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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찾아 백두대간 두문동재에서 금대봉,대덕산을 거쳐 한강 발원지 검룡소로

온누리* 2012. 9. 10. 14:54

2012년 9월9일 오전 11시16분
남쪽으로 40여리 떨어진 해발 1,567m 함백산에서 북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이
해발 1,442m인 은대봉을 지나 잠시 한숨을 쉬어 가는 곳인 해발 1,268m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과 대덕산을 거쳐 을 거쳐 한강 발원지 검룡소로 이어지는 야생화 산행을 시작한다.




오전 11시27분
이곳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생태,경관 보전지역이므로
사전에 입산 인원을 신고한 후 관리인의 통제하에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수년 전부터 매년 1차례 이상 다녀가는 곳으로 항상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곳이었으나
오늘은 차단기가 내려져 있는 산행로 입구가 마치 시장바닥 마냥 북적거린다.
내년 1월1일부터 하루 300명씩 입산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인듯하다.

관리인으로부터 주의 사항을 듣고 차단기를 지나 금대봉으로 향하는 숲길로 들어선다.



다른 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투구꽃을 이곳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천상의 화원에서는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다.
선투구꽃, 개싹눈바꽃, 진돌쩌귀, 싹눈바꽃, 세잎돌쩌귀, 그늘돌쩌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세분된 종류가 다양한 투구꽃. 뿌리에 함유된 독성이 야생화 중 가장 강력하다는 이 꽃은
옛날 사약을 만들 때 원료로 사용된 일도 있다 한다.




오전 11시42분
두문동재에서 0.8km를 지난 지점이니 이제 금대봉까지 남은 거리는 0.5km.
이 지점부터는 깊은 숲길이 이어지며 생태,경관 보전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두 사람이 서로 교행할 정도의 좁은 통로를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숲길을 이어간다.




가녀린듯 앙증맞게 피어나는 잔대 앞에서 잠시 멈춘다.
연한 부분과 뿌리를 식용하는 초롱꽃과인 이 야생화는
한방에서는 뿌리를 사삼이라고 하며 진해·거담·해열·강장·배농제로 사용한다.




미나리아재비과 투구꽃속의 이 야생화의 이름은 진범인데, 투구꽃과 비슷한 모양이다.
뿌리에는 알칼로이드가 함유되어 진통 및 진경제로 사용하며,
오래 전 민간에서는 미친개에게 물렸을 때 달여먹였다 한다.




오전 11시56분
출발 지점인 두문동재에서 1.3km떨어진 해발고도 1,418.1m 지점인 금대봉에 발을 내 딛는다.
출발 지점인 두문동재와 마찬가지로 이곳 금대봉의 위치는 아직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이다.




2년 전 이맘 때 이곳을 찾았을 때는 파란 하늘 아래 수많은 잠자리 떼가
검은 점처럼 보일 정도로 하늘을 뒤덮었었지만 잔뜩 찌푸린 오늘은
서쪽 멀리 하이원 리조트 뒷산인 백운산 허리를 감아 도는 흰 구름만 눈에 들어 온다.




이곳 금대봉은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용소, 제당굼샘을 안고 있는 의미 깊은 산으로
금대라는 말은 검대로, 신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고 또한 금이 많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석 앞에서 남들처럼 추억남기기를 한 후 금대봉을 떠나 고목나무샘 방향으로 산행길을 이어간다.




금대봉을 떠나 몇 분간 이어지는 미끄러운 급경사 길을 내려오면 온갖 야생화로 뒤덮인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철 지난 동자꽃 한 송이가 벌개미취,구릿대,마타리 등 온갖 야생화에 묻혀 외롭게 피어 있다.
겨울철 산속 암자에서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이 배고픔과 추위에 떨다가 얼어죽은
자리에서 피어났다고 하여 '동자꽃'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애틋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동자꽃은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처럼 항상 산밑을 바라보며 꽃을 피우는데, 그래서인지 꽃말도 ‘기다림’이다.




7~8월 여름에 주로 볼 수 있는 달맞이꽃도 만난다.
낮에는 봉우리를 오무렸다 해질녘에 꽃을 활짝 피우는 꽃임에도 한 송이는 봉우리를 활짝 펼쳐 놓고 나를 기다린다.
한방에서 뿌리를 월견초(月見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감기로 열이 높고 인후염이 있을 때 물에 넣고 달여서 복용하고,
종자를 월견자(月見子)라고 하여 고지혈증에 사용한다.
꽃말은 ‘기다림’이다. 전국 각지에 분포하는 이 꽃의 원산지는 특이하게도 남미 칠레이다.




