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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송도해수욕장으로 떠난 봄맞이 여행

2013년 3월3일 일요일 낮 12시4분
대전을 출발한 아침 8시 이전의 기온은 영하 5도 정도의 추운 날씨였으나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2동 감천문화마을 동쪽 끝에 자리 한 아미배수지 앞을 출발해
천마산으로 향하는 이 시간의 부산은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완연한 봄 날씨다.




아미배수지 건물 담벼락뿐 아니라 우측 감정초등학교 담벼락도 그림으로 단장되어 있다.
요즈음 전국 곳곳의 퇴락한 주거지역 담벼락은 벽화로 단장하는 것이 유행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을 비롯하여
해발고도 1,300m 에 달하는 강원도 정선의 함백산 아래 만항재 입구까지.




낮 12시7분
'천마산10리길'을 알리는 입간판을 확인하고 입구로 들어선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무역항인 부산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
또한 부산에서도 한국전쟁 때 임시수도 정부청사(부민동)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임시수도 기념관(부민동)이 있는 곳 모두 부산광역시 서구이다.

이런 자긍심을 가진 서구는 최근 걸어서 즐길 수 있는 여행로 4개를 개발했다.
‘송도해안 볼레길’(9.3㎞) ,  ‘구덕산 산책로 숲길’(4㎞,) ,
 ‘대신공원 숲길(5㎞) 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 바로 이곳  ‘천마산 10리길’(4㎞)이다.




입구에 마련된 자그마한 주차장에서는 북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멀리 기상관측소가 자리한 구덕산 아래로는 대신동,부민동,보수동 등이 펼쳐진다.
그리고,좌측 괴정공동묘지 남쪽 아래로는 독특한 형태의 계단식 주거지역인 감천2동마을이 펼쳐진다.




길이 4km 남짓한 천마산10리길은 이와같은 걷기 편한 산책로로 이어진다.
저 길은 천마산 동쪽 사면을 따라 걷다가 이곳으로 되돌아오는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산책 구간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평소 주말 산행이 습관이 된 우리 일행은 산책로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든다.
그리 크지 않은 소나무,편백나무,측백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 숲길.
아직은 이른 봄인지라 봄을 알리는 녹색 풀잎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따뜻한 봄바람이 바닷내음을 가득 품은 채 코 끝을 간지르는 기분 좋은 걸음을 걷는다.




낮 12시18분
따뜻한 봄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며 남쪽 방향으로 걷는 오르막길을 10여분 오르는 동안
등줄기에 약한 땀이 솟기 시작한다.
다리에 피로를 채 느끼기도 전에 작은 쉼터인 정자를 만난다.




정자를 지나자 잇따라 자그마한 공터를 지난다.
몇가지 조촐한 운동기구가 마련된 곳.
가벼운 복장으로 운동을 즐기는 지역 주민들이 상당 수 눈에 띄는 곳이다.




낮 12시25분
동쪽 방향으로 시원하게 조망이 트이는 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잠시 멈춘다.
북동쪽으로는 중간 부분 멀리 해운대 장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그 앞에는 황령산이 전포동,문현동,대현동 등 부산 남구 지역을
겨울철 추운 북풍으로 부터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대마도를 보기에 가장 가깝다"라고 기록된 해발고도 634m 인 장산을
먼 옛날 상고시대 우시산국(于尸山國)이라는 나라가 저 산 아래에 자리했을 때는 '상산'이라 불렀다 한다.




시야를 우측으로 조금 돌려 동쪽을 바라 보면
우측 끝으로 남항대교를 지나 영도 섬을 사이에 두고 부산 남항 바닷물이 봄 햇살에 쪽빛으로 빛난다.
오후 늦은 시간 귀가길에 들리게 될 자갈치 시장 너머로 영도대교,부산대교가 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는 1년 후 인 2014년 봄 개통 예정인 북항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멀리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도 희미하게 보인다.




자갈치 시장 부근을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따뜻한 봄날씨 때문인지 아직은 이른 오후 시간임에도 비교적 많은 인파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오후 늦은 시간 저곳은 수많은 인파로 혼잡스러울 것도 같다.




이제 시야를 더 우측으로 돌려 이번에는 남동쪽을 바라다 본다.
남항대교를 건너 펼쳐진 곳은 부산 앞바다의 이름난 섬인 영도이다.
2년 전 새해 첫날 광안리에서 일출을 본 후 저곳 영도에 우뚝 솟은 봉래산에 올라
멋진 경치를 즐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시야를 북으로 돌려보면 멀리 구덕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교적 평지로 이루어진 우측 서구 지역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광경이 좌측 사하구 감천2동 지역이다.

