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태초의 자연이 살아있는 동백섬 수우도(樹牛島)를 찾아서

온누리* 2013. 7. 15. 15:56

2013년 7월14일 오전 11시26분
사량도의 부속 섬 중 하나인 수우도를 향해 삼천포항에서
정원 98명인 자그마한 목선에 몸을 실은 지 5분 여가 지나자 시야가 넓어지며
짙은 구름 아래 창선. 삼천포 대교의 전체 모습이 거의 드러난다.

늑도,초양도,모개도를 디딤돌 삼아 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창선대교,단항교
5개 다리로 연결된 총 길이 3.4km인 이 다리는 정식 명칭이 창선. 삼천포대교로
건설교통부에서 발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어 있는 다리이다.




삼천포항 선착장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작은 바위 섬 앞으로 그보다 더 작은 어선이 한척 지난다.
바위섬을 가까이 살펴 본다. 사람의 코를 닮았다하여 "코섬"이라 불리는 작은 바위.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는 팽나무라 한다.




오전 11시48분
파도가 조금은 거세어지기 시작하는 먼바다쪽으로 들어서자 진행방향 좌측인 북동쪽으로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눈에 들어온다.
눈 앞에 보이는 큰 배는 삼천포화력발전소에 유연탄을 공급하는 화물선인듯 하다.
흘수선(吃水線)이 해수면 위로 드러난 것을 보면 아마도 화물을 하역한 후 출항준비중인듯도 싶다.




시설용량 324만kw. 국내 화력발전소 중 최대 단위기 용량인 56만kw급 화력발전설비 4기(1-4호기)와
50만kw급 화력발전설비 2기(5, 6호기)를 갖춘 이곳 삼천포 화력발전소는 지난 1983년 1호기 준공을 시작으로
1998년 6호기 준공을 완료한 석탄 발전소이다.

흔히들 원색으로 칠해진 탑 모양의 시설물 3개를 발전소 굴뚝으로 잘못 알고 잇는 경유가 많은데,
뒤쪽의 각진 6개의 탑이 발전기이며, 앞쪽의 원색 띠를 두른 굴뚝은 완벽한 공해 방지 시설을 갖춘 굴뚝이다.

창원 ·여천 공업단지에 절격을 공급하는 중요 시설인 이곳의 행정구역은 삼천포가 속한 사천시가 아닌
"경남 고성군 하이면(下二面) 덕호리(德湖里)"이다.




오전 11시57분
40여분간을 달려온 정원 98명의 작은 배는 수우도 선착장으로 접안을 시작한다.
우측 가장 높은 지점이 이곳 수우도의 최고봉인 해발고도 189m 은박산 정상부이다.




낮 12시3분
선착장이 위치한 지점은 수우도의 북동쪽 가장자리 부근이다.
윤기 나는 동백잎이 길을 터주는 가파른 암반 사이를 통과해 산행길로 접어든다.
4년여 전인 2009년 3월 이곳을 찾았을 때는 붉은 동백꽃이 환하게 반겨주던 그 길.
그러나 오늘은 검은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구름 사이로 반갑잖은 뜨거운 햇살만 내리 쬔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동백나무,서어나무 등이 이처럼 울창한 숲그늘을 만들어 주는 점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습이 소가 누워있는듯한 모습인데다
온갖 나무가 많은 섬이라 '수우도(樹牛島)'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낮 12시8분
진행방행 좌측인 동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동쪽 방향으로 이곳 수우도를 부속 섬으로 거느린 사량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 수우도의 행정구역은 경남 통영시 사량면 돈지리인데, 저곳 사량도는 사량면 면소재지이다.
지난 2009년 3월초 저곳 사량도 해안을 걸으며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내는 해녀들의 휘파람 소리인
이른바  "숨비 소리"에 매혹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저곳 사량도를 대표하는 산은 해발고도 398m 인 '지리망산(智異望山)'인데,
맑은 날이면 멀리 지리산이 한 눈에 보인다하여 얻은 이름이다.