 

6~7월경 피는 여름 꽃이기에 철 지난 꽃이라 할 수 있는 둥근 이질풀도 만난다.
이질풀 종류 중에서는 가장 잘 생긴 꽃이 둥근이질풀인 것 같다..
이질풀은 이질이나 설사병에 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둥근이질풀의 추출물이 항암, 항염증 효능을 가지고 있어 약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흔히들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꽃이라는 각시취는 지금이 제철이다.
취라는 이름이 붙은 취나물류 답게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 종류이다.
앞에 각시라는 이름이 붙은걸로 봐서는 원래 키가 작은 종류였을듯한데
요즘 눈에 띄는 각시취는 세태를 반영했음인지 키도 많이 커진듯하다.




우리나라 원산의 여름철 야생화인 이 꽃은 꿀풀과 답게 꿀을 많이 함유한 관계로
벌,나비가 많이 꼬이는 꽃으로 그 이름은 '층층이꽃'이다.
분홍 빛 꽃이 줄기와 가지 끝 마디마다 돌려 피는데 그 형상이 층을 이루므로
층층이꽃이란 이름을 얻은 이 층층이꽃은 봄철 어린 순은 나물로 먹으며,
줄기와 잎을 말린 후 가루로 만들어 옴의 치료에 쓰기도 한다.




낮 12시 15분
해발고도 1,300m의 고산지대에 이처럼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편안한 들판길이 이어진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사방으로 높은 산이 가로막혀 있고
그 산허리를 흰구름이 지속적으로 그 형상을 바꾸어 가며 넘나든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수식어에 전혀 과장이 없음을 실감한다.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떠나는 산행이지만 산행 중 쉬이 접하지 못하는 야생화를 만난다.
첨엽마선호 또는 칼송이풀이라고도 불리우는 흰송이풀이다.
우리나라 원산인 이 꽃은 산의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자라며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민간에서는 종기,피부병 들에 약으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습기 많은 숲 그늘에 줄지어선 보라빛 투구꽃이 눈길을 끈다.
마치 완전 무장한 로마 병사들이 성곽 둘레에 줄지어 늘어선듯 여겨진다.




투구꽃은 땅 속에 덩이줄기를 하고 있는데 그 모양이 까마귀 머리를 닮았다 하여
초오(草烏)또는 오두(烏頭)라고 하며, 오두의 자근(子根)을 부자(附子)라고 한다.
독성이 강해 옛날 사약의 재료로 많이 이용되었으며,
가을에 즙을 낸 것을 햇볕에 말려 화살촉이나 창에 묻혀 짐승을 사냥할 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낮 12시24분
천상의 화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야생화가 만발한 숲길을 걸으며 쉬엄쉬엄 걷다보니
어느새 '한강 발원지'라는 이정표가 세워진 '고목나무샘'에 도착했다.
졸졸 흘러 내리는 샘물을 손으로 가득 받아 마셔본다. 시원함을 느낀다.
이 고목나무샘을 비롯하여 금대봉 기슭의 제당굼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흘러들었다가
검룡소에서 다시 솟아나와 514km의 한강을 이루게 된다.




고목나무샘을 떠나 해발 1,080m인 분주령으로 발길을 옮긴다.
분주령까지 거리는 대략 2.5km정도.
초입부터 무성한 산죽군락을 헤치고 지나간다.
댓잎이 등산바지에 쓸리며 사그락거리는 소리를 연신 이어간다.
그 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발걸음은 가볍다.




산행 출발점부터 거의 끊임없이 눈에 띄는 투구꽃이 보라색인데 반해
드물게 보는 흰 투구꽃을 만난다.
원래 자주색이던 것이 변이된 종이라는데 더 깊은 내용은 숙제로 남겨 둔다.




