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태안 해변길 제5구간 `노을길`을 걷다.

 

2011년 12월4일 일요일 오전 10시15분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백사장항 남쪽에서 '노을길' 걷기를 시작한다.
예전에는 안면도라 불리우던 섬이었으나 이제는 태안군 남면과 연결된
안면대교 덕분에 육지화된 곳이다.

조선시대 이곳에 조세창고(租稅倉庫)가 있었으므로, 이에 연유하여 마을 이름을 창터말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뒤에 지명의 한자 표기에 따라 창기리(倉基里)가 된 유래를 가진 곳.
옥석같이 고운 '흰모래밭'을 가졌다하여 "백사장"이란 이름을 얻은
'백사장항'은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산 대하집산지이기도 하다.





좌측으로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이어고 우측으로는 태안해안국립공원 구역의 청정해역을 끼고 걷는 길.
우측인 서쪽 바다 건너 한서대학교 비행교육원이 있는 곰섬해변이 보이고
휴일 오전임에도 비행 훈련중인 경비행기가 부지런히 해변 위를 낮게 날아다닌다.

저곳에서 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지는 드르니항에는 다음주 일요일에
몽산포해수욕장에서 시작되는 태안해변길 제4구간인 '솔모랫길'탐방시 찾을 예정이다.





오전 10시30분
백사장해변의 모래사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갯바윗길을 지난다.
총 12.1km 거리인 '노을길' 구간 중 1.2km를 지난 지점이다.
밀물시에는 이곳으로 지나지 못하고 나무계단을 이용해 언덕을 넘어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썰물 때인지라 바닷가를 따라 걸을 수 있음을 행운으로 여긴다.





조금 전 북쪽에서 바라보며 지날 때는 검은색으로 칙칙하게 보이던 못생긴 바위였지만
햇빛을 받는 남쪽에서 바라보니 그런대로 눈을 끌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붉은 빛을 띄는 것은 아마도 철분의 함유로 인한 산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오전 10시36분
갯바위 길이 끝나는 지점 이정표에 '삼봉'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멀리서 보면 바닷가 쪽으로 연이어 3개의 작은 야산 봉우리가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 1.7km를 걸어왔으며 종착점인 꽃지해변까지는 10.4km가 남았다.
급경사 오르막 길을 올라 고개를 넘어간다.





자그마한 고개를 넘어 삼봉해수욕장 모래 위에 발을 내 딛는다.
높이 18m, 20m, 22m인 3개의 봉우리 중 바다에 가까이 붙은 온통 암반으로 이루어진 봉우리 너머
멀리 북쪽을 바라다 본다. 맑고 깨끗한 바다를 바라보니 마음속까지 시원해 진다.





그러나 진행 방향인 남쪽으로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멀리 4km정도 떨어진 두여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삼봉,기지포,안면,두여 라는 이름의
4개의 해수욕장이 연이어 이어진 긴 해변이 펼쳐지는 드넓은 바닷가.
온통 구름이 뒤덮은 가운데 두꺼운 구름 사이로
마치 레이저 쇼를 펼치듯 빗줄기가 여기저기를 비춘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마치 바늘구멍같은 구름 사이를 뚫고 한줄기씩 비치는 햇살.
수많은 탐방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를 즐긴다.





물 빠진 모래사장에는 온통 조개로 뒤덮였다.
간혹 절경 탐방보다는 조개 줍기에 정신을 쏱는 이들도 눈에 띈다.
너무 심한 경우는 눈에 거슬린다.
염불에는 신경 안 쓰고 젯밥에만 눈독 들이는 꼴이니 무척 꼴 사나울 수밖에...





평소의 서해바다의 잔잔한 모습과 달리 오늘은 파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바위에 부딪친 파도가 흰 포말을 연이어 일으키는 장쾌한 퐁경을 연출하는 동해바다 보다는 못하지만
파도가 일으키는 흰 포말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물 빠진 모래밭은 여름철에는 인간들의 해수욕장이 되지만
오늘처럼 추운 겨울날에는 갈매기들의 놀이터가 된다.





