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동백섬 지심도에서 봄을 만나다.



3월1일 일요일 오전 11시 37분.

동백섬 지심도 방문을 위해 아침 6시 집을 나서 장승포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바닷가 특유의 진한 갯내음에서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11시 반에 출항한 동백섬 지심도로 향하는 자그마한 유람선이 제 방향을 잡으면서

아담한 장승포항이 눈에서 멀어져 간다.

지난 2003년 10월 하순 개관한 거제문화예술회관의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낮 12시 1분.

장승포항에서 이곳 동백섬 지심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 여분.

배에서 내리면서 곧바로 섬 구경이 시작된다.

평상복으로도 섬 일주가 가능한 지형이건만 등산용 스틱까지 구비한 산악회 회원들의 행장은 좀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선홍빛을 머금은 요염한 동백꽃은 모든 방문객들을 활짝 웃으며 맞는다.



섬 전체 면적이 약 10만평 정도이고 해안선 길이가 불과 3.7.km인 이곳 지심도의 동백꽃은 크기가 무척 작다.

마치 지난 가을 백양사에서 만났던 애기 단풍처럼 앙증 맞고 귀여운 느낌이다.

후박나무·소나무·유자나무·동백나무 등 40 여종에 이르는 수목과 식물들이 자라는데,

전체 면적의 60∼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한다고 한다.



낮 12시 17분.

섬 남쪽에 위치한 과거 일본군이 쓰던 포 진지의 모습이다. 포 진지 뒤쪽의 인공 동굴은 당시의 탄약고이다.

3.1절을 맞아 그 뜻을 기리는 의미도 겸하여 찾은 이곳 지심도.

지난 1936년 일제 강점기에 왜놈들이 약 15가구의 우리나라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 내고

1개 중대 병력이 해방 때까지 주둔하며 아름다운 우리 땅을 쥐방울 만한 왜놈들이

유린한 역사의 현장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오늘 3.1절 하루만은 일본인이라는 젊잖은 말 대신 내 마음 내키는대로 왜놈이라고 칭하고 싶다.



왜놈들이 만든 포진지에서 바라보이는 바다는 너무 깨끗하다 못해 코발트 빛이 난다.

나침반으로 확인해보니 정남향이다.

지난해 봄 오사카항의 바닷물이 흙탕물에 가까울 정도로 탁한 색깔을 띄던 것이 기억난다.

이토록 깨끗한 바다를 맨입으로 꿀꺽 삼키려던 왜놈들의 심뽀가 너무 고약하다.

국민학교 시절 학교 건물에 붙여져 있던 반공 , 반일 표어를 다시 내다 걸고 싶어진다.



낮 12시 29분.

이곳 지심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가 있는 곳이다. 남북으로 바다가 보이는 곳.

안내도에도 그리고 입구의 작은 팻말에도 활주로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아마도 과거 왜놈들이 경비행기 이착륙용으로 만들던 것인듯한데, 실제 비행기의 이착륙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이 넓은 활주로 풀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며 준비해 온 음식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남쪽 바다가 바라 보인 곳에 벤치를 몇 개 만들어 놓았다.

오랜 시간 머물며 편안히 쉬었다 가고픈 곳이다.



북쪽으로는 멀리 장승포항이 보인다.

3월초라는 절기에 어울리지 않게 따뜻한 날씨, 그리고 코발트 빛 바다위에 흰 포말을 그리며 지나는 작은 배들.. 마치 멀리 남국으로 휴가차 떠나온 느낌마저 든다.



오후 1시 8분.

점삼 식사와 휴식을 끝내고 다시 해안선을 따라 동백섬 탐험에 나선다.

이곳 지심도는 산책로의 태반이 이처럼 동백나무 터널로 이어진다.



섬 동쪽 끝 부분의 전망대에서 바라 보는 바다 풍경이 일품이다.

따뜻한 봄바람이 상쾌한 해풍에 솔 향기를 곁들여 코 끝을 간지럽힌다.

봄은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왔다. 그러나 우매한 인간들의 마음은 아직 봄을 느끼지 못하는듯하다.



지심도 전체를 통틀어도 몇 그루 되지 않을듯한 매화나무이건만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동백 다음에 봄 꽃으로 맨 먼저 이른 봄에 꽃을 피우며 맑고 깨끗한 향기를 그윽하게 풍기는 청렴하고 세속을 초월한 절개가 있는 꽃이 바로 매화이다.

불현듯 청구영언의 한 귀절이 머리에 떠 오른다.

매화 옛 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

녯 퓌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한국,중국,일본 등의 따뜻한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주로 분포된 동백의 꽃말은 신중,허세 부리지 않음이다.

꽃말 답게 바다를 배경으로 핀 동백꽃을 보노라면 마치 어린 시절 태산처럼 여기며 꽁무니를 따라다니던 큰 바위같이 믿음직스럽던 큰 형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오후 2시 43분.

간략하게나마 섬을 한 바퀴 둘러 본 후 선착장으로 향한다.

늦은 시간임에도 지심도를 찾는 행락객들이 줄을 잇는다.

지심도(只心島)라는 이름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멀리서 보면 보리알과 비슷하다 하여 보리섬으로도 불려왔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백섬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다만 오래전부터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부산 해운대의 동백섬과 구분하기 위함인지 동백섬 지심도라는 긴 이름으로 불린다.



선착장에 도착한 행락객들은 늦은 시간 때문인지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조만간 다시 찾아와 오늘보다 좀 더 시간을 들여 둘러 보고픈 섬이다.

아울러 자연 경관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 행락객 숫자를 제한하는 조치가 절실하리라.



휴일 낮 불과 3시간 머물렀던 동백섬 지심도를 떠난다. 모두들의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누군가 유정동백꽃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곳 동백섬 지심도에 도착하면서

김유정동백꽃은 머릿 속에서 지웠다.

왜냐하면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 그리고 점순이와 함께 등장하는 동백꽃은 노란 동백꽃이니까.

차라리 송창식 작사,작곡의 선운사가사가 뇌리에 선명히 떠오른다.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오후 3 38.

장승포항에 도착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에 타기까지 한 시간 반의 여유가 있다.

늦은 오후 장승포항은 적막감까지 감돈다.

1889(고종 26)한일통어장정() 이후 일본 어민들이 들어와 마을을 이루기 시작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장승포항 해변 산책과

뜨거운 복국 한 그릇으로 휴일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