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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칼바람으로 명성이 자자한 소백산 눈 산행


2013년 2월3일 일요일 오전 11시25분
소백산 산행을 위해 최고봉인 비로봉까지 거리가 5.3km 남짓되는 어의곡통제소 입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7분 여가 지나자 어의곡통제소를 통과한다.

행정구역산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인 이곳의 해발고도는 재략 500m 남짓.
통제소 문 밖에 걸린 온도계의 눈금은 영하 4도를 가리킨다.
지금 소백산 정상부의 온도는 영하 10도 정도일 것이니
2년 전 이맘 때 이 지점의 온도가 영하 20도에 육박하던 날 소백산에 올랐던 나에게
지금의 날씨는 따뜻한 봄날처럼 느껴진다.




오전 11시36분
해발고도 550m 지점을 지난다.
산행 들머리에서 소백산 정상인 해발 1,439.5m 비로봉까지 거리는 5.3km 남짓이지만
이처럼 온통 눈으로 뒤덮인 오르막 산길을 아이젠을 착용한 채 해발고도 1,000m 정도를 올라야 하므로
정상까지 꼬박 2시간 반이 소요됨을 알기에 체력 배분을 위해 보폭을 일정하게 유지함이 중요하다.
이곳의 지명인 어의곡리(於依谷里)에 대한 지명 유래를 생각해 본다.
큰 골짜기이므로 엉어실 또는 어의곡(於依谷)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한다.




오전 11시43분
해발고도 631m 지점을 통과한다. 이제 비로봉까지 남은 거리는 4.1km.
온 몸에서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한다.
정남 방향을 향하던 걷기 편한 등산로는 이제 남동쪽으로 방향이 바뀐다.
등산로 좌측 눈 덮인 계곡의 얼음장 아래로 입춘을 하루 앞두고 눈 녹은 물이 흐르는 소리가 이제 제법 크게 들린다.

이 계곡의 이름은 명기리골인데 주변 마을 이름인 명기리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멍기리'에서 따온 것인데 멍기리는 명기리, 명길리라고도 부르며
산천이 좋아서 장수하는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 주변 자연마을 중 '한드미'마을이 있는데,
한디미라고도 부르는 한드미는  어의곡리의 중심마을로 한가하고 조용한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낮 11시59분
비로봉까지 3.6km 를 남겨둔 지점인 해발고도 719m를 지나면서 주위의 산행객들은
하나 둘씩 겹겹이 껴 입은 옷가지들을 벗어 등에 짊어진 배낭에 걸치기 시작한다.
주위에서 들리는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추위를 잘 타지 않는 나는 겉옷을 하나 둘씩 벗기 시작하여
이제는 얇은 반팔 티 하나만 걸쳤는데도 전혀 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낮 12시17분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이제 해발고도 900m 지점을 통과했으니 비로봉까지는 2.8km 가 남았다.
등산로 옆 숲속에 내려 앉은 눈의 깊이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깊어진다.
지난 2010년 5월29일 이곳 소백산 남서쪽 자락인 죽령에서 시작하여 연화봉,비로봉을 따르는
백두대간 주능선을 종주하여 어의곡으로 하산하는 장장 17km여의 종주산행을 할 때
이 부근에서 만났던 윤기나던 조릿대군락이 거의 눈 속에 파묻힌 채 가지 끝의 댓잎들만 간혹 그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낮 12시28분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길이 1시간 남짓 이어지던 산행로는 해발고도 940m 지점을 지나며
조금은 더 경사가 급하고 비좁은 산길로 이어진다.
비록 강원도 평창의 계방산 마냥 지도상에 깔딱고개라는 표기가 되지 않았을뿐
많은 산행객들이 힘들어하는 구간이다.
비좁은 산행로 중간중간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저 앉아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구간이다.




숨이 턱에까지 차 오르면 잠시 멈추어 뒤돌아 본다.
뒷쪽인 북쪽 하늘에 헐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잠시 멈추어 서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앞만 보고 산을 오르는 산행객들에게 뒤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가슴이 탁 트일듯한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다시 기운을 차린다.




나뭇가지 사이를 헤집고 망원렌즈로 자세히 살펴 본다.
골짜기 마다 흰 눈을 가득 안은 마루금 아래로 흰 구름이 거대한 운해를 이룬다.
아마도 전 산 줄기는 강원도 영월군 감삿갓면  서쪽의 태화산을 이루는 마루금인듯 싶다.
그 우측인 동쪽으로는 물 맑기로 소문난 김삿갓 계곡을 감싸고 있는 마대산이 자리하고 있을게다.




