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13일 일요일 오전 10시55분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와 금성리 사이에 있는 고개인
해발 160m 율림치[栗林峙]에서 금오산을 향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 가녀린 나뭇가지마다 빈틈없이 내걸린
수많은 산악회의 시그널 리본만으로도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산행객들이 다녀가는 곳인지 짐작이 간다.
오전 11시
왁자지껄한 한 무리의 단체 산행객들을 앞서 보내고 천천히 걸음을 이어가다보니
어느덧 산길이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바뀐다.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섬인 이곳 돌산도의 최고봉은
해발460m 인 봉황산이지만 높이 이외에는 볼만한게 없음을 알기에
산 높이는 높지 않으나 구경거리가 많은 금오산으로 곧장 향하는 길이다.
그만큼 시간 여유가 많아서인지 마음까지 편안해 진다.
너무나 따뜻하고 상쾌한 봄날씨다.
산행로 옆 햇빛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서
흰색과 분홍색 노루귀 몇 송이를 발견한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이 야생화의 꽃말은
'눈 속의 어린 사슴, 봄의 소식'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 꽃말에 걸맞게 3~4월에 피는 야생화이다.
잎자루에 흰 솜털이 유난히 많은 이 야생화를 만나게 되면
우리는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오전 11시20분
금오산을 향해 남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행길 좌측의
비교적 평탄하고 넓은 바위에 오르니 북동쪽 방향으로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200여가구에 540여명이 사는 작은 어촌 마을인 율림리(栗林里) 마을이 보인다.
마을 앞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은 밤알맹이를 닮아서 이름 붙여진
'밤섬'이다. 마을 이름도 이 섬 이름에서 유래했다 한다.
오전 11시30분
키 작은 활엽수림을 지나자 이번에는 진행방향 우측인
남서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옅게 깔린 안개가 시야를 조금 가리기는 하나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의 아름답고 시원한 바다를 가슴에 품는다.
우측부터 송도,자봉도,화태도,소두라도,대두라도 등이 연이어 펼쳐진다.
좌측 끝부분 안개 자욱한 저 너머에
지난 해 다녀온바 있는 금오도도 어렴풋이 보이는듯 하다.
오전 11시37분.
금오산 정상 이정표 앞에 도달했다.
해발고도는 323m에 불과한 곳이지만 사방으로 조망이 트인 시원한 곳이다.
금오산[金 鰲(자라 오)山]이라는 명칭은 산의 형상이
금거북이가 부처님 경전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는 데서 유래한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정상 바로 아래
나무 그늘에서 산행에 동참한 일행 20여명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일행 중 나머지 20 여명은 봉황산을 거치는
긴 산행을 하는지라 아마 지금쯤 봉황산 정상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리라.
낮 12시27분
나 자신 평소 주말 산행에 비해 턱없이 짧은 구간을 오르는 오늘 산행은
점심 시간을 아주 여유있게 보낼 수 있어서 좋다.
금오산 정상을 뒤로 하고 돌산도의 남동쪽 끝부분인 향일암을 향해
다시 발길을 이어간다.
낮 12시35분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금오산 정상부까지는
대부분 흙길로 이루어진 육산이었으나
이제부터는 바위가 많은 구간이 이어진다.
오전보다 시간은 더디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사방으로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멋진 경치가 계속 이어진다.
이처럼 바닷가 절벽 위로 아슬아슬하게 솟은 멋진 바위들이 계속 이어진다.
이 곳 돌산도(突山島)의 이름에 대한 유래에 대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돌산읍이 있는 이곳 돌산도는 한자 이름으로 돌산현(突山縣),
식산현 여산(廬山)현 등의 이름을 갖고 있었다.
돌(突)이라는 글자에 8개 산이 있다는 데서 이름지었다는 말도 있고
산에 돌이 많아 돌산이란 말도 있다.
산 이름이 "자라 오(鰲)" 가 들어간 금오산(金鰲山)이어서인지
해안가 절벽에 솟은 저 바위의 모양이
흡사 산으로 기어 오르는 거북이처럼 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듯 싶다.
거북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며 나무숲 언저리에서
작고 예쁜 꽃 한 송이를 만난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산자고(山慈姑)'다.
