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대천해수욕장으로..



2009년 8월9일 일요일 오전 10시 7분.
대전 시내 모 산악회의 산행팀 버스에 동승하여
충남 보령시 성주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경.
맑은 물이 흐르는 심원계곡을 건너 성주산 산행길에 접어든다.



작고 아담한 개울물을 건느면서 시작되는 급경사 오르막길.
그나마 자그마한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덕에 그리 어렵지 않게
급경사 길을 오른다.


장마가 끝난 후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 기간의
여름 산행은 땀과의 전쟁이다.
더구나 산행 들머리부터 급경사길을 오르다보니 기진맥진이다.
지난 겨울 남해 금산을 오를 때도 상주에서 쌍홍문까지
이와같은 급경사를 오르며 마치 복날 땡칠이가 혓바닥 내밀고
헉헉거리듯 땀을 흘린적이 있다.



그나마 간혹 눈에 띄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이 피로를 덜어 준다.
이 아름다운 꽃의 이름은 "꽃며느리밥풀"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1년초인데 ,

배고픈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학대받다 죽은 후
그 무덤가에서 피어난 꽃이다.
선홍빛 가녀린 꽃이 밥알 두 알을 물고 피어난다..



예쁜 아가씨의 속눈썹처럼 수술을 한껏 치켜세운
누리장나무의 진한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한다.

잔 가지와 뿌리를 말려 해주상산(海洲常山)이라는 생약으로 쓰는데
한방에서 기침, 감창(疳瘡) 등에 사용한다.



오전 11시38분.
해발 585m 화장골과 심원계곡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능선에서
바라 보는 서쪽 바다의 풍광이 정겹다.

시원한 바람까지 콧등을 간지르며 지나가는 아늑함 속에
마치 어머니 품속에 언긴듯한 편안함을 모처럼 느껴 본다.



전망대 아래 500m떨어진 곳에 세워 놓은 표지석이 생뚱맞다.
"聖住山(성주산) 해발 560m"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해발 680m인 성주산은 예로부터 성인, 선인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한다.


산행 출발지인 심원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에서
요즘 지리산과 덕유산에 만발하여 산행객들을 유혹하는
원추리를 자주 만난다.

훤초(萱草), 또는 망우초(忘憂草)라고도 부르는 한방에서 쓰는 약재이나
이른 봄에 나물로 먹는 풍습이 있었고,
가난한 옛시절에는 구황식(밥 대신에 식사 대용으로 배고픔을 달래주는)으로도 쓰여진 식물이다.

특히 원추리는 "잉부패지생남(孕婦佩之生男)"
즉, 임신부가 노리개로 차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전해지는 꽃이다.



오후 2시43분.
산행과 점심을 마친 후 시원한 계곡에서 땀을 식힌 후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멋진 자태를 뽐내는 성주산자연휴양림을 떠난다.

산행을 마친 후 산악회에서 마련해 준 유족탕에 밥을 말아
김치를 곁들여 먹는 그 맛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많은 땀을 흘려 지치고 배고플 때 먹었으니 아마도
춘향전에서 나오는 월매가 차려준 밥상을 비우는 이도령의 모습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라 는 문구는 이 때를 두고 한 말이리라.



오후 4시12분.
성주산을 떠난 산악회 버스가 첫번째 경유지인 대천항에 도착한 후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대천항 변의 바다와 파란 하늘을 망막에 각인한다.

저멀리로는 우리나라 총발전량의 7~8%를 분담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화력발전단지 중 하나인 한국중부발전(주) 보령화력본부의 굴뚝들이 보인다.



이곳 대천항은 서해안 어업전진기지의 역할과 함께
부근 도서지방의 해운교통 중심지이기도하다.
원산도, 삽시도, 효자도 ,안면도 등 도서지방으로의 여행객들을
실어나르는 각종 선박들로 분주하다.

이날 마지막 유람선인 5시발 유람선 승객들을 모으기 위한
유람선사의 홍보 방송도 계속 이어진다.


오후 6시.
대천항 남쪽 1km지점에 자리한 서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인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약동하는 젊음이 내 기분을 북돋운다.
아! 1주일만 젊었으면... 나도 훌렁 벗고 저 대열에 끼고 싶어진다.



밀물 때인지라 넓은 백사장이 너무 많이 물에 잠긴 아쉬움에 더해
하루 전 타이완을 강타하고 중국 남부에 상륙한 제8호 태풍 '모라꼿'의
여파로 무척 파도가 심하다.
0.5초의 셔터 스피드에 잡힌 파도의 포말이 무척 거세게 보인다.



큰 파도가 밀려들자 물가에서 노는 어린 아이를 걱정하며
손짓하는 젊은 아빠의 손놀림이 파도의 빠르기를 능가한다.
아마 자식을 걱정하는 부정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빠르리라.



쉴새없이 밀려드는 큰 파도에 몸을 맡기며
본의 아니게 짠물을 마셔 괴로워하면서도
시원하게 부서지는 흰 파도를 바라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해수욕객들이다.
그를 바라 보는 내 마음도 즐거워진다.


지자(知者)는 바다를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오늘 오전 산행 후 바다를 찾았으니..
이를 두고 양수겹장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저 즐거워하는 모든 사람들이 내일을 위한 재충전을 충분히 했으면하고 바래 본다.



시간이 갈수록 파도는 더욱 거세진다.
안내방송을 통해 태풍 소식과함께 파도가 심하므로
바다에서 나와달라는 멘트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마지막 가는 여름을 즐기는 이들의 귀에 그 소리가 잘 들릴지는 의문이다.



한낮의 그 뜨겁던 태양이 이제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머잖아 어둠이 밀려 들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저 어선도,
그리고 외롭게 나르는 저 갈매기도 보금자리를 찾아들게다.
아마 그 때쯤이면 나도 귀가길 버스에 몸을 싣고 하루의 여정을 되새김할 것이다.



오후 6시31분.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나도 대천해수욕장을 떠난다.
한 해에 1천만명이 다녀간다는 백사장 길이 3.5km의 서해안 최대의 해수욕장.
아마도 올 여름에는 더 이상 보지 못할 이곳 대천해수욕장의
중심부인 시민탑광장을 다시 한 번 머리 속에 새기며
귀가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