낮 12시46분
해발고도 1,076m 지점의 눈에 덮인 공터에서 많은 산행객들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잠시 한 숨을 돌린다.
1시간 반을 눈길을 따라 올라왔건만 아직도 비로봉까지 2.2km 가 남았다.
산행 시작 후 아직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지만 그리 힘들지 않음은 아직은 내 체력이 괜찮은 편인가 보다.




오후 1시1분
해발고도가 1,160m 임을 알리는 이정표 부근에서 잠시 멈추고 지나온 쪽인 북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30여분 전 바라보던 같은 방향이건만 수많은 산 마루금이 눈 아래로 멀리 보인다.
한낮이 되면서 짙게 드리웠던 구름과 안개가 많이 걷힌듯 하다.




마음 같아서는 오래 머물며 멋진 경치를 가슴속 깊이 새겨 두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다시 한 번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망원렌즈로 자세히 살펴본 후
이제 1.7km 거리를 남겨둔 비로봉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 간다.




오후 1시8분
해발고도 1,160m 지점을 지나며 완만한 경사의 능선길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헐벗은 참나무 가지 사이로 진행방향인 남쪽으로 눈 덮인 산줄기가 보인다.
좌측방향인 동쪽으로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백두대간 주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가 하면 진행방향 우측인 서쪽으로는
비교적 부드러운 비로봉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그 모습을 드러 낸다.
나도 모르게 발끝에 힘이 주어진다. 기운이 불쑥 솟는다.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높은 참나무 가지 끝에서 자라는 겨우살이를 발견한다.
최근 들어 항암작용이 있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에도 효능이 있다하여 각광을 받고 있는 겨우살이다.
참나무 등 주로 활엽수에 기생하며 스스로 광합성을 하여 가을이면 열매를 맺는 겨우살이.
익은 열매는 과육이 잘 발달되어 산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며 이 새들에 의해 나무로 옮겨져 퍼진다.
암수딴그루로 4월에 가지 끝의 잎 사이에 꽃자루가 없는 연한 노란색의 꽃이 핀다.
어쨌든 산림에는 유해한 식물이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약용으로 유익한 식물이다.




오후 1시24분
해발고도 1,243m 지점. 비로봉까지 1.2km를 남긴 지점부터 다시 비교적 경사 급한 오르막 눈길을 오른다.
아마도 오늘 산행 구간 중 마지막으로 힘에 겨운 구간일게다.
좁은 산행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무릎 깊이 이상으로 눈이 쌓인 눈밭을 힘겹게 오른다.
귓전에 들리는 소리는 오로지 주위 산행객들의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숨가쁜 숨소리뿐이다.




오후 1시45분
급경사 오르막길이 끝나며 눈에 덮인 너른 공터가 나타난다.
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달래며 뒷쪽인 북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2시간 이상 이어진 고통을 한 순간에 보상받은듯한 시원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해발고도 1,350m 지점이며 비로봉까지 0.8km를 남긴 이 지점의 특별함을 소백산 눈산행 경험자들은 익히 알고 있다.
인솔자들은 일행들에게 소지한 옷가지를 모두 걸쳐 입을 것과 후드를 쓰고 얼굴을 단단히 감쌀 것을 주문한다.
2년 전 소백산을 오르며 비로봉 정상 부근에서 체감온도 영하 30도 이하의 강추위와 칼바람에 몸서리쳤던 나 또한
겉옷을 벗어부친 채 반팔 차림으로 이곳까지 올랐던 것에서 돌변하여
벗어두었던 등산 자켓의 외피는 물론 기모 안감으로 된 겨울용 등산복 상의까지 다섯겹의 옷을 걸쳐 입고,
귀마개가 달린 모자에 덧붙여 등산자켓의 후드를 덮어 쓰고 온 몸을 단단히 여민 채
비로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로 걸음을 옮긴다.




그동안 이어지던 남동쪽을 향하던 산행길은 이제 비로봉을 향해 정남 방향으로 이어진다.
세찬 북서풍이 몰아치는 능선에 올라서며 앞을 바라보니 멀리 비로봉 정상부가 조그맣게 눈에 들어오고
그 우측으로 주목감시초소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바람이 세차다.




