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5일 토요일 오전 9시25분
오전 5시 대전을 출발해 새벽의 여명을 가르며
4시간 이상 숨가쁘게 달려온 45인승 관광버스가
전남 해남군 송지면에 위치한 땅끝마을 주차장에 도착한다.
선착장 입구에 자리한 땅끝비 뒷편으로는
일출명소로 유명한 쌍둥이섬 맹섬이 보인다.
매년 2월과 10월의 며칠간 쌍둥이 바위섬인 맹섬 사이로
위 사진과 같은 멋진 일출의 장관이 펼쳐지곤 한다.
우리의 목적지인 전남 완도군 보길도와 교량으로 연결된
완도군 노화도까지 우리 일행은 물론 타고 온 대형 버스까지 실어줄
페리보트는 이미 선착장에 닻을 내린채
승객과 차량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페리보트에 오르며 뒤돌아 보면 갈두산 정상에 자리한 땅끝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 좌측 쌍둥이섬 맹섬의 바위틈으로 뿌리를 내리고 씩씩하게 자라는
몇그루의 소나무에서 강한 생명력을 배운다.
오전 9시46분
우리 일행 20여명과 45인승 버스까지 실은 페리보트는
선착장을 떠나 노화도 산양진항을 향해 물살을 가른다.
땅끝전망대를 오르내리는 노란색 '모노레이카'가 어렴풋이 보인다.
전망대 부근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가동중인 9층 전망대의 멋진 자태와
관광객을 전망대까지 싣고 오르내리는
노란색의 모노레이카의 모습이 뚜렷이 보인다.
*나 자신 흔히 '모노레일카'라고 지칭해왔으나
저곳 전망대 공식 홈페이지에는 '모노레이키'라고
표기되어 있다.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숙제를 스스로 남긴다.
유난히 잔잔한 바다 위에는 이름 모를 작은 섬들이 무수히 떠 있다.
지금 배가 지나는 바다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구역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한려해상국립공원'은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서부터 서쪽으로 전남 여수시 돌산도 우측단까지를 말하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전남 여수시 돌산도에서부터 서쪽 방향으로
전남 신안군 흑산도까지를 이름이다.
오전 10시20분
행정구역상 전남 완도군 노화읍 신양리인
노화도의 산양진항에서 폐리보트를 내린 일행은
다시 타고온 버스에 오른다.
이곳 노화도가 우리나라 전체 전복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전복 주산지임을 안내간판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오전 10시35분
노화도 북단의 산양진항에서 우리를 태운 버스는 노화도를 가로질러
남쪽 끝 이목항과 보길도의 북쪽 끝 청별항을 잇는
보길대교를 건너 보길도로 향한다.
지난 2008년 개통된 길이 620m의 이 보길대교는
보길도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노화도까지 둘러볼 수 있게 해준다.
오전 11시3분
인구 약 3,000명에 해안선 길이가 40km정도인 보길도의 북동쪽에 있는 청별항에서부터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절반 가까이 달려온 버스는
작은 섬 남서쪽 끝부분의 망끝전망대 앞을 지난다.
맑은 날에는 추자도는 물론 제주도가 보이는 저곳 망끝전망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곳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망끝전망대를 지나 남서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눈 앞으로 해발 195m의 보죽산(甫竹山)이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은듯 보인다.
보길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이 산을 다른말로 '뾰족산'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를
이 지점에서 볼 때야 이해할 수 있을만큼
끝이 뾰족하게 생긴 작은 산이다.
오전 11시14분
보길도 남쪽 끝 해안마을인 보옥리(甫玉里)에서 차를 내려
이곳 보길도 최고봉인 적자봉(일명 격자봉)을 거쳐
북쪽의 세연정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로로 향하며 뒤돌아 본 뾰족산의 모습은
북서쪽 해안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마을 이름인 보옥리(甫玉里)라는 이름만으로
보석을 연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이곳 보옥리는 순 우리말로 ‘뽀래기’나 ‘뽀리기’로 불렸는데
보리수나무라는 뜻이다.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보옥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오전 11시22분
산행로 초입부터 작은 섬 답지 않은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더구나 동백나무,후박나무,회양목 등 상록수가 유난히 많다.
그래서인지 햇빛이 잘 들지 않을 정도로 짙은 숲이다.
지난해 봄 가까운 같은 완도군의 섬인 청산도에서는
보리수나무를 보았으나 보리수나무는 보지 못했다.
오전 11시43분
산행기점인 보옥리에서 1.6km 거리의 뽀래기재 부근에서는
이처럼 운치있는 돌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키 작은 관목들이 터널을 이룬 길이다.
