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매화,벚꽃,산수유 만발한 섬진강변으로 떠난 남도 여행


2013년 3월30일 토요일 오전 10시45분
1주일 전인 3월23일부터 시작된 '2013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의 폐막을 하루 앞둔 주말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에 위치한 청매실농원에 운집한 인파 속에 파묻혀 본다.
축제의 중심지역인 매화마을 위쪽에 자리한 청매실농원의 2,500여 개에 달하는 장독대가 이채롭다.
이곳 매화마을에서도 가장 큰 매화 재배지이자 운치 좋은 곳이 청매실농원이다.




아랫쪽 도로변의 매화는 이제 꽃이 지기 시작하는 나무가 많지만
청매실농원 뒷쪽 야산의 매화는 이제 절정을 이룬다.
선홍빛 동백꽃 사이로 야트막한 산자락을 뒤덮은 흰 매화꽃이 마치 흰눈을 뒤집어쓴듯 신비감을 자아 낸다.




설중매(雪中梅)라는 말로 우리 귀에 친숙한 매화.
겨울이 다가기 전 아직 잔설이 난분분한 시절에 피기 시작하는 매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꽃이다.
기원전 1,000년경부터 중국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매화.
이제는 우리에게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꽃이 되었다.




한 겨울의 혹한을 이겨내고 이른 봄철 꽃의 향연을 벌이는 매화 향기에 취해 주말의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소나무, 대나무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리고 난초, 국화, 대나무와 짝을 이루어 사군자라 해서
귀한 꽃으로 대접 받는 매화에 둘러 싸여 지낸 이곳에서의 기억은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




청매실농원 뒷쪽 야산 중턱에는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해발 고도 200m 정도되는 전망대를 지나 더 높은 지점으로 홀로 올라간다.
정유재란 때 진주 촉석루에서 왜장의 모가지를 나꿔 채 남강 물에 익사 시키며 자신의 생명도 초개같이 버렸던
논개의 고향인 전북 장수군의 '수분재( 수분령이라고도함)'에서 발원하여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하동포구를 거쳐 광양만으로 흐르는 쪽빛 섬진강의 도도한 물줄기는 이곳 매화마을을 찾은이들의
가슴을 더욱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고도 남는다.




세 곳으로 나누어 만들어 놓은 청매실농원의 장독대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청매실농원의 매실식품은 매실 농축액과 원액, 매실청, 된장, 고추장, 장아찌, 절임, 젤리 등이 있는데
발효음식이 유난히 많은 우리나라의 음식문화가 세계적으로도 재조명 되는 요즈음이다.
귀가길에는 매실 장아찌라도 한 웅큼 사서 입맛 떨어지고 나른해지는 봄철
미각을 돋구어주는 촉매제로 쓰고 싶어진다.




청매실농원은 고(故) 김오천 선생이 1931년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밤나무와 매화나무 묘목을 가지고 들어와
산자락 45만 평에 이르는 임야에 처음 심었고, 그의 며느리 홍쌍리여사가 대를 이어 매화농사를 짓고 있다.
홍쌍리여사는 매화나무 재배와 매실 식품 상용화에도 힘을 기울여
섬진마을 일원이 오늘날 매화마을로 정착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수년 째 매화꽃이 필 무렵 이곳을 찾는 내 눈에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이 하나 보인다.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임시 부교의 모습이다.
축제기간에 이곳을 찾는 수많은 차량으로 인한 극심한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섬진강 건너편에 대형 주차장을 증설하고 부교를 통해 관광객이 이동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의 관광상품이 생긴 것이다.




동쪽으로 섬진강 너머 마을은 경상남도 하동군이다.
매년 4월초면 도로 얖편의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이른바 '하동 십리벚꽃길'로 이어지는 곳.
도로명이 섬진강대로인 19번 국도변의 벚꽃이 만개한 모습이 망원렌즈로 선연히 보인다.
이곳 매화마을에서 머무는 시간을 단축하여 잠시 후 저곳에 들러야겠다 마음 먹는다.




북쪽 방향으로 눈길을 돌려 보면 쫓비산 아래 전망대 부근이 온통 흰 매화로 뒤덮여 있다.
청매실농원을 둘러싼 뒷산은 해발 536.5m 인 쫓비산이다.
쫓비산이라는 이름의 유래 중 하나는 산 정상부가 뾰족한 모습인데,
지방사투리인 '쪼삣하다'가 변해서 된 이름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쫓비산에 올라 바라 본 섬진강의 맑고 고운 물 색깔이
쪽빛(남색)을 띠고 있어서 유래한 산 이름이라 한다.
허나 오늘은 옅게 낀 연무로 인해 시계가 조금 좋지 않아 제대로 된 섬진강의 쪽빛 물빛을 보지 못한다.




전망대에 올라 눈 아래로 청매실농원 주위로 펼쳐지는 흰 매화꽃의 향연과 어우러지는
섬진강의 쪽빛 물빛을 즐기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화와 벚꽃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물론 시기적으로 매화 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벚꽃이 피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쉽게 구분하는 방법 몇가지는
우선 매화는 꽃잎 가장자리가 둥글고, 벚꽃은 꽃잎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을 이룬다.
개화 시기를 보면 매화는 2~3월, 벚꽃은 3~4월이다.