감시초소 우측으로는 백두대간 주능선인 연화봉쪽으로 이어지는 산 자락 아래로
우리나라 최대의 주목 군락지로 알려진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주목나무들이 흰 눈과 찬바람을 견디며 서 있다.




잠시 후 비로봉에 오른 후 하산길에 거쳐 가야할 주목감시초소 부근을 망원렌즈로 살펴 본다.
겨울답지 않게 비교적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많은 인파가 대피소에서 세찬 바람을 피하며
몸을 녹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로봉으로 향하는 0.8km 거리의 완만한 오르막 경사의 능선길 우측은 서쪽이다.
키 큰 나무는 찾아볼 수 없고 간혹 눈에 띄는 키 작은 나무들도
세찬 북서풍을 이기지 못해 거의 산 사면에 드러 누운 모습이다.




겨울 날씨 치고는 따뜻하고 바람도 가장 약한 오늘이지만
소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능선의 세찬 바람은 만만치가 않다.
눈과 입만 제외하고 온통 감싼 얼굴이지만 찬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친다.
장갑낀 손가락도 절반은 감각이 무뎌진다. 아무 생각없이 발걸음을 앞으로 옮길 뿐이다.




눈 앞으로 보이는 바위 봉우리는 해발고도 1,405m 지점이다.
저곳까지 도착하면 비로봉까지 남은 거리는 0.4km가 된다.
그 우측으로 국립천문대가 있는 연화봉, KT중계소와 강우레이더 돔이 자리한 제2연화봉,
그리고 그 우측으로 제1연화봉이 연이어 눈에 들어온다.




연화봉 바로 아래 위치한 소백산천문대를 망원경으로 당겨 본다.
저곳에서는 천문대장을 포함 10 여명이 24인치 반사망원경,150mm 굴절망원경,
자동기상관측시스템 등 장비를 갖추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저 소백산천문대 건립계획이 수립되었던 지난 1972년 10월8일 밤이 생각난다.
1933년 유럽에서 분당 1,000개 이상의 유성우가 관측되었던 그 자코비니유성우의 장관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천문학을 공부하던 대학생 신분이던 나는 당시 연세대 교수로 재직중이시던
아폴로박사로 널리 알려진 조경철 교수님을 따라 저곳 연화봉에서 "자코비니유성우" 관측을 위해
새벽까지 추위에 떨며 카메라로 유성을 찍기 위해 고생했었다.
대학 4년간 학과장으로 모시며 가까이 지냈던 교수님은 지난 2010년 봄 타계하셨다.
다시금 교수님의 명복을 기원한다.




오후 1시55분
북동방향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비로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지난 2011년 6월4일 비로봉을 거쳐 저 멀리 보이는 해발 1,420.8m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야생화 산행시 만났던
큰앵초,연령초,삿갓나물,눈개승마,벌깨덩굴,광대수염,감자난초,할미밀망 등등
수많은 야생화의 아름다운 기억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1,405봉을 지나 400m 거리의 비로봉으로 향하는 탐방로는 잠시 내리막 길이 이어지다 다시 오르막을 오르게 된다.
진행 방향 우측인 서쪽 사면은 강한 북서풍으로 인해 바닥에 쌓인 눈이 모두 쓸려가고 맨땅이 보인다.
그만큼 이곳 소백산 주능선상의 칼바람은 산꾼들 사이에 익히 알려진바이다.




비로봉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당겨본다.
2년 전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몰아쳤던 날은 불과 10여명도 안되는 산꾼들이 모여 있던 저곳에
오늘은 발 디딜틈조차 없어 보인다. 정상으로 오르는 인파가 뱀처럼 길게 이어진다.
다행스러운 점은 소백산 정상부가 여타 산들에 비해 무척 넓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비로봉 바로 아래 산 사면에 옹기봉기 모여 자라는 나무는 주목나무이다.
이곳 소백산의 주목은 저곳에서부터 제1연화봉 북서사면(해발 1,200∼1,350m)에 분포하고 있으며
주목의 평균 수령은 350년(200∼800년)으로 총 본수는 3,800 여 본(천연기념물 제244호 1,999본 포함)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주목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오후 2시5분
소백산 최고봉인 해발고도 1,439.5m 소백산 정상에 도착해 걸음을 멈춘다.
소백산 국립공원은 행정구역상으로 충청북도 단양군의 1개읍 · 3개면,
그리고 경상북도 영주시의 1개읍 ·4개면과 봉화군의 1개면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 12대 명산중의 하나로
1987년 12월 14일 건설부 고시 제 645호에 의하여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되었다.




