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31일 오전 11시 20분.
제 12회 인제빙어축제 참관을 위해 아침 7시 반 대전을 출발해 경부 고속도로, 중부 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도착한 인제군 남면 부평리 소양호변.
고속도로의 정체로 인해 작년 11회때보다 30분이 더 걸린 때문인지 이미 주차장에는 일찍 온 차량들이 절반 이상 들어차 있다.
빙어는 공어,은어,빙어,뱅어,병어등 매우 다양한 이름을 가진 어종 가운데 하나로서 '호수의 요정'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빙어(氷魚)라는 이름은 조선말의 실학자인 서유구(1764~1845)의 《전어지》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몸길이가 약 15cm에 불과한 빙어는 이처럼 자그마한 얼음구멍만 만들어도 낚시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전국 각 저수지에서 번식하는 빙어는 대부분이 1925년 함경남도 용흥강에서 도입된 것이라 한다.
순수 토종 빙어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국내최고의 저수지 충북 제천의 의림지에서만 서식하며 낚시가 금지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은바 있다.
빙어의 분포지역은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넓은 지역에 이르며,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불리는 방언으로는 방 민물멸치(완주), 공어(전북, 대전, 전남, 충북), 메르치(수원), 멸치(완주), 방아(양구, 철원), 뱅어(화천, 광주,속초), 보리붕어(보령), 병어(양구, 화천, 고양, 제원, 고창), 핑어(충주), 오까사끼(밀양), 아까사기(밀양)등으로 다양하며 일본어명은 와카사기(ワカサギ) 이다.
떼지어 몰려 다니는 빙어를 제대로 잡으려면 해 뜨기 전인 새벽녘이 적기이기에 정오가 다 되어가는 낮 11시 48분 이시간에는 빙어들이 거의 물 밑 바닥으로 들어가 쉬는 중이므로 빙어를 낚아 올리는 모습을 거의 볼수 없다.
하지만, 도회지에서 쉽게 보기 힘든 드넓은 얼음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며 축제에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는 현장이다.
빙어의 참맛은 살아있는채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회맛이지만,
물고기를 말로 먹는 것에 익숙치 못한 이들을 위해 각자 잡은 빙어를 가져오면 무료로 튀김가루를 묻혀 튀겨주는
이 부스에는 튀김을 기다리는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고사리 손을 호호불며 아빠와 함께 빙어 낚시를 즐기는 이 아이에게
오늘의 이 기억이 먼 훗날까지도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낚싯대를 잡기 위해 내민 손이 너무 앙증맞다.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호수가 1m이상의 두께로 얼어붙은 드넓은 얼음 위.
행사 주최측인 인제군에서 안전진단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통제구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은 전혀 없다는 주최측의 설명이다.
빙어축제장이라고해서 빙어만 잡다 돌아가란 법은 없다.
이처럼 아빠와 함께 어린 동생을 태우고 달리는 빙판 위의 썰매타기를 즐기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 또한 흐뭇한 정경 중 하나이다.
축제장 한켠에는 자작나무 100여그루를 적절히 배치하고 물을 뿌려
얼음 동산을 만들어 놓은 "은빛 나라"가 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추억의 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 중 하나다.
낮 12시 59분.
얼음판 위를 두루 돌아나디다보니 추위와 허기를 동시에 느낀다.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로 기온은 영상이지만 햇빗이 구름에 가린채 바람이 비교적 세차게 불어 모두들 추위를 느끼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 때문인지 먹거리를 파는 곳마다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따끈따끈한 황태 해장국과 빙어회 한 접시를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추위도 완전히 가시며 기분도 한결 좋아진다.
오랜 전통을 지닌 인제의 목공예를 홍보하기 위한 목공예 전시관 내부에서는 목공예만들기 체험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예쁜 복공예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띈다.
최근 들어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느끼는 점이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모습을 여기서도 보게된다. 목공예전시관 한 모퉁이에서 경기도 관광홍보를 위한 홍보활동이 한창이다.
오후 2시 51분.
점심 시간이 지난 후 인파가 오전보다 눈에 띄게 불어났다.
5000원의 비용으로 행사장 주위 빙판 위를 한바퀴 도는 아이스모빌,얼음마차, 등등 놀이기구들도 대목을 만난듯
축제장의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뜨거워지는듯하다.
축제장 중심부에 마련된 공연장에는 빈좌석이 없을 정도로 관객이 붐빈다.
노바디댄스공연, 아카펠라 공연, B-boy공연, 7080통기타 공연,축하공연 등이 오전부터 계속 이어진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축하공연에서 오늘 출연할 가수들은 신지, 이태원, 신계행, 강은철 등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간에는 젊은이들보다는 중년층 관객들이 대부분이다.
축제 폐막일인 2월2일밤 행사 일정의 하나인 '달집태우기'를 위해 각자의 소원을 적어 달집에 끼워 놓는 이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진다.
특히나 올해는 불경기 때문에 빌어야할 소원들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소원을 벅어 놓은 종이가 작년보다 많아 보이는 것이 나 혼지만의 기우이기를, 그리고 모든 소원들이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
빙어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강원도 인제군 남면 부평리 소양호 상류 부분이다.
면적은 대략 300만평 정도라고 한다.
설악산 자락인 백담계곡과 내린천 물이 합류하여 만들어진 청정호수이기에 빙어가 많이 산란을 하는 곳이다.
오후 3시 38분.
어린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 이 눈썰매장인 것 같다.
귀가시간이 까까워지며 마음이 초조해지는 부모들과 달리 눈썰매를 즐기는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오후 4시 13분.
행사 진행 요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축제장을 떠난다.
대부분 인제군의 일반 주민들인듯한 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심한 가뭄 때문에 호수의 물이 너무 줄어 지난해 11회때만큼의 운치를 조금 잃은듯한 빙판의 정경이
내년에는 옛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며 그들의 환송을 웃음으로 답한다.
오후 5시40분.
귀가길.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나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산 너머로 모습을 감춘다.
하루 종일 찌푸렸던 날씨가 어두워지면서 구름이 걷혀가기 시작한다.
상습 정체지역인 원주 부근을 지나며 조금 짜증나던 마음이 구름 사이로 비치는 붉은 저녁 해를 보며
조금 풀어진다. 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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