벚꽃은 한곳에서 대여섯개의 꽃자루가 길게 나와 꽃을 피운다.
그러나 매화꽃은 사진에서 보듯이 가지에 바로 붙어서 하나 또는 두 송이 정도의 꽃을 피울 뿐이다.
따라서 바람에 하늘거리는건 벚꽃이지 매화가 아니다.
또한 향기가 약한 벚꽃에 비해 매화는 향기가 진하게 나는 특징이 있다.




꽃말이 "고결한 마음, 인내"인 매화나무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온다.
옛날 중국 산동 지방에 '용래'라는 청년의 약혼녀가 약혼식 3일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약혼녀 무덤에서 울던 용래의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나무가 한 그루 돋아난다.
용래는 그 나무를 집에 옮겨 심고 약혼녀의 넋으로 여긴 그 나무를 바라보다 일생을 마친다.




그리고 용래가 늙어 죽어서는 한 마리 새가 되어 그 나무를 떠나지 않았다.
후세에 사람들은 용래의 약혼녀 무덤에서 핀 나무를 '매화나무'라 하였고,
그 매화나무 곁을 떠나지 않고 늘 곁에 가까이 있던 새를 '휘파람새'라 불렀다.




고결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매화에는 퇴계 이황 선생에 얽힌 얘기도 전해 온다.
퇴계 선생이 단양 현감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를 몹시 사모하던 한 기생이
선생께 사랑의 정표로 숱한 선물을 건넸으나 모두 물리치면서도
매화나무 한 가지만은 선물로 받아 동헌 뜰에 심고 그를 즐기셨다 한다.




그리고, 도산으로 돌아 가실 때 그 매화나무를 도산서원으로 옯겨 심었는데,
오늘날 도산서원의 매화나무는
그 기생이 선물한 매화나무의 후손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른 아침에는 기온이 영하에 가까운 쌀쌀한 날씨였지만
한낮이 되면서 포근해진 날씨가 봄꽃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날씨이다.
진한 매화향을 코끝으로 느끼며 드넓은 청매실농원 일대를 여유있게 거닐어본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의 매화꽃은 이미 꽃이 지기 시작한다.
이 아름다운 흰 꽃이 모두 질 무렵이면 꽃샘추위,황사 등으로 심술을 부리던 변덕스런 봄날은
추운 겨울을 지낸 후 맞은 봄의 기분을 느끼기도 전에 부리나케 물러나며
더운 여름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게 될게다.
머잖아 떠나갈 봄을 아쉬워하며 한동안 풀밭에 앉아 매화삼매경에 빠져 본다.




청매실농원을 벗어나 섬진강 강변에 앉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옛부터 모래가 고와 다사강(多沙江), 대사강(帶沙강), 사천(沙川) 등으로 불리었으나
고려시대 왜구의 침입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를 내쫓았다하여
두꺼비 ‘섬(蟾)’, 나루 ‘진(津)’을 써서 섬진강이 되었다 한다.




눈길을 돌려 반대편인 섬진강 하류쪽을 바라보면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임시 부교를 지나는 인파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얼굴 표정들은 보이지 않지만 행복감이 묻어나는 몸 놀림들이다.




낮 12시 18분
2시간 가까이 머물렀던 매화마을 뒤로하고 부교를 이용해 섬진강을 건너간다.
이제 이곳 전남 광양에서 저 부교를 건너 가면
우리나라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고 박경리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이자
제주도,전남 보성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녹차 산지인 경상남도 하동 땅이 된다.




섬진강을 건느면 경남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의 만지마을,정동마을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제 막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는 배나무 밭 너머로 19번 국도 양편을 따라 만개한 벚꽃이 눈길을 끈다.
뚝방길을 내려가 마을길을 가로질러 국도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배나무에도 이제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한다.
철 이른 배꽃이 망울을 터뜨린 모습이 눈에 띈다.
이곳 섬진강변은 3월 중순부터 5월초순까지는 온통 흰꽃으로 뒤덮인다.
매화꽃이 지기 시작하면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기 시작하면 잇따라 배꽃이 흰빛을 더하게 된다.




낮 12시44분
섬진강대로 도로 양편 가로수인 벚꽃은 이미 화려한 흰꽃을 만개한 모습이다.
충청 이북지방의 벚나무는 아직 봉오리도 채 맺히지 않았건만 따뜻한 남쪽 지방인 이곳은
벚꽃이 만개해 별천지를 보여준다.
섬진강대로변에서도 가장 많은 차량과 인파가 붐비는 화개장터쪽으로 향하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만개한 벚꽃이 벚꽃터널을 이루는 도로변을 한동안 거닐어 본다.
또 다른 흰 봄꽃인 아카시 나무는 뿌리가 약해 강한 바람에 뿌리째 뽑히기 일쑤이지만
벚나무는 그 어느 나무보다 뿌리가 단단히 박히므로 웬만큼 강한 바람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고로 해안지방 가로수로는 적격인 셈이다.




