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나폴리 통영항을 품에 안은 미륵산 산행을 위해 경남 통영시 봉평동 용화사 주차장에서 산행 채비를 한다.
2010년 12월에는 이곳 미륵산이 있는 미륵도의 서쪽 끝에서 시작해 미륵산 정상을 거쳐 동쪽 끝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동네 뒷산 산책 수준의 가벼운 산행 코스인 오늘과 같은 코스의 산행이었다.
해발 461m의 낮은 산이지만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움 때문에
여러 차례 오른 곳이지만 오를 때마다 마음이 설레이는 곳이다.
그러나 가랑비가 아직도 조금씩 내리는 오늘의 날씨는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듯 하다.
미륵산 정상까지 대략 2km 남짓한 산행로는 초보자가 오르기에도 무리가 없는 편안한 숲길이다.
산행로 우측으로 옅은 안개에 휩싸인 관음사를 스치며 지난다.
입구의 문루에는‘당래선원(當來禪院)’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영조 8년(1732)에 지었다고도 하고. 조선조 광해군 8년(1615년) 청안선사가 창건했다고도 전해지는 관음사.
미륵산의 스님들은 미륵하생 후 미륵불이 설법할 자리로 모악산 금산사, 속리산 법주사에 이어
미륵섬 미륵산을 3차 설법지로 믿고 있다고 들은바 있다.
‘당래선원(當來禪院)’이라는 편액을 붙여 놓은 이유도 3차 설법을 하러 올 당래교주인 미륵불을 반기기 위해서라 한다.
미륵산의 남쪽에 있는 ‘미래사(彌來寺)’라는 절도 ‘미륵부처님이 오실 절’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중국,일본 등의 따뜻한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주로 분포된 동백의 꽃말은 “신중,허세 부리지 않음”이다.
붉은 선혈을 연상시키는 동백 꽃.
봄철에 피는 매화나 벚꽃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피었다가 짧은 시간에 떨어지는데 비해 동백은 그렇지 않다.
또한 동백꽃이 질때는 꽃봉오리째 뚝뚝 떨어진다. 낙화(落花)가 아닌 절화(切花)이다.
그래서 애절한 마음을 동백꽃에 비유한 시와 노래가 많다.
또한 동백이 떨어지는 모습이 사람의 머리가 뚝 떨어지는 것과 같다하여 불전에 바치거나 병문안 때 가지고 가지 않는다.
산행 시작 무렵까지 조금씩 내리던 비는 이제 완전히 멎었다.
비 개인 후의 숲길은 짙은 안개가 피어 오른다.
따뜻한 남쪽 나라답게 영상 10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 속에서
우리 일행 10 여명 외에는 산행객이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하고 편안한 산행길이 이어진다.
미륵산 정상까지 0.8km를 남긴 지점의 돌탑 주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돌탑 위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는 지난 해, 또 그 전 해의 모습과 변함이 없다.
마치 매년 봄 진달래 필 무렵 오르는 마산 무학산 정상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나
수도 서울을 지키는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힘차게 나부끼는 태극기처럼.
옷깃을 스치는 댓잎의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한가한 휴일 오후 차 한 잔을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 소리에 파묻혔을 때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태극기 휘날리는 돌탑을 지나고 댓잎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하던 대숲을 지나면서부터
계속 바윗길이다. 비에 젖은 바위를 밟고 지나는 길이 조심스럽다.
더구나 오르막 경사가 더욱 심해지며 다리에 조금씩 힘이 들어간다.
좁은 암반 사이를 지나 조망바위인 큰 암반 위에 올라 남쪽으로 눈길을 돌려 보지만
멋진 바다 풍경이 펼쳐져야 할 산 아랫쪽은 온통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다.
짙은 안개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해발 410m지점 널따란 암반 위에서 뒷쪽을 바라 보아도 안개는 더 이상의 조망을 허락치 않는다.
음악가 윤이상은“미륵도에서 우주의 소리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곳 미륵산이 있는 통영은 박경리, 전혁림, 김상옥, 윤이상 등
많은 예술인들을 배출한 예향이다. 그들의 마음 속 풍경이 이 모습이 아닐까?
바위 틈을 뚫고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의 멋진 자태는 변함없이 나를 반긴다.
바위틈을 뚫고 자라는 멋진 자태의 소나무와 어우러진 한려수도 파란 바다 풍경이
지난 1주일간 도시의 공해에 찌든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하늘이 맑은 날 이곳 미륵산을 오르는 사람만이 접할 수 있는 멋진 풍광이다.
미륵산 정상부에 마련된 전망대 부근도 짙은 안개에 휩싸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까지 비가 내린 때문인지 얼마 되지 않는 산행객들의 실망감이 피부로 느껴진다.
