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찌푸린 날씨로 인해 최종 목적지인 순천만을 향하면서도 햇빛이 나지 않으면 순천만의 장관을
접하기 어렵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맴돌았으나,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본 하늘의 구름사이로 약하게나마 보이는 빛내림을 접하며 오후에는 밝은 햇빛이 나를 반겨주리라는 희망을 찾았습니다.
순천만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용산전망대를 가기 전 먼저 찾은 두온마을 인근 야산에서 바라본 갯벌의 모습. 만조 때 밀려들었던 바닷물이 빠지며 만들어 놓은 갯벌의 S자형 곡선의 아름다움에서 자연의 신비함을 느낍니다.
1964년 발표된 소설가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 " 을 통해 처음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순천만, 물론 소설속의 무대는 순천만의 일부인대대포구 부근이긴 하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
작가는 소설속에서 이곳의 안개를 이렇게 표현했지요.
그 이후로 대대포구의 아침안개는 유명해졌고, 더불어 순천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갯벌과 갈대밭, 포구를 모두 만날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합니다.
순천만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람사습지협약"에 가입된 곳이다. 그 넓이만 해도 800만평에 이르고
세계적 희귀조인 흑두루미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서식하는 곳이라고합니다.
관광버스를 이용한 테마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용산전망대에는 순천시에서 파견한 안내원들이 1200mm 이상으로 추정되는 망원경을 설치하여 흑두루미,고니 등을 관람객들이 직접 볼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도군요.
관광객들을 가득 태운 유람선이 쉴새없이 상,하류를 오르내리며 갈대밭과 철새도래지를 보여주고, 또 승객들을 위해 안내방송하는 소리가 멀리 떨어진 용산전망대에 서 있는 제 귀에도 들려오더군요.
일몰 시간에 맞춰 바닷물이 빠져 나갈 경우 멀리 하류에 아름다운 곡선의 S자 형태가 낙조와 어울려 나타나게되면 그 모습을 한장의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아침 5시에 해장국 한그릇으로 떼운 빈속의 고통. 배고픔에 지친 어느 누군가는 한알의 사탕이라도 얻기 위해 노력해 보았건만.....오후 4시가 넘은 시각. 일몰이 가까워오건만 간조시간이 맞지 않아 S자 곡선을 보기는 어려울듯합니다.
다음에 다시 찾을 것을 다집하며 순천만을 한 눈에 내려디보는 용산을 떠나 석양무렵의 갈대밭을 지나치며 들리는 바람결의 갈대의 부딪는 소리, 그리고 갈대밭 사이로 살랑살랑 이는 바람의 냄새가 무척 향기롭고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유난히 짧은 겨울 해는 오늘도 어김없이 붉은 빛을 띄며 서산 너머로 돌아갑니다. 그에 따라 멀리 떠나온 길손들도 아쉬움을 남긴 채 귀가길을 재촉합니다. 주말 하루를 행복하게 보낸데 대해 잠시나마 자연에게 감사를 드리고픈 날입니다.
오후 4시경 순천만의 S자를 기다리며 고통속에서 주렸던 배고픔도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으로 희석이된듯,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잠시 들린 남해고속도로상의 '사천휴게소'에서는 핫배 1개씩과 뻥튀기로 허기만 진정시킨 채 늦은 저녁의 만찬을 위해 "집으로! 집으로" 만을 마음속으로 부르짖었습니다.
대전에 무사히 도착하여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이른 아침을 먹은지 15시간만에 대하는 음식 앞에서는 그 어느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패삼겹살이 익기가 무섭게 입에만 넣어도 녹을듯한 고기 한점 한점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입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거기에 곁들여 목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소주반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더군요.
2인분씩을 해 치우고, 불판에서 볶아낸 볶음밥과 함께 따끈한 우거지국을 곁들인 후에 느낀 행복한 포만감으로 오랜만에 단잠을 이룰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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