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7일 일요일 낮 12시2분.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서쪽에 있는 해발 754m의 피래산 산행을 위해
동해고속도로 위쪽에 있는 해발 200m남짓한 밤재에 도착했다.
"피래(彼來)"란 지명은조선 태조때 강동에 축대를 쌓고 여기 왔다간 자취를 표기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정동에서보면 "저쪽에서온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하루 종일 흐린 날씨에 낮에는 비가 조금 내릴지도 모른다는
일기예보가 잘 맞는것이 이럴 때는 원망스럽다.
짙은 구름 때문에 동해바다의 시원한 조망을 보기는 어려울듯하다.
쪽으로는 해발 335m 괘방산(掛榜山)정상의 방송 중계시설들이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낮12시10분.
산행 초입부터 우거진 참나무와 풀잎 사이를 헤치며 가파른 비탈을 계속 오른다.
바위가 거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보니 각종 꽃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그 중 유난히 내 눈길을 끄는 꽃이 바로 이 참나리꽃이다.
주황색 꽃 바탕에 자주빛 점이 많은 꽃이지만 아름다운 얼굴의 자주빛 점을
부끄러운듯 숨기기라도 하는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낯선 길손에게 바가지 물을 건네는 우물가의 방년 18세 숫처녀같은 느낌이다.
낮 12시23분.
산행을 시작한지 20여분. 가파른 경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숨이 차 오른다.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던 산길이 어느새 껍질이 붊은 적송중에서도 이른바 금강송으로 바뀐다.
앞서가던 산행객 몇몇이 소나무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내 귓전에 전해온다.
"소나무는 뿌리 주위에 다른 식물의 생육을 거의 허용치 않을 정도로 영양분을 죄다 빨아들인다.
고로 이렇게도 포용력이 없는 나무는 사군자에 끼일 자격이 없는게 아닌가 한다."
과연 소나무만 그럴까? 내가 알기로는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히노끼(편백나무)는
나무 주위의 잡초가 다 죽을 정도로 포용력이 없다는데...
낮12시31분.
해발 400m정도의 능선에 오르자 남동쪽으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옥계해수욕장과 해수욕장 남쪽으로 자리잡은 한라시멘트공장이 보인다.
산행 일정이 잡힌 후 해변 경관이 아름답다는 옥계해수욕장의
멋진 경관을 기대했으나 흐린 날씨로 인해 눈의 즐거움을 크게 느끼지 못함이 조금 아쉽다.
오후 1시.
해발 500m를 넘어 600m에 근접하면서 버덕에 깔린 낙엽은 거의 물에 젖은 상태이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다 해발고도가 높아지며 안개도 심해진다.
그러나 피톤치드를 함유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은 되려 청량감을 가져 온다.
바위가 거의 없는 육산인데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등산로가 명확히 보이지 않고 수풀을 헤치다시피 지나야한다.
더구나 안개가 자욱한 상태인지라 주변 조망도 되지 않아 일면 지루할듯도 하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보이는 온갖 꽃과 이처럼 기기묘묘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내 딛다보니 시간은 유수같이 흐른다.
오후 1시40분.
해발 600m를 넘으면서 간혹 눈에 띄던 이 꽃이 700고지에 가까워지면서
부쩍 개체수가 많아진다. 이 꽃의 이름은 백선(白蘚)이다.
백선(白蘚)은 봉삼(鳳蔘) 또는 봉황삼(鳳凰蔘)으로 알려져서 오래 전 한 뿌리에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씩에 거래되기도 했다는 소문이 전해지기도한 식물이다.
뿌리의 생김새가 봉황을 닮았고 산삼보다 약효가 더 높다고 선전하면서
이것을 술에 담아서 은밀하게 팔아 엄청난 재산을 모은 사람이 꽤 여럿 있었다 한다.
봉삼이 산삼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본디 봉삼 이라는 이름은
일본인 가네무라(今村)가 쓴 인삼사(人蔘史)라는 책에 만주지방에 뿌리모양이 봉황을 닮은 삼이 있어서
봉삼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는데에 근거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그 책에서는 인삼이나 산삼 중에 봉황을 닮은 것을 봉삼이라고 한다는 뜻이지
봉삼이라고 하는 식물이 따로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처럼 백선은 흔한 식물도 아니지만 그렇게 귀한 식물도 아니다.
