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내 디딘 곳은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개설된 곳 중
가장 높다는 해발 1,330m인 만항재가 바라 보이는
함백산 등산로 입구이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1,200 를 훌쩍 넘어 1,300m에 육박한다.
도로 옆 길섶에는 둥근이질풀이 만발한 상태다.
등산로 초입부터 멀리서 찾아온 길손을 반기는
둥근이질풀은 함백산 산행을 하는 4시간 동안
시야를 벗어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이 피어 있었다.
풀 전체를 약용하는 이 꽃은
경상남도·경기도·강원도·황해도·평안남도·평안북도·함경남도 등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에 분포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30여분.
해발고도 1,300m 를 훌쩍 넘은 곳에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과연 우리나라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중 한 곳 답게
각종 야생화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얼핏 눈에 들어오는 꽃 이름을 기억해 본다.
씀바귀,궁궁이,둥근이질풀,마타리,각시취 등등..
북동쪽으로 바라보니
야생화 사이로 멀리 해발 1573m인 함백산 정상이 눈에 들어 온다.
함백산 정상과 그 바로 아래 방송 중계탑이 보이는 평지에
제단이 하나 만들어져 있다.
지난 겨울 태백산 정상에서 만난 천제단보다는 그 규모가 작으나
꽤 정성을 들여 돌을 쌓아 만든 제단이다.
씀바귀가 외롭게 피어있다.
어릴 때 부르던 동요 가사에도 나오는 씀바귀는
줄기를 자르면 쓴맛이 나는 흰즙이 나오며
이른봄에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성숙한 것은 진정제로 쓴다.
한국·일본·중국·인도·히말라야·몽골·아무르·시베리아·유럽·사할린 등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는 짚신나물이다.
한방에서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를 전체를 용아초(龍芽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지혈제로 소변출혈·자궁출혈·각혈·변혈 등 각종 출혈 증상에 사용한다.
유럽에서는 이와 비슷한 종을 만성인두염·설사·간장통·신장결석·담석증 등에 사용한다.
국화과의 두해살이 풀인 각시취이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 이 꽃은 한국·일본·중국 북동부·동시베리아·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흰색 꽃이 피는 흰각시취, 가는각시취 등 비슷한 종류도 볼 수 있다.
한방과 민간에서 황달, 통경, 중풍, 고혈압, 산후복통,
토혈, 폐렴 등의 약재로 쓰는 등골나물에 나비가 앉아 있다.
이 나비 종류는 왕나비이다.
성충은 발생 후 약 15일 이상 경과한 후에 구애행동(求愛行動)을 시작하며
유충으로 월동을 한다.
날개를 편 채로 느리게 미끄러지듯이 날아가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운 나비이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북동부지역에 자생하는 쉬땅나무에서
꿀을 빠는 부지런한 꿀벌도 보인다.
관상용이나 울타리용으로 심는 장미과의 이 나무는
이른봄에 새순을 식용하며, 꽃은 구충·치풍 등에 약용한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한참 취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산길을 오른다.
해발 1,400m가 넘은 지점이다.
북서쪽 눈 아래로 고한읍이 어렴풋이 보이고 그 뒤로는
하이원 스키장과 스키장 슬로프로 인해 흉하게 맨땅이 보이는
아름다운 산을 흉하게 만든 추한 몰꼴도 보인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한 인간들은
머지 않은 장래에 자연으로부터
풍수해라는 가혹한 복수를 당할 것임이 분명하다.
망원렌즈로 당겨본 고한읍내 풍경이다.
허황된 꿈을 쫓는 원흉인 강원랜드와 하이원 슼키장 때문에
들어선 흉한 몰꼴의 사각 콘크리트 건물이 볼썽 사납다.
오재 전 석탄산업 호황기에 눈에 비치던
빨랫 줄에 걸린 각양각색의 빨래와 가난하지만
소박해 보이던 야트막한 오막살이 집이 그립다.
해발 1,500m 정도에 만들어진 헬기 착륙장에서 북서쪽을 바라보면
주목 군락들 사이로 멀리 매봉산 능선을 따라 서 있는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와 그 주변의 고랭지 채소밭이 이채롭다.
지난 2008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풍력발전기 개수는
총 150여개 정도이며 이곳 매봉산은 현재 8기가 설치돼 있지만,
지난 2007년초 추가로 4기를 건설키로 계획한바 있다고 한다.
헬기장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중 촬영한 야생화
특이한 형태와 색깔인데
이름은 모르겠다.
조만간 틈을 내어 알아봐야겠다.
이 야생화 또한 내가 이름을 모르는 종류이다.
야생화를 공부한다고 책을 사는 등 노력했으나 아직까지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
나의 짧은 식견을 한탄할 뿐이다.
눈 위로 함백산 정상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40분여가 지난 시간이다.
누군가는 한 시간 정도면 정상까지 오른다고 했는데,
아마 야생화에 취해, 주위의 풍광에 취해
심한 횡보를 한 때문이리라.
해발 1,572.9m라고 뚜렷이 새겨진
남한에서는 한라산,지리산,설악산,덕유산,계방산 다음이니까
여섯번째로 높은 산이다. 지난 겨울 다녀 온 태백산보다 높다.
삼국유사에 보면 함백산을 묘고산이라고 기록하였는데
수미산과 같은 뜻으로 대산이며 신산으로여겨졌다 한다.
또한 산경표에는 대박산(大朴山:크고 밝은산)으로 나온다.
정상 남동쪽 바로 아래 해발 1,300 여m지점에 있는
태릉선수촌 태백분촌의 일부 모습이다.
1998년 개장된 이곳에서 바르셀로나 마라톤 영웅
훈련을 했다는 얘기들을 한다.
평소 나 자신의 사진을 찍지 않는 관례를 무시하고
방위위에 카메라를 올려 타임 셔터를 설정하여 셀카를 찍었다.
심한 바람이 부는지라 중량 3.5kg의 카메라 바디,렌즈,스트로보의
안전이 부담스럽긴 했으나, 금년에 내가 오른 최고봉이기에
만용을 부려 보았다.
그러고 보면 나 자신도 별수 없는 속물임을 알겠다.
북쪽방향인 적조암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중함백,은대봉,금대봉으로 이어지는
해발 1,300여m의 능선길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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