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발바닥의 작은 티눈 두개를 빼냈다는 핑계를 앞세워
며칠간 점심 산책을 거르다 다시 찾은 나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저만치 앞서가는
가을의 뒷모습이었습니다.
비록 수일간 잊고 있다 다시 찾아온 그곳이지만 예전의 그 벤치위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한두닢의 낙엽이 나를 반깁니다. 다만 그새 더욱 화려한 원색의
의상으로 갈아입은채 나를 기다려줍니다.
며칠새 유난히 붉어진 나뭇잎과 그로 인해 더욱 푸르게 보이는 에메랄드 빛 하늘만으로도
가을이 성큼 앞서 있음을 느낍니다.
싸늘한 느낌으로 내 피부를 간지럽히는 가을 바람은 어느새 구름의 모양을 뒤바꾸어 놓습니다.
구름 틈으로 내비치는 햇살이 무척이나 그리워지는건 내 마음 한구석이 공허함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갑천변을 따라 늘어선 불게 또는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무들에 둘러싸인 고만고만한 우리네 이웃들의
보금자리. 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이 고루 비쳐주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옛날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이 '백로는 여름 철새'이어서인지.. 잠깐 구름이 햇살을 가린 동안은
흰색 옷을 입은 백로 무리들도 추위를 느끼고 한 곳으로 모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햇빛이 내려 쪼이는 한낮이지만 천변에 가로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 이의 발걸음도 싸늘한 기운을 덜어내듯
종종걸음으로 이어집니다.
추운 겨울을 앞둔 우리네 이웃들의 조급한 마음, 그리고 빠듯한 삶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네들을 그대로 재현하듯 잠깐 동안에도 하늘의 구름은 변화무쌍한 양태를 이어갑니다.
지난 여름 그리도 무성하던 갈대숲에도 이제는 듬성등성 철늦은 꽃을 피운 몇몇 갈대 무리만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그나마 남긴채 싸늘한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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