잠시 시원한 바다 조망을 제공하던 산행로는 이내 숲길로 이어진다.
이곳이 해안선 길이 7km에 불과한 작은 섬이 과연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울창한 밀림이 한동안 이어진다.




낮 12시27분
작은 섬의 북동 쪽 가장자리에서 시작한 산행길이
남동 쪽 가장자리에 이르자 주위 한경이 180도 뒤바뀐다.
울창한 숲으로 뒤덮였던 북쪽사면과 달리 이곳 남쪽 사면은 거대한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으로는 암릉 너머로 구름에 뒤덮인 사량도 지리망산 능선부도 눈에 들어온다.




동쪽 끝으로 큰 암반이 길게 삐져나온 부분인 고래바위로 향하는 길.
온몸에 흐른 땀을 시원한 바닷바람이 식혀주는 처지만 아니었으면
강원도 산간에 자리한 바위산을 찾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멋진 암릉구간을 오른다.




낮 12시35분
고래바위 위에 올라서면 동쪽 아래는 깎아지른듯한 절벽이다.
3km 떨어진 사량도가 가장 가까이 보이는 지점이 이곳이다.
사량도 너머 우측으로 큰 뭉게구름 아래로 보이는 곳이 사량도 부속섬 중 하나인 사량도 하도이며,
구름 아래 7개의 작은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 칠현산이다.
지난 2009년 3월초 사량도를 찾았을 때는 눈 앞에 보이는 칠현산이 있는 하도에 들리지 못했다.
그러나, 약 2년 후인 2015년 4월이면 지리망산이 있는 면소재지 사량도 상도와
칠현산이 있는 사량도 하도를 이어주는 길이 530m의 연도교가 개통되어 탐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게 된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멋진 절경이 펼쳐진다.
바다 가운데 작은 바위섬의 이름은 '매바위' , 혹은 '독수리바위'라고 불리는 곳이며,
그 너머로 보이는 뾰족한 바위 봉우리는 백두봉이며
백두봉에서 좌측으로 사면을 타고 흘러내려 해안선과 맞닿은 부분은 해골바위라 이름붙여진 곳이다.




오후 1시16분
고래바위 위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멋진 풍광을 눈으로 담으며 점심식사와 휴식을 끝낸 후 다시 산행길을 어어간다.
눈 앞으로 보이는 암릉 구간 꼭대기를 거쳐야 하는 길인지라
뱃속에 든 음식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리 넓지 않은 암릉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
좌측은 깎아지른듯한 낭떠러지인지라 무척 조심스럽다.
위험한 구간이지만 또한 한시도 눈을 뗄수 없을만한 절경이 이어진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위태롭지만 경치 좋은 길. 무한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끝없이 이어지는듯한 암릉구간을 지나는 동안은 40여명의 일행들은 서로의 안전을 돌보며 발길을 이어간다.
처음 선착장에서 배를 내릴 때는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지리라고는 상상을 못한터라
진행방향 우측인 북쪽과 좌측인 남쪽의 판이한 풍경에 한동안 압도될 수밖에 없다.




오후 1시36분
이곳 수우도의 남쪽 끝 지점인 백두봉이 멀리 보인다.
저곳 백두봉은 산행로가 비교적 험난한 곳이며 출발 지점으로 다시 되돌아와야한다.
그래서인지 40여명의 일행 중 10여명만이 백두봉쪽으로 산행길을 이어간다.




백두봉으로 향하는 산행길은 온통 암반길이며
이와같은 밧줄을 잡고 오르내려야하는 구간도 있다.
산행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나 남자들에 비해 팔 힘이 약한 여성들은 조금 애를 먹는 구간이다.




그러나 산행길이 조금 더 힘든만큼 그에 따른 보상은 주어진다.
마치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듯 여겨지는 자연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마치 무인도에 혼자 남은것마냥 느껴지는 풍경이 연출된다.
들리는 소리라곤 오로지 바람 소리와 파도소리 뿐이다.




