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설중매(雪中梅)라는 말을 귓전으로라도 들어본 이들은
겨울이 다가기 전 아직 잔설이 난분분한 시절에 피기 시작하는 매화를 알고 있겠지요.
기원전 1,000년경부터 중국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매화.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꽃입니다.
전남 광양시 주관하에 행해지는 매화축제의 마지막날인 2008년 3월16일(일)
섬진강변에 위치한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 농원에는 매화나무 그루 수보다
사람의 머리 수가 더 많을 정도의 상춘객이 붐비는 곳이었습니다.
매화축제가 개최된 매화마을에서도 가장 큰 매화재배지이자 운치 좋은 곳이 청매실농원입니다.
청매실농원은 고(故) 김오천 선생이 1931년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밤나무와 매화나무 묘목을 가지고 들어와
백운산 자락의 45만 평에 이르는 임야에 처음 심었고, 그의 며느리 홍쌍리여사가 대를 이어 매화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홍쌍리여사는 매화나무 재배와 매실 식품 상용화에도 힘을 기울여 섬진마을 일원이 오늘날 매화마을로 정착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합니다.
매화축제 기간을 맞아 모 단체에서 주관하는 사진 촬영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을 위해
혼신의 정성을 다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진지한 모습도 진한 매화향과 함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화와 벚꽃을 쉽게 구분하지 못합니다.
물론 시기적으로 매화 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벚꽃이 피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구분이 어렵지요.
쉽게 구분하는 방법 몇가지는
우선 매화는 꽃잎 가장자리가 둥글고, 벚꽃은 꽃입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을 이룹니다.
개화 시기 매화는 2~3월, 벚꽃은 3~4월입니다.
매화꽃은 가지에 바로 붙어서 하나 또는 두 송이 정도의 꽃을 피우지만,
벚꽃은 한곳에서 대여섯개의 꽃자루가 길게 나와 꽃을 피웁니다.
따라서 바람에 하늘거리는건 벚꽃입니다.
또한 향기가 약한 벚꽃에 비해 매화는 향기가 진하게 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청매실 농원의 야트막한 언덕에서 매화꽃 사이로 바라본 섬진강의 푸른 빛 물줄기가
진한 매화향이 나의 후각을 작그한데 연이어 나의 시각까지 시원하게 자극해 줍니다.
정유재란 때 진주 촉석루에서 왜장의 모가지를 나꿔 채어 남강 물에 익사 시키며 자신의 생명도 초개같이 버렸던
논개의 고향인 전북 장수군의 '수분재( 수분령이라고도함)'에서 발원하여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하동포구를 거쳐 광양만으로 흐르는 은빛 섬진강의 도도한 물줄기는 매화축제장을 찾은이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합니다.
수많은 인파와 차량의 홍수로 인해 휴일 나들이에 대한 짜증을 잠시나마 느꼈던 상춘객들도
한 겨울의 혹한을 이겨내고 이른 봄철 꽃의 향연을 벌이는 매화 향기에 취해 짜증을 모두 던져 버린듯합니다.
소나무, 대나무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리고 난초, 국화, 대나무와 짝을 이루어 사군자라 해서 귀한 꽃으로 대접 받는 매화에 둘러 싸여 지낸 이곳에서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것입니다.
청매실농원의 매실식품은 매실 농축액과 원액, 매실청, 된장, 고추장, 장아찌, 절임, 젤리 등이 있는데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농원 앞마당에 빼곡한 2,500여 개의 전통옹기에서 숙성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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