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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의 숨결이 살아 있는 영월 마대산(馬代山)


2009년 7월 5일 오전 11시36분.
산 이름 자체보다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묘소와 생가터로 더 잘 알려진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의
해발 1,052m 인 마대산(馬代山) 산행을 위해 차를 내린 곳은 해발 680m정도의 배틀재이다.

배틀재는 정감록(鄭鑑錄)에 기술된 십승지(十勝地 : 삼재{三災:전쟁,흉년.전염병 등의 천재지변}가 들어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이상향의 생활터전을)중 하나인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이다.
배틀재라는 말은 기현령 배틀을 고정시키는 자리라는 의미에서 유래한다.


산행 들머리부터 전나무숲이 가로막는 가운데 경사가 무척 가파른
소위 말하는 깔딱고개가 한동안 이어진다.
경사가 심하여 오르기에 힘이 부치는 김삿갓 묘소쪽 들머리를 피해
해발고도가 비교적 높고 힘이 덜드는 들머리를 택했음에도
습도 높고 더운 여름 산행이 힘에 부치기는 별반 차이가 없는듯하다.


낮 12시19분.
전나무숲에 이어 무성한 활엽수로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어두운 숲길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북쪽을 향해 경사면을 오르기를 40 여분.
해발 800고지를 넘어선 후에야 잠깐 동쪽 멀리 시야가 트인다.
맞은편 산 봉우리들과 눈높이가 맞는 것으로 상당히 높이 올라왔음을 느낄 수 있다.


낮 12시 59분.
날씨가 시원할 때 같으면 20여분이면 오를 산길을 습도 뫂은 더운 날씨인지라
800고지 이후 40여분이 지나서야 해발 1000 정도의 높이에 이르렀다.
이제는 오른쪽인 동쪽은 울창한 나무들이 성벽을 쌓은데 반해
좌측인 서쪽으로는 시야가 훤히 트인다.
동강 유역인 영월쪽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후 1시20분.
정상 바로 아래인 해발 1000m이상의 고지대에까지 이처럼 무성한 나무들을 보면
이곳 마대산이 일반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산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오후 2시12분.
마대산 정상에서 3,40여분간 점심식사 및 휴식을 취한 후 하산 채비를 한다.
영월군에서 지난 2004년에 설치한 정상석에 해발 1052.2m란 글귀가 선명하다.

마대산(馬代山)이란 이름의 유래를 알아 봤으나 쉽사리 알 수가 없다.
다만 이곳 마대산 아래에 과거 고려시대 역(驛)에 지급하던 마전(馬田)이 있었다는 기록을
본적이 있어 그와 관련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정상석을 바라보며 북동쪽 하늘은 맑게 개인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떠 다니는 쾌청함을 보이는 반면
북서쪽 하늘은 밑은 먹구름이 덮여 있다.


먹구름이 덮인 아랫 마을을 망원렌즈로 당겨 보니 동강 유역이다.
지난 여름만 해도 맑은 물이 넘실대던 동강의 빈약한 물줄기를 보니 안쓰럽다.
이 짙은 먹구름이 동강유역에 시웒란 소나기라도 한바탕 내려 주었으면 싶은 마음 간절하다.


오후 2시56분.
하산길은 영월군 하동면의 김삿갓 묘소와 생가터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배틀제에서부터 산을 오르던 길에 비해 경사가 무척이나 급한 S자형의 길이
지루할 정도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처럼 급한 내리막길에 재빠른 다람쥐마저 힘이 부치는지
낯선 길손을 발견하고도 금방 달아나지 못한 채 놀라 얼어붙은듯하다.


오후 3시5분.
하산을 시작한지 50여분.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 위함인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이제는 제법 크게 들린다.
소리만 큰 것이 아니라 바위틈을 따라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는 것만으로
시원함을 느낀다.


오후3시28분.
하산을 시작한지 1시간 여가 지나자 산길을 인제 끝나고 임도가 시작된다.
임도가 시작되는 곳에 자립은 김삿갓의 생가터이다.
현재는 이곳 김삿갓계곡의 문화해설가 최상락씨가 그 집에 살면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삿갓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제시대에 김삿갓을 추앙했던 이응수라는 분이 그의 시집을 정리해 펴내고
그의 무덤을 찾아낸 적이 있으나 잊혀진지 오랜 후인 지난 1980년대 초반
김삿갓은 ‘양백(兩白) 사이에 묻혀 있다’라는 문헌을 토대로
이곳을 다시 찾았던 것이다.
여기서 양백은 태백산과 소백산을 말한다.


삿갓의 생가터를 지나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길 계곡을 따라 흐르는
작은 폭포를 보며 삿갓의 시 한 수가 생각난다.


賞景(상경) : 경치를 즐기다

一步二步三步立(일보이보삼보립) :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山靑石白間間花(산청석백간간화) : 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若使畵工模此景(약사화공모차경) :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其於林下鳥聲何(기어림하조성하) : 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오후4시8분.
산행은 이제 끝이 났다.
주차장이 바라보이는 김삿갓 유적비 앞을 지난다.
자연석으로 만든 비석의 글귀는
"시선 김삿갓 난고(蘭皐)선생 유적비"이다.
난고(蘭皐)는 삿갓이 사용했던 여러개의 호 중 하나이다.


오후 4시46분.
땀 흘린 산행을 끝내고 주차장 옆 휴식터에서 영양 보충을 위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곁들인 휴식을 취하며 바라보는 옆 계곡물이 너무 깨끗하다.
이 물이 훌러내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강물로 정평이 나있는 동강을 이루게 된다.
깨끗한 물의 흐름을 더욱 천천히 오랫동안 음미하기 위해 셧터속도 1초로 찍어보았다.
삼각대 없이 1초간의 노출을 거의 흔들림 없이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아직은 내 호흡 상태가 괜찮은 모양이다


주차장에 연이어 자리잡고 있는 김삿갓문학관과 어우러진
뒷편 하늘이 너무 깨끗해 보인다.
더운 여름이어서인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적어 한편으로는
쓸쓸해 보이기도 하다.
나 자신도 더위에 지친데다 문학관 냅부 구경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말았다.
그러나 운 좋게도 오는 토요일인 7월11일 이곳 방문 계획이 잡혀 있어
문학관 내부 관람을 가까운 시일 내에 할 수 있게 되었다.


오후 5시10분.
맑고 깨끗하게 흐르는 저 개울물을 바라보며 오늘 일정을 마감한다.

마대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기에 산에 대해 읊은 삿갓의
시 한 귀절로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

看山(간산) : 산을 구경하다

倦馬看山好(권마간산호) : 게으른 말을 타야 산 구경하기가 좋아서
執鞭故不加(집편고불가) : 채찍질 멈추고 천천히 가네.
岩間在一路(암간재일로) : 바위 사이로 겨우 길 하나 있고
煙處或三家(연처혹삼가) : 연기 나는 곳에 두세 집이 보이네.
花色春來矣(화색춘래의) : 꽃 색깔 고우니 봄이 왔음을 알겠고
溪聲雨過耶(계성우과야) : 시냇물 소리 크게 들리니 비가 왔나 보네.
渾忘吾歸去(혼망오귀거) : 멍하니 서서 돌아갈 생각도 잊었는데
奴曰夕陽斜(노왈석양사) : 해가 진다고 하인이 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