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우주센터를 품에 안은 외나로도와 봉래산


2009년 6월28일 오전 10시 59분.
잔뜩 찌푸린 장마철의 휴일 아침 대전을 떠나 4시간 여를 달려온 차량이
고흥반도와 내나로도를 이어주는 연륙교인 제1나로대교에 당도했다.

다리 건너 내나로도 전체가 짙은 구름과 안개로 뒤덮여
일면 신비감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오전 11시25분.
내나로도와 그 남쪽의 외나로도를 연결하는 제2나로도를 지나 한참을 달려
봉래면 소재지에서 예내리 우주센터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차를 내린 시간이 오전 11시20분경.
산행을 시작한지 5분여가 지나 내초마을 쪽으로 보이는 동쪽바다쪽을 바라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한 날씨다.



오전 11시29분.
해발 410m인 봉래산 정상을 오르려면 갈래길인 무선국 에서 우측으로 난 길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지만 짙은 안개로 해안 조망이 불가능한데다
오후 1시반으로 예약한 섬 일주 유람선 승선을 위해 좌측으로 난 숲길로 들어선다.

봉래산이란 이름은 여름 금강산을 일컫는 이름이지만 금강산 같은 기기묘묘한 바위는 거의 없다.
자그마한 육산으로 3만여 그루의 삼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전11시42분
우주센터 홍보관이 자리 잡은 예내리쪽의 호수가에도 짙은 안개가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안개의 이동 속도의 빠름만이 아니라
방향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학창시절 국어교과서에서 배운 문장인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이라는 문장이 머릿 속을 맴돈다.



오전 11시51분.
해발고도 200m가 조금 넘는 곳에 홀로 자리잡은
몇개월 후면 철거된다는 외딴집 근처에서
북동쪽 예내해변쪽을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예내해변과 잇닿아 만들어 놓은 우주센터 홍보관의 모형로켓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지난 6월11일 준공식을 가진 나로우주센터 시설 중의 한 부분이다.
실제 위성이 발사될 우주센터의 발사기지는 여기서 남동쪽으로 수km 떨어진
이곳 외나로도의 동쪽 끝인 하반 마을에 현재 건설중이다


낮 12시22분.
이곳 봉래산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수령 80년 이상된 3만여 그루의
삼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삼나무 숲에서 30 여분간 점심식사 및 휴식을
마치고 유람선 선착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편백나무 다음으로 피톤치드 배출량이 풍부해 사람 몸에 좋다는 삼나무.
일본이 원산지이어서인지 지난 1920년대 일본인들이 시험림으로 조성한
나무들이 이제는 높이가 30m이상의 거목으로 자라나 있다.



오후 1시48분.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나로도항을 떠나 남쪽으로 향하는 유람선 뒤쪽으로는
해안선 길이 168km에 달하는 나로도지구 해상국립공원의 수많은 섬들이
안개 속에 묻혀 그 윤곽만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오후 2시8분.
남쪽을 향하던 유람선의 방향이 이제 동쪽으로 향하며 외나로도의 남쪽 해안의 절경을 보여 준다.
수직으로 깎아 지른 바닷가 암벽에 의례 있기 마련인 멋진 자태의 소나무 외에
이곳 외나로도의 해안 바위에는 유난히 뿌리를 이뇨·지혈·소염제로 쓰는 원추리가 많다.
노란색으로 활짝 핀 예쁜 꽃들이 짙은 안개로 우중충한 분위기를 그나마 조금 밝게 해 준다.


흔히들 유람선을 이용한 해상 관광의 최고 명승이라고 하면 거제 해금강이나
홍도를 거론하지만, 두 곳도 수차례 다녀 본 내 눈에는 차라리 이곳 외나로도의
해안 절경이 더 뛰어나 보인다.
어쩌면 부서지는 파도에 휩싸인 기암괴석 외에도 암석 위 소나무를 휘감아 도는
안개가 빚어내는 신비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오후 2시26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치 적으로부터 자신의 무리를 지키는
용맹스런 사자가 엎드린채 적진을 응시하는 듯한 모습의 일명 사자바위 주위를 지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오는 7월말 실제 STSAT-2(과학기술위성2호)를 탑재한
KSLV-Ⅰ(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 나로호)가 발사될 나로우주센터의
핵심 시설인 발사대 주변이 이 부근에서 보인다고 하지만 짙은 안개는 100m 앞도 분간이 힘들다.

소위 “스페이스클럽(Space Club)“ 이라고 불리는
자국의 인공위성을 자국의 로켓을 이용하여 자국의 땅에서 발사한 나라들인
러시아,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 9개국의 경우도
자국 최초 발사 성공률은 27.3% 정도로 매우 낮다.
그러니, 이곳을 처음 방문한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도 과욕이리라.