백선은 뿌리껍질을 백선피 라고 하여 흔히 피부병 치료약으로 쓰는데, 한약재 시장에 가면 흔히 살 수 있다.
백선 뿌리는 알레르기성 비염, 기침, 천식, 간염 등에 탁월한 효력이 있는 약초라고 전해진다.
오후2시15분.
드디어 피래산에서 가장 유명한 남근송 이 있는 700고지에 도착했다.
약 10평 남짓되는 평지 서쩍 언저리에에 자라난 적송이 높이 약 1m지점에서 두개의 가지로
나뉘어 올라가면서 그 두 가지 사이에 작은 가지가 또 솟아 오른 것이다.
마치 남자의 사타구니에 달린 남근처럼.
사람의 얼굴 길이의 두배 정도되는 60여cm정도의 가지가 남아 있는 것을
최근 누군가가 이처럼 모양을 내어 다듬어 놓았다.
이곳 공터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약 20여분 동안 이 남근송의 존재를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혹 모르고 지나치는 이들에게는 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다만 50~60대 남성 3명이 음악을 크게 틀고 들으며 가는 일행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산행 중 소음을 유발한 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할 것이다.
오후2시39분.
해발 700m를 넘어 서자 안개가 더욱 심해진다.
시원한 바다 조망을 포기하는 대신 이처럼 신비감이 느껴지는 안개와 함께하는 것으로
또 다른 산행의 맛을 느낀다는 식으로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산행을 자주하면서 얻은 지혜의 하나이다.
짙은 안개속의 산길은 너무나 조용하다.
또한 나뭇잎들의 때깔은 맑은 날보다 오히려 더 싱싱하고 푸르게 느껴진다.
인적 거의 없는 안개 속을 조용히 걸으며 자신의 숨결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오후2시56분.
정상 바로 아래의 참나무 한 그루가 무척이나 특이하게 가지를 뻗은 모습이다.
한낮이건만 낮게 드리운 구름과 짙은 안개로 인해 마치 해질녘 산촌의 풍경을 연출한다.
울창한 삼림 사이를 천천히 움직이는 안개가 느껴진다.
귓전을 차갑게 스치며 흐르는 안개가 마치도 살아 있는 생물처럼 여겨진다.
오후3시8분.
정상을 지나 피래골 쪽으로 향하는 하산길로 내려선다.
이곳 피래산 정상에는 정상석이 없다. 최근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어느분이 종이에 써서
나뭇가지에 붙여 놓았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하산길에서 만난 대부분의 산행객들이 정상이 어딘지를 모른채 지나쳐왔다한다.
나 자신도 남근송에서부터 경과한 시간과 손목에 찬 고도계에 의존해 정상을 짐작했을 뿐이다.
이곳 피래산에는 이처럼 멋진 자태를 뽐내는 금강송들이 자주 눈에 띈다.
금강송은 곧게 자라고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
나무가 자라면서 밑가지에는 영양분을 보내지 않아
자연 고사되고 겨울에 눈이 쌓이면 그 무게로 아랫 가지는 부러진다.
오후 3시52분.
피래골로 향하는 하산길은 무척 가파르다.
하산을 시작한지 50여분이 지났건만 이와같은 참나무 숲이 계속 이어진다.
더구나 인적이 드물어 이처럼 나뭇잎이 등산로를 가린데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낙엽이 쌓여 무척 미끄럽다. 많은 이들이 몇번씩 미끄러지기도 한다.
오후 4시10분.
하산길 내내 물기가 거의 없던 계곡이었지만 해발 200m이하로 내려서자 비로소 흐르는 물 소리가 들린다.
예년 같으면 잦은 비로 불어난 계곡물에 씻겨 내려갔음직한 낙엽들이 해를 넘긴채 그대로 쌓여 있다.
고인 물마다 잘 흐르지 않아 녹색 이끼가 낀 곳이 많지만 물이 고인 곳마다 물 반 올챙이 반이다.
쉽게 보기 힘든 올챙이들을 한참 바라보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본다.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날 정도의 날씨인 6월 여름에 접어들었지만 6월초의 계곡물은
아직 얼음장처럼 차게 느껴진다.
그 물로 산행중 흘린 얼굴과 손의 땀을 씻으니 폐부까지 시원해지며 긴 산행의 피로가 씻긴다.
