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보내고 2013년 새해를 맞은지 불과 1시간 남짓 지난 시점인오전 1시가 좀 지난 시각 대전을 출발한 차량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도착한 후 광안리 해수욕장 백사장에 발을 딛는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밤바다는 마치 잔잔한 호수를 보는듯 평화롭다.
오늘은 영하 1도 정도에 머무는 겨울 날씨치고는 포근한 날씨이다.
새해맞이 행사를 위한 무대가 총 길이 1.4km 남짓되는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 중간지점에 마련되고 있다.
동행한 일행들과 함께 해변가에 즐비한 음식점에서 잠시 아침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바닷가로 나왔다.
일출시각까지 1시간 반 정도 남은 시간이어서인지 아직은 인적이 거의 없다.
좌측의 해운대구 우동 샌텀시티에서부터 우측의 수영구 남천동까지 바다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저 광안대교의 야경은 아름답기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부산시 또는 수영구 당국자들이 조금만 머리가 돌아가는 공무원들이라면
비록 평소에는 심야 시간에 소등을 하더라도 새해 첫날 해맞이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날만은
관광홍보 차원에서라도 멋진 조명등을 그대로 밝혀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든다.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에게 너무 많은 급여와 노후 보장을 하는 현재의 공무원 우대 제도 때문에
배부른 공무원, 구태의연한 태도로 시간만 때우는 극히 일부 공무원을 만든 세태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광안리해수욕장변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 또한 아직은 한산하다.
간혹 지나다니는 차량의 라이트 궤적만이 8초간의 카메라 셧터 개방 시간동안 붉은 줄로 표현된다.
이제 해맞이를 위한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바닷가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현재의 행정구역이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2동인 이곳 광안리 해수욕장은
조선시대의 지명인 동래군 남촌면 "광안리"라는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당시 남촌(南村)앞 사장(沙場)을 남장(南場)이라 했는데, 그 남장에는 넓은(廣) 모래언덕(岸)이 있어 광안(廣岸)이라 했으며
그 광안의 안(岸)을 덕명(德名)인 편안항 안(安)으로 고쳐 광안(廣安)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주최측에서 나눠주는 풍선을 하나씩 받아들고 2013년 계사년 첫 일출을 맞기 위해
하나둘씩 바닷가로 걸음을 옮긴다.
수많은 해맞이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바닷가로 바닷가로 몰려 나온다.
일출시각을 30여분 남겨 놓은 시점이 되자 주변의 어둠이 조금씩 걷히며 수평선 부근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이른바 시민박명 시간이 가까웠음을 느낀다.
*참고로 "시민박명"이란 태양이 지평선(혹은 수평선)에서 나타나기 전이나 사라진 후부터
6° 아래에 위치할 때까지의 박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30분 가량 지속된다.
이 때는 육안으로도 사물을 구분할 있으며, 조명 없이도 일상적인 야외활동이 가능하다.
겨울 이맘 때쯤의 바다는 아무리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라도 해 뜨기 전에는
수평선을 따라 만들어지는 해무(海霧) 때문에 붉은 태양이 수평선 위로 솟구쳐 오르며 연출해 내는
이른바 오메가 형상은 봄,여름철 일출시에나 기대함이 좋은 것을 익히 알기에 오직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매년 해맞이 행사 때마다 관광객들을 위한 이벤트의 하나로 진행되는 핀수영 동호회원들의 신년 축하 수영행사가 시작된다.
30여명의 회원들이 얼음처럼 찬 바닷물로 뛰어드는 모습에 많은 관광객들은
탄성과 함께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일출 직후 각자의 새해 소망을 빌며 하늘 위로 날려 보낼 오색 풍선을 얻기 위한 긴 행렬도 눈에 띈다.
천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오늘 이곳 광안리 일출 시각은
오전 7시31분 46초이다. 아직 태양이 보이지 않는다.
해변을 가득 메운 수많은 해맞이 인차도 숨을 죽인 채 새해 첫 태양의 모습을 기다린다.
광안대교 교각 위로 붉은 태양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자 주위에서 함성이 터진다.
태양이 일출 예상 시각보다 48초 그 모습을 늦게 보인건 아마도 광안대교 교각 때문인듯 하다.