멀리서 그저 바라만 볼 때의 갈매기는 어여삐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매서운 눈매와 날카로운 부리가 육식 조류임을 실감케 한다.



쉴새없이 불어오는 겨울 북서풍은
이처럼 고운 모래를 실어 내어 해안가에 사구를 형성한다.
오랜 기간이 경과하면 지형을 바꿔 놓거나
또는 모래밭을 풀밭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오전 11시2분
삼봉해수욕장이 끝나고 연이어 기지포해수욕장이 이어지는 부근에서
고운 모래 위를 걷는 백사장을 벗어나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소나무숲으로 들어간다.





'기지포 자연관찰로'라 이름 붙여진 소나무숲길을 걷는 맛은 또 색다르다.
솔 향기가 코 끝을 스친다.





키도 그리 크지 않고 어찌 보면 여려 보이기까지 하는 소나무들이지만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다.
세찬 북서풍을 막아 주는 방풍림 역할은 물론
북서풍에 안겨 몰려 와 농토를 황폐화 시키는 모래를 막아주는 방사림 역할까지 하면서.





아침부터 온통 구름으로 뒤덮였단 하늘이 조금씩 푸른 빛을 전해 준다.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니 움츠렸던 몸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다.
이제 몸에 기분 좋을 정도의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오전 11시12분
기지포해변과 안면해변을 구분 지어 놓은 작은 개울을 건너는 콘크리트 다리인 창정교 위에서
바라보는 바닷가쪽의 경치에 한동안 다리 난간에 기대어 멈추어 선다.
이제 출발 지점에서 4.2km를 걸어 왔으며 종착지까지 남은 거리는 7.9km이다.
작은 하천이 바닷물로 흘러드는 기수지역으로 모래갯벌이 분포하는 이곳은
수많은 갯벌생물들의 서식지이며 또한 야상동물 서식공간인 ‘비오톱’을 설치하여
야생동물생태 관찰이 가능하다 한다.

"비오톱[biotope]"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이라는 의미의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용어로
인간과 동식물 등 다양한 생물종의 공동 서식장소를 의미한다.





창정교를 지나 다시 좌측으로 소나무숲 우거지고 우측으로는 파도 소리 이어지는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이제는 따뜻한 햇살이 온몸을 데워주는 따사로운 길이 이어진다.





오전 11시17분
지금 지나는 모래밭은 안면해수욕장이다.
행정구역상 안면읍 정당리인 이곳 해수욕장의 규모는 길이 2km, 폭 200m 의 멋진 곳이다.
북쪽 방향으로 뒤돌아 보이는 파란 하늘이 눈 부시다.





남쪽 멀리 야트막한 봉우리를 가진 두여전망대까지는 두여해수욕장이 연이어 이어진다.
넓고 길다란 물빠진 모래사장 위에는 조금 전 지나간 탐방객들의 발자국이
작은 점을 하나하나 찍어 나가듯 이어진다.





모래밭을 걷는 탐방객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휴일 하루 재충전을 위한 시간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영양가 높은 값진 음식보다
훨씬 그 중요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 하리라는 것이 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길은 보는 이들도 덩달아 행복감을 느낀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짝 잃은 갈매기만이 아마도 시샘을 보내고 있으리라.





흰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 드는가하면 순식간에 물러나는 파도.파도.파도..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또는 벗과 함께 걷는 길.
행복한 길임이 분명하다.





오전 11시34분
안면해수욕장과 그 남쪽의 두여해수욕장의 구분은 명확치 않다.
어쨌든 이정표에는 이곳 부근부터 두여해변이라는 글귀가 씌어 있다.
출발 지점에서부터 6km를 왔으니 거의 절반을 온 셈이다.
이제 남은 거리는 6.1km이다.