이 야생화의 이름은 깻잎나물이라고도 불리우는 산박하이다.
봄이나 초 여름에 연한 잎을 삶아 나물로 먹으며
담즙 분비를 촉진시키므로 급성으로 발병한 담낭염에 물을 넣고 달여서
복용하면 염증이 가라앉고 통증도 완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꽃의 크기가 새끼 손톱의 몇분의 1 정도로 아주 작은 꽃이 피는 특이한 야생화이다.
한국·일본·중국·히말라야산맥·동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 이 야생화의 이름은 파리풀이다.
뿌리의 즙을 종이에 스며들게한 후에 ㄷ구면 파리를 죽이기 때문에 파리풀이라고 하며,
뿌리 또는 포기 전체를 짓찧어서 종기·옴, 벌레 물린 데 등에 붙이면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파리풀 주위에서 발견한 또 다른 이 야생화의 이름도 무척 특이하다.
그 이름이 '도둑놈의갈고리"이다.
편평하고 2마디로 되어 있는 열매 껍질에 가시가 있어 다른 물체에 잘 붙는데
 그 이유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풀 전체를 가축의 사료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후 1시17분
고목나무샘을 지난 후 넓은 마무숲 아래서 동행한 일행들과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분주령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간다.
아름드리 전나무와 낙엽송 등 키 큰 나무들 사이로 평탄하게 뻗은 능선길이 오랫동안 이어진다.
녹음 짙은 늦여름 숲에서 나는 진한 풀내음과 아름다운 야생화를 눈으로 즐기며 걷는 행복한 산행길이다.
북쪽을 향해 걷는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이 능선 길의 좌측은 정선군이고 우측은 태백시이다.




 

둥근이질풀에 비해 그 크기가 훨씬 작은 이질풀도 만난다.
노관초라고도 불리우는 이질풀은 많은 양의 타닌과 케르세틴이 들어 있어
소염·지혈·수렴·살균 작용이 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대장 카타르·이질·위궤양·십이지장궤양 등에 약재로 사용하고,
한방에서는 현초(玄草)라고 하며 지사제로 쓴다.




꽃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은 해바라기라고 말하기 십상인 이 야생화의 이름은 "여우오줌"이다.
꽃에서 여우오줌 냄새가 난다하여 붙은 이름으로 다른 국화과의 담배풀보다 꽃의 크기가 큰 이유로
왕담배풀이라고도 불리운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포기 전체를 약재로 쓰는데,
꽃줄기와 뿌리를 배앓이 치료 또는 회충 구제에 썼다고 전해 진다.




특이한 모습을 한 꽃인지? 열매인지? 확실치 않은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았다.
야생화를 잘 아는 어느 지인이 이르기를 확실치는 않지만 으아리 열매라고 한다.
숙제로 남겨 둔다.




참고로 이 사진은 6~8월에 꽃 피는 으아리 사진이다.
민간에서는 뿌리를 캐내어 술에 담가두었다가 공복에 마셔서 신경통을 치료하기도 했다 한다.




이 야생화의 이름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단풍취이다.
단풍취는 뿌리를 제외한 잎과 줄기를 식용하는데,
칼륨,비타민C,아미노산 등의 함량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오후 1시 42분
넓은 초원이 펼쳐진 해발 1,080m분주령에 도착했다.
2년 전 이맘 때  노란색 꽃을 서로 뽐내던 마타리,짚신나물 등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금년 여름의 지나친 더위 때문에 늦여름에 필 꽃이 일찍 핀 후 이미 져 버린듯 하다.
넓은 초원의 식물들은 거의 벌개미취 등 쑥 종류가 많으니 말 그대로 쑥대밭인 셈이다.




넓은 초원을 대부분 국화과 야생화 등 키작은 식물들이 뒤덮은 가운데
키가 훌쩍 큰 구릿대가 여기저기서 큰 키를 자랑하듯 듬성듬성 자리를 지킨다.
줄기가 구릿빛을 띠며 대나무처럼 보인다고 하여 구릿대라 불린다.
학명은 ‘다후리 지방의 천사’라는 뜻으로 강심, 강정의 효험이 있어
죽은 사람도 소생시킬 수 있다 해서 이런 학명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오이풀도 눈에 띈다.
한국·중국·동부 시베리아·일본 및 캄차카등에 분포하는 장미과의 이 풀은
한방에서 뿌리를 지유(地楡)라고 하며 수렴·해열·설사·이질·지혈·월경과다·
객혈·피부병·상처 및 화상과 열상 등에 사용하는데,
17%의 타닌과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다.




