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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800리 옛길 걷기 -1구간(1)



2009년 5월10일 오전 9시18분.
지난 5월5일 지리산길 2구간을 다녀온데 이어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평리
매동마을에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금계마을까지 이어지는
지리산길 제구간의 시발점인 매동마을회관 앞에 도착했다.

인구 200명이 채 못되는 이 마을의 중심부 벽면에
멋진 그림과 글씨가 미소를 띄게 한다.
통영의 동피랑 골목 벽화가 생각난다.



오전 9시26분.
매동마을을 벗어나 중기마을로 향한다.
매동마을이라는 이름은 지난 1870년경부터 마을 모양이
매화꽃을 닮았다하여 매계리로 불리던 매계리(梅溪里)와
인근의 묘동리(猫洞里)가 통합되면서 매동(梅洞)으로 바뀐것이다.



오전 9시41분.
매동마을을 지나 중기마을을 내려다보며 계속 콘크리트로 포장된 인도를 걷다가
흙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에 1구간 종착지인 함양군 금계마을에 자리한
음료수판매 및 민박을 겸한 카페의 입간판이 붙어있다.

이런 광고판들은 이 업체 한곳만이 아니고 여러 곳이며 또한
1구간 중요 교차점마다 설치되어 있다.



오전 9시54분.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서 얼굴에 땀이 흐를 때쯤 자그마한 계곡가
고목나무 밑에 쉼터가 마련되어있다.
그런데, 등산객 몇몇이 모여 떠드는 소리가 엄청난 소음으로 다가온다.

몰상식한 인간들 같으니라구...
조용히 새소리,물소리를 들으며 자연을 음미하러온 사람들에게 큰 민폐이다.
게다가 꼴들을 보아하니 막걸리에 소주까지 벌컥벌컥 마셔 댄다.
그들의 소음을 피하기 위해 길섶 돌 위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다.



오전 10시 8분.
가뭄으로 바짝 타 버린 작은 계곡을 건너 숲길을 한참 걷는 동안
이와같은 오래되고 버려진 석축들이 꽤나 많이 눈에 띈다.

오래전 이곳에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살던 사람들의 흔적이다.
이농현상 때문이겠지만 사람이 떠난 자리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연적인 복원이 되는듯하다.
자연의 위대함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오전 10시15분.
중황마을로 접어드는 사방댐을 건는다.
2007년 하반기에 2억9천여먼원을 들여 만들어 놓은 사방댐이지만
바닥까지 바싹 마른 상태로 마치 쥐어짜듯 흐른 물의 흔적만 보일뿐이다.
공사 당시 심었다는 조팝나무,고사리 등도 갈증으로 허덕이고 있다.



오전 10시 21분.
다랭이논이 아름다운 중황마을을 내려다 보며 지나는 길로 들어섰다.
황치골의 중간에 위치하므로 중황(中黃)이란 이름을 얻은 곳이다.

또한 황치골이란 이름은 마을이 형성되기 전
뒷산 백운산 기슭에 황강사(黃岡寺)란 절이 있었으며
북쪽으로 500m 되는 곳에는 꿩이 엎드려 있다는 복치혈(伏雉穴)이 있어
이에 연유하여 황강사의 황(黃)자와 복치혈 치(雉)자를 따서
「황치(黃雉)」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조금의 빈땅만 있어도 논이나 밭을 일궈 농사를 짓는 이곳 주민들의 부지런함이
다랭이논 옆을 걸으며 절실하게 피부에 와 닿는다.
가뭄이 심해 물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모내기를 끝낸 논들도 간혹 눈에 띈다.
싱싱하게 자라는 어린 모를 보니 벌써 배가 불러오는듯하다.



짜투리 땅 한곳을 차지한 고추밭에는 이미 고추꽃이 피었다.
때 이른 여름 날씨와 뜨거운 햇빛을 받아 시들어가는 고추 잎이 안쓰럽기만 하다.
허나 밭에 심는 고추나 다른 고추(?)나 다를바 없다.
이렇게 시든듯 하지만 물을 주거나 기타 다른 자극을 주면
금방 보란듯이 싱싱하게 일어서는 고추잎을 보게된다.
신의 섭리에 감사할 따름이다.



오전 10시36분.
중황마을에서 상황마을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자연친화적인 휴게소이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이 잠깐 머물러 한숨을 돌린다.

혹자는 막걸리나 동동주로 목을 축이고, 혹자는 산나물이나 토종꿀 쇼핑을 한다.
벌꿀 판매를 위해 흥정을 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씨가 억센 경상도 사투리이다.
이곳이 분명 전라도 땅이건만 유달리 억센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이
등구재를 넘어 이곳까지 뿌리를 내린듯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곳만이 아니다.
충북 남동부,강원 남부 등 경상도와 인접한 지역은 거의
억양이 경상도 억양이다.



오전 10시43분.
지난 2006년 하반기에 10억원은 예산으로 계곡을 가로지르는
'호음교'라는 이름의 작은 다리와 함께 만든 사방댐이다.
집중호우시 토사유출과 하상침식을 방지하여 인근 농가의
농경지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이라고하지만
좀 더 자연친화적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전 10시 54분.
상황마을로 이어지는 산길을 오르던 중 자연석에 새겨진
'천지사(天地寺)'라는 글을 보고 발길을 옮긴 천지사의 경내 모습이다.

무수히 많은 작은 돌탑들과 현판도 없는 이 건물이 전부인듯한 경내
어디인가에 붙어있을 스피커에서는 끊임없이 독경 소리가 흘러 나온다.
대 사찰인 경주 불국사도 처음 시작은 이처럼 미미했을 것이다.

긴 줄에 매여있는 땡칠이의 꼬리 흔듬을 인사로 받으며 다시 갈길을 재촉한다.



오전 11시5분.
자연석을 모아 쌓은 다랭이논 둑 밑을 지나 상황마을쪽으로 들어선다.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다랭이논이 많은 경남 남해 가천마을의 다랭이논보다
이곳 지리산 자락의 다랭이논은 규모가 좀 큰 것이 특징인듯하다.



모내기를 위해 논물을 가두어둔 모습이 얼핏 보면 저수지를 연상케한다.
이 정도 규모의 논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돌을 날라다 쌓아 올려
둑을 만들었을까 상상이 잘 되지 않을 정도의 면적이다.
당장 오늘 점심 때부터라도 쌀 한톨을 아끼자고 다짐한다.



조금 전 지나온 중황마을의 아늑한 모습과 어우러진
하늘의 흰 구름이 마치 한폭의 동양화처럼 여겨진다.
유난히 구름의 이동 속도가 빠른걸 보니 아마도 일기예보대로
내일쯤 비가 오긴 오려나보다.
그 단비가 목마른 대지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를 갈망한다.



가두어둔 논물 위에 무수히 많은 소금쟁이가 휘젓고 다닌다.
정말 오랫만에 소금쟁이를 가까이서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생겨 유심히 살펴 보았다.

소금쟁이는 주로 물고기 시체나 곤충의 체액을 먹고 사는 육식동물이며,
육상 곤충이 물에 빠졌을 땐 수면의 물결을 통해 위치를 알아내 사냥한다고 한다.
육상의 포유류가 주로 소변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데 비해
소금쟁이는 자신의 둘레에 원을 그림으로서 영역 표시를 하고
다른 소금쟁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