1918년 조철제가 증산사상에 기초해 세운 종교인 태극도의 신앙촌이 중심이 돼 1958년 현재의 감천2동이 만들어졌다.
또 한국전쟁 당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피란민의 힘겨운 삶의 터전이 되면서
민족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저곳 계단식 주택 밀집 지역이다.




낮 12시33분
전망대를 지나 계속 남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른다.
이제 봉수대터가 있는 천마산 정상부가 가까이 보인다.




낮 12시36분
봉수대 터가 있는 해발고도 326m 천마산 정상부에서는 북서쪽으로
감천2동 주택지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저곳은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많은 고통을 겪었던 곳이다.

지리적으로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자주 받았던 곳이다.
부산포와 가깝고 다대포로 가는 길목이어서 왜구의 노략질이 극심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가족을 잃는 서러움이 심한 지역이었으며 마을이 폐촌되다시피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구덕산 정상부의 기상관측소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지난 1989년 관측소 및 청사가 최초로 준공된 후 수차례 소관 부처가 변경되거나
혹은 업무가 일시 중지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던 곳이다.
최근 무인시설화하여 기상 자료 측정 및 기상 예보에 활용함은 물론
기상청 직원 및 청원경찰 몇명이 관리를 하며
일반에 개방하여 국민의 알거리, 볼거리 제공에 일익을 담당한다고 알고 있다.




낮 12시38분
천마산 정상부 봉수대 터 앞에 서니 부산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로 눈 아래 자갈치 시장이 인접한 남항, 그리고 영도대교와 부산대교를 건너 보이는 바다는 북항이다.
부산항을 기점으로 한 대부분의 국내,외 여객선이 입출항 하는 곳이다.
3년 전 저곳 북항에서 일본 오사카까지 16시간여가 소요되는 선박 여행을 할 때 저곳을 이용했었다.
당시에는 없던 다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약 1년 후 준공될 북항대교의 외관은 거의 완성된 상태이다.




북항 바다 너머 멀리 광안대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망원렌즈로 당겨보면 부산의 명물로 자리 매김한 광안대교가 뚜렷이 보이고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의 센텀시티,마린시티 등으로 이루어진 스카이라인이 독특한 특징을 드러낸다.




남동쪽 너른 바다 위에는 부산항 입항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대형선박들이 닻을 내린 채
잔잔한 파도에 흔들리며 휴식을 취한다.
이곳의 이름이 천마산(天馬山)인 것은 신라시대에 군사용 말을 키우던 목마장이 소재했던 때문인듯 하다.
그 후 목마장은 절영도(지금의 영도)로 옮기게 된다.




남쪽으로 길게 뻗은 장군산,진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다.
당초 계획은 저 끝까지 능선을 타고 진행한 후 동쪽 바닷가에 자리 한 암남공원까지 걷기로 했으나
자갈치시장에 꼭 들러야한다는 일부 동행들의 요구에 의해 송도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돌리기로 한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는 송도해수욕장을 내려다 본다.
지난 1913년에 개장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이라는 얘기,
그리고 금년에 개장 10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한다는 지자체의 홍보글을 접한적은 있으나
과연 국내 최초인지는 의문이다.




천마산 정상부를 이루는 이 석성봉수대(石城熢燧臺) 앞에는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문에 의하면 세종 7년(1461년) 이전부터 있던 것으로 영조 원년(1725년) 구봉산으로 옮겼다 한다.

아! 무책임한 공무원들아!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이신 세종대왕의 재위 기간은 1418년~1450년이거늘.
1461년이면 조카인 단종을 폐위,살해하고 왕권을 찬탈한 제 7대 임금인 세조(1455년~1468년) 7년인데...
이곳을 다녀 간 수많은 부산 시민들은 이 간판 내용을 그냥 아무 생각없이 쳐다만 본 것인가?




낮 12시43분
천마산 정상의 석성봉수대를 떠나 조각공원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곳 천마산에 대해 「동래부지(東萊府誌)」에는 석성산(石城山)이라 기록되어 있고,
역시『동래부지(東來府誌)』산천조(山川條)에는 석성산의 봉수대가 구봉산으로 옮겨가고
석성산에는 그 자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현재의 천마산이 과거에는 석성산이라 불리던 곳이 아닌가 싶다.




부산시내에는 자그마한 조각공원이 알려진 것만해도 8개소 정도 된다는데
이곳의 조각공원이 8개소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바 있다.




조각공원으로 향하는 계단길을 내려 서며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부산항을 망막에 깊이 새긴다.
오래 전 유년시절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올라가기 전 초등헉교를 몇년 간 다녔던 부산.
금년 들어서도 1월1일 새해 첫 일출을 맞은 곳이 이곳 부산이지만..
항상 내 마음속의 고향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바다 멀리 희미하게만 보이는 오륙도 주변을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부산의 상징물인 오륙도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방패섬(2,166㎡)·솔섬(5,505㎡)·수리섬(5,313㎡)·송곳섬(2,073㎡)·
굴섬(9,716㎡)·등대섬(3,416㎡)의 여섯 개 섬으로 이루어진부산의 상징 중 하나인 오륙도.

