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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단풍이 아름다운 백양사로 이어진 백암산 산행기



 

2011년 11월6일 일요일 오전 9시11분
백암산 산행을 위해 도착한 차량이 주차한 곳.
전남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에 소재한 전남대학교수련원 부근
내장산국립공원 남창골매표소 주차장.
새벽까지 내리다 그친 가을비 탓에 옅은 안개가 야트막한 야산 허리를 감아돈다.





오전 9시16분
산행들머리에서부터 울긋불긋한 단풍과 발밑의 촉감을 부드럽게 해주는 낙엽이 지천이다.





백양사를 감싸 안은 백암산 북서쪽 자락인 이곳 남창골은
산성골·운선동계곡·반석동계곡(새재계곡)·하곡동계곡·자하동계곡·내인골 등
6개의 골짜기가 모여서 이루어진 골짜기이다.





오전 9시34분
해발고도 150m 남짓에서 시작된 산행길은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 경사인지라
산행 초보자들도 그리 힘들지 않게 이어갈 수 있는 산행 구간이다.
녹색 이끼로 뒤덮인 자연석들과 원색의 단풍 물결이
마치 신선들이 노니는 도원경을 연상시킨다.





우리나라 최고의 단풍나무 군락지로 알려진 전북 정읍의 내장산 단풍나무가
잎이 큰 단풍나무여서 가까이에서 보면 투박함을 느끼지만
이곳의 단풍나무들은 잎이 작은 이른바 애기 단풍이다.
가까이서 보아도 그 색깔과 모양이 무척 고운 것이 특징이다.





오전 9시43분
산행을 시작한 주차장에서 1.4km 거리의 몽계폭포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산행로를 벗어나 50여m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와야 볼 수 있는 곳이어서인지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뭐가 그리 급한지 이곳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 덕분에 한적하고 여유있게 폭포 주위에서 잠시 한 숨 돌린다.

다만 오랜 가울 가뭄 탓에 폭포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약한 물줄기가 너무 아쉽다.





참고로 이 사진은 여름철 비 내린 후의 폭포 모습이다.
높이 20m 정도로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운치있는 폭포의 모습이다.





폭포 입구 큰 바위 한쪽 면에는 '몽계폭포'라는 글씨가
이처럼 한자로 음각되어 있다.
조선 선조 때 하곡(霞谷) 정운용이라는 이가 수도한 곳이라 하여 하곡폭포라고도 부른다는데,
폭포 아래 바위에 ‘하곡석문(霞谷石門)’이라 새겨진 글씨가 정운용의 것이라고 전해지기는 하지만
이 글씨는 누가 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오전 9시51분
온통 활엽수로 둘러 싸인 아늑한 숲속을 편안하게 걷는 산행길이다.
낮부터 날씨가 개일 것이라는 기상대의 일기 예보가 있었지만
아직은 안개가 걷히지 않아 피부에 닿는 공기가 축축한 느낌이다.





바닥부터 온통 붉은빛으로 치장을 한 무성한 단풍 숲을 지난다.
붉은 단풍 빛깔 탓인지는 몰라도 주위의 모든 산행객들의
마음이 온통 행복한 마음으로 들떠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습기를 머금은 원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의 채도는
맑은 날보다 더 짙은 느낌으로 다가 온다.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이어지는 계곡에 놓여 있는 유일한 다리가 이 '몽계교'이다.
2주 전 다녀온 지리산 뱀사골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20여개에 가까웠던 것과 비교하면
이곳의 계곡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정도의 아담한 계곡이다.





오전 10시 2분
몽계폭포에서 0.4km를 지난 지점이니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1.8km지점이다.
이처럼 긴 시간을 완만한 오르막 경사를 오르는 길이라 무척 편안한 산행길이다.
더구나 발 밑으로는 페르시안 카펫 보다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고운 낙엽이
유명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보다 더 운치있게 여겨진다.





규모가 작은 완만한 경사의 계곡을 따르는 산행이 좋은 점은
이처럼 계곡을 완전히 뒤덮다시피 쌓여 있는 멋진 낙엽을 가까이 접할 수 있음이다.





오전 10시14분
산행들머리에서 2.4KM를 지나온 지점이다.
1시간여를 이어 오던 완만한 오르막 경사길은 작은 계곡의 물줄기가 바위틈으로 모습을 감추며
조금은 경사가 급한 오르막 길로 바뀐다.
그에 따라 온 몸에 땀이 샘솟으며 조금씩 거친 숨을 몰아 쉬게 된다.





오전 10시22분
산행 들머리에서 3KM를 지나온 지점.
해발고도 500M에 육박하며 한동안 산죽 군락으로 뒤덮인 길을 오른다.
가파른 능선을 뒤덮은 산죽들의 싱그런 속삭임이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준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댓잎들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너무 상쾌하다.





