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토요일
요즘 뭇 사람들로부터 '기상청'이라는 본명 보다는 '구라청'이라는 비아냥으로 더 많이 불리는
기상청의 예보는 오늘도 빗나갔다.
7월 18일부터 "부여 서동공원에서 느끼는 꿈같은 연꽃 사랑 이야기"라는 테마로 열릴 연꽃축제를 며칠 앞당겨 새벽같이 도착한 궁남지에서는 예보와는 달리 세찬 빗줄기가 나를 반겼다. 10여분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를 기다린 연후에 우산을 받쳐들고 연꽃을 만나러 궁남지 중심부로 들어섰다.
연꽃은 10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열가지 특징을 닮게 사는 사람을 "연꽃처럼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제1 특징.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이처럼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서 아름답게 꽃피우는 사람을
연꽃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의 이제염오(離諸染汚)의 특성이다.
궁남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이다.
‘삼국사기’에는 백제 무왕 때인 634년 ‘궁 남쪽에 못을 파고, 못 언덕에 수양버들을 심고, 못 가운데 섬을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곳에서 무왕은 왕비와 함께 뱃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1만여평이나 되는 연못 한가운데 포룡정이란 정자가 섬처럼 떠있고, 다리로 이어져 있다.
경주 안압지보다 40년 먼저 생겼다. 이러한 백제의 조원(造園) 기술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정원문화를 탄생시켰다.
제2특징.
연 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
물이 연 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 떨어질 뿐이다. 물방울이 지나간 자리에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와 같이 악과 거리가 먼 사람, 악이 있는 환경에서도 결코 악에 물들지 않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의 불여악구(不與惡俱)의 특성이다.
이 궁남지는 백제 무왕(武王)의 출생설화와도 관계가 있다.
무왕의 부왕인 법왕(法王)의 시녀였던 여인이 못 가에서 홀로 살다 용신(龍神)과 통하여 아들을 얻었는데,
그 아이가 신라 진평왕(眞平王)의 셋째딸인 선화공주(善花公主)와 결혼한 서동(薯童)이며,
아들이 없던 법왕의 뒤를 이은 무왕이 바로 이 서동이라는 것이다.
제3특징.
연꽃이 피면 물속의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한 사람의 인간애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고결한 인품은 그윽한 향을 품어서 사회를 정화한다.
한 자락 촛불이 방의 어둠을 가시게 하듯 한 송이 연꽃은 진흙탕의 연못을 향기로 채운다.
연꽃의 계향충만(戒香充滿)의 특성이다.
궁남지를 '마래방죽'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옛날 궁남지 주변에 마밭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4특징.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항상 청정한 몸과 마음을 간직한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의 본체청정(本體淸淨)의 특성이다.
삼국사기에서 거론하는 궁은 사비성(부소산성)을 말함이며, 백제시대에는 별궁과 함께 약 3만평의 규모였다.
사비성 축조 4년 후에 만들어졌는데, 먼 훗날인 1965년에 당초 크기의 1/3로 축소하여 연못을 만들고,
궁남지라는 이름 또한 후세 사람들이 붙인 것이다.
제5특징.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얼굴이 원만하고 항상 웃음을 머금었으며 말은 부드럽고 인자한 사람은
옆에서 보아도 보는 이의 마음이 화평해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의 면상희이(面相喜怡)의 특성이다.
연꽃은 세계적으로는 2아과(亞科) 8속에 약 100종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5속 7종이 있다고 한다.
제6특징.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생활이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자기를 지키고 사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의 유연불삽(柔軟不澁)의 특성이다.
정철의 '성산별곡'에도 연꽃에 대한 이런 귀절이 나온다.
"하룻밤 내린 비의 기운에 홍 백련이 섞여 피니, 바람기 없어도 만산에 향기로다."
제7특징.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고 한다. 하물며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아니 생기겠는가?
많은 사람에게 길한 일을 주고 사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의 견자개길(見者皆吉)의 특성이다.
사진에서처럼 연잎은 수련 잎과 달리 표면에 분포한 미세돌기로 인해 발수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연잎에 떨어진 물은 퍼지지 않고 방울로 맺힌다.
제8특징.
연꽃은 꽃이 피면 필히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꽃피운 만큼의 선행은 꼭 그만큼의 결과를 맺는다.
연꽃 열매처럼 좋은 씨앗을 맺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의 개부구족(開敷具足)의 특성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주돈이 [周敦頤, 1017~1073]는
그의 고아한 인품이 표현된 것으로 유명한 수필 《애련설(愛蓮說)》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予獨愛蓮之出於, 여독애연지출어 泥而不染, 이이불염
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濯淸漣而不妖, 탁청련이불요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中通外直, 중통외직 不蔓不枝, 불만부지
속은 비었고 밖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香遠益淸, 향원익청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亭亭淨植, 정정정식 可遠觀, 가원관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而不可褻玩焉, 이불가설완언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
제9특징.
연꽃은 만개했을 때의 색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활짝핀 연꽃을 보면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포근해짐을 느낀다.
사람도 연꽃처럼 활짝 핀 듯한 성숙감을 느낄 수 있는 인품의 소유자가 있다.
이런 분들과 대하면 은연중에 눈이 열리고 마음이 맑아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의 성숙청정(成熟淸淨)의 특성이다.
사진 속의 꽃은 수련이다.
수련은 특히 밤이 되면 꽃잎이 오므라들어 마치 수면을 취하는 것 같아 수련(睡蓮)이라고 한다.
특별히 오시(낮 11-
제10특징.
사람 중에는 어느 누가 보아도 존경스럽고 기품있는 사람이 있다.
옷을 남루하게 입고 있어도 그의 인격은 남루한 옷을 통해 보여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의 생이유상(生已有想)의 특성이다 .
연못 한 가운데 자리 잡은 포룡정이다.
포룡정(抱龍亭)이라는 정자 이름은 백제 제30대 왕인 무왕의 어머니가 홀로 되어 부여 남지(南池) 주변에 살던 중
'교룡이생소명서동(交龍而生小名薯童) ' 즉, 용과 관계하여 서동을 낳았다는 삼국유사 기록에 바탕한 것이다.
하루의 여정을 마감하며 일몰을 보기 위해 부여 성흥산성에 올랐을 때,
오후 부터 잔뜩 찌푸렸던 날씨였지만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푸른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해맞이 언덕에서 내려다 본 남쪽 산 아래가 무척 싱그럽게 보인다.
저 멀리 논산쪽도 하늘이 점점 맑아지는걸 보니 멋진 일몰 광경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짧은 일몰 순간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기다린 한 시간 여의 시간..
서쪽 하늘에 짙게 드리웠던 구름이 일몰 시각이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흩어지더니
잠깐이나마 붉은 태양이 얼굴을 내밀 기회를 제공한다.
오늘 하루의 마지막 햇빛을 받으며, 주말 하루를 행복하게 마감할 수 있음에 대해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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