경상북도 영주시와 충청북도 단양군의 경계 지점인 비로봉 정상부에는 정상석이 2개 세워져 있다.
사람 키에 버금가는 크기의 이 정상석은 영주시에서 세운 것인데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순서를 기다려 기념사진 한 장을 스마트폰에 담는다.

"비로봉[毘盧峰]" 이라는 이름은 '비로자나불'의 비로에서 유래한 것이다.
비로자나불이란 석가의 진신을 높여 부르는 말로 즉 부처를 이름이다.
다시 말하면 제일 높은 불상이며, 고로 제일 높은 봉우리를 비로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참고로 금강산, 팔공산, 치악산, 오대산 등에도 비로봉이 있다.




남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곳 비로봉에서 이어지는 소백산 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주능선상의 제2연화봉을 거쳐 천문대가 자리한 연화봉, 강우레이더 돔이 자리한 제1연화봉.
그리고 그 너머로 멀리 도솔봉,흰봉산이 이어진다. 그 너머로는 경북 예천군 방향이다.




남쪽으로 눈을 돌려 보면 인삼으로 유명한 경상북도 풍기읍 방향으로 산골마을이 펼쳐진다.
사진 중앙부의 작은 저수지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 옥금리의 금계저수지이다.
저수지에서 조금 더 깊숙히 들어오면 소백산을 오르는 여러 등산로 중 하나인 비로사를 거치는 산행로가
풍기읍 삼가리에서 시작된다.
지난 2011년 6월 초 철쭉산행을 위해 저곳에서 출발해 이곳 비로봉을 올랐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비로사를 거쳐 이곳으로 오르는 산꾼들이 힘겹게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흔히들 소백산(小白山)을 작은 산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름에 붙은 소(小) 때문에 빚어지는 오해이다.
소백산은 정상부가 해발 1,439m에 달하는 높고 큰 산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흰,밝음(白)'을 숭상했기에
신령스러운 명산에 백(白)자를 넣었다.
백두대간은 시발 점인 백두산을 필두로 함백산, 태백산, 소백산으로 이어 진다.
여기서 백(白)은 희고 밝음의 뜻만이 아니라 거룩하다,높다 등의 의미이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인파로 혼잡한 영주시에서 세운 정상석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곳의
이  아담한 정상석은 충북 단양군에서 세운 것이다.
자그마한 돌탑 옆에 일견 초라해보이기도 하는 이 정상석에 더 친근감이 든다.




오후 2시15분
비로봉을 떠나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서쪽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멀리 단양읍 방향의 산골마을은 산중턱에 걸린 짙은 운해로 인해
마치 바다 한 가운데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힌듯 보인다.




주목감시초소까지 이어지는 하산길의 우측은 온통 살아 있는 주목들이 군락을 이룬다.
태백산,덕유산,오대산,태백산 등에서 만나는 주목들이 대부분 죽은 나무인데 반해
이곳의 수많은 주목나무들은 녹색 빛을 발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임에서 매력을 느낀다.




흰 눈, 주목군락, 산마루금을 따라 걸쳐진 운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나 수채화를 보는듯한 경치에 걸음을 자주 멈추게된다.
이제 잠시 후면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지 못할 아쉬움을 염려하여 가슴속 깊이 멋진 경치를 담아본다.













오후 2시26분
해발 1,385m 지점인 천동리갈림길에서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천동리를 향해
소백산 주능선을 벗어나기 직전 다시 한 번 소백산 남서쪽 능선을 눈 속에 담는다.

저 힘차게 뻗어 죽령으로 이어지는 소백산 능선은 오래 전 삼국 시대에는 신라·백제·고구려 삼국의 경계를 이루어
수많은 역사적 애환과 문화유산이 전해지는 곳이다.
소백산의 역사는 계립령(지금의 하늘재)에 이어 신라초기 158년(아달라왕 5) 열린 죽령(689m)과 함께 한다.
고구려가 신라방면에 세력을 펼칠 때도 광개토왕은 소백산 죽령(竹嶺)은 넘지 못했다 한다.
또한 통일신라 때 9주 5소경 중 금관소경을 제외한 4소경이 모두 소백산맥의 외곽지역에 설치되었는데
죽령은 신라로 통하는 중요 교통요충지였다.




