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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蛇梁島)에 찾아온 봄소식.



3월 7일 토요일.

여행이나 등산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 꼭 한 번은 가고파하는 아름다운 섬 경남 통영시 사량도로 향한다.

꽃샘 추위로 기온이 영하 5도에 육박하는 아침 8시경 대전을 떠나 삼천포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20분경.

남쪽 바닷가 답게 포근한 날씨와 환상적인 하늘 풍경, 그리고 사량도까지 실어다 줄 자그마한 목선이 선착장에 멈춰 멀리서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려온 손님을 맞는다.



오전 10시 55분.

출항한지 15분 남짓 지나자 우측에 삼천포 화력발전소와 함께 멀리 창선,삼천포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수년전 창선,삼천포대교 개통시 다리 명칭문제로 남해군과 사천시가 혈투를 벌이던 것을 생각하면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위치한 행정구역이 경상남도 고성군임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아마도 발전소 준공시기가 지방자치제 정착 이후였다면 삼천포화력이라는 이름을 손쉽게 얻지는 못했으리라..



오전 11시 28분.

11시20분경 사량도의 선착장 중 하나인 내지항에 내려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니 북쪽으로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배에서 내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쪽 길을 따라 지리망산으로 오르거나 일부는 남쪽 길을 따라 불모산으로 올랐지만

지난 겨울부터 통증을 느끼는 오른쪽 무릎이 완쾌되지 않아 해안도로쪽을 택한 것이다.

누군들 산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이 없으랴만은 과욕이 화를 부르는 법. 욕심을 버리자.



머리 아래 바다쪽에서 휘파람 소리가 자그맣게 들린다. 코발트 빛 바다 위에 검은 잠수복의 해녀가 보인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내는 해녀들의 휘파람 소리를 "숨비 소리"라 부른다.

걸음을 옮기면서 멀어져가는 숨비소리가 정겹게 마음에 느껴진다.



낮 12시 33분.

계속해서 북쪽을 향한 해안도로를 걷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자 눈 아래 술미도 사진으로 잘 알려진 술미마을이 보인다.

햇살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전형적인 작은 섬마을이다.



낮12시 53분.

내지에서 걸어서 40분이면 도착한다던 대항마을이 눈 앞에 펼쳐진다.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며 카메라 셧터를 여유롭게 누르며 걷는 여행. 여유있는 이런 여행이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중앙에 보이는 산 봉우리는 이곳 사량도 상도의 동쪽 끝에 위치한

해발 216m인 고동산이다.



오후 1시 35분

대항 선착장이 내려다 보이는 양지 바른 풀밭에서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금평항이 있는 동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다시 걸음을 옮긴다.

오른쪽 머리 위로는 멀리 해발 291m옥녀봉이 보인다.



해안도로 우측 산비탈에 있는 진달래 군락지에 철 이른 진달래가 몇 그루 분홍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여건이 허락하면 분홍빛 진달래가 만개할 때 다시 찾고 싶다.



왼쪽 아래 바다쪽으로는 이곳 사량도의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자그마한 대항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인다.

해수욕객을 위한 편의시설인 휴게소 건물의 빨간 지붕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오후 2시 1분.

완만한 오르막길을 십 여분 걸어 오른 후 남쪽을 향한 내리막길로 방향을 돌리니

이곳 사량면 면소재지인 금평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길가의 동백나무 대부분이 봉오리만 맺힌 상태이건만 가장 높은 곳의 동백꽃 한 그루는 진홍빛 빛을 발하는 동백꽃 몇 송이가 활짝 웃는 낯으로 길손을 맞는다.



정남향인 금평항의 아늑하고 따뜻한 기후 때문인지 사량도에 도착해 활짝 핀 매화꽃을 처음 보니 이곳 사량도에는 완연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북쪽으로 고동산을 등지고 남쪽으로 금평항 바다를 내려다보는 곳에 있는 장군 사당 모습이다.