오후4시46분.
4시간 40여분의 산행을 마치고 피래골에 도착했다.
출발시부터 비가 내릴까봐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네일이 휴일이라면 저 숲속 팬션에서 하루를 묵으며 산골의 맑은 공기를 듬뿍 담고 싶은 마음이다.
오후 5시14분.
귀가길 정동진에 도착해 500원을 내고 입장권을 끊어 정동진역 구내로 들어섰다.
지난해 8월9일 새벽 이곳에서 일출을 맞으며 정말 오랫만에 바다속에서 솟구쳐 오르며
오메가를 만드는 태양을 찍었던 감회가 새롭다.
마치 시장바닥을 연상시킬 정도의 그때의 인파에 비해 인적 드문 지금의 느낌이 더 마음에 든다.
오후 5시 50분.
정동진역을 나와 모래시계공원 입구를 거쳐 바닷가로 나섰다.
야경촬영의 명소인 선크루즈(Sun Cruise)호텔이 여전히 멋진 자태를 뽐낸다.
바닷가 절벽 위에 만들어 지난 2002년 문을 연 이 호텔은
길이 165미터. 높이 45미터. 3만톤급인 실제 유람선을 조선소에 주문해 제작한 것이다.
211개의 콘도형객실 및 호텔형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1층에 노래방,나이트 등 유흥 시설과 10층에 스카이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으며
3층~7층의 객실은 정동진 방향, 그리고 해돋이 방향 등으로 구분하여 예약을 받는다.
인적 없는 해수욕장에는 흰 끊임없이 몰려 오는 파도만이 무심한 흰 포말을 일으킨다.
멀리 왼쪽으로는 안인진에서 부터 올라온 괘방산( 掛榜山 해발 339m)능선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괘방산이라는 산 이름은 옛날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디엔가에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라 전해지고 있다.
오후6시2분.
바닷가에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라해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다는 이곳 정동진역에
해변열차가 잠시 멈추어 있다.
강릉~삼척간 약 58km를 80여분이 걸려 다니는 관광 전용열차이다.
이제 하루 3~4회 왕복운행하는 저 해변열차가 떠날 준비를 한다.
나 또한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귀가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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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서쪽에 있는 해발 754m의 피래산 산행을 위해
동해고속도로 위쪽에 있는 해발 200m남짓한 밤재에 도착했다.
"피래(彼來)"란 지명은조선 태조때 강동에 축대를 쌓고 여기 왔다간 자취를 표기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정동에서보면 "저쪽에서온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하루 종일 흐린 날씨에 낮에는 비가 조금 내릴지도 모른다는
일기예보가 잘 맞는것이 이럴 때는 원망스럽다.
짙은 구름 때문에 동해바다의 시원한 조망을 보기는 어려울듯하다.
쪽으로는 해발 335m 괘방산(掛榜山)정상의 방송 중계시설들이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낮12시10분.
산행 초입부터 우거진 참나무와 풀잎 사이를 헤치며 가파른 비탈을 계속 오른다.
바위가 거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보니 각종 꽃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그 중 유난히 내 눈길을 끄는 꽃이 바로 이 참나리꽃이다.
주황색 꽃 바탕에 자주빛 점이 많은 꽃이지만 아름다운 얼굴의 자주빛 점을
부끄러운듯 숨기기라도 하는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낯선 길손에게 바가지 물을 건네는 우물가의 방년 18세 숫처녀같은 느낌이다.
낮 12시23분.
산행을 시작한지 20여분. 가파른 경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숨이 차 오른다.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던 산길이 어느새 껍질이 붊은 적송중에서도 이른바 금강송으로 바뀐다.
앞서가던 산행객 몇몇이 소나무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내 귓전에 전해온다.
"소나무는 뿌리 주위에 다른 식물의 생육을 거의 허용치 않을 정도로 영양분을 죄다 빨아들인다.
고로 이렇게도 포용력이 없는 나무는 사군자에 끼일 자격이 없는게 아닌가 한다."
과연 소나무만 그럴까? 내가 알기로는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히노끼(편백나무)는
나무 주위의 잡초가 다 죽을 정도로 포용력이 없다는데...
낮12시31분.
해발 400m정도의 능선에 오르자 남동쪽으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옥계해수욕장과 해수욕장 남쪽으로 자리잡은 한라시멘트공장이 보인다.