마치 대리석 깔린 호화궁전을 멋진 복장을 갖춘
호위병들의 사열을 받으며 입장하는듯한 황홀한 느낌마저 든다.
오전 11시48분
보길수원지로 가는 길과 적자봉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갈림길인 뽀래기재 부근은 한동안 이와같은
두텁게 낙엽이 깔린 푹신하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마음마저 푸근해진다.
몸도 따뜻해진다.
반팔 차림으로 걸음을 이어가도 추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낮 12시3분
뽀래기재를 지나며 북향하던 산행길이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 후
편안하고 완만한 오솔길이 이어지던 중
해발고도 420여m 되는 지점에서 우측 방향인 남쪽으로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정면으로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듯한 뾰족산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지는 해발 364m망월봉도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3년 저 산을 깎아내어 거기서 나온 석재를 활용하여
무슨 대규모 공사를 한다하여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이곳 출신인 어느 시인이 단식농성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바 있는 바로 그 산이다.
1시간 전 산행을 시작했던 들머리인 보옥리 마을의 모습이
동화책의 한 부분인듯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인다.
저기 보이는 뾰족산 좌측 바닷가로는 다채로운 몽돌이 신비로운
공룡알해변이다.
말 그대로 공룡알만한 둥근 몽돌들이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북쪽으로는 보길저수지가 보이고
그 우측으로 낙서재,동천석실 등 고산 윤선도와 관련된 유적이 많은
부용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부용리를 감싸 안은 안산 뒷편으로는 바다 건너 노화도까지 눈에 보인다.
낮 12시11분
해발고도 400m이상의 능선길에서는 이와같은 크고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길이다.
멋진 모양의 기암괴석들도 자주 눈에 띄지만
이곳 역시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 많아서인지
이끼 낀 바위들이 무척 많이 눈에 띈다.
육지의 다른 산에서는 보기 힘든 콩이끼가 바위를 뒤덮은 모습이다.
석부작이나 목부작으로 만든 인공적인 것은 간혹 보았지만
이곳 능선에는 살아있는 상록수줄기에도 콩이끼가 자주 눈에 띈다.
낮 12시28분
인적이 거의 없는 산행길에서 그나마 붐비는 곳이
이처럼 멋진 바위가 있고, 그 옆에 전망대가 만들어진 곳이다.
이름하여 누룩바위이다.
누룩바위 앞 전망대에서 서쪽 방향인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니
425봉 아래 산기슭에 멋진 바위가 보인다.
이곳 '보길도(甫吉島)'의 이름에 대한 유래가 수많은 명당자리와
연관이 있다 했는데, 그 말 그대로 멋진 곳이 많은듯 하다.
이름에 대한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오래 전 옛날 풍수지리에 능한 지관이 이 섬을 두루 살핀 뒤 ‘
십용십일구(十用十一口, 甫吉)’라는 글을 남겼다 한다.
섬 내에 명당자리가 11가 있는데 10구는 이미 사용되었고
나머지 1구도 이미 쓸 사람이 정해졌다고 풀어 보길도라 불렀다 한다.
누룩바위 옆으로 조그맣게 보이는 멋진 기암괴석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멋진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흐뭇해지고 즐겁다.
혼자 미소를 짓다보니 이곳 완도군의 이름에 대한 유래가 생각난다.
통일신라 시대의 해상왕 장보고가 설치한 청해진으로 유명한 이곳 완도는
빙그레 웃을 완(莞)자와 섬 도(島)자를 써서,
고향을 생각하면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이 솟구쳐 올라
빙그레 웃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동쪽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잠시 후 올라야 할
이곳 보길도 최고봉인 적자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마치 따뜻한 어머니 품처럼 두 팔을 벌리고 나를 기다리는듯 하다.
적자봉 너머 좌측으로는 해발 310m 광대봉도 눈에 들어 온다.
낮 12시32분
다시 발길을 이어 적자봉으로 향하는 바위 능선길에서
뒤돌아 보니 멋진 형상의 누룩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이 작은 보길도에 명당자리가 10개가 넘을 정도의 명당이 있다는 얘기에 실감이 간다.
누룩바위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갖춰 입은 산행객들이
행복에 겨워하며 추억남기기를 위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바라보는 나 또한 덩달아 즐거워진다.
낮 12시37분
보길도 최고봉인 적자봉에 도착했다.
별도의 정상석은 없고 사진에서 보는 돌탑 옆 키 작은 나뭇가지에 매딜아 놓은
조그만 표지판만 있다.
"적자봉(격자봉) 433M"라고 씌어 있다.
