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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 신라 천년의 역사가 담긴 산(2)



2009년 4월18일 토요일 낮12시38분.
정상석 뒷편에 한시를 새기고 아래에 우리말로 해석을 한 글을 읽어보며
멋드러진 자태의 소나무를 등지고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을 시작한다.

"금오산을 노래함
높고도 신령스런 금오산이여!
천년왕도 웅혼한 광채 품고 있구나.
주인 기다리며 보낸 세월 다시 천년 되었으니
오늘 누가 있어 능히 이 기운 받을련가? "



오후1시39분
상사바위 근처에서 점심 식사 후 휴식을 취한 후 하산길목
마애석가여래좌상 [三陵溪谷磨崖石迦如來坐像] 아래에 자리 잡은 상선암을 지난다.
천년고도 경주 남산의 사람 왕래가 빈번하다 못해 혼잡스러울 정도인 이곳
삼릉계곡에 자리 잡은 암자가 이리도 초라해 보일 수 있는지 의아스럽기조차하다.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라는 문구만 머릿속으로 맴돈다.




상선암을 지나며 앙증맞은 다람쥐 한 마리를 만났다.
산행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다람쥐들은 사람을 보기가 무섭게 시야에서 사라지는데
이 다람쥐는 겁이 없는 편이다. 가까이서 바라보고만 있다.
세상 물정을 몰라서인가? 아니면 나의 인품(?)을 믿어서인가?



오후1시54분
보물 제666호인 경주삼릉계석불좌상 (慶州三陵溪石佛坐像)이다.
화강암을 조각하여 만든 것으로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으며
정수리 부근에는 큼직한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이 자리잡고 있다.

8각의 연화대좌에 새겨진 연꽃무늬와 안상을 비롯하여 당당하고 안정된 자세 등으로
보아 8∼9세기에 만들어진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손상 입은 안면,좌대 등 보수공사가 빨리 끝나 좀 더 정돈된 상태로 관광객을 맞을 날을 기대한다.



오후2시11분.
자연 암벽의 동서 양벽에 각각 마애삼존상을 선으로 조각한 6존상으로,
그 조각수법이 정교하고 우수하여 우리나라 선각마애불 중에서는 으뜸가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는
선각육존불(線刻六尊佛) 이다.

오른쪽 삼존상의 본존은 석가여래좌상이며, 그 좌우의 협시보살상은
온화한 표정으로 연꽃을 밟고 본존을 향하여 서 있다.
왼쪽 삼존상의 본존 역시 석가여래로서 입상이며,
양쪽의 협시보살상은 연꽃무늬 대좌 위에 무릎을 꿇고 본존을 향해 공양하는 자세이다.



오후2시17분
지난 1964년 8월 동국대 학생들에 의해 30m 남쪽 땅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머리와 손이
떨어져 나간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다.
왼쪽 어깨 아래와 오른쪽 팔꿈치 아래가 떨어져 나간 미로의 비너스보다 내 눈에는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왼쪽 어깨에서 흘러내려 매듭 지어진 가사 끈과 아래 옷을 동여 맨 끈, 그리고 무릎 아래로 드리워진
두 줄의 매듭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점 등으로 보아 사실적 이상주의에 입각한 8세기 중엽의
작품으로 추정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불상의 목이 잘려진건 아마도 조선 후기의 폐불정책 및 이른바 풍수지리설에 근거한 명당찾기와
관련이 있을듯도 하다.



오후2시24분
산길이 끝나고 삼릉으로 향하는 평지로 들어서며 운치있는 소나무들이 진한 솔향기와 우아한 자태로
산행에 지친 길손들의 눈과 코를 자극한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던 신라인들의 후예들이 사는 곳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오후2시28분
흔히 배리삼릉이라 불리는 삼릉계곡 이름의 유래인 삼릉에 도착했다.
사적 제219호인 이 능은 신라의 박씨 왕인 제8대 아달라왕(阿達羅王), 제53대 신덕왕(神德王),
제54대 경명왕(景明王)의 능이라 한다.
능(陵)의 형식은 규모가 큰 원형 토분(土墳)이며, 표식(表飾)은 하나도 없고, 상석(床石)이 하나 있으나
이것은 최근에 설치한 것이라 한다. 중앙에 위치한 신덕왕릉은 1953년과 1963년 2차례에 걸쳐 조사되어
내부 구조가 밝혀졌다는데,
8대 아달라왕의 무덤이 600여년의 차이가 나는 다른 두 왕의 무덤과 나란히 있다는 점은 의문이다.
좀 더 면민힌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오후2시42분.
귀가 차량 탑승 시간에 여유가 있어 부근의 자그마한 사찰인 망월사를 찾았다.
대부분의 사찰이 조계종이지만 이곳은 흔치 않은 원효종 사찰이다.

망월사의 창건 및 연혁은 자세하게 전하는 문헌 기록이 없는데, 절에서 전하기로는
신라 선덕왕(재위 632~646) 때 선방사(禪房寺)로 창건되었다 한다.
그 뒤 임진왜란으로 폐사 되었고, 1950년 무렵 옛터 위에 중건되어 오늘에 이른다.
절에서 전하기로는 망월사라는 절 이름은 대웅전을 지을 때 땅에서 옛날 초석이 나왔는데
망월사 라고 새겨져 있어 그 이름을 그대로 쓴 것이라고 한다.
망월사는 원효종의 중요한 사찰로 꼽힌다.



오후2시49분.
귀가 차량 탑승지인 서남산주차장(삼릉주차장)으로 향하는 35번 국도변에는 겹벚꽃이 한창이다.
벚나무 아래를 걸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를 보며 오래 전 젊은 날의 내 모습을 떠 올리며
주말 하루를 마감한다.

겹벚꽃은 장미과의 낙엽교목으로 주로 산지에 퍼져 있다. 일반적인 왕벚꽃보다 개화시기가 늦다.
높이 20 m에 달하고 수피(樹皮)가 옆으로 벗겨지며 검은 자갈색(紫褐色)이고 작은가지에 털이 없다.
잎. 꽃은 4∼5월에 분홍색 또는 백색으로 피며 2∼5개가 산방상(房狀) 또는 총상(總狀)으로 달린다.
꽃자루에 포(苞)가 있으며 작은꽃자루와 꽃받침통 및 암술대에는 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