백두봉을 오르기 위한 마지막 로프 구간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곳까지 오는동안의 로프구간보다는 위험성이 덜한 곳이라는 점이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설치된 로프 중 한 두군데의 경우 조금 닳은 부분이 있음이다.
이 부분은 관할 행정당국의 사전 점검이 요구된다.




백두봉에서는 빼어난 경관을 보여준다.
점심식사와 휴식을 즐겼던 고래바위의 모습이 제대로 전해진다. 비로소 고래의 형상으로 눈에 들어온다.
눈 아래 매바위가 보이고 사량도와 사이 바다 가운데 자리한 작은 바위섬은
누군가는 '능가도' , 또 누군가는 '능개도'라고도 부른다.

삼천포항에서 유람선을 타게되면 삼천포화력발전소,남일대해수욕장 등과 함께
저곳 능개도, 그리고 매바위,해골바위 등도 2시간여의 유람선 관광코스에 포함되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백두봉을 떠나 당초 벗어났던 산행로로 되돌아가는 구간의 험한 산세가 아찔하게 느껴진다.
백두봉으로 향할 때 힘들어했던 이들도 되돌아갈 때는 한 번 경험한 구간이어서인지
비교적 수월하게 지난다.
다만, 조금은 닳은 로프 한 두개가 마음에 걸린다. 조속한 교체 또는 점검을 기대한다.




오후 2시23분
백두봉을 떠나 당초 산행길을 벗어난 지점까지 되돌아 와 서쪽으로 이어지는 산행길로 들어서며
조금 전 들렀던 백두봉쪽을 조망해 본다.
백두봉 정상부에는 몇몇 산악인들이 종이에 코팅을 해서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표지가 있다.
백두봉의 높이를 115m 로 표시해 놓았지만 신빙성이 적다.
잠시 후 지나게될 금강봉의 높이가 고도계상으로 160m 를 훌쩍 넘는 지점임에도
같은 산악인이 붙여 놓은 금강봉의 높이 표기가 135m였기 때문이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차라리 제공하지 않는 편이 나을듯 싶다.




백두봉을 떠나 은박산을 향해 이어지는 산행길은 서쪽 방향이다.
암릉구간과 이와같은 숲길이 번갈아가며 연이어 이어진다.
비교적 걷기 편한 구간이다.




숲길을 지나며 흐르는 땀은
이내 이외같은 사방이 트인 암릉구간이 나타나며
시원한 바닷바람이 흘린 땀을 또 씻어내어 준다.




오후 2시51분
수우도 최고봉으로 알려진 은박산 정상에 도착해 잠시 머문다.
해발189m로 표기된 표지판이 작은 돌무더미에 꽂혀 있는 모습이다.
4년 전에 이곳에 들렀을 때는 저와 비슷한 정상 표지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동쪽으로는 잠시 전 지나온 신선봉, 고래바위를 잇는 능선이 보이며,
바다 가운데 떠있는 바위섬인 능개도, 그리고 그 너머로 사량도가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은박산 정상을 지나며 이어지는 하산길은 북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눈 아래로 몽돌해수욕장이 보이고,
바다 멀리 삼천포화력발전소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급경사 내리막길이 한동안 이어진 후의 하산길은
동백나무 군락이 밀집한 구간이다.
4년 전 3월에는 선홍빛 꽃잎을 머금은 채 봉오리채 떨어져 바닥을 장식했던 동밲꽃 군락을 지나며
마치 유명 영화제에서나 봤음직한 레드카펫을 걷는 느낌으로 발길을 이어갔었는데.






오후 3시28분
산행길이 끝나고 수우도의 북서 해안 지점인 몽돌해수욕장에 도착해 파도 소리를 듣는다.
수일 전 타이완을 거쳐 중국 대륙으로 상륙하며 수많은 피해를 입힌
제7호 태풍 솔릭의 여파 때문인지는 모르겟으나 평소보다는 파도가 조금 거센듯 하다.
하긴 이런 더운 날에는 잔잔한 바다보다는 흰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가 거센 바다가 시원함을 제공한다.