다음 번에 이곳을 찾게 되면 카메라를 설치할 위치를 조금 이동해야할듯 하다.
저마다 손에손에 든 풍선에 새해의 희망을 실어 하늘 높이 날려 보낸다.
모든 사람들의 새해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빌어 본다.
이제 태양은 본래의 둥근 모습을 완연하게 보여 준다.
해맞이를 눈으로 직접 보는 경험을 처음 가진 이들은 순식간에 수평선을 박차고 오르는
일출의 빠른 속도에 놀란다.
붉고 밝은 태양이 바다 위에 떠오르게 되면 으례 태양빛이 해수면을 따라 밝은 띠를
보는 이의 발밑에 까지 길게 이어주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다.
둥근 태양은 떠올랐지만 태양빛을 가리고 있는 안개속을 벗어나지는 못한 지금.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태양은 안개낀 수평선 위로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해변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은 완전한 태양의 모습을 숨 죽인 채 기다린다.
잠시 후면 그 밝은 빛을 바다 이쪽까지 길게 뻗어주게 될 시간이 된다.
이제 태양은 안개속을 벗어나 온 대지에 골고루 그 밝은 빛을 뿌려 준다.
2012년 임진년을 보내고 2013년 계사년(癸巳年) 밝은 태양을 맞는다.
뱀띠 해인 금년 계사년. 이 뱀은 검은 뱀이며, 물뱀이란 의미를 가졌다 한다.
서양에서는 뱀을 사악하고 좋지 않은 대상으로만 치부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그렇지 않다.
뱀이 허물을 벗는 탈피과정이 죽음을 떠나 영생의 삶을 누린다는 의미로 다가오게 되어 영적인 생물로 여긴다.
또한 많은 알은 풍요와 재물을 상징한다 하니 우리 모두에게 행복이 깃드는 한 해였으면 한다.
이제 2013년 새해 첫 태양은 온 대지를 골고루 비춰준다.
서기 993년도 올해와 같은 계사년이었다.
고려 성종 12년인 서기 993년 계사년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외교관이었던 서희가
뛰어난 외교술로 거란의 침입을 막아 낸 지혜를 발휘했듯이
얼마 후 출범하는 우리나라 새 정부도 국민 복지 향상은 물론이고
새로이 통치자가 바뀌는 주변 4대국과의 외교에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기를 바라며
희망찬 새해 첫날 태양이 밝게 빛나는 광안리를 떠난다.
광안리에서 희망 찬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한 후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태종대로 발길을 옮긴다.
태종대는 옛날에 신선이 살던 곳이라 하여 신선대(神仙臺)라고도 불렀으며
신라 태종무열왕 사후(射侯 : 활을 쏠 때에 과녁으로 쓰는 사방 열 자 가량의 베.)의
장소였다는 속전[俗傳:동래부지(東萊府誌)]에 따라
현재는 태종대라는 호칭으로 굳어진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전망대를 거쳐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용 기차를 탈 생각을 했으나
첫 운행 개시 시각이 오전 9시30분인지라 포기하고 천천히 해변 산책로를 따라 관광을 하기로 한다.
'자갈마당'이라 불리우는 곳이다.
천연자갈이 깔려 있어 자갈마당이라 불리우던 아름다운 저곳.
30여년 전부터 십여차례 들렀던 아름다운 곳이건만 요즈음은 유람선 선착장으로,
그리고 조개구이집으로 더 잘 알려진듯하여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 든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서 부산으로 내려오는 동안 버스 안에서 선잠을 자느라 피로해진 몸에 활력이 솟는다.
여러 번 지나다녀 익숙해진 산책로이지만 늘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바다가 주는 매력이다.
조금 전 아들 녀석으로부터 온통 흰 눈에 뒤덮인 아파트 단지 사진을 카톡으로 받은바 있건만
이곳 양지 바른 해안가에는 철모르는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릴 정도로 포근한 봄날씨를 보여 준다.
누가 우리나라 극토가 좁다고 했는가?
처음 태종대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태종대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전망대까지 다녀 올 예정이었으나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 자갈치 시장으로 향할 시간이 촉박하여
전망대까지 750m 를 남겨둔 '남항조망지'에서 발길을 돌려 주차장으로 되돌아간다.
