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28일 토요일 오전 10시 54분.
사량도의 부속 섬 중 하나인 수우도를 향해 삼천포항에서
자그마한 목선에 몸을 실은 지 20여분이 지나자 시야가 넓어지며
창선. 삼천포 대교의 전체 모습이 거의 드러난다.
늑도,초양도,모개도를 디딤돌 삼아 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창선대교,단항교
5개 다리로 연결된 총 길이 3.4km인 이 다리는 정식 명칭이 창선. 삼천포대교로
건설교통부에서 발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어 있는 다리이다.
오전 11시45분.
수우도 선착장에서 배를 내려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지 20여분.
동쪽으로 사량도 하도(下島)의 칠현산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 3월7일 사량도를 방문했으나 눈 앞에 보이는 하도에는 들리지 못하고
면사무소가 있고 지리망산과 옥녀봉이 있는 있는 상도(上島)에만 발을 디딘바 있다.
나의 여행벽으로 보아서는 조만간 하도에도 들릴 수 밖에 없으리라.
낮 12시 36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름 모를 봉우리에서 점심과 휴식을 마치고
다시 이곳 수우도의 최고봉인 은박산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비교적 완만한 북쪽 사면에 비해 좌측 남쪽 사면은 급경사를 이룬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이 능선 부분은 웬만한 고산준령보다 장관을 이룬다.
급경사와 절벽으로 이어지는 남쪽 사면의 바다 색깔은 그야말로 쪽빛이다.
총 면적이 1.51㎢ 이고 해안선길이가 불과 7㎞인 너무나도 작은 섬의 풍경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장관이 계속 이어진다.
바로 앞에 보인 작은 바위섬 이름이 독수리섬이라는데, 내 눈에는 독수리 부리만 보인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진달래의 분홍빛이 시원한 바닷 바람과 어울려 상쾌함을 더해준다.
지아비의 무덤을 지키던 여인의 피맺힌 슬픔이 꽃잎에 닿아 붉은색이 되었다는 진달래는
‘이별의 한’을 상징한다고 해서 두견화 또는 귀촉화라고도 한다.
그러고 보니 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떠 올릴 때마다
더 없이 가녀린 여인의 심정이 묻어나는 것도 그 때문일까?
오후 1시 12분.
작은 나무판에 세로로 은박산 189m라고 써서 진달래나무 가지에 묶어 둔
어찌보면 엉성해 보이면서도 소담스러운 정상 표지판이 있는 은박산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한다.
느낌으로는 수백미터 이상 올라온듯한 멋진 조망이다.
북쪽 사면을 따라 몽돌해수욕장쪽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비교적 경사가 가파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상남도 통영시이지만 생활권은 약 13km 떨어진 삼천포인 이곳 수우도.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작은 섬에 나무도 많아 수우도(樹牛島)라 불린다는 작은 섬.
30여가구가 모여사는 작은골 마을 가장자리가 눈에 들어 온다.
동백섬 수우도라고도 불리는 섬 답게 여러 곳에 동백나무 군락지가 분포해 있는 섬이다.
간혹 동백나무 터널을 지날 때면 어둠 속을 지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이곳 수우도의 동백나무는 모두 2만여 그루로 수령은 200년에서 500년 정도의 비교적 큰 나무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백꽃을 거의 볼 수 었었다는 것이다.
간혹 봉우리만 맺힌 동백나무를 보기는 했으나 알고 보니 이곳의 동백나무는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일찍 꽃을 피운다고 한다.
내년에는 2월에 이곳을 찾아 선혈처럼 붉게 떨어져 내리는 동백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오후 1시 55분.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어두운 동백나무 숲을 지나자
갑자기 눈 앞에 몽돌 해변과 함께 푸른 바다가 나타난다.
멀리 행정구역상으로는 경상남도 고성군이지만
삼천포화력발전소로 불리는 발전소의 집진을 위한 거대한 굴뚝의 위용이 나타난다.
산행이라기보다는 트래킹이라고 해야할 오늘의 일정이 끝을 보인다.
학창 시절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을 익히 들어 오면서도
실제로 숭어가 뛰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한 사람들도
이곳 몽돌 해변에서 숭어가 뛰는 모습을 실컷 구경한다.
성질이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한 도약의 명수인 숭어가
뛰어오를 때에는 꼬리로 수면을 치면서 거의 수직으로 뛰어오르며
내려올 때는 몸을 한 번 돌려 머리를 아래로 하고 떨어진다.
꼬리가 멋지게 갈라진 것을 보니 개숭어에 비해서는 맛이 월등하며 값도 비싼 참숭어다.
오후 2시 51분.
수우도 선착장을 떠난지 20여분이 경과하자 수우도 전체 모습이 카메라 뷰 파인더에 잡힌다.
우측에 가장 높은 봉우리가 은박산 정상이다.
바람이 거의 없고 햇살도 따뜻한 너무나 좋은 날씨 덕분에 여행객들은 한결같이 행복한 모습이다.
하루가 기울어가는 늦은 오후면 삼천포항에도 다른 모든 바닷가와 다를 바 없이
갈매기들이 유난히 소란스레 활동을 이어 간다.
생각보다는 털이 고운 갈매기이지만 육식 조류 특유의 매서운 눈초리만은 언제 보아도 섬뜩한 느낌이 든다.
갈매기 떼의 소란스러운 배웅을 받으며 하루 일과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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