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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2009년 5월22일 오전 4시 19분.
모 단체의 국제포럼을 주관하는 고교시절 친구에게 조금의 도움을 주기위한 발걸음.
잠자리가 바뀐 탓인가? 시청앞 프라자호텔 16층 객실에서 잠이 깬 시간이 새벽 4시.

호텔 현관 앞에서 바라본 시청앞 거리. 적막감만이 감돈다.
간밤에 내리던 비는 이미 멎어 도로는 거의 마른 상태이다.


오전 4시 23분.
40여년 전 철부지시절 몰래 드나들던 경남극장과 상공회의소가 있던 부근.
맞은편의 조선호텔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젊은 취객이 달콤한 새벽잠에 빠져있다.

맞은편 편의점 종업원이 근심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고, 구름 많은 새벽인지라
비교적 따뜻한 기온이라 큰 탈은 없을듯하다.
행여 깰세라 발소리를 죽이며 한국은행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전 4시41분.
신세계백화점 앞 분수대 너머로 보이는 북쪽 하늘에는 새벽 미명 속에서도
파란 하늘이 엿보인다.
오늘 낮 경기도 하남시청에서 행해질 야외행사에는 지장이 없을듯하다.


오전 4시45분.
이른 새벽시간임에도 시내버스에는 승객이 여러명씩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중에
남대문 시장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는 하루 일과를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간다.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는 버스 첫차 시간이 5시반경인데 비해 우리나라 심장부인
수도 서울답게 1시간이나 빨리 하루가 시작된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여기서도 느낀다.


오전 4시52분.
남대문시장 입구에서 바라본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의 모습을 보니 착잡하다.
지난번 화재 발생 며칠 후에 보았던 흉측스런 몰골은 가려진 상태이지만
복원공사가 끝나 예전모습을 되찾기까지 가슴 아픈 이런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할
시민들이 안쓰럽게 여겨진다.


오전 4시56분.
밤새 문을 닫았던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오래전 명동,퇴계로,서소문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남대문 시장을 찾아 활기찬 시장 분위기로 활력을 찾던 기억이 새롭다.


오전 5시8분.
이제 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하는 상점들이 있는가하면 시장 내 의류도매상가 밀집지역은
이제 파장 무렵이다.
밤을 새워 쇼핑을 마친 지방 상인들의 쇼핑 보따리를 차량으로 옮기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오전 5시13분.
회현동쪽 시장 입구의 분식집에서는 간밤에 이곳을 찾아 허기진 배를 채웠던 손님들이 다 떠난 후
설겆이와 주변 정리에 분주하다. 아침을 맞아 낮에 찾아올 손님을 맞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어둠이 걷혀가는 속도에 비례해 주방기구를 씻는 저 여인네의 손길도 빨라지는듯하다.


오전 5시30분.
명동입구. 밤새 이곳을 스쳐간 숫한 사람들이 흘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이들을 위한 청소원의 숨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듯하다.

30여년전 매일 아침 이곳을 지나 출근을 할 때 내가 깨끗한 길을 지날 수 있게 해 주었던
그 청소원은 지금은 어디에 있을지 모르나 당시 나에게 매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하게 해 주셨던
그분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전 5시37분.
을지로 입구 지하상가 중앙광장에는 예나 다름없이 노숙자들이 편한 자세로 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다.
옛말에도 "가난 구제는 나라도 어렵다!' 라는 말이 있으니...


오전 5시46분.
청계천 물가로 내려섰다.
초등학교때부터 30여년 이상 복개된 도로 위만 지나치던 청계천.
어쩌다 청계7가 쪽이나 마장동 부근에서만 썩은물이 흐르는 모습만 보았던 청계천.
상쾌한 공기속의 이른 아침에 맑은 물이 흐르는 이런 모습의 청계천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기쁨이다.


어제밤 늦게까지 내린 비에 더욱 깨끗해진 천변의 풀잎에 맺힌 물방울들이
경쾌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맑은 물과 어울려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흰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청계광장으로 향한다.


오전 6시17분.
청계광장을 떠나 시청앞으로 향하는 길.
광화문 네거리쪽으로 보이는 북쪽 하늘의 구름이 점점 걷혀가며 맑고 푸른 하늘이 뚜렷이 드러난다.
깨끗해진 공기 때문이지 이순신장군 동상의 실루엣이 유난히 뚜렷해 보인다.


오전 6시21분.
정동 쪽으로 향하는 덕수궁 돌담길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긴다.
대학 초년생 시절 정동에 자리했던 MBC방송국에 들릴 때마다 지나던 저길.

지금은 얼굴마저 기억에서 멀어진 그녀 또는 그녀들과의 데이트 코스에도 저 길은 포함되었던 것 같다.
데이트 코스에 덕수궁 돌담길이 들어가면 헤어지기 십상이라던데 그래서 얼굴마저 기억이 흐린 것일까?


오전 6시24분.
시청앞 광장을 가로질러 2시간전 출발했던 숙소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하루 일정을 시작할 시간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몇만원짜리 식사보다 조금 전 지나쳐온 남대문시장의 순대국이 더 맛이 있을 것 같다.


오전 6시26분.
호텔 현관을 들어서기 전 시청 건물 외벽의 시게를 본다.
인구 천만이 넘는 거대도시 서울의 하루가 무사하게 지나가기를 빌며
저 시계의 숫자도 달릴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잠시 후 러시아워가 시작되며 이어질 수많은 사람과 차량의 홍수를 대비해 마음 가짐을 단단히 하고 있는듯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