오후 1시47분
1.3km떨어진 대덕산 정상을 향해 분주령을 떠나 발걸음을 이어 간다.
눈 앞으로 보이는 둥그런 봉우리가 1215봉이다.
마치 어릴적 우리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 주던 어머니의 포근한 가슴을 연상시키듯 부드러운 느낌이다.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130 여만평의 초원은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생태보전구역이다.
이와같은 자연생태가 오래오래 보전되기만을 바란다.




해발 1,080m 분주령에서 1215봉으로 오르는 숲길은 밀림을 지나는 느낌이다.
마치 우리나라 최고의 원시림을 자랑한다는 강원도 인제 방태산 최고봉인
해발 1,444m 주억봉을 오를 때와 같은 그런 울창한 숲길이 잠시 이어진다.




오후 2시9분
1215봉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넓은 고산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분주령보다 더 넓고 아늑한 곳이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넓고 완만한 모양의 대덕산 정상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드넓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1215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의 풍경은 이미 가을 풍경이다. 문득 "으악새 슬피 우니.."라는 우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요즈음도 많은 사람들은 흘러간 옛노래의 가사 귀절인
"아! 으악새 슬피우니..."를 듣고 어떻게 생긴 새인지 궁금해 한다.
"으악새"란 "억새"의 경기도 사투리이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은 봉우리 상태이지만 미풍에 흔들리는 억새 풀의 모습이
마치 슬픔을 못 이기고 흐느껴 우는 듯한 모습으로 내 마음에 다가 온다.




억새는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뿌리는 약으로 쓰고 줄기와 잎은 가축사료나 지붕 잇는 데 쓴다.
그러나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는 억새와 달리 전세계에 분포한다.
억새는 물가에서도 자라는 물억새가 있으나 갈대는 산에서는 자랄 수 없다.
분명 억새와 갈대는 다른 종류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분을 잘 못한다.




오후 2시 26분
1215봉에서 비교적 오랜 휴식을 취한 후 대덕산 정상을 향해 오르막 길을 오른다.
그리 키가 크지 않은 참나무,물푸레나무 사이로 지나는 숲길.
키 작은 활엽수 아래 숲속은 온통 각종 야생화 천국이다.




오후 2시45분
대덕산 정상에 도착해 남동쪽으로 눈을 돌려 본다.
멀리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기가 어렴풋이 보이고,
그 앞으로 드넓은 고냉지 채소밭이 보인다.




직선거리 4~5km정도 떨어진 매봉산을 망원렌즈로 가까이 살펴 보면,
천의봉으로도 불리는 해발 1,303m 매봉산 정상부의 풍력발전기와
그 앞의 작은 농가가 그림책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매봉산 남쪽으로는 경사가 급하나 북쪽은 경사가 완만하여
옛날에는 저곳에서 매사냥을 하기도했다고 전해지는 곳.
26년 전 한미재단에서 20만평의 산지를 개간했고
현재는 전국 제일의 고랭지 채소 단지가 형성 돼 있다.

날개 지름 52m의 풍력발전기 총 8기가 설치된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인 저곳은
주변 일대 132만평의 고냉지채소밭과 어우러진 관광지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곳으로
지난 2008년 한국관광공사에서 가볼 만한 10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남쪽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백두대간 능선을 잇는 금대봉, 은대봉을 지나
멀리 해발 1,573m 함백산이 보인다.




잔뜩 흐린 날씨에 옅은 안개로 시계는 불량하지만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2년 전 여름 만항재에서 출발해 아름다운 야생화에 심취해가며 올랐던
함백산 정상부가 우측 끝으로 보이고, 그 좌측의 흉물스런 TV중계시설
그리고 그 아래 아름다운 산을 깎아 파헤쳐 버린
오투 리조트의 스키슬로프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나라엔 약 50개 정도의 대덕(大德)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있다.
대개들 두리뭉실 유순하고 덕스러운 산세를 가졌다는 것이 특징으로, 이 대덕산도 마찬가지다.
산 정상부가 커다란 덕(더기=고원지대의 평평한 땅)이어서 큰 덕이라 불렀고,
이를 한자로는 대덕(大德)이라 표기한 것이라고 학자들은 풀이한다.




