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 소재한 진하해수욕장 모래사장 위에서 걸음을 멈춘다.
이른 저녁 대전을 출발해 도착한 후 숙소겸 식사장소로 예약한 횟집에서
생선회와 소주 한잔으로 추위와 허기를 달랜 후의 몸은 가볍고 마음은 상쾌하다.
매년 새해 첫 일출여행을 떠나는 입장에서 여행지의 일기 예측이 가장 중요함을 절감한다.
최근 수년간 연말이면 강추위가 닥쳐왔던 것에 비해 영상의 날씨가 너무나 반갑다.
또한 지난 2009년 1월1일 찾았던 우리나라 육지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뜬다는 간절곶의
엄청난 인파에 질렸던 입장에서 간절곶에서 북쪽으로 불과 10km남짓 떨어진
이곳 진하해수욕장의 한적한 적막감이 마음을 더욱 흡족하게 한다.
밤 11시59분
해수욕장 앞 바다 위의 작은 섬인 '명선도'.
아침 일출시의 멋진 배경을 연출하는 작은 섬에는 오색 조명이 계속 그 색깔을 바꾼다.
북쪽으로 불과 몇백 미터 거리의 '명선교'도 오색 조명을 밝힌채 그 자태를 뽐낸다.
바다로 흘러드는 작은 강인 '회야강'을 사이에 두고 이곳 서생면 진하리는 북쪽의 온산읍 강양리와 맞닿아 있다.
불과 얼마 전인 2010년 3월 준공된 길이 145m 인 저 다리는 울산지역 최장 인도교라 한다.
2012년 1월1일 오전 0시11분
토끼 해인 2011년 신묘년이 물러 가고 2012년 새해가 밝았다.
임진년인 새해는 용의 해이다.
한적한 겨울 바다를 거닐며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원했으나 주위에서 그를 허락치 않는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요란한 불꽃놀이가 해수욕장 주변에서 시작된다.
오전 0시12분
한동안 어두운 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구경하다 숙소로 걸음을 옮긴다.
저 불꽃처럼 붉고 둥근 새해 첫 태양을 만나기를 기원하며 새해 들어 첫 잠자리에 든다.
오전 5시32분
1년 365일 오전 5시반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평소 생활 습관은 여행지에서도 고쳐지지 않는다.
인적없는 새벽 바닷가를 조용히, 그리고 느릿느릿 걸어본다.
1년간의 계획은 내 주먹보다 더작은 미미한 눈 뭉치로 시작한다.
그 작은 눈 뭉치 계획을 1년간 부지런히 굴리다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시나브로 큰 눈사람이 되지 않을까?
다리 높이 17.5m에 주탑의 높이가 27m 인 강사장교 형식의 저 명선교는
비상하는 한쌍의 학을 표현한다고 들은바 있다.
오전 6시59분
일출시각인 오전 7시32분을 30여분 앞둔 시각.
이른바 '시민박명' 시간이되자 바다 위에 외로이 떠 있는 명선도의 자태가 뚜렷이 드러난다.
해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저 작은 섬, 지난 2009년 및 2010년 1월 중순에 간조시에 2시간 가까이
바닷길이 열려 수많은 인파가 저 섬까지 걸어서 다녀온 일이 있었던 곳이다.
오전 7시22분
기상청에서 예보한 일출시각인 7시32분을 10분 정도 남겨둔 시점이 되자
한산하던 바닷가에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운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매년 새해 첫 일출여행을 다니는 나로서는 2008년 경남 거제 앞바다의 외도에서,
2009년 울산 간절곶에서, 2010년 부산 광안리에서, 그리고 2011년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에서
엄청난 인파와 그로안한 혼잡에 시달렸던 악몽을 잊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너무나 반갑게 여겨진다.
운집한 관광객들은 고요함 속에서 새해 첫 일출을 묵묵히 기다린다.
오전 7시33분
기상청에서 예보한 이곳 일출시각이지만 수평선 부근만 붉은 빛을 띌뿐 태양은 아직
그 뜨겁고 붉은 기운을 보여주지 않는다.
겨울 이맘 때쯤의 바다는 아무리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라도 해 뜨기 전에는
수평선을 따라 짙은 안개가 드리운다.
붉은 태양이 수평선 위로 솟구쳐 오르며 이른바 멋진 오메가 형상을 보이는 장면은
여름철 일출시에 기대함이 좋은 것을 익히 알기에 오직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새해 첫날 일요일 아침임에도 명선교 너머 강양항을 떠나 고기잡이를 나서는 작은 어선들이 간혹 눈에 띈다.
바다 위를 덮은 옅은 물안개는 작은 배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비록 현재 기온이 영하 0.5도 정도의 겨울철임을 감안하면 포근한 날씨지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괜시리 몸이 움츠러드는 추위를 느끼게 한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먼 바다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고기잡이를 끝낸 어선이 보금자리를 찾아 항구로 돌아온다.