대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사당 내부를 보지는 못했지만, 보호수로 지정된 이 고목나무 앞에서는 경건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나 자신 최영장군의 후손이 분명함을 인식한다.



최영장군 사당 바로 아래의 민가 뜰에서 망울을 터뜨리는 자목련의 모습을 보니

뭔가 생뚱맞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흰 꽃이 피는 목련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가 원산인데 비해

자주빛을 띄는 이 자목련 [紫木蓮]중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임을 집 주인은 알고 있는지?

최영장군께서는 아마도 매년 봄이 오면 자목련을 먼저 보느니 백목련을 먼저보기를 원하지 않으실까?



이곳 금평항은 차량을 실어 나르는 페리의 선착장이 있고, 섬 일주 버스의 기착점이기도하다.

자그마한 항구를 중심으로 면적26.83㎢에 인구 944세대에 1,920 (2008 5월현재 ) 인 사량면 면사무소도, 그리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서로 이마를 맞대고 옹기봉기 모여 있다.

선착장에서 북동쪽으로 보이는 옥녀봉을 일별한 후 금평항을 떠난다.



금평한 한쪽 양지 바른 곳에 대도시 주택가 골목길에서 삶에 찌든 우리네 서민들에게 가장 먼저 봄을 느끼게 해주는 개나리꽃이 눈에 띈다.

개나리꽃을 보니 무척이나 반갑다. 나 자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심인 서민의 한 사람임이 이때만은 뿌듯하게 느껴진다. 물 한 모금 만큼의 행복을 느낀다.



오후 2 57.

삼천포로 돌아갈 배를 타게될 대항 선착장이 보이는 언덕까지 도착했다.

배가 떠날 시간까지는 아직 1시간 30분의 여유가 있다.

다시금 느림의 미학을 실천에 옮긴다.

걸음만 더디게 내 딛는게 아니라 아예 해안선을 따라 걷기 위해 바닷가로 발길을 돌린다.



1시간 전까지 파랗던 하늘에 엷게 구름이 끼면서 피부를 스치는 공기가 차다.

더구나 북향한 이곳 대항선착장에서 맞이하는 바닷바람은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것 마냥 을씨년 스럽다. 그래서인지 산행을 마친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지어 해변가 구멍가게에서 소주나 막걸리로 허기와 한기를 달랜다.



이곳 사량도의 사량(蛇梁)이라는 이름은 섬의 형상이 긴뱀(長蛇)형이라는 풍수지리설에 따랐다고 한다.

또한 섬 중앙을 가로지르는 지리(), 불모산,가마봉, 옥녀봉이 능선으로 연결되어 긴뱀의 등을 산행하는 기분이기도 하다.

사진에 보이는 봉우리들은 우측에서부터 톱바위,가마봉,향봉,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오후 4 29.

주말 낮 5시간 여동안 머물렀던 사량도를 떠난다.

이 자그마한 어촌에 내일 일요일에는 오늘보다 더 많은 인파가 머물다 가리라.

제발 그분들 한사함 한사람이 우리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마음으로 휴일 하루를 보내기만을 바란다.

또 한가지 건강을 위해 산행을 한다면서 삼천포로 돌아가는 배 안에서 술판을 벌이며 소란하게 하는 그런 류의 인간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얘들아! 네 놈들은 앞으로 배낭과 등산화 벗어버리고 산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라! 바닷 속에 쳐 넣어버리기 전에..”



오후 4 44

사량도를 출발한 배가 15분 정도 달리자 사량도 상동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담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올 가을에 다시 찾아와 붉은 옷으로 갈아 입은 사량도를 다시 보고 싶다.



오후 5 44.

삼천포 어시장 구경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바닷가 횟집 배출구에서 섞여 나오는 생선 내장 등 먹이를 노리는 갈매기의 눈매가 무척이나 매섭게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보는 갈매기는 머리와 가슴·배는 흰색이고 날개와 등은 잿빛이며,

부리 부분에 빨간색과 검은색 띠가 있는 우리나라 텃새인 괭이갈매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