남항조망지에서 동쪽 방향으로 바라보는 경치가 아름답다.
사진 우측에 보이는 산봉우리는 천마산이며, 그 아래 어렴풋이 남항대교가 보인다.
잠시 후 저 다리를 건너 자갈치시장으로 향하게 된다.
남항대교 좌측으로는 송도,다대포가 연이어 이어지고 좌측 끝으로는 가덕도도 보인다.
가덕도 뒤로 희미하게 거제도가 보인다. 가덕도와 는 거가대교로 연결되는 곳이다.
한국,중국,일본 등의 따뜻한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주로 분포된 동백의 꽃말은 “신중,허세 부리지 않음”이다.
붉은 선혈을 연상시키는 동백 꽃.
봄철에 피는 매화나 벚꽃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피었다가 짧은 시간에 떨어지는데 비해 동백은 그렇지 않다.
또한 동백꽃이 질때는 꽃봉오리째 뚝뚝 떨어진다. 낙화(落花)가 아닌 절화(切花)이다.
그래서 애절한 마음을 동백꽃에 비유한 시와 노래가 많다.
또한 동백이 떨어지는 모습이 사람의 머리가 뚝 떨어지는 것과 같다하여 불전에 바치거나 병문안 때 가지고 가지 않는다.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지라 이른 점심을 위해 도착한 곳은 자갈치시장이다.
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南浦洞)과 서구 충무동(忠武洞)에 있는 전국적 명성의 수산물 시장인 이곳은
부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자갈치란 이름은 지금의 충무동 로터리까지 뻗어 있던 자갈밭을 자갈처(處)라 불렀던 데서 유래하였다 한다.
원래는 현재 부산시청이 있는 용미산(龍尾山) 동남쪽 해안과 남포동 건어물시장 주변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1930년대 남항(南港)이 매립된 뒤 지금의 위치로 옮겨왔다는 얘기이다.
싱싱한 생선회와 얼큰한 매운탕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자갈치시장 본관 뒷편의 관광객을 위한 편의 시설인 이른바 "친수공간"에서 식후의 휴식을 취한다.
항상 세찬 바람이 몰아치던 곳이건만 오늘따라 바람도 거의 없어 너무나 안락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한다.
뒤로 보이는 다리는 옛날 유행가 가사에도 등장하는 영도다리이다.
저 영도대교는 옛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현재 복원공사중이며 금년 6월경이면 복원공사가 끝나고
옛 추억을 되살리는 관광명소로 재등장할 것 같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유인해 보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가까이 접근하는 갈매기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갈매기들이 무척 경계를 한다.
부모를 따라 나온 어린이들은 무척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부산갈매기들이 왜 기분이 나빠졌을까?
이대호가 떠난데 이어 금년에는 오버맨 홍성흔과 번개처럼 달리는 김주찬을
더 이상 사직구장에서 볼 수 없게 되어서일까?
수년 전 방문했던 일본 '나라(奈良)' 지방의 '도다이샤(東大寺)' 에서 사육하는 1,200 여마리의 사슴들은
관광객들이 주는 일본식 과자인 '셈베'를 먹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사슴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사슴들이 거의 생기가 없는듯하고, 털에도 윤기가 없었다.
육골분 사료를 먹은 영국 소들이 대거 광우병에 걸렸듯이
푸른 초원에서 싱싱한 풀을 뜯어 먹어야 할 사슴들이 인간의 손으로 만든 셈베에 맛을 들인 불행한 산물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이제 귀가할 시간이 가까워진다.
2012년 계사년 새해 첫날 일출을 부산의 동쪽에 위치한 광안리에서 맞은 후 이제
부산의 심장부인 자갈치시장을 떠나 귀가길에 올라야한다.
매년 산행,여행 후 수차례씩은 들리는 부산, 그리고 이곳 자갈치시장을 새해 첫날 찾은 느낌은 뭔가 다르다.
지난 2008년 여름 개통된 길이 1.9km 의 남항대교를 뒤로한 채
희망 찬 새해 첫 일출여행을 마감하고 귀가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