전 지나온 뒤쪽 능선길을 내려다 본다.
해발고도 1,100m 정도의 능선에 올라 이곳 정상까지 600m정도 거리를 잇는
거대한 인간띠가 형성되어 있다. 그 인간띠는 끊어짐없이 이어진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사회 전반의 역동적인 힘을 느끼는 현장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민둥산 해발 1119m" 라 새겨진 정상석 앞은 가장 인파가 붐비는 곳이다.
아귀다툼을 벌이며 기년사진을 찍는 저들 중 여기서 찍은 사진을 소중하게 보관하는 사람들이
제발 1% 만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수십년 째 사진을 생활화해 온 내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게 찍은 사진을 며칠만 지나면 쓰레기 취급하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했던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후 1시11분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정상부를 떠나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걸음을 잇는다.
비록 너무 많은 인파에 질리기도 하지만
하나같이 웃음 띈 산행객들의 얼굴을 바라보면 나 자신도 덩달아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





20여만평에 이르는 정상부의 넓은 평원에 온통 억새풀이 지천으로 핀 이곳 민둥산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정상 중앙부는 이처럼 바위로 되어있다.
장시간 산행으로 피로에 지친 길손들은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꿀맛같은 휴식을 취한다.





민둥산 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시 편안한 산책로같은 길을 따라
올라왔던 방향으로 다시 하산을 한다.
그 덕분에 4.8km 거리의 하산지점인 삼내약수터까지는 비교적 인파가 적은
여유있는 산행이 될듯 하다.





이곳 민둥산은 산 이름 그대로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다.
그에 얽힌 얘기가 한 가지 전해진다.
옛날에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면서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 산을 헤맸는데,
이후 나무가 자라지 않고 참억새만 났다고 하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이다.





산 정상부가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부드러움 때문인지
이곳 민둥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등산 경험이 거의 없는 일반 관광객들은 발구덕마을에서부터 민둥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긴다.





울긋불긋 온갖 색깔로 변해가는 숲길을 산책하듯 걷는 저들의 여유로움이 부럽다.





오후 1시17분
조금 전 지나온 정상부가 어렴풋이 보이기에 망원렌즈로 당겨본다.
여전히 발 다딜틈 없을 정도로 붐빈다.
정상에 서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잘 생긴 소나무가 몇그루 눈에 들어온다.
사물을 가까이에서 본다고 해서 반드시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멀리 떨어져 보아야 진실을 볼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 마음 속에 되새긴다.





오후 1시22분
빌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의 인파에 시달린 2시간여의 기억 때문인지
다른 산에 비해 많은 산행객들이 지나다님에도 여유를 느끼는 하산길이다.
마음의 여유를 느끼며 억새의 아름다움에 취해 걸음을 잇는 행복한 길이다.









 





 





 






 

오후 1시51분
민둥산 정상에서 500m 를 지나온 지점에서 근 2시간여 동안 파묻혔던 억새 군락이 끝난다.
슬피 우는 으악새와의 헤어짐을 생각하니 아쉽기만 하다.
내년 이맘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산행이 끝나는 삼내약수터까지
남은 거리 4.3km 를 마저 걷기 위해 발 끝에 힘을 준다.





오후 2시2분
억새 군락이 끝나고 잡목 숲으로 이루어진 내리막 길을 지난 후
한동안 이와같은 짙은 낙엽송 숲을 지난다.
소나무 향기가 코 끝으로 연하게 풍긴다.





마치 농구 선수를 연상시키듯 경쟁적으로 키만 불린듯한 낙엽송들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뻗어 오른다.
파란 가을 하늘을 온통 뒤덮을듯하다.





오후 2시35분
낙엽송 군락이 끝난 후 한동안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지더니
삼내약수터를 2km남짓 남겨둔 지점에서부터 비교적 편안한 산길이 이어진다.
그에 따라 각종 활엽수들이 많아지며 단풍 색깔이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기 시작한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숲길을 여유있게 걷는다.
지난 해, 또 그 전해부터 산길에 켜켜이 깔린 낙엽을 밟고 걷는 길. 푹신하다.
지난 달 내 집 거실에 바꿔 깔아 놓은 벨기에산 샤기 카페트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다.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는 숲길은 붉고 노란색의 원색 터널을 지나는듯 하다.

붉은 단풍은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고, 새로 안토시안이 생성되기 때문에 일어난다.
식물의 종류가 달라도 안토시안은 크리산테민 1종뿐이다.
식물의 종류마다 단풍 빛깔이 다른 것은
이 홍색소와 공존하고 있는 엽록소나 황색·갈색의 색소 성분이 양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오후 2시51분
최종 목적지 삼내약수터를 1.2km 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 군락지를 지난다.
살아있는 나무줄기를 경쟁적으로 타고 오르는 덩굴잎들의 노란 빛깔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은행잎으로 대표되는 노란색 단풍은 붉은색 단풍과 그 생성 기전이 완전히 다르다.
노란 잎은 카로티노이드 색소에 속하는 크산토필류 중 주로 제아크산틴·비올라크산틴 등에 의한 것인데,
이들은 이미 초봄 새싹 때 잎에서 만들어지고 여름에는 엽록소의 녹색에 가렸다가
늦가을이 되어 엽록소의 분해로 다시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오후 2시56분
4시간 가까운 산행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붉게 물든 단풍잎 가지가 민둥산 정기를 듬뿍 받고 떠나는 산행객들을 따뜻이 배웅한다.
벗과 함께 또는 연인과 부부가 함께 편안히 걸을 수 있는 곳.
수필가인 고 김소운 선생의 표현을 빌자면
이게 바로 '물 한 모금의 행복"이 아닐까?





