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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丁亥)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행복

며칠 후 생일을 맞는 아내에게 기십만원을 투자해 천연진주 목걸이를 선물하고, 연이어 친구들과 저녁시간을 보내도록 호텔 부페식사권을 전달 한 후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젊음이들이 모이는 곳에서 젊음을 공유하고 싶어서였지요.

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온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서대전 네거리를 지나 시민회관 부근부터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더군요. 차에서 내려 걸으며 충남도청앞에서 잠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충남도청앞에서 대전역까지 이어지는 도로 양측은 모두 차량의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마치 대전 시민들이 모두 이곳으로 몰려든 것 같기도 하더군요.

성탄절이 12월 25일로 정해진 것은 서기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였다고 합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의하면 천지창조를 시작한 1월 1일을 기점으로 인간을 창조한 것이 엿새만의 일이기에 그 옛날 성탄절은 1월 6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 무렵인 12월 25일로 앞당긴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젊음의 거리인 으능정이 입구부터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문이 젊은이들을 맞이합니다.

이곳의 중심부는 천년을 더 살아 온은행나무가 의연히 버티고 서있어 속칭 으능정이라 부르던 자연부락인데 백제때 우술군에 속했다가 통일신라시대에는 비풍군에 속한지역이었다가 고려시대와 조선초기에는 공주목에 속했던 곳입니다. 영조때에는 공주군 산내면 목척리라 하였습니다.

1885년에는 회덕군 산내면 목척리에 편입되었다가 1914년 4월 1일 일제의 행정구역개편정책에 따른 군ㆍ면이 통합되어 대전군 대전면 춘일정 리정목이 되었다가 1946년 해방후 왜식의 지명 일소책에 따라 옛지명을 되찾아 으능정이의 한자표기인 은행동으로 개칭되었습니다.

이 은행동에서 예부터 중심을 이루었던 마을은 으능정이 와 목척리 입니다.

수년전부터 서울시내를 화려하게 장식하던 빛의 축제가 금년부터는 대전에서도 '루체비스타'라는 이름으로 성황리에 이루어짐으로써 많은 대전시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은 내 마음을 흐뭇하게 합니다.

2005년에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빛의 축제를 “루미나리에(luminarie)”라고 이름불렀으나, 약 400년동안 이어져온 이탈리아의 전통을 약삭빠른 일본인들이 '루미나리에' 라는 이름을 상표등록(100% 확실한건 아닙니다.)을 했기 때문에 지난 해부터는 서울시에서도 이름을 바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루체비스타(Luce Vista) 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서 '루체(Luce·빛)'와 '비스타(Vista·풍경)’의 합성어로 '빛의 풍경'이란 뜻입니다.

으능정이 한 복판에서는 젊은이들이 'Free Hug'표지판을 들고 이웃 사랑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어여쁜 아가씨의 적극적인 참여에 캠페인을 벌이던 당사자인 젊은 청년이 도리어 수줍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은 많은 인파들에게 웃음과 함께 큰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즉석에서 mp-300으로 인화해 이 아가씨에게 건네 주고, 항상 즐겁고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격려해 주었습니다.

화려한 루미나리에의 불빛은 입구쪽의 은행동 대로변에서 반대쪽인 대흥동 쪽으로까지 그 화려한 조명을 끝없이 이어갑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젊은이들, 그리고 가족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은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연인이나 가족들을 위해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줄지어 앉아 많은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의 서양 화가들보다 이 사람들이 훨씬 더 훌륭한 솜씨를 가진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대국만이 아닌 문화대국으로도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친구들과 폰카로 기념촬영을 하는 젊은 아가씨들을 본 순간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든 아가씨가 예쁘고 참하게 느껴져 셧터를 누르고, 연이어 mp-300으로 사진을 인화해 건네주었습니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아는체하는 인기척을 느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중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토요일부터 집에 와 있는 작은 아들이었습니다.

제가 우연히 맘이 끌려 사진을 찍고 즉석에서 인화해 준 그 젊은이들은 다름 아닌 막내 아들의 친구들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나 으능정이에서 만나기로 했다더군요.

더구나 제가 첫눈에 참하고 예쁘게 느꼈던 그 젊은 아가씨가 바로 제 막내아들이 사귀어오던 여자친구일 줄이야! 조만간 정식으로 인사를 하러 오겠다고합니다.

집에 돌아와 이 사진을 아내에게도 보여주었습니다. 아내도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다고하네요. 키가 상당히 큰 아가씨였었는데, 190센치의 막내 아들과 같이 서니 그리 크게 보이지는 않는군요.

막내 아들, 그리고 그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이 아가씨들이 너무 부러워하기에 몇 컷 찍어 한 장은 즉석에서 인화해 주고, 나머지는 이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아르바이트로 옷장사를 한다는 이 아가씨들도 충분한 용돈 벌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구세군 자선냄비 옆에서 성금을 기다리는 이들의 진지한 모습들. 불우이웃 돕기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겠지요. 더구나 올해는 적십자회비를 비롯하여 일반 기부금은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는데, 유독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만은 예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현재 목표에 미달한 형편이라 모금 기간을 연장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