이처럼 다도해의 멋진 조망이 펼쳐지는 정상부 편안한 바위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맛있는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다.
이곳 보길도 최고봉의 이름은 오래 전 고산 윤선도가 명명할 당시에는
성리학의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개념과 주자의 자양서원(紫陽書院)을 연결시켜 명명한 것이라고 한
'격자봉(格紫峰)'이라 불리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적자봉'으로도 불리운다.
이곳 보길도는 해가 수평선으로 가라앉을 때 하늘과 바다가 붉은색·보라색·
노란색·주황색으로 물든 무지개빛 노을은 신비롭다.
산정에서 이 장관을 바라보면 신선이 된 듯한 황홀함을 느낀다.
이처럼 붉은색과 보라색 등의 찬란한 빛이 황홀경을 되쏘는 봉우리라서
'적자봉 [赤紫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었다한다.
오후 1시11분
점심과 휴식을 마친 후 뛰어난 조망을 간직한 900m떨어진 수리봉으로 향하는 길은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듯한 울창한 밀림을 지나는 멋진 산길이다.
조용히 혼자 생각하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오후 1시25분
별도의 정상 표지 없이 이정표에 해발고도만이
406m로 표기되어 있는 수리봉 정상에서 동쪽 아래로 눈을 돌리면
보길도 동쪽 해안 마을인 예송리 바닷가의 멋진 풍경이 연출된다.
손에 잡힐듯 가까운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은 예작도이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낙타등 모양의 멋진 바위섬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쪽 사면은 온통 바위만 보일뿐인데
뒤쪽인 동쪽은 소나무가 무성하다.
기도(旗島) 또는 기섬으로 불리우는 섬 주위로는 온통 전복 양식장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오후 1시59분
수리봉을 떠나 북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을 한동안 이어오다
동쪽 예송리와 북쪽 부용리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있는
큰길재 부근에는 키 큰 동백나무가 유난히 많다.
동백나무숲이 한동안 이어지는 하산길
무척 어둡고 너무나 고요한 오솔길이다.
심약한 사람이 홀로 지나다보면 조금은 무섬증도 느낄만한 호젓한 길이다.
너무나 조용해서 마음에 드는 길이다.
오후 2시17분
곡수당 터에 당도하며 산길은 끝난다.
곡수당(曲水堂)은 낙서재 건너 개울가에 지은 집으로
윤선도의 아들이 조성한 초당(草堂),석정(石亭)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윤선도의 아들인 학관이 공부와 휴식을 위해 지었던 곳이라 한다.
현재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곡수당 터 위쪽에는 낙서재(樂書齋)의 복원공사도 한창이다.
고산 윤선도의 주된 주거공간이였던 낙서재는
1637년 보길도에 입도한 고산(孤山)이
주산인 격자봉의 혈맥을 좇아 집터를 잡고 3칸 초가 로 된 집을 지은 것이 시초였다.
낙서재 아래 부용리 마을 입구의 동백꽃이 유난히 검붉게 피어
선혈같은 붉은 빛을 강하게 발산한다.
해풍에 시달리며 자라기에 해로운 소금기의 혼입을 막기 위해
잎에 윤기가 나는 것이라는 동백 잎,
그리고 꽃말에 대해서는 "겸손한 마음, 신중, 침착,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등등으로 얘기하는 동백꽃.
빨간 립스틱을 바른 요염한 여인을 떠올려 본다.
부용리 마을 입구 양쪽 길에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에서
선홍빛 동백꽃들이 떨어져 조금은 어두운 도로변을 붉게 채색해 간다.
동백꽃이 모두 지는 4월까지는 이런 모습이 계속 이어지리라.
오후 2시35분
귀가할 차량이 기다리는 세연정으로 향하는 길
도로 건너편 북서쪽 안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한
동천석실이 눈에 보인다.
그 우측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도 승룡대인듯 싶다.
귀가 차량 탑승 시간이 임박해 동천석실 방문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망원렌즈로 부근을 살펴 본다.
동천석실(洞天石室)은 낙서재의 정면에서 바라보이는 산자락에 있다.
고산은 저곳에 정자와 석문,석담 등을 조성하고
차를 마시며 시를 읊었다 한다.
동천석실 동쪽의 승룡대(升龍臺)도 살펴 본다.
고산의 5대 손인 윤위(1725∼56년)가 24세 때 보길도를 답사하고 쓴 기행문인
'보길도지(甫吉島識)'에 승룡대를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안산 동쪽 봉우리 기슭에서부터 산길이 꽤 높고도 깊다.
