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군 겸면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대장봉 부근 큰 바위 위에서 동행한 일행 10여명과 함께 점심을 마치고
산행 시점부터 북서쪽으로 향하던 방향을 90도 꺾어 북동쪽으로 향한다.
동악산으로 향하는 배넘어재까지 이어지는 북동 방향의 능선길을 향한다.
그나마 높개 드리운 짙은 구름이 더운 여름날의 산행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 준다.
대장봉에서부터 능선길을 따라 40여분을 걸어도 짙은 숲은 이어진다.
낙엽송 군락과 소나무 군락이 교대로 나타난다.
이곳 動樂山을 "동락산" 이라 읽지 않고, "동악산" 이라 읽는 이유는
'즐거울 락'이 아닌 '풍류 악'이기 때문이다.
천상의 노래, 즉 음악이 울린다(동: 動 한다)는 전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유래는 이렇다. 이 산의 개산조인 원효대사가 성출봉(聖出峰 형제봉 동봉으로 동악산 최고봉) 아래에 길상암을 짓고
원효골(청류동 남쪽 골짜기)에서 도를 베풀고 있는데 하루는 꿈에 성출봉과 16아라한이 그를 굽어보는지라
깨어나 즉시 성출봉에 올라가 보았더니 1척 남짓한 아라한 석상들이 솟아났다는 것이다.
원효가 열일곱 차례나 성출봉을 오르내리면서 아라한 석상들을 길상암에 모셔 놓으니
육시(六時) - 불교에서 하루를 여섯으로 나눈 염불독경의 시각으로 신조, 일중, 일몰, 초야, 중야, 후야- 만 되면
천상에서 음악이 들려 온 산에 퍼졌다 한다.
도림사 응진전에 봉안된 아라한상들이 당시의 것이라 전해지고 있으나 신빙성은 없다.
너무 더운 날씨인지라 복봉인 해발 735m 동악산으로 향하지 않고,
배넘어재에서 청류동 계곡을 따라 산행 출발지인 도림사 주차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동악산을 삼남 제일의 암반계류라 부르는 까닭을
이와 같은 많은 자그마한 폭포를 접하면 실감하게 된다.
오전부터 시작된 산행으로 온몸이 땀으로 끈적거렸으나
등산복을 입은채로 차가운 계곡 물에 온몸을 담그니
그 시원함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물에 흠뻑 젖은 옷이 마를 때쯤이면 또 이처럼 맑은 물 속으로 몸을 던진다.
이곳 청류동 계곡은 지난달 다녀온 포항 보경사 계곡에 비하면
그다지 깊지 않은 계곡인데도, 암반이 펼쳐지는 시원스런 품세는
삼남에서 제일이라는 과찬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이고
더구나 등산로 바로 옆에 계곡물이 끝없이 이어지므로
산행 중에도 바로 물에 뛰어 들었다 나올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마른계곡과 청류동 계곡이 갈라지는 이정표를 조금 지난 지점
아담한 폭포 아래 깊지 않은 소(沼)에 또다시 온몸을 담그고
복봉인 동악산을 경유해 하산할 몇몇 일행을 기다리며 더위를 식힌다.
완만한 암벽을 타고 흘러 내리는 물줄기가
마치 비단결처럼 곱고 윤기가 나는듯하다.
계곡 물이 너무 깨끗하여 그대로 계곡물을 맘껏 들이 마셨다.
시중에서 파는 생수보다 훨씬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금년 산행 중 처음으로 내 눈에 띈 망태버섯의 모습이다.
대나무밭에서 주로 자라는 희색 망태버섯은 식용으로
중국에서는 건조품을 죽손(竹蓀)이라 하여 진중한 식품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처럼 노란색의 망태버섯은 활엽수림에서 자라는 것이고
식용할 수 없다는 얘기들을 한다.
어쨋든 여름 숲속의 귀부인으로 치부해도 될듯 싶다.
주차장으로 가까워질수록 계곡은 넓어지고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마지막 가는 여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 속에서 보내는 이런 즐거움도 1년 후에나 가능할테니까.
이곳 넓은 암반에도 예외없이 많은 글씨들이 새겨져 있다.
그 글들은 2곡, 4곡, 5곡 등의 곡이름과 淸流洞(청류동),
丹心臺(단심대), 樂樂臺(낙락대) 등의 지명,
樂山玩草 吟風弄月(요산완초 음풍농월)이니
淸流水石 動樂風景(청류수석 동악풍경)이니 하는 싯구 등이다.
7시간 가까이 걸린 긴 산행을 끝내고 오전에 출발한
산행 들머리의 도림사 경내로 들어섰다.
이곳 도림사의 주불전은 보광전이다. 대웅전이란 이름의 건물은 이곳에는 없다.
사찰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대웅전이 안보인다며 찾아다니기에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다.
목조아미타삼존불상을 모신 보광전은
아담한 정면 3칸, 측면 2칸인 맞배지붕 구조이다.
도림사 경내를 벗어나며 휴일 하루 일정을 경건하게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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