3시간 반여의 산행으로 피로해진 발이 바닷물 속에 들어가자 편안함을 느낀다.
길이 500m 정도되는 몽돌해변에서 일행들은 편안한 휴식을 즐긴다.




마음 같아서는 훌훌 벗어부치고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싶지만
3시50분에 출항할 귀가 배편 시간이 촉박한 때문에 이처럼 바닷물 속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만족한다.
잠시동안 더위를 식힌다.




몽돌해변 중앙부에는 오래 전 선착장 또는 어업시설 등으로 활용했음직한 시설물이 방치된 채 외로이 서 있다.
20여년 전만해도 인구가 150여명에 달했으며, 초등학교 분교가 있어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던 이곳.
이제는 초등학교 분교도 이미 폐교한 상태이고 인구 또한 30여명 남짓이라 한다.
이곳 수우도에서 양식한 홍합은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는데,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다시 볼수는 없는 것일까?




오후 3시43분
북서쪽에 위치한 몽돌해변을 떠나 선착장이 있는 북동쪽 해변으로 돌아와 귀가할 배를 기다린다.
바로 앞 바다의 시설물들은 아마도 홍합양식장이듯 하다.
섬의 수호신인 설익장군 설화가 구전되며,
설익장군 사당에서 3년에 한 번 음력 10월 15일에 동제(洞祭)를 지낸다고 알려진 아름다운 섬 수우도를 떠날 채비를 한다.




오후 4시
3시50분에 수우도를 떠난 배가 10분이 경과하자 멀리 사량도가 카메라 뷰 파인더에 들어온다.
오전부터 지리망산 부근을 휘감고 떠있는 짙은 구름은 도통 그 자리를 떠날줄을 모른다.




사량도 우측으로 3km 떨어진 수우도도 이제는 한 눈에 들어온다.
좌측 끝의 고래바위부터 우측 끝의 은박산 정상부까지 3시간 반에 걸쳐 산행했던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종전 방문시부터 4년이 지난 후에 오늘 다시 찾은 수우도.
언제 또 다시 들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니 가는 세월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오후가 되면서 파도가 조금씩 거세어지는 바다 위를
비교적 큰 어선 한 척이 빠른 속도로 내가 탄 배를 스쳐 지나간다.
뒷꽁무니에서 마치 거미가 줄을 치듯 무엇인가를 계속 내 놓으며 지난다.




배 뒷부분을 망원렌즈도 당겨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물을 설치하는 중인듯 싶다.
이곳 사량도 부근은 잘 알려진 멸치어장이다.
멸치는 매년 7월에 시작해 12월까지 어장이 형성된다.
그물 코에 간혹 털고 남은 멸치가 한두마리씩 눈에 띈다.
그물 설치작업도 요즘은 완전 기계화된듯하다. 배 위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후 4시28분
우리가 탄 배는 서서히 삼천포항으로 접안을 시작하며 속도를 조금씩 줄인다.
오전에 삼천포항을 떠날 때는 짙은 먹구름으로 어둡기까지 하던 하늘이 많이 밝아졌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며칠 전부터 폭우가 내린다는데,
대전 이하 남쪽 지방에서는 비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는다.
모아 두었다 한 번에 퍼 부으면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조차 한다.






뒤쪽을 돌아다 본다.
오전에는 짙은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던 사량도와 수우도가
10km 남짓 떨어진 이곳에서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비록 초복을 하루 지난 더운 날의 산행이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멋진 절경을 눈으로 ,몸으로 경험한 행복한 휴일 일정을 마치고 귀가 길에 오른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이날 수우도에서의 산행 구간이다.




수우도의 대략적인 위치를 지도상에 표시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