만선을 이루었을 것으로 기대하고픈 작은 어선은 물안개 피어나는 바다위를 달려 온다.
파도를 가르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어선 주위에 수많은 갈매기 떼가 뒤따른다.
고기 냄새를 맡은 갈매기떼들의 무리 지은 모습은 그냥 보기에는 멋져 보이지만
깊은 산을 산행할 때 간혹 만나게 되는 무리지어 맴도는 까마귀 떼를 볼 때와 같은 섬찟함을 느끼기도 한다.
오전 7시49분
500m 남짓 떨어진 명선도를 뒤덮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둥근 태양이 그 모습을 조금씩 보여 준다.
주위 관광객들 무리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오전 7시58분
2012년 임진년 새해 첫 일출.
둥근 태양은 긴 꼬리를 가졌다. 작은 파도를 일으키며 게속 밀려드는 파도를 타고
내가 서 있는 바닷가 모래사장에까지 그 빛을 비추어 준다.
비록 옅은 안개가 낀 하늘이지만 새해 첫 일출을 보는 마음이 감개무량하다.
누군가는 아침이면 해가 뜨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새해 첫 일출에 대해 코 웃음을 친다.
그러나 저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소박한 소망을 빈다.
금년 한 해동안 내 기족들이 훌륭한 시민으로 생활하게 해 딜라고. 그 뿐이다.
오전 8시4분
점점 높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2012년 새해 첫 일출을 맞은 진하해수욕장을 떠난다.
최근 수년 간 강추위로 인해 손가락이 얼어붙어 카메라 셧터를 누르기조차 힘들었던
고생스런 일출 시간을 겪었건만 겨울 날씨 답지않게 너무나 따뜻했던 오늘 아침.
금년 한해 모든 일이 잘 되리라는 상서로운 징조로 여기며 발걸음을 옮긴다.
오전 10시28분
울산 진하해수욕장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은 후 뜨거운 떡국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남으로 길을 찾아 도착한 곳은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이기대해안산책로"의 출발점인 "동생말"이다.
북쪽으로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왼쪽부터 광안대교 뒤에 우뚝솟은 해발 640m인 장산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광안대교가 끝나는 지점에 요트경기장, 그리고 고층 건물을 지나 동백유원지(누리마루),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 달맞이공원이 연이어 펼쳐진다.
옅게 드리운 안개로 인해 시계가 맑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이제부터 가야할 방향인 남쪽을 바라본다.
오륙도해맞이공원까지 대략 4km정도를 걸어야하는데, 그 끝은 시야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이곳 지명인 '동생말'에 대해 이곳을 다녀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몇명이나 관심을 가질까?
이곳은 원래 산의 동쪽끝이라해서 "동산미(東山尾)"라 불리던 곳인데,
한자어인 꼬리 "미(尾)"는 '말' 로 변했고..
종래에는 "동생말"이라 불리게된 곳이다.
북쪽 방향의 광안대교가 가로지르는 뒷편 수영만은 산책구간을 걷는동안
꽤 오랜시간 동안 시야에 들어온다.
광안대교 뒷편의 "水營灣(수영만)"에 대해 곱씹어 본다.
'수영(水營)' 은 예전에 "경상좌도(慶尙左道) 수군절도사영(水軍節度使營)"이 있었던 곳이다.
420년 전인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그 때도 올해와 같은 '임진년'이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일본인'이라는 말을 "왜놈"이라고 떳떳이 내뱉고 싶어진다.
오전 10시41분
산책로 한켠에 특이한 구조물이 있다. 안내 간판에 의하면 '해녀막사'이다.
바닷가의 자연 지형지물인 갯바위를 이용하여 이곳에서 물질하던 해녀들이
40여년 전 만든 구조물이라한다.
지난 2005년 남구청에서 일부 비용으로 정비 복원을 한 이곳은 요즘도 해녀들이
어구 보관,잠수복 탈의,휴식 등을 위해 이용하는 곳이라 한다.
영상 6~7도를 오르내리는 따뜻한 날씨인지라 등산 자켓 속에 입은 긴팔 티셔츠를 벗어 배낭에 넣고,
방팔 티만 걸친채 자켓을 입었는데도 땀이 날 정도의 겨울답지 않은 날씨이다.
산책로 변의 동백나무는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한다.
성급한 봉오리는 꽃을 피운 경우도 간혹 있다.
오전 10시52분
출발 지점인 동생말에서 1.2km를 걸어온 지점에 붙은 안내핀에 의하면 이곳이 '어울마당'이다.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을 촬영한 곳이라는 홍보안내문도 눈에 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한 경관을 자랑해도 될만한 곳이다.
맑고 파란 동해 바다 물 빛깔이 너무 고운 곳.
