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금요일 오후 주말을 앞둔 때문인지, 중요한 일을 오전 중 끝내고 한가한 오후를 맞게되니
공연히 나른해진다.
백제의 고도인 공주 8경을 거론할 때 언급되는 춘마추갑(春麻秋甲)의 주인공인 마곡사로 향했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寺谷面) 운암리(雲岩里), 태화산(泰華山) 동쪽 산허리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까지는 유성 사무실에서 약 1시간이 소요되었다. 거리는 약 60km.
넓고 잘 단장된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킨 후 10여분 남짓 걸어 올라가 마곡사로 들어가는 극락교 못미친 곳,
등산로로 연결되는 자그마한 전나무 숲길이 이른 봄 따뜻한 기운을 받아 무척 깨끗하게 느껴진다.
비록 지난 겨울 두 차례나 다녀온 오대산 월정사의 잔나무 숲길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규모지만
차라리 아담하고 소박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찰 주위를 태극 형상으로 흐르는 계곡물을 작은 돌을 이용하여 연못처럼 만들어 놓아 비단 잉어와 버들치 등
각종 물고기들이 자유로이 노니는 곳. 고찰의 건물들과 나뭇가지들이 반영된 수면이 봄 햇빛을 받아
그 싱그러움을 더해주는듯 하다.
보물 제799호인 마곡사 오층석탑 [麻谷寺五層石塔], 보물 제802호인 마곡사 대광보전 [麻谷寺大光寶殿],
그리고, 보물 제801호인 마곡사 대웅보전 [麻谷寺大雄寶殿] 이 한 눈에 보이는 마곡사 경내의 모습이다.
짙푸른 가을 하늘과 어울려 천년 고찰의 위엄을 한껏 더 뽐내는듯하다.
이곳 마곡사는 640년(신라 선덕여왕 9)에 자장(慈藏)이 창건하였을 당시에는 30 여칸의 대사찰이었으며,
현재는 우리가 익히 아는 계룡산의 갑사와 동학사를 말사로 거느린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本寺)이다
극락교 아래에서 노니는 비단잉어들.
비단잉어 [緋緞─, fancy carp]는 잉어(Cyprinus carpio)에서 빛깔·무늬·광택 등이 우수한 형질을 선발하여 육성한 관상용 품종의 총칭이다.
금리(錦鯉)라고도 하며 일본에서 개발된 것으로 17세기에 니가타현[新潟縣] 일대 산지의 소류지(小溜地)를 이용하여 사육·개량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914년 도쿄에서 개최된 다이쇼박람회[大正博覽會]에 홍백(紅白)의 우량종이 출품되어 호평을 받은 이후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용인자연농원에서 우수종을 도입하여 육성·보급하기 시작하였다.
수조에 넣어서 사육하면서 측면에서 관상하는 금붕어·열대어와는 달리 연못에 방양하여 위에서 볼 때의 빛깔·무늬·체형 등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비단잉어 품종중 홍백(흰색 바탕에 붉은색의 무늬가 있는 것)이 비단잉어의 품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종이다.
그 외 별광(別光:연한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있는 것), 대정삼색(大正三色:흰색 바탕에 붉은색과 검은색의 무늬가 적당히 분산 배치된 것),
황금(黃金:온몸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것). 등등이 있다.
매년 봄이 되면 수많은 여인네들의 마음을 설레이게하며 옛추억에 눈물짓게하는 목련도 봉오리를 맺어 곧 터질듯한다.
한약재로 쓰이는 "신이"란 목련의 꽃봉오리를 약용한 것으로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축농증으로 코가 막히고 콧물이 흐를 때, 냄새를 못 맡고 머리가 아플 때 쓰인다.
충청남도문화재자료 제66호로 지정되어있는 마곡사의 정문인 해탈문(解脫門) 위의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이
마곡사를 찾은 이들의 마음을 한층 더 정화시키는듯하다.
이 문을 지나면 속세를 벗어나 불교 세계 즉 법계(法界)에 들어가게 되며,
해탈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하여 해탈문이라 한다.
마곡사 뒤편의 백련암으로 향하는 산길에서 작은 폭포를 이루며 계곡을 흐르는 이 물을 보며 문득 백범 김구 선생이 생각난다.
백범은 한말 민비시해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고 일본인 장교 쓰치다를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 나루에서 죽였다.
그리고, 1898년 23세의 청년 백범은 인천감옥에서 탈옥하여 이곳 마곡사에 숨어들어 하은당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삭발을 했다.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주로 마곡사 부속암자인 백련암에서 물도 긷고 장작을 패며 천수심경 등 불경을 외며 6개월 동안 스님생활을 했다.
해방 후 마곡사를 찾은 백범이 기념으로 심은 향나무가 대광보전 왼편 응진전 앞에 있다.
백범이 마곡사로 들어가며 ‘한 걸음씩 혼탁한 세계에서 청량한 세계로, 지옥에서 극락으로,
세간에서 걸음을 옮겨 출세간의 길을 간다’고 한 말이 오래 전 백범일지를 읽을 때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마곡사 뒷편 작은 마을의 비탈진 기슭, 손바닥만한 논밭 사이에 자리잡은 작은 농가의 정겨운 모습에서
우리의 생명의 생명의 원천인 농사, 그리고 따뜻한 어머니의 품속이 그리워진다.
조선 명종 때의 학자 남사고(南師古)가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십승지지(十勝之地=열 곳의 뛰어난 땅)는
풍기 금계촌, 안동의 춘양, 보은 속리산, 운봉 두류산(지리산), 예천 금당동, 성주의 만수동, 공주의 유구와 마곡,
영월의 정동 상류, 무주의 무풍, 부안 변산이다.
또한 정감록에 기록된 보신(保身)의 땅 열 곳은 풍기 예천, 안동의 화곡, 개령의 용궁, 가야, 단춘, 공주의 안산심마곡,
진목, 봉화, 운산봉 두류산, 풍기의 대소백산이다.
위의 두가지 모두에 거론된 곳이 이곳 마곡사이다.
그리고, 태화산에서도 마곡사 자리는 핵심이 되는 곳이다. 산과 물이 태극(太極)을 이루는 산태극 수태극의 중심이라 한다.
마곡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세 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첫째는 청양의 장곡사, 예산의 안곡사와 함께 삼곡사(三谷寺)라 했는데, 마곡사가 있는 골짜기는 삼골이기 때문에 마곡사라는 했다는 이야기와,
둘째 신라 보철화상이 설법할 때 모인 사람들이 마치 삼밭의 삼대와 같이 많았다 하여 마곡사라 했다는 것과,
셋째는 성주산문 개창자인 신라 무염 스님이 중국의 마곡사에서 법을 이어와 마곡사라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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