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무건리 이끼폭포를 찾아서

 

2009년 7월19일. 일요일 오전 9시19분.
강원도 삼착시 도계읍 무건리에 위치한 천혜의 비경 이끼폭포를 찾은 날. 아침 6시 경부고속도로 대전 톨게이트를 출발한지 3시간이 넘었다.
해발 1000m를 넘는 오늘 여정 중 최정상부를 지나 태백으로 들어서며
좌측 산 능선으로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항상 이곳으로 여행시 익히 본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드는 것 또한
여행이 주는 큰 행복 중의 하나이다.



 

오전 9시42분.
산행 들머리 도착을 30여분 남겨두고 잠시 정차한 해발 600여m의 국도변 휴게소.
이미 태백을 벗어나 삼척시 경계에 들어섰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산준령들과 산허리에 걸린 흰구름들이
강원도에 깊이 들어왔음을 실감케한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에 있는
높이 50여m의 미인폭포쪽 골짜기가 눈에 들어온다.
앞쪽에 산이 가려 미인폭포는 보이지 않지만 수km떨어진 이곳에서도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윤곽이 어럼풋이 보인다.



 

300m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가 뚜렷이 보인다.
저 물들이 모여 미인폭포의 장관을 이룬다 생각하니
빠른 시일내에 그곳을 찾고 싶어진다.



 

오전 10시18분.
석회석 관련 사업을 하는 태영EMC회사의 삼도사업단앞에서
타고 온 산악회 버스에서 내려 이끼폭포를 향한 산행을 시작한다.



 

석회석 채굴을 위한 여러개의 갱 앞을 지나는 동안은
시원한 자연 냉풍이 이마의 땀을 씻어준다.



 

오전 10시 32분.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로부터 익히 들어온 이장댁이 저만치 보인다.
승용차를 타고오는 사람들은 이장댁 부근에 차를 주차할 수 있으니
약 15분 정도의 시간과 땀을 절약할 수도 있으나 오늘 이끼폭포를 찾는 여정은
산행을 겸한 여정이므로 땀 흘리며 힘들게 산길을 오르는 과정도 오늘 여정의 일부분이다.



 

오전 10시42분.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기는 하지만 이제 땀이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한다.
멀리 남쪽으론로는 산 허리를 맴돌던 짙은 구름도 점점 걷혀 간다.
무척 더운 한낮이 될 것 같다.



 

오전11시1분.
해발 200여m지점에서 시작한 산행길이 이제 해발 500m를 넘어섰다.
좌측으로 90도 꺾어지는 길목 고목나무 아래에 버려진 망가진 세발자전거.
과연 저와같은 세발자전거를 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 산골에서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찾아올까?



 

오전11시15분.
세발자전거가 버려진 고목나무까지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의 임도가
그곳을 지나면서는 이와같은 흙길로 이어진다.
간혹 사륜구동 차량이 지나간 타이어 자국만 눈에 띈다.



 

오전11시25분.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이상 지난 시간.
해발 고도는 600m정도이다.
하늘이 점점 푸르게 변하는 것은 이끼폭포를 찾는 나에게는 반갑지 않은 모습이다.
이끼에 햇빛이 비친다면 멋진 풍경에 대한 감동을 반감시키는 결과가 될테니
짙은 구름들이 해를 가려주기를 빌어본다.



 

오전 11시42분.
계속 오르막을 오르던 길이 거의 수평으로 이어진 능선길로 바뀌면서
햇빛을 잘받는 남향한 사면으로는 각종 야생화들이 화려함을 뽐낸다.
그 중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도라지꽃들이다.
보라빛 꽃들이 거대한 군락을 이룬 곳도 자주 눈에 띈다.



 

이끼폭포로 내려가는 좁은 숲길 맞은편의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 한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이끼폭포를 향해 숲길로 향할 채비를 한다.



 

오전 11시 46분 이제 날씨는 푸른 하늘에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전형적인 여름의 모습이다.
지리산 자락에는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린다는데,
그러고 보면 평소 좁다고 여기는 우리나라 땅덩어리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넓게 여길 수도 있음을 절감한다.



 

낮12시20분.
휴일을 맞아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이끼폭포 바로 앞 계곡 물에 두 발을 담그고
카메라를 들고 씨름한지 20여분만에 겨우 사람을 피해 첫번째 사진을 찍었다.
수차례 방문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초록으로 빛나던 이끼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지난 며칠 내린 장마비로 불어난 폭포의 세찬 물소리 때문에 옆 사람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 폭포 위에 있는 상단 폭포를 보기 위해 줄사다리와 로프를 이용하여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위태롭게 보인다. 





오른쪽 깎아 지른듯한 비탈면으로도 자그마한 폭포가 만들어져
이끼 사이사이로 물줄기들이 계속 흘러내려 장관을 이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멀리서 아름다운 경치를 관망하는중에도 간혹
저 폭포 중간의 이끼 사이에 기어올라 병에 물을 받거나
사진을 찍는 망나니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핀잔을 한참 들은 후에야 마지 못해 내려온다.



 

북서쪽을 향한 때문인지 폭포 아래 얕은 계곡의 돌들도 녹색의 이끼로 덮여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버너를 이용해 라면을 끓이거나 밥을 짓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천혜의 비경을 보전하기 위한 삼척시 등 행정당국의 조속한 조치가 요망된다.



 

하단 폭포 옆의 가느다란 로프를 붙잡고 조금은 위험을 느끼며 올라간 상단 폭포.
좁은 암벽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마치 딴세상에 온듯한 비경에 감탄한다.



 

이곳 상단 폭포는 로프를 잡고 위험하게 올라와야하는 이유 때문인지
아레의 폭포보다는 사람도 훨씬 적고 이끼도 그 훼손 정도가 덜한 것 같아 다행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몰상식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저 이끼 중간에 혼자 버티고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꾸짖어 내려오게 하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몰상식한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다.



 

오후2시4분.
이곳 이끼폭포에 도착한지 어느새 두 시간이 흘렀다.
마음 같아서는이곳에 오래 머물며 이 장관을 오래오래 망막에 각인시키고
마음속 깊이 담아 두고 싶기만하다.



 

앞에 보이는 석회석 동굴속에서 흐르는 물줄기와 함께
주변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으나
계속 비치는 햇빛 때문에 제대로 담을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



 

오후2시28분.
이끼폭포를 떠나 하산을 시작하며 아쉬운 마음에
폭포쪽을 다시 한 번 뒤돌아 본다.
하단폭포로 내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위험해 보인다.



 

오후3시41분.
이끼폭포를 떠나 하산을 시작한지 1시간 10여분이 흘렀다.
이장댁 부근의 비탈진 사면에도 도라지꽃이 군락을 이룬다.
오늘은 이끼폭포의 장관을 마음 속 깊이 새긴 행복한 하루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오후4시43분.
귀가할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 옆의 깨끗한 계곡물을 바라보며
이마의 땀을 씻는다. 무척 상쾌하고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