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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운다하여 명량(鳴梁)인 울돌목과 진도대교


2009년 5월31일 일요일 오후 1시13분.
지난 4월26일 진도 첨찰산,운림산방 그리고 신비의 바닷길을 찾아
진도를 다녀 가면서도 시간의 제약으로 스쳐 지나기만 했던
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을 찾아 나선 길.

국내 최초의 쌍둥이 사장교인 진도대교를 지난다.
지금 지나는 다리는 쌍둥이 중 동생인 2005년생 다리이다.


앞쪽 교각이 옅은색인 다리가 지난 1984년 해남군 우수영과 진도군 녹진 사이에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사장교이다.
길이는 485m. 강철교탑 형태는 A자, 높이 69m이다.
명량해협은 유속이 11.5노트(24km)의 거센 조류가 흐르기 때문에 물속에 교각을 세우기 힘들어서
양쪽 해안에 높이 69 m강철교탑을 세우고, 강철 케이블로 다리를 묶어 지탱하는 사장교 형식의 다리를 건설한 것이다.


진도대교를 관망하기 좋은 녹진전망대 아래 해변에는 이순신장군 동상이 두 눈을 부릅뜨고 서 있다.
정유재란 때 불과 13척의 전함을 이끌고 4백여척의 왜선을 물리친 세계 해군사에 길이 남을 명량해전의 그날.
영국,스페인 등 해양강국의 해군장교들이 필수적으로 배우는 그 명량대첩이 있었던 그날인
1597년(선조 30년) 9월의 일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오후 1시30분.
이제 녹진전망대 아래 주차장에서 진도대교와 그 주위를 둘러본 후 녹진전망대를 향한다.
해발 높이 높이 111.5m인 망금산(望金山) 정상에 자리한 전망대에 올라야 사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은 정유재란 때 강강술래를 처음 한 곳이라 전해지기도하며
동남쪽 산허리 해발 65m 지점에 둘레 460여 m의 관방성을 쌓았던 유적지이기도하다.


남쪽 기슭으로는 해안가를 따라 넓게 조선된 울돌목 무궁화동산이 조성되어 있다.
멀리 벽파진이 보이고, 삼별초가 강화에서 옮겨와 잠시 머물렀던 용장산성도 어렴풋이 보인다.


이곳 녹진전망대가 있는 이른바 녹진관광지는 사시사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사방으로 탁 트인 경관, 그리고 아름다운 해송들이 어우러진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곳이다.
가족이나 친한 벗과의 가벼운 나들이를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진도대교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지난 1984년에 만들어진 우측의 진도대교가 32톤 이상의 화물차가 통과할 수 없는 고로
2005년 그 옆에 똑같은 모양의 쌍둥이 다리를 만든 이 진도대교는
기존의 교량과 똑같은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강도를 높이기 위해
바지선으로 운반한 상판을 하나씩 들어 올려 붙이는 PSM공법을 동원하면서도
심한 파도와 강한 바람 때문에 무척이나 난공사를 했던 곳이다.
이러한 쌍둥이 사장교는 국내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도 일본의 쯔루미카츠사교,
미국의 Bay Town 교 등과 더불어 몇 안되는 병렬 사장교이다.


울돌목은 갑자기 좁아지는 지형 때문에 급류 발생하여 유속이 초당 5~6m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몇 안되고 동양 에서는 유례를 보기 힘들 정도의 빠른 유속이라 한다.
울돌목이라는 이름은 물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사람이 우는 소리와 비슷해서.
바다가 운다하여 한자어로 명량(鳴梁)이라고 한 것이다.
옛 문헌에 의하면 한밤중이면 바다가 우는 소리가 20리밖까지 들렸다 한다.
진도대교 아래의 유속의 빠름을 사진으로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서쪽을 바라보면 진도의 노적봉이라 일컬어지는
도암산(독골산)의 삿갓 모양이 뚜렷이 보인다.
멀리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염전들도 보인다.


오후 1시58분.
남동쪽으로는 진도 최고봉인 해발 485m의 첨찰산도 보인다.
첨찰산 [尖察山]은 진도에서 제일 높은 바위산으로 백제시대 축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산성,
그리고 봉수대의 흔적도 남아있다. 좌측의 둥근 구축물은 진도기상대의 기상레이다 모습이다.

지난 4월 26일 다녀놨던 기억이 새롭다.
직선거리12km. 도로상 거리 24km의 저 먼곳을 이렇게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재회하니 반갑기만하다.
300m 초점거리의 망원렌즈로 급히 찍다보니 좀 흔들린듯하여 아쉽다.


