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그토록 무성하던 녹색의 풀과 나무들도 서서히 다른 색깔의 옷을 갈아 입으며 춥고 긴 겨울나기 준비를 합니다.
잡풀들 사이에 홀로 피어 있는 억새 꽃이 가을의 외로움을 더해줍니다.
한낮이 되도록 이름 모를 풀잎에 내려 앉은 찬서리가 마르지 않는걸 보면 대지를 비추는 태양이 계절의 변화를 짊어진듯합니다.
온갖 이름 모를 풀들이 뒤엉켜 가을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들이 언뜻보면 무질서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자연스러움에서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얻기도합니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에서는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읽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속삭임이 들리는듯도 합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징검다리를 건너 일터로 돌아가는 젊은 여인이 입은 반팔옷을 보며, 젊음이 부러워집니다. 아! 나도 일주일만 젊었으면 지금처럼 긴팔 자켓을 벗고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할 수 있으련만...
지난 여름부터 무심코 지나치던 돌계단이지만 가까이 살펴보니 그곳에도 예외없이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큰 날개를 퍼득이며 나는 모습이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검은물잠자리가 풀잎에 앉아 있네요. 보통 잠자리들이 날개를 펴고 앉는데 비해 검은물잠자리는 나비처럼 날개를 곧게 세우고 앉는게 좀 다른 점이지요.
우리가 보통 접하는 꿀벌은 '벌목'인데, 등애는 '파리목'에 속하지요. 머리를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하고 나는 등애는 꿀벌보다 추위를 더 잘 견디는지도 모르겠네요.
자주강아지풀(for. purpurascens)은 꽃이삭에 달린 털이 자줏빛이며 우리가 흔히 보는 강아지풀(Setaria viridis)과는 학명이 다르지만 일반인들은 보통 그냥 강아지풀이라고 부르지요.
작은 참세떼들도 몇몇이 모여서 깃털을 물에적셔 씻는 것을 보면 목욕을 할 줄은 아는 모양입니다. 젖은 털을 말리기도 하는군요.
흰나비과의 나비인데, 배추흰나비인지? 대만흰나비인지? 각시멧노랑나비인지? 저는 분간을 못하겠네요.
부지런히 움직이며 월동 준비를 하는 벌의 뒷다리에 꽃가루가 많이 뭉쳐진걸 보면 이제 집으로 돌아가 잠깐의 휴식을 취할 시간이 된듯합니다.
한낮의 휴식을 취하는 왜가리의 눈동자가 마치 가을 하늘처럼 말고 깨끗하게 보입니다.
매일 쳐다보는 하늘이지만 흰 구름과 어우러진 파란 하늘은 볼수록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편안한 산책을 끝내고 즐거운 마음에 들떠서인지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춘 곳은 폴로,로가디스 매장 안이었습니다.
마침 입고 있던 자켓이 춘하복인지라 즐거운 기분으로 니트가디건과 자켓 한벌을 쇼핑백에 담아 들고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비록 30 여만원이라는 돈을 지불했지만, 고스톱 치면서 100원 잃고 아까워했던 것과 비교하면 행복한 돈 쓰기라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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