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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으로 노랗게 물든 구례 산동면



2009년 3월21일 토요일 오전 10시 39분.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산수유 꽃을 보기위해 축제장으로 향하는 도중 들린 수락폭포.

구례읍 백련리 출생으로 동편제 판소리의 대가인 송만갑(1865~1939)이

득음(得音)을 위해 수련했던 장소로 알려지면서 국악을 배우는 이들이

득음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폭포 앞의 작은 정자 이름도 득음정(得音停)이다.

극심한 가뭄 탓에 웅장한 폭포의 위용을 보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오전 11시 29분.

수락폭포를 떠나 올해로 11회 째인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리는 지리산온천랜드에 도착하니

주말을 맞아서인지 드넓은 축제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축제장 중심부를 비켜나가 천변을 따라 산수유 나무 군락지를 찾아 걷는 길.

온 세상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대부분의 산수유 나무들은 크기가 4~5미터 정도이지만

이처럼 수백년은 묵었음직한 고목도 간혹 눈에 띈다.

비록 젊은 나무에 비해 꽃이 무성하지는 않으나 묵묵히 버티는 고목이

줄지어 놓여 있는 벌통과 어울려 운치를 더해준다.



공해에 약하지만 내한성 강하고 이식력이 좋아

진달래나 개나리, 벚꽃보다 먼저 개화하는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 꽃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 수형과 아름다운 열매로 조경수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높다.

20~30개의 작은 꽃들이 뭉쳐 퍼지며 핀다.



한국, 중국이 원산지인 산수유나무는 특히 토심이 깊고 비옥한 곳에서 잘 성장하고

햇볕을 좋아하나 음지에서도 개화 결실하며

각종 공해에는 약한 편이나 내한성이 강하고 이식력이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지역인 이천시 백사면에서도 재배하지만 주로 남부의 산지에서 자생한다.



우리 나라 산수유(열매) 생산량의 60%가 구례군에서 생산되며

또한 구례 지방 생산량의 85%는 지리산 만복대 기슭에 자리잡은

이곳 산동면에서 생산된다 한다.



매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에 걸쳐 우리 나라에서 산수유 꽃 축제를 개최하는 곳은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경북 의성군 사곡면 등이 있으나

올해로 제11회 째를 맞는 이곳 구례 산동면의 산수유 꽃 축제에 비하면

다른 지역의 경우 역사나 그 규모가 이곳에 미치지 못한다.



산수유가 이곳 구례군 산동면의 지방특산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200년 전쯤이었다고 한다.

지리산 험한 준봉에 둘러싸여 있어 논이 적고 밭이 척박하였기에

산수유 나무를 곳곳에 심어 생계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요즈음 산수유 꽃 하나만으로 전국 각지의 행락객들을 불러모으는

이곳 위안리는 한국전쟁 전만 해도 1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제법 큰 마을이었다 한다.

그러나 여순 반란사건(1948)으로 많은 주민 대다수가 목숨을 잃으면서

지금은 40여 가구만 그 땅을 지키고 있다.



농촌 일손 부족 현상 때문인지 수확을 못하고 해를 넘겨 말라 버린 산수유 열매가 안쓰럽다.

산수유 열매는 8월부터 녹색의 핵과가 형성되어 10월이면 진한 붉은색으로 익은 아름다운 산수유 열매를 볼 수 있다.

10월 중순의 상강(霜降) 이후 서리가 내린 다음에 수확하는데

육질과 씨앗을 분리하여 육질은 술과 차 및 한약의 재료로 사용한다.

씨에는 렉틴(Lectins)이 들어 있어 인체에 유해하므로 반드시 씨를 제거토록 해야 한다.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과 함께 비교적 일반에게 잘 알려진 한약 중 하나인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에 산수유를 비롯한 여섯가지 약재가 들어간다.



오후 1시 37분.

희망, 여유로움, 따스함을 준다는 노란색.

그로 인해 피로가 조금은 회복되었으리라 자위하며 축제장을 떠날 채비를 한다.

머릿 속으로는 재구 시인의 "산수유 꽃 필 무렵"이라는 싯귀를 다시 떠올려 본다.

--산수유 꽃 필 무렵--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 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