비록 오르막 산길을 오르느라 숨이 가빠 오고 다리 근육은 조금씩 아파 오지만
흘리는 땀과 근육에 전해 오는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통증은
지난 1주일간 업무에 시달렸던 정신적 피로를 말끔히 씻어 준다.
머릿 속이 날아갈듯 상쾌해 진다.





오전 10시48분
이날 산행 구간 중 가장 힘들었던 구간인 능선사거리를 향하는 급경사 오르막 계단길이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이 오르막 계단에서 몇번 씩 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몰아 쉰다.
저 계단을 다 오르면 산행들머리에서 3.5km 거리인 능선사거리에 닿는다.

능선사거리에서는 힘이 없는 이들은 좌측 방향으로 오르막 산길이 이어지는
0.5km 남짓 떨어진 이곳 백암산 최고봉인 상왕봉으로 오르기를 포기하고
2.4km 떨어진 백양사로 이어지는 편안한 내리막길인 백양계곡을 따라 하산길을 택하게 된다.





오전 11시1분
능선사거리를 떠나 0.5km 떨어진 상왕봉을 향한 북동 방향으로 이어진
오르막 산길을 오르기를 10여분.
해발고도 700m 정도의 능선길은 온통 짙은 안개로 뒤덮여 지척을 분간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상고온 탓에 많은 땀을 흘리는 온몸을 시원한 바람이 식혀준다는 점이다.





오전 11시6분
많은 산행객들로 북적이는 해발 741m 상왕봉 정상에서 휴대폰으로 증거사진을 한 장 찍은 후
남동쪽으로 2.4km 떨어진 백학봉을 향해 산행길을 이어 간다.

이곳 상왕봉 정상에는 그 흔한 정상석 하나 없이 이와같은 이정표만 있다.
그래서인지 간혹 산행을 끝낸 이들 중에 정상이 어디였는지를 기억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한다.
아마도 그네들은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여유있게 즐기지 못한채
마치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산행을 끝낸 때문이리라.





오전 11시32분
상왕봉을 떠나 남동 방향으로 2.4km 거리의 백학봉으로 향하는 능선길.
해발고도 700m대의 능선길에서의 멋진 조망을 기대했건만 짙은 안개가 허락치 않는다.
산허리를 감아도는 짙은 구름이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이동하며 조금씩 구름이 걷혀 간다.
잠깐 구름이 걷히며 우측 끝으로 멋진 자태의 가인봉의 모습도 드러 난다.





구름 사이로 잠깐 비치는 밝은 햇살에 비친 산자락의 단풍이 무척 아름답다.
주위의 산행객들이 가벼운 탄성을 지른다.





낮 12시13분
해발고도 651m로 백양사 쌍계루 뒷편에 병풍처럼 자리 잡아
백암산과 백양사의 상징이 되어 버린 백학봉(白鶴峰)에 도착해 동쪽 아래를 내려다 본다.
하지만 잔뜩 흐린 날씨와 옅은 안개로 인해 멋진 풍경을 보지 못한다.





참고로 이 사진은 지난 2009년 11월7일 오후 2시1분
이 부근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멀리 전북 순창군 복흥면의 마을들과 동산저수지가 눈에 들어 온다.





오후 1시5분
백학봉을 떠나 영천굴을 거쳐 약사암에 이르는 남향 하산길은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급경사 내리막 길이다.
절반 가까운 구간이 급경사 계단으로 이루어진 이 구간은
거리가 0.9km 에 불과한 하산길임에도 1시간 여가 소요되는 험한 길이다.
더구나 이처럼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하산하는 길은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





오후 1시6분
예전에 동굴 안에 자그마한 암자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영천굴이 눈에 들어 온다.
붉은 단풍나무와 수직으로 세워 놓은듯 자리한 멋진 암반의 경치에 매료된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위험스런 수직 계단을 힘들게 내려온 후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오후 1시11분
동굴 전체가 하나의 아담한 법당처럼 꾸며진 영천굴 앞에서
잡시 머물며 시원한 석간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정성들여 돌로 쌓아 놓은 석축을 밟으며 하산길을 이어간다.





오후 1시15분
영천굴 아래에 자리한 약사암에서 남쪽 아래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나무 난간으로 둘러 놓은 전망대에는 산행객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1400여년 전 백제시대의 고찰로 유구한 역사와 주변의 빼어난 경관이
자랑이라는 백양사 측의 홍보문구가 전혀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단풍으로 치장한 산으로 둘러싸인 백양사 경내는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망원렌즈로 자세히 살펴 보면 다닥다닥 붙다시피한 사찰 건물들이
저곳 백양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이며 40여 개의 사찰을 관할하는 대사찰임을
뽐내는듯도 여겨진다.





오후 1시16분
위태로움을 느낄 정도의 바위 절벽 아래에 지어진 약사암을 뒤로 하고
백양사로 향하는 하산길을 이어간다.
이제 북쪽 하늘의 구름은 많이 떠나 가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 햇살이 무척 따뜻하다.





