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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창포. 휴일 오후

7월 6일 일요일 오후 4시 27분.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내가 이곳 무창포 해수욕장을 마지막으로 찾았던 때가 아마도
20 여년 전이었던 것 같다.

무척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서인지
당시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가 없다.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식당들,
그리고 중앙부에 우뚝선 콘크리트 구조물의 호텔 건물이 자연 경관과 부조화를 이룬다.

1.5km 정도되는 해변 남서쪽 끝부분에 위치한 닯벼슬섬과 그 오른쪽으로 보인 석대도의 모습이 기억날 뿐이다.


닭벼슬섬을 연결하는 방파제 위를 지나는 젊은 여인의 가벼운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경쾌함이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 바람과 어울려 온 몸에 흐르는 땀을 식혀 준다.

닭 벼슬 섬 옆의 바닷가 암초에서는 뒤편 석대도를 배경으로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연인들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 내 젊은 시절에도 저런 낭만이 있었던가?

석 대 도(石 臺 島)는 옛날 구전(口傳)에 따르면 아기장군이 죽었을 때 황새 가 떼지어 나타나서 슬프게 울었다는 섬으로
돌로 좌대(座台) 가 놓인 것 같이 생겼다 해서 석대도라 부르는 섬이다.

장마철이 시작된 이후에도 비교적 시원하던 날씨가 하루전부터 돌변하여 열대야 현상까지 이어지는
휴일 오후. 넘실대는 파도와 함께 계속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하게 달래 준다.


어제인 7월5일 밤 해수욕장 개막식과 함께 축제가 열린 이곳 무창포 해수욕장. 아직은 내방객이 뜸하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수많은 피서 인파로 붐빌 백사장에서 대부분 가족 단위인 피서객들이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이곳 무창포 해수욕장은 1928년일제(日帝)시대에 서해안 해수욕장 중 최초로 문을 연 곳이다.
당시에는 '웅천해수욕장'으로 불리웠다 한다.

또한 이곳은 朝鮮(조선)때 稅米(세미) 倉庫(창고)가 있는 갯가에 포구라 해서 무창포(武昌浦)라 부른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서너번 바닷길이 열리는 곳 부근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의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란 무창포 해변에서 석대도까지의 1.5km의 물갈라짐 현상을 말하며,

금년의 경우 7월의 경우 2,3,4,5일 밤 9시에서 1자정사이 4차례 있었으면,
8월에는 1,2,3일에 밤10시경부터 11시반 사이 세차례, 그리고 8월20일에는 특이하게도 낮 12시 12분에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욕장 북쪽 끝으로 이어지는 웅천읍 관당리 무창포항에는 머잖아 찾아들 피서겸 낚시 인파를 맞기 위한 낚싯배들이
마치 시집가는날 아침 연지곤지 찍고 단장하는 새신부처럼 설레임을 가득 안고 미풍에 몸을 내 맡긴 채 바다 위에 떠 있다.


오후 5시 21분.
바닷가 어디를 가나 자리 잡은 방파제 끝의 등대 .
그리고, 그 등대에는 예외 없이 찾아드는 단체객들. 다름 아닌 사진 동호회원들이다.
무창포에도 예외는 없다.

다만, 비싼 장비를 뽐내며, 또한 일부 회원들은 그들의 은어로 "뽀대"라 부르는 외관상의 멋도 가미한
비교적 값비싼 취미인 만큼 일반 관광객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만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만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운 날씨에 얼굴과 몸으로 온갖 감정을 다 표현해야하는 사진 모델.
정말 어려운 일 중 하나이지만 심신의 고통을 마음 속 깊이 감추고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이처럼 모델의 노력과 그 모델을 담는 작가의 마음에 교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마음에 드는 장면을 얻을 수 있으리라.



아름다운 모델의 그윽한 눈길이 향하는 곳을 나르는 한 마리 갈매기도
찍는자와 찍히는 자의 마음 속 교감을 이해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후 7시 2분.
오늘 무창포 방문 목적 중 중요한 하나인 일몰 촬영을 앞두고 이른 저녁을 먹으며 서쪽 하늘을 보니 구름이 짙어지기에
저녁 식사를 빨리 끝내고 해변으로 나갔다.

저 붉은 태양이 수평선과 만나려면 30~40 분 정도 더 기다려야하겠지만, 그 때는 구름이 태양을 가려
멋진 낙조를 볼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마침 구름을 비집고 나온 석양 무렵의 태양을 잡아 보았다.


오후 7시 35분.
옅은 구름을 헤집고 잠깐씩이나마 붉은 빛을 토해 내던 태양이 짙은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두워질 때까지 붉은 기운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짙은 구름이 뒤덮이고 만다.

다음에 또 다시 찾을 날을 기약하며 미련을 남기고 일어 설 수 밖에 없다.
사진을 취미로 가진 이들에게 이런 류의 미련을 남기는 일은 다반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