한방에서 종기와 종양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일본,중국이 원산인 이 꽃은 4~5월에 피는 꽃이지만
따뜻한 남쪽 지방 섬에는 봄이 유난히 일찍 찾아오는 모양이다.
낮 12시49분
아기자기한 암반 지대를 지난 후 남동쪽 진행 방향으로 평탄한 능선이 이어진다.
진달래,철쭉 등 키 작은 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산행객들이 줄을 잇는다.
능선 너머로 바닷가 마을인 임포리마을이 얼핏 눈에 들어 온다.
오후 1시13분
키작은 관목 숲을 지나 높이 10여m에 달하는 큰 암반 위로 오르며 뒤돌아 본다.
이날 산행 구간중 가장 조심스러운 암반 구간이다.
지나온 능선길과 다도해의 시원한 바다가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를 그리는듯 하다.
앞쪽으로는 지금 오르는 이 암반의 가장 높은 정상부에
자그마한 돌로 만들어 세운 정상석이 보이고
그 주위에 몇몇 산행객들이 조망을 즐긴다.
어찌 보면 무척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오후 1시15분
'금오산'이라고 한글로 표기된 정상석 앞에는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정작 금오산 정상인 323m 봉에는 정상석 없이 이정표만 있는데 반해
해발 250m 정도인 이곳에다 정상석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인지 일부 산행객들은 이곳이 금오산 정상인줄 알고 있기도 하다.
정상석 옆 좁은 공간에서 남서쪽으로 눈을 돌린다.
서편으로 조금씩 기울어가는 햇살이
다도해의 푸른 바다위에 은빛 물결을 만든다.
바람이 무척 잔잔한 전형적인 따뜻한 봄날씨가 느껴진다.
남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온통 암반으로 이루어진
깎아지른듯한 절벽이다.
거북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 바위산 답게 온통 거북등 모양의 균열이 보이는
출입이 통제된 멋진 바위 위에
몰상식한 산행객 여럿이 둘러 앉아 게걸스럽게 돼지처럼 음식을 먹는다.
많은 사람들이 멋진 경치를 보고 즐겨야할 바위를 독점하고
제 욕심을 채우는 저런 못된 인간들이 줄어들어야 선진국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철면피들 같으니라고....
향일암으로 향하는 하산길은 깎아지른듯한 암반의 연속이다.
안전을 위해 철제 난간과 계단이 한동안 이어진다.
주위의 바위 표면에는 이처럼 거북등과 흡사한 무늬가 그려진 것이 많다.
자연의 신비가 느껴진다.
이 바위들 때문에 금오산이라는 이름과 함께 이 봉우리의 이름이
금오봉(金鰲峯)이 되었나보다.
오후 1시24분
철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아래를 보니
향일암 아래 마을인 임포마을이 한 눈에 펼쳐진다.
바다 가운데로 툭 튀어나온 임포리 주차장에는
우리가 타고 온 버스를 비롯 많은 버스가 정차해 있다.
그 뒤로 산행 중 내려다 보았던 밤섬이 보이고 멀리
수산진흥원 종자배양장 앞 바다의 작은 섬인 볼무섬도 보인다.
오후 1시33분
산행길이 끝나고 자연이 만들어 놓은 두 개의 석문을 지나
우리나라 최고의 일출명소 중 한 곳으로 알려진 향일암 경내로 들어선다.
배낭을 맨 산행객들이 조심스레 머리를 숙이며 지나야하는 좁은 석문.
잡념을 버리고 경건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아마도 머리를 숙이는게 우선일지도 모른다.
오후 1시35분
향일암에서 가장 큰 법당으로 금빛 단청을 입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던 곳이
바로 이 원통보전이다.
1986년에 새로 지었다가 지난 2009년 12월 화재로 전소된 후
현재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던 장소라고도 전해지는 곳.
지금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중인지라 주위가 무척 어수선하다.
매년 1월1일이면 향일암일출제가 거행되는 원통보전 앞 뜰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뛰어난 풍광이라기보다는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고요하고 깨끗한 느낌만이 마음 속에 자리 한다.
난간 주위의 나무 벤치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오랜 휴식을 취한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수많은 산행객과 일반 관광객들로 무척 붐비는 곳이지만
이상스러울만치 조용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주위 경관에 동화됨이 아닌가 싶다.