좌측 산허리를 따라 오르면 거대한 암석이 깎은 듯이 서 있는데,
상면이 펀펀하여 수십 인이 앉을 만하고,
돌은 깨끗하고 방정하나, 돌 밑이 깎아지른 듯하여 감히 내려다 볼 수 없다.
본 바로는 대략 석실과 같은 것이지만 더욱 높고 우뚝하다.
대의 동쪽에는 작은 암석이 하나의 좌석을 마련해 주는데,
공은 매양 지팡이를 의지하고 걸터앉아 시가를 읊고 돌아가기를 잊었다 한다. "
오후 3시7분
귀가 차량은 세연정 앞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다.
세연정(洗然亭)뒷편 연못가를 거닐어 본다.
고산(孤山)은 51세 되던 해(1637년) 왕(인조)이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통분하여 세상을 등지고자 재주도로 향하던 중
보길도의 수려한 풍광에 매료되어 보길도에 정착하게 된다.
이곳 세연정은 우리나라 조경유적중 특이한 곳으로,
고산의 기발한 착상이 잘 나타난다고 평가되는 곳이다.
개울에 보(판석보, 일명 굴뚝다리)를 막아 논에 물을 대는 원리로 조성된 세연지는
산중에 은둔하는 선비의 원림으로서 화려하고 규모가 크다.
우리 모두가 학창시절에 교과서를 통해 배운바 있는
'어부사시사'가 만들어진 장소인 세연정을 정면에서 바라 본 모습이다.
고산은 이곳 세연정에 편액을 달았는데,
중앙에는 세연정, 남쪽에는 낙기란(樂飢欄), 서쪽에는 동하각(同何閣),
동쪽에는 호광루(呼光樓)라 하였다 한다.
현재의 건물은 1992년 12월 복원된 것이다.
오후 3시49분
땅끝마을로 돌아갈 배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
차량편을 이용하여 보길도의 남동쪽 해안에 자리한
예송리 해변에서 잠시 경치를 즐긴다.
부락민이 예의바르고 온화한 풍속을 시종 계승하고 있으며
마을주변의 소나무들도 말없이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뜻에서 예송리(禮松里)라 하였다 한다.
천연기념물 제40호인 예송리 상록수림(常綠樹林)의 소재지이기도 하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는 평온한 해변
작은 고깃배들이 여유롭게 떠 있고
앞바다에 떠있는 기도, 갈마섬,예작도,당사도,복생도,소안도 등의 주변 섬들이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하는 이곳의 일출은 완도팔경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2시간여 전 해발 406m 수리봉에서 내려다 보았던
기도(旗島)를 망원렌즈로 당겨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본다.
오래 전 옛날 이 부근 김씨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곧바로 절구통에 눌려 죽임을 당한
날개 돋힌 아기 장수의 전설이 전해져 오는 섬이다.
아기 장수가 죽자 섬에서는 천마를 탄 군사들이 기를 흔들고 크게 통곡하며,
북을 치면서 하늘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한다.
그 때부터 섬이름은 기(旗)섬이 되었다.
잔잔한 파도를 맞으며 깨끗한 바닷물에 씻겨 언제나 깨끗한
예송리해수욕장의 작은 깻돌들이 어찌보면 앙증맞기까지 하다.
활시위처럼 휘어진 약 1km의 해변에
타조알 크기에서부터 바둑알 정도크기의 깻돌이 폭 50m의 넓이로 분포하고 있으며
해안선을 따라 많은 종류의 난대림 수종이 분포하여
하나의 천연적인 자연공원으로 손색이 없는 이곳.
여름철 조용한 휴가를 원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픈 곳이다.
오후 5시34분
고산 윤선도가 은거하며 불후의 명작인 '어부사시사'를 남기고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 달을 일컬어 다섯 친구라 부르며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그 자신 '신선이 사는 곳'이라 불렀던 다도해의 절경 보길도를 떠나
노화도를 거쳐 20여명 남짓한 우리 일행과 타고 온 버스를 태운 페리보트는
오전에 출발했던 해남 땅끝마을 선착장으로 미끄러져 들어 간다.
이른 봄철 짧은 해는 갈두산 정상에 자리한 땅끝전망대 뒷편으로 멀어져 간다.
오후 6시18분
국내 전복 생산량의 50%를 담당하는 전복 주산지인 완도를 다녀감을 아는지
저녁식사를 위해 주문한 칼국수에도 새우,홍합 등 각종 해물과 더불어
전복이 젓가락에 집혀 나왔다.
시원한 해물칼국수로 저녁식사를 마친 후 4시간여의 긴 귀가길에 오른다.
왕복 이동시간만도 10시간이 걸리는 힘든 여정이지만
나를 포함한 일행들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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