오후 3시23분.
진도대교를 떠나 귀가길에 들린 목포 북항 수산물전문 음식단지(Sea-Food Town)중 일부의 모습이다.

목포시와 전남개발공사의 협약에 따라 2009~2011년까지 150억 원을 투자하여
이곳 목포 북항 활어유통어항 구내에 수산물전문음식단지를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수산물전문 음식단지와 연계하여 활어 위판장, 직판장, 전시관, 다목적 강당, 카페테리아 등을 갖춘
북항 해양수산복합 공간이 준공되면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할듯하다.


기존 목포 내항에서 어항의 기능을 이전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인
북항 유원지 개발사업은 현재 진행중이다.

해가진 후 밤에 이곳 특산물인 세발낙지잡이를 위한 준비에 여념없는
인정 많은 노부부와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이곳 목포만이아니라 요즈음 대부분 어촌에서는
작은 어선에 부부가 함께 타고 조업을 하는 것이 일반화된 현상이다.


낙지주낙은 150여 미터의 굵은 몸줄과 가느다란 70여 미터의 아릿줄로 구성되어 있다.
몸줄에 같은 간격으로 아릿줄을 270개 정도 매단다.
아릿줄 끝에는 ‘다불’이라고 부르는, 미끼를 끼울 수 있는 타일과 고무줄이 있다.

낙지 미끼로는 서렁게(칠게)를 이용하는데 하루 저녁 낙지잡이를 위해서는 3킬로 정도가 필요하다.
다불이라 부르는 타일에 두 마리의 서렁게를 고무줄로 고정시켜 준비를 해 두었다가
해가 지고 갯바닥에서 물이 선외기가 뜰 정도로 빠질 즈음에 낙지주낙을 시작한다.
요즘은 대부분 값이 싸고 잘 죽지 않는 중국산 수입게를 이용한다.
지금 이 부부가 쓰는 게도 수입산이다.


부둣가에는 밤에 주낙으로 낙지를 잡는 1톤 안팎의 작은 낙지배가 촘촘이 정박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발낙지를 갯벌에서 도구를 이용해 잡는 것으로 알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낙지는 어두워야 활동을 하므로 갯벌에서 낮에 잡는 것은
갯벌에 깊게 구멍을 파고 쉬는 낙지를 잡는 것이다.
따라서 잡기도 힘들고 휴식시간에 잡힌 낙지가 스트레스를 받아 맛도 덜하다 한다.
캄캄한 밤에 불을 밝혀 주낙으로 잡은 낙지가 제일 맛이 있다고 한다.


이곳 북항은 얼핏 보면 서해바다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인천,부산,원산에 이어 1897년 국내 네번째로 개항한 항구도시인
기존의 목포 내항이 마치 비온 뒤 하천 같은 누런색인데 비해
이곳은 남해바다의 그것에 버금가는 푸른 바다 색깔이다.
그래서인지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공사 완료기간을 1년이나 넘겨 지난해 5월 준공된 길이 3.5km의 압해대교의 모습이 산뜻하다.
사방이 공사중인 이곳 북항은 공사가 완료된 후에 다시 찾아와야겠다.
아마 그때는 남해바다의 청정함과 동해바다의 시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으로 탈바꿈해 있을 것 같다.


오후3시 59분.
바닷가에서 횟집이 밀집한 음식단지로 향하는 길 정면으로 유달산이 뚜렷이 보인다.
높이 228 m로 생각보다는 낮은 유달산 [儒達山] .
그러나, 호남의 개골이라 불리울만치 기암괴석의 암벽이 많은 이곳 유달산은
목포시민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고향 이상의 존재이다.
그동안 목포항을 떠나는 배를 타면 오른쪽으로 유달산을 바라보며 목포를 떠났지만
이곳 북항에서는 왼쪽의 유달산을 바라보며 항구를 떠나야한다.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방향 감각을 잃기가 십상이겠다.


오후 4시8분.
싱싱한 활어가 가득한 횟집의 어항들을 바라보며 먹을 횟감을 고를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지끈거린다.
이럴 때는 횟집 주인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도 머리를 식히기 위한 여행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더구나 큼지막한 카메라 장비를 손에 든 내 모습을 보고도 횟감의 품질이나 가격을 속이려는 상인을
보지 못했다.
날씨부터 모든게 상쾌했던 휴일 하루 여정을 싱싱한 생선회와 함께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