하나를 못 얻는 대신 이처럼 아름답고 시원한
안개에 휩싸인 아름다운 나로도지구 해상국립공원의 자태를
접할 기회도 이런 날씨가 아니면 힘들지 않겠는가?



1시간 전 내가 탄 유람선이 출발한 염포에서부터 우주발사대가 들어설
하반마을까지의 외나로도 서남부 해안은 전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바다낚시의 명소이다.
감성돔.농어.학꽁치 등이 많이 잡히는 이곳에서 흰 파도를 벗삼아
낚시에 몰두하는 저 낚시꾼의 모습이 경건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후 2시54분.
이제 유람선은 섬의 절반 이상을 돌아 북동쪽 예내해변을 바라보는 곳에
자리잡은 나로우주센터 시설의 한 부분인 우주센터 홍보관 앞을 지난다.

2002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나로우주센터의 총 부지 면적은 150만 평,
우주센터 시설부지는 8만 평이다.
주요 시설과 장비는 가장 중요한 우주발사체 발사대, 발사와 관련된 모든 통제 시설이 집약된 통제센터,
발사 후 각종 데이터를 수신하는 추적레이더 및 원격자료 수신 시설, 기상 관측 시설,
광학 추적 시설, 단별 조립동, 고체모터동, 위성시험동 등이다.
그 밖에 전시실·박물관·영상관·야외전시장 등으로 이루어진 우주체험관과 프레스센터 등이 들어선다.
사진에서 보이는 모형 등 일부 시설에 대한 준공식이 지난 6월11일 거행된바 있다.



길이 33m, 직경 2.9m, 총중량 140톤 규모에 달하는 발사체 KSLV-I (Korea Space Launch Vehicle-I)가
크기 615×673×898mm , 중량 99.4kg , 임무수명 2년인 STSAT-2(과학기술위성2호)를 성공적으로
지구저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 지금도 땀을 쏟고 있을 130여명의 국내 연구원들에게 성원을 보내며

아주 깊은 바다속에 있는 검은 자갈들까지 볼수 있을 정도로 아주 물이 깨끗한 곳이라는
예내해변을 벗어난다.



오후3시4분.
우주센터 홍보관을 지난 후 유럄선이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시점에서
조용하던 뱃전이 조금 활기를 찾는듯하다.
선장의 안내멘트 중 "남근석"에 대한 예고 때문인듯하다.



멀리서 볼 때는 바위 끝부분인듯 하던 남근석이 다른 큰 암석들과는 떨어져
홀로 파도에 휩싸여 있다.
마치 오늘 날 우리 현실에서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아버지상을
이곳 남쪽 끝 바다에서까지 보는듯하여 조금은 씁쓸하다.


오후 3시19분.
서북쪽 바닷가에 있는 상록수림(천연기념물 362)앞을 지난다.
이 상록수림은 물고기가 서식하는데 알맞은 환경을 제공하여 물고기떼를 해안으로 유인하는 어부림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난대림상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 한다.
이 상록수림을 구성하고 있는 식물들로는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상수리나무,
개서어나무, 동백나무, 보리밥나무, 감탕나무, 송악, 개산초, 갯까치수영 등이다.



오후 3시21분.
2시간여의 유람선을 이용한 해상관광도 이제 20 여분이면 끝이 난다.
저 앞에 오전에 차를 타고 지나온 나로2대교 [羅老二大橋] 의 모습이 보인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연결하는 연도교(連島橋)로
1990년 7월 16일 공사에 착수하여 1995년 10월 15일 개통되었다.
길이 450m, 폭 10m(유효 폭 7m)의 왕복 2차선이며
다리 높이는 22m이고, 콘크리트 교각이 6개 설치되었으며 교각과 교각 사이의 최대 거리는 150m이다.
교각을 중심으로 좌우의 평형을 맞추면서 콘크리트 상판을 양쪽으로 조금씩 붙여나가는
FCM(Free Cantilever Method)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오후 4시2분.
대전에서 버스로 같이 출발한 다른 일행들이 횟집에서 식도락에 빠진 동안
어제 토요일 충남 서산에서 자연산 광어 맛을 본 나는
평소와 다름 없이 바닷가 산책을 즐기기로 했다.
늦은 여름 오후의 남쪽 작은섬 어항에는 정적만이 감돈다.



낚싯대를 드리운 채 담소를 나누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바라보자니
어느새 훌쩍 나이만 먹어 버린 나 자신이 일면 처량하게까지 느껴진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오후 4시 16분.
낚시하는 젊은이들 옆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 있는데
느닷없이 옆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옆에 앉은 젊은이들이 숭어를 한 마리 낚았다. 입이 함지박만해진다.
이 사진을 휴대한 포토프린터로 즉석 출력하여 축하의 말과 함께 건네고
귀가길에 올랐다.
전남 순천에 산다는 그들의 집 초대를 고맙게 받아들이며 집으로 향하는
내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어렸으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