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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산과 후포항이 있는 동해바다로



8월2일 일요일 오전 7시52분.
경북 영덕군의 철암산 산행및 울진군 후포항 방문 예정으로 동승한 모산악회 버스가
오전 7시 대전 시내 중심지를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철 이른 코스모스가 만발한 근강변 산책로 난간에 기대서서 강물을 바라보는
이름 모를 소녀의 모습이 상쾌한 아침 공기만큼이나 상큼하게 느껴진다.



잔잔한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수상스키는 볼 때마다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금년 피서의 최절정기를 맞은 한 주간을 아끼기 위함인듯
이른 아침임에도 물놀이객들이 붐빈다.



오전 11시50분.
고속도로를 벗어나 포항에 들어서면서부터 밀리던 차량이
흥해읍에 가까워지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거북이 걸음이 이어지는 통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할 무렵

다섯 시간 가까이 달려온 버스가 대게로 유명한 영덕군 강구에 들어서면서
도로변의 해수욕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바라보는 눈을 통해 가슴 속의 짜증들이 급속히 몸 밖으로 배출되기 시작한다.



낮 12시50분.
대전을 출발한지 여섯시간 가까이 지난 후에야 목적지인
영덕군 병곡면 영1리 철암산 산행 기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산행이라기보다는 가벼운 하이킹 정도의 코스이긴 하지만
이처럼 나무와 풀이 가까이 있는 곳이면 휴일 하루 머리를 맑게 하는데는 족하리라.



오후 1시10분.
산행을 시작한지 2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산행 초입부터 이어지는울창한 소나무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기가 무척 짙게 배어 온다.
차라리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산에서 겪는 시장 바닥 같은 번잡함이 없어 좋다.



남동쪽으로는 산행 기점 부근의 고래불해수욕장의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는 모래사장과 그 뒤편의 울창한 나무 숲이 눈에 들어 온다.



이곳 철암산은 일명 해성산이라고도 불리우는 곳으로 해발 200~300m정도의
야산이지만 지난 2007년 봄 신생대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생물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되어 지역 신문에 크게 보도되는 등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마 이 바위도 전문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후 1시15분.
길게 이어지는 일명 소나무숲길이 끝나는 부근에 이와 같은 바위들이 여러 점 눈에 띈다.
2년 여전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곳의 바위들 중에는 생물체는 없어졌지만
그들의 골격이 퇴적물에 찍혀서 보존된 것, 높이 2~3m, 둘레 20~30m 이상 바위 전체에
조개 화석들이 붙어 있는 것도 있다고 했는데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무지한 일반인들에 의해 훼손되기 전에 보호 조치 등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



오후 1시 45분.
소나무숲길이 끝나는 부분 휴식을 위한 나무 평상들이 여러개 마련된 곳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이동 방향 좌측인 북서쪽으로는 병곡리 마을을 관통해 고래불해수욕장으로 흘러 드는
자그마한 계곡의 발원지격인 백록지도 보인다.



오후 1시58분.
철암산 정상석이 세워진 10여평 남짓한 곳에서 북서쪽을 바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 아쉽기는 하지만
드넓은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방파제를 갖춘 조그만 어촌은 아마도 백석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백석리 포구인듯하다.



2009년 1월 병곡면의 등산회에서 만든 철암산 정상 표지석이다.
해발 165m라고 새겨 놓았지만 이 높이는 분명 잘못된듯하다.
영덕군에서 만들어 세워 둔 안내도에는 해발 227m로 되어 있고,
또 다른 지도에는 해발 184m 로 되어 있다.
또한 내가 손목에 찬 고도계로도 높이가 190m에서 200m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근래 산행시 거의 보지 못한 패랭이 꽃을 이곳 철암산에서 만나니 무척 반갑다.
아마도 최근 내가 다닌 산들이 해발 1,000 가까이 또는 그 이상이었기 때문일게다.
패랭이꽃은 낮은 지대의 건조한 곳이나 냇가 모래땅에서 잘 자란다.



오후 2시 25분.
철암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중에도 이처럼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간혹 눈에 띈다.
만약 이 바위에 아직 이름이 없다면 '반면바위'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오후 2시59분,
산행이 끝나고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아스팥트 길을 내려간다.
그러나 고도계를 보니 이 이지 점의 해발고도가 조금 전 지나온
철암산 정상석이 있던 곳보다 40m이상 높다..

똥과 오줌의 고어(古語)인 ‘말’에 ‘다리’를 합쳐서 똥 냄새가 나는 다리 긴 풀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다는 '마타리'가 길 옆으로 많이 피어 있다.
뿌리에서 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패장(敗醬→깨트릴 패, 젓갈 장)이라고도 불린다.



오후3시3분.
아무리 낮은 산이고 또한 수일 전부터 이어지는 동해안의 저온현상때문에
낮 최고기온이 섭씨 26도 정도에 머문 이곳 날씨지만 여름철에 2시간여를
산길을 걷다보면 누구나 많은 땀을 흘리고 또한 쉬이 피로를 느낀다.

덥고 피로한 몸이지만 고갯마루를 넘어서며 눈에 들어오는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은 순식간에 피로를 날려 주는 청량제 구실을 한다.



오후3시44분.
산행을 마친 후 바닷가에서 싱싱한 생선회로 식도락을 즐기기 위해 도착한
울진군 후포항.
나란히 쉬고 있는 어선들과 갈매기들이 휴일 오후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이곳 후포항도 여타 동해안의 어항들과 마찬가지로 남해안이나 서해안에 비해
방파제에 테트라포드( tetrapod )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만큼 동해안의 파도가 세기 때문일게다.
아마 일반인들은 이런 모양의 물체 이름도 잘 모를 것이다.
이 테트라포드는 파도가 칠 때 빈 공간 속으로 파도의 힘을 분산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아침부터 계속 찌푸리던 날씨가 산행을 마칠 때쯤 조금씩 하늘이 보이더니
이제는 짙은 구름들이 점차 걷혀 가며 파란 하늘이 점점 짐한 쪽빛으로 변해 간다.



오후 5시11분.
시원한 후포항 바닷가에서 싱싱한 생선회로 입가심을 하고 나니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한동안 운행하던 울릉도행 정기여객선이 지난 2006년부터 운행 중단된 이후
급격히 쇠퇴한 느낌이 드는 이곳 후포항이 저 푸른 하늘색처럼
생기를 다시 찾기를 비라는 마음으로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