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날을 맞아 아침에 출근했다가 중요한 일만 처리하고 퇴근하려 했으나, 자질구레한 일도 마무리를 짓기 위해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점심 때가 되어 식사를 일찍 끝낸 후 내리는 눈을 맞으며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갑천변으로 나가기 위해 6차선 도로의 보행 신호를 기다려 길을 건너는 중 정지 신호를 보고 정차한 차들 사이로 한대가 횡단보도를 지나는 내 앞을 신호를 위반하며 지나치더군요. 깜짝 놀라 소리를 쳤더니 멈출듯 하다가 내앞을 스쳐 도망을 갑니다.
인도에 올라선 후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이미 300m 이상 도망간 차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할배 백통(Canon EF 28~300mm F3.5-5.6 L IS USM 망원 렌즈)을 마운트한 채 메고 다니는걸 몰랐겠지요. 이걸 증거로 경찰에 신고를 할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어제 오늘 이틀간 눈이 내렸다기 보다는 흩뿌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거의 내리지 않은 눈이지만 인적이 드문 인라인 스케이트 코스인데다 기온이 영하인지라 마치 흰 페인트 칠을 한듯 깨끗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잠깐 사이에 눈발이 조금 굵어집니다. 아마 옆에 사랑하는 이가 같이 있었다면, 때 맞춰 분위기를 잡아주는 눈에게 고맙다는 표현이라도 할 수 있었겠지요.
인적이 거의 없는 천변 길은 하얀 눈에 덮인채 고즈넉히 일년의 마지막을 향합니다. 간혹 눈에 띄는 산책객들이 그나마 이 곳이 사람 사는 세상임을 알려 주는듯 합니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눈다운 눈을 바라보며, 그리고 머리위에 어깨 위에 흰 눈을 맞으며 분위기를 잡아 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퇴근 길에는 지금 내린 눈이 운전에 지장을 줄지언정 지금 이 순간만은 지난 한 해동안 찌든 때를 말끔이 씻어 내리고픈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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