오륙도라는 이름의 유래는 방패섬과 솔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 섬은 아랫부분이 거의 붙어 있어 썰물일 때는 우삭도라고 하는 1개의 섬으로 보이고,
밀물일 때는 2개의 섬으로 보인다.
이처럼 조수의 차이에 따라 섬이 5개 또는 6개로 보이기 때문에 오륙도라고 하게 된 것이다.




아늑한 휴식장소로 안성맞춤일듯한 조각공원에는 아직은 겨울 막바지 찬 기운이 남아서인지
인적이 거의 없어 한적한 환경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곳이다.
서구 암남동에 소재한 이곳  천마산조각공원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1만 6천㎡ 면적으로 조성된 곳이다.

얼마 전 보도를 통해 이곳의 조각작품 중 하나가 2010년 1월 도난당했다는 내용을 접한 일이 있다.
 '잠복기'라는 이름의 그 청동제 작품은 지름 0.45m, 높이 1.25m로 무게는 약 100㎏에 달하는 것이라 한다.
부산 서구청 홈페이지에 의하면 이곳의 조각작품은 총 45점이다.
다만 문제의 그 청동조각상은 받침대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다.
45-1=44 라는 수학문제를 공무원들은 아직도 풀지 못했나보다.




오후 2시
산길,숲길이 모두 끝나고 부산시내의 도로를 한참 걸어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한다.
고신대병원 부근 도로변에서도 파란 바다가 보인다.
내륙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림같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오후 2시14분
송도해수욕장 입구로 들어선다.
금년 1월1일에도 부산을 다녀가는 등 매년 수차례씩 부산을 다녀가면서도
이곳 송도해수욕장을 들릴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는 25년만의 방문이다.
1980년대 중반 직장생활 중 부산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이곳을 들린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길이 800 m 정도의 작은 해수욕장이지만 고운 모래밭과 파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간헐적으로, 그러나 쉴새없이 밀려들어 백사장을 뒤덮는 흰 파도에 이곳을 찾은 모든이들은 행복을 느낀다.








 





 

길지 않은 백사장인지라 흰 파도와 파란 바다를 오래오래 바라다 보기 위해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걸었지만 이럴 때는 짧은 해변이 못내 아쉽다.





오후 2시49분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서 오래오래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내일 월요일부터는 또다시 틀에 박힌 일상에 복귀해야하니 어쩔 수 없는 일.
오늘 푸른바다를 폐부 깊숙히 받아들인 에너지로 재충전했음을 감사하며 송도해수욕장을 떠난다.
북쪽으로 멀리 2시간 전 잠시 머물렀던 천마산 정상부와 석성봉수대가 희미하게 보인다.



오후 4시10분
송도해수욕장을 떠난 귀가길은 자갈치시장에서 잠시 멈춘다.
자갈치시장 본관 뒷편의  관광객을 위한 편의 시설인 이른바 "친수공간"에서 여유있는 휴식을 취한다.
금년 1월1일 이곳을 찾았을 때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한산했던 곳이 오늘은 무척 붐빈다.

뒤로 보이는 다리 중 앞쪽 다리는 옛날 유행가 가사에도 등장하는 영도다리이다.
저 영도대교는 옛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현재 복원공사중이며 금년 6월경이면 복원공사가 끝나고
옛 추억을 되살리는 관광명소로 재등장할 것 같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유명한 부산의 상징이자,
우리나라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복잡한 인파 속으로 끼어든다.
영도대교 바로 옆의 건어물시장에서부터 충무동 공동 어시장까지 이르는 구역을 통틀어 자갈치시장이라 부른다.





자갈치란 이름은 지금의 충무동 로터리까지 뻗어 있던 자갈밭을 자갈처(處)라 불렀던 데서 유래하였다 한다.
원래는 현재 부산시청이 있는 용미산(龍尾山) 동남쪽 해안과 남포동 건어물시장 주변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1930년대 남항(南港)이 매립된 뒤 지금의 위치로 옮겨왔다는 얘기이다.




오후 4시57분
자갈치시장을 둘러보느라 지친 몸을 시원한 복국 한 그릇으로 떼운 후
일반 가정주부들이 비싼 가격 때문에 사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큰 갈치를 몇 마리 사 들었다.
내 팔뚝만한 크기의 갈치 4마리는 3.5kg 에 달하는 내 카메라 장비와 맞먹을만한 묵직함이 느껴진다.
몸과 마음이 모두 행복한 휴일 하루를 마감하고 귀가 길에 오른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이날 천마산을 거쳐 송도해수욕장으로 이어진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