오후 3시22분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인제군 남면 유평2리 주차장에 도착한 후
주차장 아래 100여m 남짓 떨어진 곳의 '약수암'을 잠시 둘러 본다.
'삼내약수'를 알리는 표지석보다 초라해 보이는 작고 초라한 약사전 건물이지만
자비로운 부처님은 구역질 나는 돈 냄새만 풍기는 대사찰보다 이곳을 좋아하실듯 싶다.





약사전 옆에 지붕을 만들어 비를 피하게 해 둔 약수터가 있다.
땅속에서 조금씩 솟아 오르는 약수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바위 틈에서 아주 조금씩 솟아 오르는 약수를 한 모금 들이킨다.
톡 쏘는 맛이 강하다. 탄산가스가 함유되었음을 알려준다. 설탕을 타서 마시면 천연사이다가 된다.

이 삼내약수의 발견 시기는 정확치는 않으나 60여년 전 박남수 라는 이름의 할머니가
이곳에서 신병을 치료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위장병에 좋다는 얘기를 입증하듯
주위 바위가 온통 철분이 산화되어 붉은 빛을 띈다.





오후 5시8분
산행이 끝난 후 삼내약수터 주차장에서 일행들과 함께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 후 귀가길에 올랐다.
귀가 도중 삼내약수터에서 30km 남짓 떨어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의 정암사를 잠시 둘러 본다.
사찰의 제1문인 기둥을 한 줄로 배열해 짓기에 그 이름을 얻은 일주문 현판의 글씨는
"태백산 정암사"이다.

아주 가까이에 해발 1,573m 함백산이 있음에도 훨씬 멀리 있는
그보다 낮은 해발 1,567m 태백산의 이름을 따온 것은 왜일까?
아마도 태백산이 우리 민족의 영산으로 알려진데다 그 정상에 천제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곳 정암사는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通度寺),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중대(中臺) 상원사(上院寺),
강원도 인제의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강원도 영월 사자산 법흥사(法興寺) 와 더불어 우리나라 5대적멸보궁이 있는 곳이다.

사찰 뒤편 언덕의 탑은 수마노탑이다.





천의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뒷산 중턱의 수마노탐을 가까이 당겨 본다.

"수마노탑 [水瑪瑙塔] "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보면
자장율사가 643년(선덕여왕 12)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서해 용왕이 자장율사의 신심에 감화되어
마노석(瑪瑙石)을 배에 싣고 동해 울진포를 지나 신력으로 갈래산에 비장해 두었다가,
자장율사가 이 절을 창건할 때 이 돌로써 탑을 건조하게 했다고 하여 마노탑이라 하였다 한다.
또한, 물길을 따라 이 돌이 반입되었다고 해서 수 자를 앞에 붙여 수마노탑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탑을 세운 목적은 전란이 없고 날씨가 고르며, 나라가 복되고 백성이 편안하게 살기를 염원하는 데 있다고 한다.





보물 제 410호인 높이 9m 수마노탑 앞에 올라 잠시 가쁜 숨을 고른다.
상륜부는 화강석제의 노반(露盤)과 청동제의 상륜이 거의 완전하게 남아 있으며
맨 꼭대기 보륜(寶輪) 위에는 병형(甁形)이 얹히고 끝에 풍령(風鈴)이 달렸다.
거작은 아니지만 균형 있고 수법이 정미(精美)하다고들 얘기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정선군 당국에서 이 수마노탑을 국보로 승격시키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수마노탑 앞에서 정암사 경내를 내려다본다.
어머니 품속에 안긴듯한 포근한 모습이다.
신라의 대국통(大國統)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한 사찰이다.

갈래사(葛來寺)라고도 불리었던 이곳 정암사.
창건에 관한 일설에는 자장이 처음 사북리 불소(佛沼) 위의 산정에다 불사리탑(佛舍利塔)을 세우려 하였으나,
세울 때마다 붕괴되므로 간절히 기도했다.
그랬더니 하룻밤 사이에 칡 세 줄기가 설상(雪上)으로 뻗어
지금의 수마노탑(水瑪瑙塔)·적멸보궁·사찰터에 멈추었으므로
그 자리에 탑과 법당과 본당(本堂)을 세우고, 이 절을 갈래사(葛來寺)라 했다고 전해진다.





전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 구조인 '적멸궁'의 모습이 무척 안정적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 들렀던 오대산 상원사의 '적멸보궁(寂滅寶宮)'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큰 공사를 하고 있던 그곳보다 소박한 이곳이 보기 좋다.
더구나 현판의 글씨는 "보(寶)"를 빼 버린 그냥 "적멸궁(寂滅宮)"이다.
다만 이곳에 보관되었던 선덕여왕이 자장율사에게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금란가사'를 지난 1975년에 도난당했음이 무척 아쉽다.





오후 5시30분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아담한 사찰을 떠나며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
그리고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까지 두루 둘러볼 수 있었던
무척이나 행복하고 유익한 하루 일정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며 귀가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