정상에 오른 산행객들은 너도나도 인증샷을 남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평소보다 한적한 덕분에 인증 샷을 찍기 위한
아귀다툼을 피할 수 있음이다.
이 사진은 2010년 12월5일 오후 1시42분에 찍은 사진이다.
정상석의 북쪽면에는 한자로 彌勒山(미륵산)이라 씌어 있다.
미륵산은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에 출현하여
용화수 아래에서 삼회설법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리라는 불교 설화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또 이곳 미륵산의 속칭인 용화산은 이곳 산록에 자리하고 있는 유서깊은 절 용화사의 이름을 딴 지명으로,
약칭하여 용산이라 일컫는다.
정상석 너머 멀리 남쪽으로 용초도,매물도,소매물도 등이 펼쳐진다.
북서쪽으로도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100여개의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조망이 일망무제이다.
정상석 우측으로는 바닷가에 연한 서호시장,여객선터미널,중앙시장이 눈에 들어오고
그 뒷편으로 충렬사,세병관,통영시청,남망산조각공원이 보이는가 하면
멀리 야산 아래에 자리한 안정국가산업단지의 모습도 보인다.
정상석 북쪽 전망대에서 통영 방향을 조망한다. 통영대교에서 우측으로 이어진 좁은 바다가 보인다.
길이 1,420 m. 너비 55 m, 수심 3 m에 이르는 이곳이 이른바 통영운하이다.
통영반도의 남단과 이곳 미륵산이 있는 미륵도(彌勒島) 사이의 좁은 수도(水道)를 말한다.
본래 이 좁은 목은 가느다란 사취(砂嘴)로 반도와 섬이 연륙되어 바다가 막혀 있었다.
한산대첩 때에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게 쫓긴 왜선들이 이 좁은 목으로 도망쳐 들어왔다가
퇴로가 막히자 땅을 파헤치고 물길을 뚫어 도망쳤다 하여 이곳을 판데목[鑿梁]이라고 부르는데,
왜군들이 도망칠 때 아군의 공격으로 무수히 죽었으므로 송장목이라고도 한다.
통영이란 명칭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줄인 말이다.
선조37년(1604) 통제사 이경준이 두룡포(지금의 통영시)로 통제영을 옮기면서 통영의 명칭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충무시(忠武市)의 본 지명은 통영군이고,
통영군에서 시로 승격되면서 충무공(忠武公)의 시호를 따서 충무시라 하였으며,
그 후 시,군 통폐합 과정에서 다시 “통영시”라는 명칭으로 환원 된 것이다.
장평리에서 지금은 폐교가 된 해양분교가 있는 해간도로 연결된 작고 예쁜 해간교 너머로 긴 다리가 2개 보인다.
앞에 보이는 다리는 지난 1971년에 준공된 거제대교(길이 740m, 폭 10m)이고,
조금 북쪽인 뒤쪽의 다리는 1999년 세워진 길이 940m, 폭 20m의 왕복 4차선 교량인 '신거제대교'이다.
해안가 도남관광단지 바로 앞 바다의 작은 섬은 방화도이고 그 옆의 가느다란 섬이 화도인데,
화도와 이곳 미륵도 사이 바다가 바로 이순신장군께서 대첩을 거둔 곳이다.
화도 우측으로 이어지는 섬은 한산도이다.
사진 하단부에는 케이블카가 작은 점처럼 케이블에 매달려 움직인다.
혹시라도 짙은 안개가 걷혀 멋진 조망을 선사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머물러 보았으나
오늘따라 정상 부근에 바람조차 거의 불지 않는걸 보면 안개가 쉽게 걷히기 어려울듯하여
스마트폰으로 내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미륵산 정상을 떠나 하산을 시작한다.
동쪽 방향으로 한산도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도 짙은 안개는 앞을 가린다.
사진 좌측 끝 바다 가운데 작은 섬은 하죽도이며 그너머 길게 뻗은 섬이 한산도이다.
한가운데쯤에 한산대첩기념비가 있고 우측 끝부분에 제승당이 위치한다.
한산도 너머에 거제도가 보이고 거제도 우측 끝부분에 보이는 곳이 거제도 제1봉인 해발 580m 가라산(加羅山)이다.
케이블카 탑승장 부근을 지나며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목재 데크시설은 끝나고 산길로 들어선다.
산 아래 도남관광단지 바닷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고도 400m 부근까지 올라와
한려수도의 멋진 풍경을 관람하려던 많은 관광객들도 실망감을 가득 안고 돌아간다.
케이블카 탑승장을 벗어나 이어지는 하산길은 이처럼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숲길이다.
중부 이북 지방의 경우 온통 흰 눈으로 덮여 있어야 할 산길이 따뜻한 지방인 이곳 통영은 아직 가을이다.