가지 끝에 달린 벚꽃 잎을 자세히 살펴본다.
조금 전 2시간 여를 함께 보낸 매화꽃과 확연히 구분된다.
가지에 꼭 붙어 피어나는 매화꽃과 달리 벚꽃은 이처럼 가지에서 꽃자루가 나온 후 꽃을 피운다.
또한 꽃잎 가장자리가 둥글게 이어지는 매화꽃과 달리
벚꽃에는 이처럼 꽃잎 가장자리 한 곳이 톱니처럼 파여 있다.




혹자는 벚꽃을 일본국화라며 우리나라의 벚꽃축제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국화는 벚꽃이 아니다. 다만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꽃이 벚꽃일 뿐이라 한다.

더구나 고려시대부터 심어 온 하동지방의 벚꽃이나
내일부터 군항제가 개막되는 진해의 벚꽃 모두 우리나라 제주도가 원산인 왕벚나무임을 알고 넘어갔으면 한다.
덧붙여 말하면 왕벚나무는 꽃잎이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무가 크고 꽃이 많이 피기 때문임도 알았으면 한다.




오후 5시1분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은 벚꽃터널길을 지나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산수유축제장에 도착해 잠시 머문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산수유 축제는 금요일인 어제 시작해 내일까지 3일간 이어지는 짧은 일정이다.




한국, 중국이 원산지인 산수유나무는 특히 토심이 깊고 비옥한 곳에서 잘 성장하고
햇볕을 좋아하나 음지에서도 개화 결실하며
각종 공해에는 약한 편이나 내한성이 강하고 이식력이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지역인 이천시 백사면에서도 재배하지만 주로 남부의 산지에서 자생한다.
우리 나라 산수유(열매) 생산량의 60%가 이 부근인 전남 구례군에서 생산된다.




매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에 걸쳐 우리 나라에서 산수유 꽃 축제를 개최하는 곳은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경북 의성군 사곡면 등이 있으나
올해로 제14회 째를 맞는 이곳 구례 산동면의 산수유 꽃 축제에 비하면
다른 지역의 경우 역사나 그 규모가 이곳에 미치지 못한다.




산수유가 이곳 구례군 산동면의 지방특산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200년 전쯤이었다고 한다.
지리산 험한 준봉에 둘러싸여 있어 논이 적고 밭이 척박하였기에
산수유 나무를 곳곳에 심어 생계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요즈음 산수유 꽃 하나만으로 전국 각지의 행락객들을 불러모으는
이곳 산수유 마을 중 중심역할을 하는 위안리는 한국전쟁 전만 해도 1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제법 큰 마을이었다 한다.
그러나 여순 반란사건(1948)으로 많은 주민 대다수가 목숨을 잃으면서
지금은 40여 가구만 그 땅을 지키고 있다.




매화나 벛꽃에서와 같은 화사함과 진한 향기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
은은하고 고상한 기운을 풍기는 산수유는 차분한 느낌을 전해 준다.
이곳의 산수유(山茱萸)는 아주 먼 옛날인 1000 여 년전 중국 산동성(山東省)에 살던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오면서
처음 심게 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수령 500년 정도에 되는 나무도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래 전 한때는 몇 포기만 있으면 자녀 대학 보낼 수 있었다고 하여
대학나무로 불리울 정도로 살림에 보탬 되는 부자나무 대접 받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농촌 일손 부족 현상 때문인지 수확을 못하고 해를 넘겨 말라 버린 산수유 열매가 안쓰럽다.
산수유 열매는 8월부터 녹색의 핵과가 형성되어 10월이면 진한 붉은색으로 익은 아름다운 산수유 열매를 볼 수 있다.
10월 중순의 상강(霜降) 이후 서리가 내린 다음에 수확하는데
육질과 씨앗을 분리하여 육질은 술과 차 및 한약의 재료로 사용한다.
씨에는 렉틴(Lectins)이 들어 있어 인체에 유해하므로 반드시 씨를 제거토록 해야 한다.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과 함께 비교적 일반에게 잘 알려진 한약 중 하나인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에 산수유를 비롯한 여섯가지 약재가 들어간다.




등산을 자주하는 이들은 매년 3월이면 산행 중 노란색꽃을 만나면 산수유로 착각한다.
그러나 산속에 피어나는 노란꽃은 산수유와 흡사하지만 대부분 생강나무 꽃이다.
생강나무의 줄기,가지는 매끈하고 깨끗하지만 신수유나무 줄기와 가지는 껍질이 벗겨지는 등 지저분한 모습으로 구분된다.
또한 이처럼 산수유꽃은 수술이 길게 뻗어나와 불꽃놀이 하듯 피어나는 특징이 있다.




오후 5시28분
희망, 여유로움, 따스함을 준다는 노란색.
그로 인해 피로가 조금은 회복되었으리라 자위하며 산수유축제장을 떠나 귀가길에 오른다.
머릿 속으로는 곽재구 시인의 "산수유 꽃 필 무렵"이라는 싯귀를 다시 떠올려 본다.


--산수유 꽃 필 무렵--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 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