오전 11시39분
두여해수욕장이 끝나는 곳에서 자그마한 언덕이 앞을 가로막는다.
벌써 수차례 반복되는 일이지만 또 다시 해변가에서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작은 언덕으로 향한다.
산행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에게는 조금은 힘이 드는 순간이다.





종착지인 꽃지해변까지 5.7km를 남겨둔 지점에서 해변을 떠나 언덕을 오른다.
전망대까지 거리가 0.5km 임을 알리는 이정표와 함께 시작되는 오르막 계단
힘들게 오르는 몇몇 사람들의 숨소리가 파도 소리와 함께 화음을 이룬다.





계단을 오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본다.
활처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펼쳐진 안면해수욕장 및 두여해수욕장의 아담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젊음이 원색의 물결로 출렁이던 여름이 지난 후 썰렁해진 해수욕장에
오늘처럼 겨울바다를 즐기는 탐방객들이 찾아주는 바닷가
푸른 물결 일렁이는 바다는 그래서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오전 11시46분
두여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다 본다.
해안으로 돌출된 바위 절벽 위에 만들어진 비교적 넓은 전망대에는 삼삼오오 모여
휴식과 점심식사를 즐기는 이들로 비교적 붐빈다.





이곳 두여해변은 지형이 아름답고 나무숲이 우거진 덕분에
예전에 도인들이 도를 닦던 마을이라하여 '도여'라 불리었다 한다.





이름 모를 작은 바위섬을 파도는 쉬임없이 부딪친다.
아마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저 작은 바위섬은 파도에 씻겨 흔적조차 없어질지도 모른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인 남쪽으로 눈을 돌린다.
밧개해수욕장을 이루는 앞바다의 물결이 다른 곳보다 잔잔하다.
잔잔한 바다는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엷은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난다.





오전 11시55분
두여전망대를 벗어나 다시 모래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나타나는 곳은 밧개해변이다.
안면읍사무소와 시외버스 터미널이 가까이 있어서인지 해변가에 음식점과 휴게소들이 여럿 있다.
많은 탐방객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해변가와 작은 둑 하나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농업용수가 깨끗해 보인다.
마치 바닷가가 아닌 깊은 산속에서 흐르는 물줄기인양 느껴짐은
내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낮 12시10분
종착지인 꽃지해변까지 4.7km를 남겨둔 지점에서 밧개해수욕장을 한참 거닐어본다.
오랜 시간 걷느라 힘겨운 탐방객들이 모두 휴식을 취하는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드넓은 모래사장에 인적이 없다. 이런 고요함이 무착 마음에 드는 순간이다.





해변가 근처는 무척 잔잔하지만 조금 눈을 들어 바다를 바라보면
작은 바위섬 주위로 거센 파도가 몰아침을 볼 수 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보였다가 숨었다하는 작은 바위를 '여"라고 칭하는데
저기 보이는 바위는 완전히 숨을 때는 없을듯 싶다.





젊은 여성들이 유난히 부러워할듯한 날씬한 각선미를 뽐내는 갈매기 한 마리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듯한 표정으로 휴식을 취한다.
혹시 갈매기 집단 중에서는 행세하는 철학자쯤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곳 밧개해변의 일부 암반갯벌에는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독살안에 같혀 나가지 못하는 원리를 이용한 전통적인 어로방식인
독살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암반갯벌 주위에는 조개 등 해산물을 찾는 탐방객들이 비교적 많이 눈에 띈다.





낮 12시24분
꽃지해변까지 3.9km를 남겨둔 지점에서 밧개해변을 떠나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
두에기해변으로 이어지는 언덕을 오르기 위함이다.
이곳 언덕 오르내림은 그동안 지나온 자그마한 여러 언덕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길고 높은 편이다.





낮 12시36분
바닷가에 외로이 떠 있듯 솟아 있는 촛대바위가 조그맣게 보이는
두에기 해변을 벗어나 걸음을 이어 간다.
이제 최종 목적지인 꽃지해변까지 남은 거리는 3.2km이다.

