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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아쉬워하며


우리 회원 아사달이 근무하는 문화재연구소로 가는길. 화사한 가을색에 취해 길섶에 잠깐 차를 세우고 눈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매일 이렇게 마름다운 길로 출퇴근을 하는 아사달은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리라 생각해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의 문화재를 보존,발굴하는데 힘 쓴다는 것 그것처럼 보람있는 일이 또 있을까요?


아사달과 함께 이런저널 얘기를 나누며 먹은 점심식사가 부드럽고 깔끔한 맛의 샤브샤브여서인지는 몰라도 사무실로 돌아와 홀로걷는 갑천변 산책로의 낙엽들도 깔끔한 기분을 더해줍니다.


당분과 아미노산으로부터 합성된 크리테민산이 따사로운 가을 햇빛을 받아 붉은 빛을 더하는 잎이지만 머잖아 잦아질 무서리를 맞으면 윤기를 잃고 퇴색되어 가지를 떠나고 말겠지요.


가까운 대형 할인매장을 찾아 물건을 고르다가 짧은 늦가을햇살을아쉬워하며 찬 기운마자 느껴지는 물위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낙들의 발걸음이 분주해보이는걸 보면 가을을 만날날도 얼마 남지 않은듯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운동에 열심인 엄마 자전거 뒷자리에 매달린 코흘리개는 붉은 단풍의 아름다움보다는 엄마의 등에 얼굴을 묻은채 엄마의 체온과 심장 박동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안을 얻겠지요.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를 보며많은 이들이 고독을 느끼고자 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추운 겨울이 지난 후 예쁜 꽃망울을 터뜨릴 그 때를 생각하며 새 희망을 떠올리기도 하겠지요.


녹음 우거지고 백화 만발하던 여름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이름모를 잡초들과 강아지풀이 유난히 정겹게 느껴지는건 가을이라는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행복이겠지요.


지난 여름 그렇게도 많이 보이던 백로도 어디로 떠났는지 거의 보이지 않도군요. 그런 중에도 얕은 물가에 서있는 한마리의 백로. 눈동자가 무척이나 맑아보입니다.


작은 물고기들의 주 식량원인 프랑크톤과 미생물의 삶의 터전인 물가의 수초마저 계절의 변화를 거스를 수가 없어 이제 싱싱하던 그 빛을 점점 잃어갑니다.


오후 2시가 훨씬 늦은시간, 사무실로 돌아오는길에 불현듯 떠오른 시 귀절은 '구르몽(Remy de gourmont)'의 시 [낙엽(Les feuilles mortes)]이었습니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