오후 1시20분
약사암에서 백양사에 이르는 0.9km 구간은 산행객과 일반 여행객이 어우러져
극심한 혼잡을 이룬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단풍 터널을 지나는 인간띠가 끊어짐 없이 이어진다.





오후 1시22분
약사암에서 0.5km를 지나온 지점에서 가파른 산길이 끝나고
평탄한 산책길이 시작된다.
편한 마음으로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다.
나무 숲 사이로 빛나는 백학봉의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오후 1시48분
시장 바닥처럼 혼잡한 백양사 앞에 도착했다.
수년 전부터 매년 한두차례 방문했던 이곳.
백양사 경내의 고즈넉한 모습을 보고자했으나 시장바닥처럼 혼잡한 경내의 모습에 기겁을 하고
사천왕문 앞에서 돌아선다.
사천왕문은 일주문,금강문에 이어 사찰로 들어서는 세번 째 문이다.





어제까지 진행된 단풍축제의 여파이겠지만 너무 많은 인피에 치어
연못가에 자리한 아름다운 누각인 쌍계루에 오르기를 포기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백양사 경내를 벗어난다.





오후 1시53분
이곳에서 바라보는 가을 풍경은 이곳 백양사 최고의 절경이다.
쌍계루 뒷편 백학봉의 암벽 과 어우러진 단풍이 매우 아름다워
예로부터 대한 8경의 하나로 불리우기도 했다 한다.
그러나 백학봉 위를 뒤덮은 짙은 구름이 멋진 경관을 방해 한다.





연못 위의 작은 다리 위에서도 서로 좋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야단법석이다.
그러고 보니 '야단법석'이라는 말은 불교와 연관이 있다.

"야단법석 [野壇法席]"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습이라는 뜻이다.
《불교대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야단(野壇)’이란 ‘야외에 세운 단’이란 뜻이고, ‘법석(法席)’은 ‘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이다.
즉,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이다.
법당이 좁아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으므로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그만큼 말씀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석가가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할 때 최대 규모의 사람이 모인 것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로 무려 3백만 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게 된다.
이처럼 경황이 없고 시끌벅적한 상태를 가리켜 비유적으로 쓰이던 말이
일반화되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게 되었다.

*위의 '영취산'은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우리나라 여수 부근의 영취산이 아닌
고대 인도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그리하(王舍城:현재의 비하르주 라지기르) 주위에 있는 영취산 [靈鷲山] 이다.





단풍은 기후조건이 중요한데 이 요건을 고루 갖춘 곳이
우리나라와 같은 곳, 바로 동북아시아와 미국 동북부지역이라 한다.
그중에서도 단풍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은 남쪽인데
내장산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거나 도입된 단풍나무 약 40종 중에서 13종이나 자라고 있다.
이곳 백양사가 있는 백암산도 내장산국립공원에 포함된 지역이다.





오후 2시5분
천여년 이상된 대사찰답게 백양사 경내에서 사찰의 첫관문인 일주문까지의
거리가 유난히 긴 것 또한 이곳 백양사의 특징 중 하나이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엔 지역적으로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 많은데....
단풍과 단풍나무를 같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은 가을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추위를 이기기 위해 가지 끝으로 보내는 수분 공급을 차단한다.
화학변화에 의해 안토시안(빨강:단풍나무)이 생성되거나,
엽록소가 사라지며 카로티노이드(노랑: 참나무나 기타 나무)가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오후 2시19분
멀리 눈 앞에 백양사 일주문이 보인다.
백양사 단풍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일주문 까지 이르는 단풍나무 길은
세상이 온통 붉게 타는듯하다.
이 곳 백양사의 단풍나무는 잎이 애기 손바닥처럼 작아서 애기단풍으로 불린다.
많은 이들이 붉은 단풍에 얼굴까지 붉게 물든듯 느껴진다.





오후 2시20분
일주문에 씌인 현판 글씨
"백암산고불총림백양사"라는 글씨를 음미하며 행복했던 하루 산행을 마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이며, 고불총림인 백양사를 뜻함이다.
대가람을 가리키는 ‘총림’은 전문도량인 선원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교육기관인 율원을 모두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다섯 총림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백양사다.

◈5대총림(叢林)
① 조계총림 송광사, 송광사는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로 불리는 유서 깊은 절이다.
② 해인총림 해인사, 해인사는 삼보사찰 중 법보사찰로 팔만대장경을 모신 사찰이다.
③ 영축총림 통도사, 통도사는 삼보사찰 중 불보사찰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찰이다.
④ 고불총림 백양사, 백양사와 대흥사, 선운사는 한 문중으로서 한국불교 법통을 이어왔다.
⑤ 덕숭총림 수덕사, 1984년에 종합수도장을 겸비한 덕숭총림으로 승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