대덕산 정상석 부근 풍경을 여유를 가지고 한 장 담는다.
대부분의 유명한 산에서 정상석 옆 기념촬영을 하려면 아귀다툼이 벌어지지만
이곳 대덕산(大德山)에서는 그렇지 않다. 모두들 여유있는 웃음으로 서로를 대한다.
산 이름 때문일까?




오후 2시 54분
온통 야생화로 뒤덮인 넖은 초원을 가로 질러 1225봉을 향해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한다.
태백시 자료에 따르면 1993년 환경부가 전문학자들로 조사단을 구성, 2년에 걸쳐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일대에서 한국 특산식물 15종, 희귀식물 16종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환경부는 대덕산과 그 남쪽 금대봉(1,418.1m) 일대 126만 평을
자연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대덕산 정상에서 남쪽 1225봉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넓은 초원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 산길이다.
분주령에서 보지 못한 마타리가 군락을 이루며 노란 빛을 뽐낸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도 그 이름이 등장하는 '마타리'의 노란 빛이 화사하다.
꽃말이 '무한한 사랑'인 이 꽃처럼 '소나기'의 그 소년은 아마도 소녀를 무한정 사랑했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원산인 이 야생화는 똥과 오줌의 고어(古語)인 ‘말’에 ‘다리’를 합쳐서
똥 냄새가 나는 다리 긴 풀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는데
뿌리에서 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패장(敗醬→깨트릴 패, 젓갈 장)이라고도 불린다.




국화과의 야생화인 수리취도 그 독특한 형상을 보여 준다.
어린 잎을 떡에 넣어 먹는데, 단오의 절식(節食)인 수리취절편이 유명하다.
또한 옛날 성냥이 아닌 부싯돌을 쓰던 시절 성숙한 잎을 말려서 부싯깃으로 사용하기도 했었다.




오후 3시11분
1225봉을 지나 검룡소로 이어지는 계곡인 분주령골이 시작되는 분주령 삼거리까지는
비교적 경사가 급한 내리막 길이다.
울창한 나무 숲 속에 귀부인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일명 '눈산승마'라고 불리는 '눈개승마'를 만난다.
인삼에 많이 함유된 사포닌과 단백질이 풍부한 고급 산나물이다.




꽃말이 '산양의 수염'인 눈개승마가 여기저기서 초록 풀잎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산양의 수염으로 보이기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면 녹색 풀잎 위에 사뿐히 내려 앉은 봄눈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후 3시28분
급경사 내리막 산길이 끝나고 완만한 내리막 경사의 걷기 편한 숲길이 이어진다.
한동안 이와같은 하늘을 덮을듯한 키 큰 나무숲도 이어진다.
낙엽송,전나무 등은 특히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내뿜는 수종이다.
오늘 하루 내가 많이 건강해졌다는 기분이 절로 든다.




오후 3시44분
해발고도가 1,000m 이하로 떨어지면서 하산길은 좀더 넓고 편안 산책길로 변한다.
지난 여름 불볕 더위 속에서 무럭무럭 자란 나뭇가지와 녹색 나뭇잎들이 온통 하늘을 덮은 울창한 숲길.
인적이 거의 없이 우측 분주령골을 따라 흘러 내리는 물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 곳.
4시간 이어진 산길이지만 전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산길 우측 분주령골 물가를 따라 군락을 이루는 물봉선이 대부분 분홍이나 흰 물봉선이었으나
노란 물봉선이 몇 송이 보이니 무척 반갑다.
봉선화과인 물봉선은 한국, 일본 등지의 산골짜기나 물가의 습지에서 흔히 자라며
타박상 등에 약으로 쓰며 유독성, 염료식물이다.




진분홍과 녹색이 원색의 대비를 이루는 강렬한 색깔의 엉겅퀴를 만난다.
이 꽃은 이름이 지느러미엉겅퀴이다.
줄기에 지느러미 모양의 날개가 있다.
이 꽃은 동북아시아 ·유럽이 원산인 귀화식물이라 한다.




이 꽃은 일반적으로 불리는 엉겅퀴이다.
줄기의 깨끗한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연한 식물체를 나물로 하고 성숙한 뿌리를 약용으로하는
이 엉겅퀴는 우리나라 원산이다.