보통 뒈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두에기 해변은 길이가 300m 정도에 불과한 자그마한 해수욕장으로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조금은 독특한 분위기의 해변이다.
선캄브리아시대 생성된 서산층군의 편마암및 편암류가 기반암을 형성하고
편암류 사이에 규암이 협재되어 분포하는 멋진 기암괴석이 많았으나
일부 몰지각한 인간 군상들이 부표, 부이(Bouy)를 매달아
만조시 배를 동원해 큰 것까지 반출하여 갔다고 한다.





혹시 촛대바위 위에 앉은 저 갈매기들이 기암괴석을 훔처가는 도둑을 지키는 것은 아닐까?

지난 1970년 5월 북한 간첩 2명을 부근에서 사살한데 이어 오전에 지나온 삼봉해안 부근에서
그들이 타고온 간첩선을 격침함은 물론 나머지 간첩 1명을 체포한 역사가 서린 두에기해변을 떠난다.
갈매기야! 너희들만이라도 이 나라를 지켜다오!





두에기해변을 지나 방포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향하는 숲길에서
철 모르고 노란 꽃망을을 터뜨린 개나리 몇 송이를 만난다.
수십년만에 찾아왔다는 이상 난동으로 인해 식물들도 큰 혼란을 겪는 요즈음이다.
조만간 몰아닥칠 동장군을 만나면 저 여린 목숨을 부지하기가 어려울텐데....





철 모르고 피어난 꽃은 개나리만이 아니다.
8~10월이 제철인 사데풀도 12월임을 잊은 채 피어있다.
바닷가 가까이에 자라지만 해수의 영향이 거의 없는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이 꽃은 풀 전체를 해열이나 지혈 등에 약용한다.





수줍은듯 노란 얼굴로 무리지어 피어있는 이꽃은
나의 얕은 지식으로는 국화과인 감국으로 여겨진다.
10월에 꽃을 말려서 술에 넣어 마시고, 어린 잎은 나물로 쓰는 이 꽃은
열감기·폐렴·기관지염·두통· 위염·장염·종기 등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들은바 있다.





낮 12시53분
두에기해변을 벗어나 야산 언덕을 넘은 후 방포마을로 내려가는 내리막 길에서
앞쪽으로 저 멀리 방파제 너머로 꽃지해변을 상징하는 할머니바위,할아버지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오후 1시4분
방포해수욕장 변의 주위 자연경관과 너무나 동떨어져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휴식용 의자를 다시 한번 바라보며 방포해변을 떠나
이곳 방포해변과 언덕 너머 꽃지해변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전망대로 향한다.





오후 1시18분
꽃지해변까지 0.9km를 남겨둔 지점의 언덕 위 방포전망대에서
지나온 쪽인 북쪽을 바라다 본다.
길이 0.7km의 아담한 방포해수욕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곳 방포해수욕장은 안면도 해수욕장 중 최초로 개장된 해수욕장으로서
수년 전까지만해도 많은 해수욕객들이 찾았던 곳이나 근래들어
바로 인근한 꽃지해수욕장의 유명세로 인해 방문객이 급격히 줄어든 곳이다.





전망대에서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오늘 탐방의 최종 목적지인 꽃지해변이 눈에 들어오며
그 앞에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꽃지의 명물 할머니바위,할아버지가 눈 한가득 들어온다.





오후 1시25분
꽃지해변까지 0.8km를 남겨둔 방포해변으로 내려선다.
해변과 마을 사이에는 길이 약 120여m 에 달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이 눈에 띈다.
바로 뒤에 농지가 있고 민가에서 약 300m 남짓 떨어진 이 모감주나무 군락은
방풍림 구실을 훌륭히 해 내는 존재다. 천연기념물 제138호로 지정된 우리 문화유산이다.

종자로 염주를 만들기 때문에 일명 '염주나무'로도 불리는 이곳의 모감주나무는
중국에서부터 서해 바닷물에 실려온 씨가 싹튼 것이라고도 하고,
중국의 어부들이 이곳까지 고기잡이 나왔다가 심은 것이라고도 전해 진다.





