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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장,경포대,삼양목장으로 이어진 여정. 2008.4.5(토)


식목일인 토요일 아침 험준한 대관령을 넘어 첫 발걸음을 멈춘 곳은
사계의 장원(莊園)으로 불리는 선교장(船橋莊).

효령대군의 11세손인 무경(茂卿) 이내번(李乃蕃)이 이곳으로 옮겨와 자리를 잡고 선교장을 짓게 된 이후
대대로 후손들이 거처하는 집인데, 열화당(悅話堂)·안채·동별당(東別堂)·활래정(活來亭) 등 큰 건물 4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전통 주택이다.

현재도 후손이 거주를 하며 우리 문화를 보전해 나간다는건 본받을만한 일이 아닐까?


이 집을 지었을 당시에는 지금은 둘레 길이가 1/4로 줄어든 경포호수가 집 앞까지 연결되어 배를 이용하여
왕래가 가능했던 연유로 이 주변을 '배다리'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선교장 집안의 문집 발췌본인 '완산세고(完山世稿)'등을 참고하여 이 집안 후손인 '이기서 선생'
께서 43세 때인 1980년에 "강릉선교장"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선생은 그 책에서 매월당(금오신화의 저자인 김시습)과 율곡이 자랐고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이 글의 향취를 풍긴,
문화의 고장이요 문향으로 이름난 강릉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의 서두를 열어 간다.

간성의 청간정(淸澗亭),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울진의 망양정(望洋亭),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평해(平海)의 월송정(越松亭)과 함께 관동팔경의 하나인 경포대(鏡浦臺)로 향하는 도로의
벚나무들이 일제히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맑고 따뜻한 날씨. 경포호 위를 나르는 수많은 갈매기 떼들의 모습을 보며 1주일의 피로를 털어낸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을 빌어 경포호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당시 둘레가 12km 에 이를 정도로 드넓었던
경포호가 오랜 세월 토사의 퇴적 등으로 인해 현재는 둘레 길이가 4km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든게 아쉬울 뿐이다.


백사장 길이가 6km에 이르는 드넓은 경포 해수욕장의 깨끗한 모래와 에메랄드 빛의 바다,
그리고 푸른 하늘의 흰 구름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은 이곳을 찾은 이들의 마음 속을 환하게 해준다.
이 아름다운 모습은 동남아의 어느 유명한 휴양지 바다의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고려 충숙왕때 박숙정이 인월사 옛터에 경포대를 지었고, 그 후 조선 시대 중종대의 강릉부사 한급이 현재의 자리인
경포 호수 북쪽 호수가에 지은 경포대가 아직 보수공사가 끝나지 않아 아름다운 모습을 다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듯
가족끼리,연인끼리, 혹은 친구들과 함께 작은 바위섬 너머로 시원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주말 하루의
휴식으로 충분하리라.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경포호 주변의 산책로를 걸으며, 벚꽃의 향기와 함께 경포대에서 볼 수 있다는 다섯개의 달을
직접눈으로 보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달랜다.
다음 여행 때는 경포호를 밤에 방문해서 밤 하늘의 달, 경포 호수에 비친 달, 동해 바다에 비치는 달,
함께 있으면 좋은 이와 나누는 한잔 술을 담은 술잔에 비친 달, 그리고 자리를 같이 하는 그 님의 눈에 비친 달을 모두 보고 가련다.


해발 1140 m 인 삼양목장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쪽 능선에는 지난 겨울 내린 잔설이 채 녹지 않은 채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전력발전을 위한 회전자를 쉴 새 없이 돌리는 풍력발전기와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이곳 삼양목장은 해발 800~1470에 위치하며 서울 여의도의 7.5배인 6백만평의 면적으로 목장내 도로길이만 120km에 이른다.
1972년에 만들어 졌으며 현재 사육되는 젖소는 약 900여두 정도라고 한다.


드라마 가을동화로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해, 연애소설,태극기 휘날리며, 등등 수많은 영화에 등장했던 명소가 되어버린
이곳 삼양목장에는 유난히 연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연인들의 모습에서 3일 전 결혼 30주년을 맞았던 나의 젊은 시절을 떠 올려본다.

이곳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2000kw발전기 49기로써 총 시설 능력은 98MW이다.
강원풍력발전주식회사 에서 총사업비 1600억원을 투입해 2002년 11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4년이 걸려 완공한 것이다.

현재 발전 능력은 연간 244,400 mwh로써 강릉시 전력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충당하며 이로 인한
이상화탄소 저감량은 150,000ton/year이다.

또한 개개의 붕력발전기는 중심높이가 60m이고 회전자 직경은 80m이며, 운전풍속범위는 4~25m.
덴마크 vestas사에서 만들어 공급한 것이다.


가을동화의 은서·준서 흉내를 내며 그들의 사랑을 마음 속에 새겼을듯한 젊은 연인들.
그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오후 6시반이 넘은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내다본 일몰.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뭇가지를 헤치고 산을 넘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하루의 일과를 마친다.

오늘 강원도를 다녀온데 이어 내일 일요일에는 경주 불국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나도 이제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 여행 계획을 점검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