산행 일정이 잡힌 후 해변 경관이 아름답다는 옥계해수욕장의
멋진 경관을 기대했으나 흐린 날씨로 인해 눈의 즐거움을 크게 느끼지 못함이 조금 아쉽다.
오후 1시.
해발 500m를 넘어 600m에 근접하면서 버덕에 깔린 낙엽은 거의 물에 젖은 상태이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다 해발고도가 높아지며 안개도 심해진다.
그러나 피톤치드를 함유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은 되려 청량감을 가져 온다.
바위가 거의 없는 육산인데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등산로가 명확히 보이지 않고 수풀을 헤치다시피 지나야한다.
더구나 안개가 자욱한 상태인지라 주변 조망도 되지 않아 일면 지루할듯도 하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보이는 온갖 꽃과 이처럼 기기묘묘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내 딛다보니 시간은 유수같이 흐른다.
오후 1시40분.
해발 600m를 넘으면서 간혹 눈에 띄던 이 꽃이 700고지에 가까워지면서
부쩍 개체수가 많아진다. 이 꽃의 이름은 백선(白蘚)이다.
백선(白蘚)은 봉삼(鳳蔘) 또는 봉황삼(鳳凰蔘)으로 알려져서 오래 전 한 뿌리에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씩에 거래되기도 했다는 소문이 전해지기도한 식물이다.
뿌리의 생김새가 봉황을 닮았고 산삼보다 약효가 더 높다고 선전하면서
이것을 술에 담아서 은밀하게 팔아 엄청난 재산을 모은 사람이 꽤 여럿 있었다 한다.
봉삼이 산삼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본디 봉삼 이라는 이름은
일본인 가네무라(今村)가 쓴 인삼사(人蔘史)라는 책에 만주지방에 뿌리모양이 봉황을 닮은 삼이 있어서
봉삼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는데에 근거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그 책에서는 인삼이나 산삼 중에 봉황을 닮은 것을 봉삼이라고 한다는 뜻이지
봉삼이라고 하는 식물이 따로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처럼 백선은 흔한 식물도 아니지만 그렇게 귀한 식물도 아니다.
백선은 뿌리껍질을 백선피 라고 하여 흔히 피부병 치료약으로 쓰는데, 한약재 시장에 가면 흔히 살 수 있다.
백선 뿌리는 알레르기성 비염, 기침, 천식, 간염 등에 탁월한 효력이 있는 약초라고 전해진다.
오후2시15분.
드디어 피래산에서 가장 유명한 남근송 이 있는 700고지에 도착했다.
약 10평 남짓되는 평지 서쩍 언저리에에 자라난 적송이 높이 약 1m지점에서 두개의 가지로
나뉘어 올라가면서 그 두 가지 사이에 작은 가지가 또 솟아 오른 것이다.
마치 남자의 사타구니에 달린 남근처럼.
사람의 얼굴 길이의 두배 정도되는 60여cm정도의 가지가 남아 있는 것을
최근 누군가가 이처럼 모양을 내어 다듬어 놓았다.
이곳 공터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약 20여분 동안 이 남근송의 존재를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혹 모르고 지나치는 이들에게는 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다만 50~60대 남성 3명이 음악을 크게 틀고 들으며 가는 일행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산행 중 소음을 유발한 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할 것이다.
오후2시39분.
해발 700m를 넘어 서자 안개가 더욱 심해진다.
시원한 바다 조망을 포기하는 대신 이처럼 신비감이 느껴지는 안개와 함께하는 것으로
또 다른 산행의 맛을 느낀다는 식으로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산행을 자주하면서 얻은 지혜의 하나이다.
짙은 안개속의 산길은 너무나 조용하다.
또한 나뭇잎들의 때깔은 맑은 날보다 오히려 더 싱싱하고 푸르게 느껴진다.
인적 거의 없는 안개 속을 조용히 걸으며 자신의 숨결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오후2시56분.
정상 바로 아래의 참나무 한 그루가 무척이나 특이하게 가지를 뻗은 모습이다.
한낮이건만 낮게 드리운 구름과 짙은 안개로 인해 마치 해질녘 산촌의 풍경을 연출한다.
울창한 삼림 사이를 천천히 움직이는 안개가 느껴진다.