흰 파도가 해안가 바위 절벽을 쉴새없이 때리는 곳.
세찬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해안가 암반의 형태가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바다와 아주 가까운 해변을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급경사 오르막을 숨가쁘게 오르는가하면
또 어느 지점에서는 이처럼 으시시한 바위 절벽 옆을 지나기도 한다.
머리 위의 거대한 암반이 마치 쏟아져 내릴듯한 아슬아슬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오전 11시17분
출발 지점에서 2km남짓 걸어온 지점의 치마바위 아래 갯바위에는
유난히 많은 낚시꾼들이 몰려 있다. 아마도 이곳이 낚시가 잘 되는 이른바 포인트인듯 싶다.
예쁜 여인의 치맛자락 부근에 남자들이 꼬이는 것과 같은 자연의 섭리인지도 모른다.
비록 치마바위 아래 갯바위 부근에 가장 많은 낚시꾼이 몰려 있기는 하지만
산책로 구간 전역에 걸친 갯바위에 낚시꾼들이 없는 곳이 없다.
어제 저녁 먹은 싱싱한 생선회를 생각하니 입가에 군침이 절로 돈다.
나도 생선회는 무척 좋아한답니다!
오전 11시35분
밭골새 부근에서 처음으로 남쪽 방향으로 오륙도가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오륙도가 눈 앞에 바라다보이는 오륙도해맞이공원이 오늘 산책길의 종착점이다.
사진 중앙부의 절벽 위에 기묘한 형상으로 서 있는 바위의 이름은 '농바위'이다.
'농바위'부분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농'이란 버들채나 싸리 따위로 함처럼 만들어 종이를 바른 궤를 포개어 놓도록 된 가구를 이름인데,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는 차라리 2001년 발간된 {남구의 민속과 문화}에 기록된
부처가 아기를 안고 있는듯한 모습으로 지나는 배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한다는
"돌부처상 바위"라는 이름에 더 수긍이 가는 형상이다.
오전 11시39분
농바위 바로 위 절벽에서 아래쪽 농바위를 내려다본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다. 기묘하게 포개어진 바위가 금방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오전 11시47분
절벽 모퉁이를 돌며 지나온 뒷쪽을 돌아본다.
옅은 안개로 인해 수평선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다.
그러나 멋진 자태의 농바위는 그 모습을 작게나마 뚜렷이 보여준다.
농바위 부분을 망원렌즈로 가까이 살펴본다.
이제서야 비로소 종이를 붙여 만든 궤인 농을 포개 놓은듯 보인다.
얼마나 바빴기에 저리도 위태롭게 급히 포개 놓았을까?
오래 전 우리 선조들의 잠 잘 시간까지 쪼개가며 일해야 먹고 살 정도의 찢어지게 가난했던 삶이
머릿 속으로 오버랩 되며 괜한 서글픔이 밀려온다.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이어지는 신선대부두의 수출 물동량이 더욱 많아져 420년 전 우리 강토를 침략한
왜놈들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다시 한 번 고대해 본다.
오전 11시58분
오늘 해안산책구간의 최종목적지인 오륙도 해맞이공원에 도착했다.
남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공원에 따뜻한 새해 첫 햇살이 비친다.
파릇파릇 피어나는 풀잎들을 바라보니 마치 벌써 봄이 찾아온듯 싶다.
따뜻한 남쪽나라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남쪽 바다 위에 오륙도가 몇개의 점을 이루며 떠 있다.
동행한 일행들은 한결같이 언덕 위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꿈을 꾼다.
나도 주소를 저 아파트단지인 'SK 뷰 아파트'로 바꾸고 싶어질만큼 경관이 멋진 아파트단지이다.
북쪽으로 바라다보이는 바닷물의 색깔이 쪽빛이다.
매년 2월이면 매화꽃을 보기 위해 찾는 전남 광양 매실농원 뒤 쫓비산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 물빛이 옥색. 즉 쪽빛이었다.
새해 첫날부터 무척 상쾌한 기분으로 시작하는 기쁨.
낮 12시16분
남쪽 바다 위로 은빛 햇살을 받으며 점점이 떠 있는 오륙도를 바라보며
새해 첫 일출여행 일정을 마감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5개의 섬,또는 여섯개의 섬으로 보인다해서 얻은 이름인 오륙도.
'오륙도'는 보는 방향에 따라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이 사진은 오륙도의 남동쪽 먼 바다에서 바라본 오륙도와 그 뒤 오륙도해맞이공원 뒷편 풍경으로
지난 2008년 5월14일 오전 9시22분 일본 오사카 지방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도중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크루즈호 선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오륙도의 남서쪽 방향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지난 2010년 1월1일 오전 11시48분 태종대 부근 해안산책로에서 찍은 사진이다.
우리에게 이름만으로도 친숙한 오륙도는 그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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