나 또한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이끼 낀 바위면에 온통 동전이 붙어 있는 곳
동전을 붙인 후 무언가 소원을 빌고,
또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젊은 커플의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인다.
수많은 우리네 서민들이 저마다의 소박한 소원을 빌곤 한다.
오후 1시54분
통일신라의 고승인 원효대사가 절을 지어 원통암이라 했고
고려 광종 때 윤필대사가 금오암(金鼇庵)으로 개칭했으며
향일암(向日庵)이란 이름은 조선 숙종 때에 인묵대사가 지었다고
여수군지와 여산지(廬山志)등에 전해오는 향일암을 나선다.
오후 2시4분
사찰의 규모에 비해 유난히 거창하고 큰 일주문을 지난다.
사찰 경내를 이제 벗어나는 셈이다.
자그마한 향일암 경내의 조용한 경관에서 느꼈던 차분함이
이처럼 지나치게 크게만 지어놓은 일주문의 모습에서 실망감을 느낀다.
마치 영리 추구가 목표인 장사꾼이 사는 집 대문같은 느낌이
조금은 아쉽다.
오후 2시14분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이동하며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바닷가 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늑한 풍경의 임포리 앞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임포마을은 옛 이름이 ‘깨개’인데 해변이 작아서인지
작은 깻돌이 많아서인지 분명치가 않다.
옛 여천군의 마을유래지에서는 해안에 야생하는 들깨가 많아서
‘깨개’라고 했다는 재미있는 해석을 했는데
이는 임포마을(荏浦)의 한자를 들깨 임(荏)자로 표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후 2시51분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주차장에 도착하여 남쪽을 바라본다.
하산시에 보았던 바위위에 조각을 한 듯한
자연이 만들어낸 거북무늬의 바위와
마치 거북이 바다로 나아가려는듯한 주변의 산세 때문에
영구암(靈龜庵)이란 이름을 갖기도 했던 향일암이 산 중턱에 어렴풋이 보인다.
산 중턱 부분의 향일암 부근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급경사 바위면에 자리한 향일암 건물이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햇빛이 산 너머에서 비치는고로 역광으로 인해
향일암 주위가 선명치 못한 점이 아쉽다.
참고로 이 사진은 지난 2008년 5월25일 오후 2시31분
돌산도 주위를 일주하는 유람선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은지 1년 반 후인 2009년 12월에 저곳에
화재가 나서 거의 전소된 후 지금은 보수공사 중이니
이 모습을 되찾으려면 아마도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할듯 싶다.
오후 4시42분
귀가길에 싱싱한 회 맛을 보기 위해
돌산대교 아래 횟집으로 향한다.
이 돌산대교는 1984년 12월에 완공된 사장교(斜張橋)로
길이 450 m,너비 11.7 m의 아담한 다리이다.
왕복 2차선인 이 다리는 휴일 오후만 되면 돌산도를 빠져 나가는 차량으로
심한 정체 현상을 빚는다.
그러나 이 다리와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건설중인
왕복 4차선의 제2돌산대교가 금년 말 완공되면
관광객들의 불편이 크게 해소되리라 기대한다.
우리가 향한 횟집 앞 바닷가는 조용하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태양빛만이 긴 꼬리를 그린다.
조용한 이 바닷가도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본격 관광 시즌이 되면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게 될 것이다.
돌산도를 떠나기 전
돌산공원이 올려다 보이는 유람선 선착장 부근 매장에서
돌산도 특산품인 갓김치 2kg을 샀다.
내일부터 며칠간은 입맛 돗구는 갓김치를 곁들인 끼니를
아침,저녁 이어 갈 생각을 하니 입가에 군침이 가득 고인다.
오후 5시36분
서쪽으로 빠르게 기울어 가는 햇살이 눈부시다.
햇살이 비추이는 바다 표면이 거울처럼 빛난다.
이곳 돌산도를 기준으로 하여
우측인 동쪽은 경남 통영시 한산면까지 한려해상국립공원구역이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까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이어진다.
울릉도보다 인구가 많은 곳,
섬이면서도 어업인구보다 농업인구가 많은 돌산도를 떠나 귀가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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