오후 3시 49분
검룡소로 향하는 다리가 눈에 들어 온다.
분주령골 계곡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이름이 '세심교'이다.
한글로 써 있으니 확실한 뜻을 알 수 없지만
한강 발원지로 향하는 길이니 마음을 깨끗이하라는 의미의 세심(洗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심교에서 검룡소까지 거리는 600m.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을 벗어나 검룡소를 다녀 오려면
왕복 1.2km 되돌아 나와야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이곳까지 와서 힘들다는 이유로
검룡소 방문을 포기하는 이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세심교에서 잠시 동안 이어지는 전나무숲길에서 진한 나무 향기를 음미하며
검룡소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오후 4시 1분
완만한 경사로를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해발고도 926m 지점에 위치한 검룡소에 당도했다.
큰 자연석으로 된 표지석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태백의 광명 정기
예 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




검룡소에서 흘러나온 물이 이끼낀 바위틈을 헤집고
경쾌한 물소리를 내며 시원스럽게 흘러 내린다.
공기도 무척 상쾌하다.




주위가 녹색 이끼로 뒤덮인 둘레 20여 m의 작은 웅덩이
바로 514km인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儉龍沼)이다.
섭씨 9도의 맑은 물이 하루 3천톤씩 솟아 나와 흘러 내려
정선의 골지천,조양강,영월의 동강을 이루고
양수리(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한 한강은
우리의 수도 서울을 가로지르고 서해로 흘러간다.




검룡소에서 솟아나온 물은 이처럼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려간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용트림폭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난 물이 지하로 스며들고,
그 물이 검룡소에서 비로소 땅 위로 올라와
용트림폭포를 이루고 흐르는 맑은 물.
내 마음 또한 덩달아 맑아지는 듯하다.




검룡소를 떠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그늘진 계곡가에서 거북꼬리를 만난다.
잎의 끝 부분이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진 모습이 거북 꼬리를 닮아서
붙인 이름이라는데 꼬리줄기는 섬유용으로, 어린 잎은 식용으로 한다.




우리나라 원산의 여름 야생화인 이 짚신나물을 선학초(仙鶴草)라고도 부르는데,
옛날 과거를 보러 먼길을 걷던 선비가 피로에 지쳐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지나던 두루미가 물어다 준 풀을 씹어 먹은 후
씻은듯이 나았기에 “선학(仙鶴)이 선초(仙草)를 보냈다.” 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짚신나물 추출물은 독성이나 부작용이 없는 암치료약으로 알려져 있다.




녹두루미라고도 하는 갈퀴나물도 만난다.
어린 순은 4월경에 채취해 나물로 만들어 먹고 가축의 사료로도 쓰인다.
한방에서 류머티즘 동통·관절통·근육마비·
종기의 독기·음낭습진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오후 4시15분
깊은 산 속의 어둠은 빨리 찾아온다.
날씨가 흐린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나무 숲이 울창하기 때문일게다.
오른쪽은 분주령골이라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 길.
왼쪽 산비탈은 물론 걸어가는 발밑까지 덮인 낙엽을 보면
이곳이 얼마나 야생화가 자라기에 좋은 환경인지 알 수 있다.




오후 4시22분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며 5시간에 걸친 산행을 마감한다.
총 거리 11km가 넘는 길이었지만 아름다운 경치만이 아닌 온갖 야생화에 취한 산행이어서인지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가 없다.




오후 5시9분
산행을 마친 후 귀가 길에 이른 저녁 식사를 위해 들린곳은
태백시 상장동 태백소방서 뒷길의 새마을금고 뒤에 위치한 음식점이다.
음식점 상호만 '너와집'이 아니라 건물 자체도 너와집이다.




건물 내부에도 재래식 부엌에 무쇠 가마솥까지 걸어 놓은 이 너와집 건물은
태백시 백산에 있던 120년 된 너와집을 이곳으로 옮겨와 복원한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너와집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또한 건축양식이 정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리 예약을 해 둔 때문이긴 하겠지만 5시간여 동안 땀 흘리며 산행을 마친 우리 일행들
피로와 허기에 지친 우리를 위해 도착 시간에 맞춰 음식 준비를 해준 정성이 고맙다.
더구나 도시에서 접하기 어려운 뜨거운 숭늉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졌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없는건 아니지만
너무나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산채 비빔밥의 우리 일행들은 모두 반해 버렸다.
행복했던 산행에 곁들인 맛있는 산채비빔밥까지 더해진 행복했던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이날 산행 구간이며
총 거리는 11km를 조금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