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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소설(小雪 :11/23) 한낮의 대전 갑천변 사진 기행

지난 여름부터 비가 내리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한 점심 후 산책을 즐기는 그곳. 8월 2일 한낮의 모습. 가만 있어도 땀이 비오듯 하던 그날. 한 여름의 짙은 녹음 속에. 지면에서 내뿜는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가 마치 멀리서 보면 물웅덩이를 연상케할 정도의 더위였었지요.


한 여름의 그 찌는듯한 더위도 가시고 가을을 만끽할 무렵인 지난 10월30일 한낮의 같은 장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계절은 시나브로 우리 곁을 빠르게 스쳐지나갑니다. 낙엽을 밟으며 걷다보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게됩니다.


온누리에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전해 주는 풍성한,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가을이건만... 생업이라는 핑계로 점심 후의 산책을 게을리하다 다시 찾은 그곳. 11월14일 한낮의 그곳은 게으른 나를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무정한 나무들은 겨울 준비를 위해 화사한 다홍치마를 벗어버리기 시작합니다.


겨울이 가까워 오면 월동준비로 눈코 뜰새 없는 우리네 서민의 하루하루만큼이나 겨울 채비를 하는 자연의 변화도가속도가 붙는듯합니다. 불과 열흘만인 오늘(11월23일) 한낮의 그곳은 마치 딴 세상인양 앙상한 가지만 남은 칙칙한 몰꼴의앙상한 가지들만이 나를 반겨줍니다.


서구 월평동과 유성구 봉명동을 바로 이어주는 갑천의 징검다리. 그나마 그 징검다리를 건너는 젊은 여인의 발랄한 자태에서 겨울 초입의 을씨년스런 모습이 조금은 감추어지는듯합니다. 젊음은 이래서 좋은건가 봅니다.


변화무쌍한 계절을 거스르며 오랜 기간 변함없는건 오직 쉴새없이 여울을 만들며 흘러 내리는 물줄기 뿐인듯합니다. 그나마 이 물줄기 덕분에 강인한 생명력의 수초가 자라 플랑크톤을 포용하고, 또 그로 인해 청둥오리와 백로가 도시의 공해에 찌든 우리 눈의 피로를 조금은 덜어줄 수 있을겁니다.


하루 중 가장 밝고 따뜻한 한낮이지만, 누렇게 퇴색된 잔디와 멀리 아련히 보이는 도시의 잿빛 하늘이 겨울의 시작을 실감하게 합니다.


지난 여름 울창한 나뭇잎이 온갖 곤충과 새들의 안식처를 만들어주던 어머니 같던 나무도 앙상한 가지만 남아 대롱거리는 한두닢의 잎새만 대롱거립니다. 오래 전 '오 헨리'도 이런 나무를 보면 원고지에 '마지막 잎새'를 써 내려 갔겠지요.


어미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초년생 백로의 먹이 사냥이 내 눈에 어설퍼 보이는건 황량한 주위 환경과 간간히 귓전을 때리는 싸늘한 북풍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인간만이 아니라 많은 생물들에게 겨울이란 존재는 위협적이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존재로써, 겨울 앞에서는 움츠러들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그러나, 대표적인 겨울 새인 청둥오리만은 마치 제 세상을 만난양 인색한 겨울 햇빛에 비친 물위를 활기차게 헤엄쳐 다닙니다.


갑천 징검다리를 건너 대형 할인매장으로 알뜰 쇼핑을 하러가는 젊은 엄마들은 찬 북서풍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위해 세찬 겨울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냅니다. 아마도 자손 번식을 위한 모성애는 모든 생물에게 공통적으로 부여된 신의 섭리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