방포 포구와 꽃지해변을 이어주는 아치형 철제 다리인 "꽃다리"를 건너 꽃지해변쪽으로 향한다.
저 다리 난간에서 꽃지해변쪽을 바라보는 일몰 풍경이 태안8경에 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운데..
오전에는 잔뜩 흐렸던 하늘의 구름이 맑게 개인 것을 보니
일몰을 본 후 귀가길에 나서고픈 강한 충동이 일어난다.





오후 1시35분
최종 목적지인 꽃지해변에 도착해 바다쪽으로 눈을 돌린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12.1km를 3시간 반 남짓동안 걸어온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해변 끝자락에 자리 한 두개의 멋진 바위 봉우리를 가까이 살펴 본다.
좌측이 할미바위이고 우측 큰 것이 할아비바위인데 저 두 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온다.

"838년(신라 흥덕왕 4년) 당시 견승포(현재의 방포) 기지사령관이던 승언이 출정 후 귀환을 하지 못하고,
그를 기다리던 아내 미도는 죽어서 할미바위로 변한다.
그 후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심한 어느 밤에 할미바위 옆에 큰 바위가 하나 우뚝 솟아 오르고
그 바위의 이름은 할아비바위로 지어진다."





할미바위 윗부분을 가까이 살펴보면 멋진 자태의 소나무가
암반에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버티고 있다.
일편단심 남편의 귀환을 빌던 아내 미도의 애절한 기다림이 생명력 강한 소나무에
혼을 불어 넣어 주는듯도 하다.





오후 3시43분
노을길 탐방을 모두 끝낸 후 꽃지해변에서 4km 남짓 떨어진 밧개해변에 위치한 횟집에서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추위와 허기로 지친 몸을 달랜다.
하늘의 구름이 점점 걷혀가며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드러낸다.





짧은 겨울 해는 수평선 가까이로 점점 기울어간다.
아침 일찍 4마리의 말이 이끄는 태양마차를 몰고 창공을 가로질러온
그리스신화의 태양신 헬리오스도 이제 곧 남매인 달의 여신 셀레네에게 밤 동안의 임무를 맡긴 후
황금의 잔을 타고 오케아노스의 강을 항행해서, 동쪽의 궁전으로 돌아갈 생각에 젖어 있으리라.





비록 겨울 바람이 계속 불어오는 추운 바닷가이지만
젊은 연인들의 사랑 놀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젊은 청춘의 상쾌함을 멀리서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다 본다. 옛 추억을 그리며.





물 빠진 갯벌을 거닐며 오래 전 자주 듣고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린다.
박인희의 '겨울바다'

------
떠날 수 없는
겨울 바다여
바람은 차갑게
몰아쳐 와도
추억은 내 가슴에
불을 피우네-------





오후 5시3분
멋진 서해바다에서의 일몰을 보고자
4km의 길을 되짚어 꽃지해변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심술궂고 변덕스런 날씨를 탓할 수밖에 없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맑은 하늘이었건만 어느새 많은 구름이 수평선 가까이로 몰려온다.





오후 5시11분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그 모습을 감추는 멋진 일몰을 보기 위해
방포포구와 꽃지 사이에 가로 놓인 꽃다리 위에서 서쪽 하늘을 응시한다.
이제 10여분 후면 붉은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숨어 들 시간.
구름은 점점 두터워지기만 한다.





사랑하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심정으로 기도를 올리는듯한 할미바위도
하루의 마지막 태양 빛을 좀 더 받아들이기 위해 소나무 가지들을 더 멀리 뻗는듯하다.





오후 5시13분
이제 기울어 가는 태양빛은 짙은 구름 속으로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춘다.
수평선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멋진 일몰을 보지 못한 아쉬운 미련을 접고 귀가길에 오른다.
비록 환상적인 오메가를 연출하는 멋진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시원한 겨울바다를 거니는
멋진 경험을 한 행복한 휴일 하루였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