따뜻한 남쪽 섬지방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운인 것이다.
가파른 내리막 산길이 끝나고 넓고 걷기 편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우거진 나무숲길을 걷는다는 것은 행복의 나라로 가는 것이다.
맑은 공기와 짙은 숲향기가 온 몸의 피로를 풀어준다. 기운이 솟아나는듯 하다.
나 자신 지난 2008년 11월에 저 케이블카로 미륵산까지 오른 일이 있었다.
지난 2008년 4월18일 개통한 이곳 미륵산 관광 케이블카는 국내 최장인 1,975m의 길이라고 한다.
몇몇가지 운동시설등과 휴식 공간이 마련된 띠밭등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띠밭등'이란 이름은 예전에 이곳에서 "띠"가 많이 자랐던 고로 붙여진 이름이다.
"띠(모:茅)"는 벼목 화본과의 여러해 살이 풀인데,
김 등을 널어 말릴 때 사용되는 깔개를 만드는 재료로 섬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식물이었다.
띠풀로 엮어 만든 초가집을 모옥(茅屋)이라 불렀었다.
케이블카 탑승장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8년 4월 준공 당시에는 국내 유일한 2선(bi-cable)자동순환식 곤돌라 방식이었으며
스위스 기술진에 의해 검사를 받았다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중간 지주를 1개만 세우는 공법으로 건설한 것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48대의 8인승 캐빈으로 탑승객을 해발380m 지점까지 실어 나른다.
오후 2시24분
이곳 미륵산 자락의 여러 사찰 중 가장 큰 규모인 용화사 경내로 들어선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雙磎寺)의 말사이다.
미륵산은 예로부터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의 상주처로 믿어져왔던 곳이다.
선덕여왕(632∼647) 때 은점(恩霑)이 정수사(淨水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다.
이곳 용화사 경내 모습은 일반적인 사찰의 느낌과 조금 다르다.
특히 이 사진에서 보는 흰 기둥이 이색적인 진신사리 7과를 봉안한 "불사리사사자법륜탑(佛舍利四獅子法輪塔)"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고대 아쇼카 양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이곳 용화사는 1260년(원종 1) 큰비로 산사태가 나서 당우가 허물어진 것을
1263년에 자윤(自允)·성화(性和)가 절을 옮겨 지으면서 천택사(天澤寺)라 하였으며.
1617년(광해군 9) 통제사 윤천(尹天)의 주선으로 군막사(軍幕寺)의 성격을 띤 사찰로 중건하였다 한다.
그후 1628년(인조 6)에 다시 화재로 소진되었으나 1742년(영조 8)에 벽담(碧潭)이 지금의 자리로 다시 옮겨
용화사라는 이름으로 중창하였다고 전해 진다.
지금의 보광전(普光殿) 기둥은 그 때 옮겨온 것이라 한다.
용화사 담장을 따라 이처럼 하늘 높이 뻗은 삼나무 군락이 눈길을 끈다.
멀리서 보면 편백나무와 구분이 어렵지만 가까이서 보면 잎이 바늘끝처럼 뾰족한 삼나무다.
편백나무 다음으로 피톤치드 배출량이 풍부해 사람 몸에 좋다는 삼나무.
지난 2009년 6월 방문했던 나로호 발사를 위한 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서
오래 전인 1920년대 일본인들이 시험림으로 조성했다는 삼나무숲에 들렀던 일이 있다.
100년 가까이 되느삼나무들이 이제는 높이가 30m 이상의 거목으로 자라나 있었다.
오후 2시34분
산행을 끝내고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용화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주 여유있는 느린 걸음으로 3시간 남짓 걸린 산책 수준에 가까운 가벼운 산행이어서인지
피로하지도 않고 오전 출발 때보다 더 기운이 나는듯 하다.
일명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벌거벗은듯한 배롱나무가 눈길을 끄는 주차장을 뒤로 한다.
오후 2시57분
산행이 끝난 후 늦은 점심을 위해 도착한 곳은
이곳 미륵도 북단에 위치한 유람선선착장 부근의 횟집이다.
우럭,돔,농어,광어회를 비롯하여 남해안에서나 맛볼 수 있는 멸치 회는 물론이고
제철을 만난 명품 통영 굴까지 오랫만에 내 입이 호강을 한 날이다.
오후 4시6분
싱싱한 생선회로 배를 불린 후 얼큰한 우럭 매운탕까지..
뱃속이 호강을 했으니 이제 눈도 호강을 해야한다.
비록 파란 하늘은 볼 수 없지만 맑고 잔잔한 한려수도 바닷바람은 마음 속까지 상쾌하게 해 준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폐부 깊숙히 들이마신 후 행복했던 주말 나들이를 마치고 귀가 길에 오른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이날 산행 구간이며,
청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은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는 도남관광단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