천동계곡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급경사 내리막 하산길은 한동안 주목 숲을 지나는 길이다.
이곳은 비로봉 북서쪽 사면과 달리 수백년 이상된 고사목이 자주 눈에 띈다.
비록 죽은 고사목이긴 하지만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의 명성에 걸맞게
그 자태는 자못 위엄이 서려 있는 모습들이다.




오후 2시34분
비로봉에서 1km 를 지난 지점부터 비교적 편안하고 넓은 산행로가 시작된다.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천동주차장까지 남은 거리는 아직도 5.8km.
아마도 눈길을 1시간 반은 더 걸어야 피곤한 다리를 쉴 수 있을것 같다.
발 아래 멀리 펼쳐지는 멋진 그림을 보며 다리의 피로를 조금 덜어본다.




이곳 산행로 주변에는 주목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간혹 공원수, 기념수, 크리스마스트리용 등으로 매우 인기있는 수종인
구상나무가 멋들어진 자태를 뽐낸다.
학명이 "Korean Fir"인 점으로도 알 수 있듯이
구상나무는 한라산 중턱 이상의 고지대와
무등산, 지리산, 덕유산 등지에서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오후 2시59분
해발 1,000m 정도에 위치한 천동쉼터가 눈 앞에 보인다.
저곳 자그마한 매점에서 찬 바람을 피할 수 있으며 뜨거운 국물을 곁들인 어묵,라면 등을 판다.
많은 산행객들이 뜨거운 어묵 국물로 추위와 허기를 달래기도 하고
긴 산행시간 동안 참았던 생리현상을 해결해주는 화장실에 들리기도 한다.




오후 3시17분
비로봉 정상에서 2.3km를 지난 지점의 천동쉼터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4.5km나 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이처럼 편안하고 걷기편한 길이라는 점이다.
간혹 미리 준비해 온 비료푸대 등으로 눈썰매를 즐기는 산행객들의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는 구간이다.




산행로 좌측으로 이어지는 물줄기는 천동계곡이다.
비로봉에서 발원한 물줄기에 의하여 형성된 계곡으로,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솔티천의 상류지역에 해당한다.
기암괴석을 휘돌아 흐르는 이 계곡물에는 청정계곡에서만 볼 수 있는 산천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일간 겨울답지 않은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던 탓인지
꽁꽁 얼어붙었던 계곡의 얼음 녹은 물들이 고도가 낮아질수록 세차게 흘러 내린다.
마치 내일이 입춘임을 일깨워 주기라도 하듯이...




오후 4시
산행로가 거의 끝나는 천동탐방지원센터가 멀리 보이는 곳.
이곳의 계곡물은 수량이 무척 불어나 물빛이 푸른색으로 빛나는 작은 소를 이루기까지 한다.
세차게 흐르는 맑은 물줄기에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오후 4시3분
천동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며 5시간여에 걸친 산행을 마치고
등산화에 부착한 아이젠을 떼 낸다.
비록 겨울 날씨치고는 푸근한 오늘이지만 1시간 반 가까이 걷는중 솟은 땀이
잠시 멈춘 동안 식어가며 한기를 느낀다.
약 800m 정도 남은 주차장을 향해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오후 4시11분
비로봉 골짜기에서 발원한 천동계곡의 물길은 이곳에서 2km 남짓 위쪽에서
백자골을 흘러 내린 물과 합쳐져 그 이름을 보전골로 바꾼다.
맑은 물이 흐르는 보전골을 건너는 다리를 지난다.
지난 1990년 여름에 완공된 길이 82m의 이 다리 이름은 소백산교이다.




소백산교를 건너 가면 반대 쪽 다리 입구에는 '산악인 허영호 기념비'가 서 있다.
비석 우측 상단에는 작은 글씨로
"세계 최초 3극점 7대륙 정상에 발자취를 남긴"이라는 글씨도 함께.
아마도 이곳의 행정구역은 충북 단양이지만
허영호의 고향이 인근 충북 제천이어서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오후 4시16분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다리안 국민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하며 5시간에 걸친 소백산 눈산행을 마친다.
빈 공터에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좌측의 것은 '다리안국민관광지 조성기념탑'이다.

황해도에서 태어나서 서울 남대문 바깥의 만리재에서 살았다고 전해지는
충북 단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지난 1998년 서울 청량리 일대 상인들로 이루어진 산악회 회원들이 김정호의 국토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모금한 금액 중 8백만원으로 비석을 만든 것이라한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이날 산행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