귓전을 차갑게 스치며 흐르는 안개가 마치도 살아 있는 생물처럼 여겨진다.
오후3시8분.
정상을 지나 피래골 쪽으로 향하는 하산길로 내려선다.
이곳 피래산 정상에는 정상석이 없다. 최근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어느분이 종이에 써서
나뭇가지에 붙여 놓았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하산길에서 만난 대부분의 산행객들이 정상이 어딘지를 모른채 지나쳐왔다한다.
나 자신도 남근송에서부터 경과한 시간과 손목에 찬 고도계에 의존해 정상을 짐작했을 뿐이다.
이곳 피래산에는 이처럼 멋진 자태를 뽐내는 금강송들이 자주 눈에 띈다.
금강송은 곧게 자라고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
나무가 자라면서 밑가지에는 영양분을 보내지 않아
자연 고사되고 겨울에 눈이 쌓이면 그 무게로 아랫 가지는 부러진다.
오후 3시52분.
피래골로 향하는 하산길은 무척 가파르다.
하산을 시작한지 50여분이 지났건만 이와같은 참나무 숲이 계속 이어진다.
더구나 인적이 드물어 이처럼 나뭇잎이 등산로를 가린데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낙엽이 쌓여 무척 미끄럽다. 많은 이들이 몇번씩 미끄러지기도 한다.
오후 4시10분.
하산길 내내 물기가 거의 없던 계곡이었지만 해발 200m이하로 내려서자 비로소 흐르는 물 소리가 들린다.
예년 같으면 잦은 비로 불어난 계곡물에 씻겨 내려갔음직한 낙엽들이 해를 넘긴채 그대로 쌓여 있다.
고인 물마다 잘 흐르지 않아 녹색 이끼가 낀 곳이 많지만 물이 고인 곳마다 물 반 올챙이 반이다.
쉽게 보기 힘든 올챙이들을 한참 바라보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본다.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날 정도의 날씨인 6월 여름에 접어들었지만 6월초의 계곡물은
아직 얼음장처럼 차게 느껴진다.
그 물로 산행중 흘린 얼굴과 손의 땀을 씻으니 폐부까지 시원해지며 긴 산행의 피로가 씻긴다.
오후4시46분.
4시간 40여분의 산행을 마치고 피래골에 도착했다.
출발시부터 비가 내릴까봐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네일이 휴일이라면 저 숲속 팬션에서 하루를 묵으며 산골의 맑은 공기를 듬뿍 담고 싶은 마음이다.
오후 5시14분.
귀가길 정동진에 도착해 500원을 내고 입장권을 끊어 정동진역 구내로 들어섰다.
지난해 8월9일 새벽 이곳에서 일출을 맞으며 정말 오랫만에 바다속에서 솟구쳐 오르며
오메가를 만드는 태양을 찍었던 감회가 새롭다.
마치 시장바닥을 연상시킬 정도의 그때의 인파에 비해 인적 드문 지금의 느낌이 더 마음에 든다.
오후 5시 50분.
정동진역을 나와 모래시계공원 입구를 거쳐 바닷가로 나섰다.
야경촬영의 명소인 선크루즈(Sun Cruise)호텔이 여전히 멋진 자태를 뽐낸다.
바닷가 절벽 위에 만들어 지난 2002년 문을 연 이 호텔은
길이 165미터. 높이 45미터. 3만톤급인 실제 유람선을 조선소에 주문해 제작한 것이다.
211개의 콘도형객실 및 호텔형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1층에 노래방,나이트 등 유흥 시설과 10층에 스카이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으며
3층~7층의 객실은 정동진 방향, 그리고 해돋이 방향 등으로 구분하여 예약을 받는다.
인적 없는 해수욕장에는 흰 끊임없이 몰려 오는 파도만이 무심한 흰 포말을 일으킨다.
멀리 왼쪽으로는 안인진에서 부터 올라온 괘방산( 掛榜山 해발 339m)능선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괘방산이라는 산 이름은 옛날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디엔가에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라 전해지고 있다.
오후6시2분.
바닷가에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라해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다는 이곳 정동진역에
해변열차가 잠시 멈추어 있다.
강릉~삼척간 약 58km를 80여분이 걸려 다니는 관광 전용열차이다.
이제 하루 3~4회 왕복운행하는 저 해변열차가 떠날 준비를 한다.
나 또한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귀가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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