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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주능선에 자리 한 능경봉,고루포기산 눈 산행


2013년 1월13일 일요일 오전 11시28분
백두대간 주능선 상의 능경봉을 거쳐 고루포기산까지 산행을 위해 도착한 곳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위치한 구영동고속도로 휴게소.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하는 등 눈산행 채비를 단단히 한 후
능경봉 산행로를 향해 고속도로준공비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른다.




지난 1975년 만들어진 이 고속도로준공기념비는 오랜 기간 동안 대관령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곳 중 한곳으로 이제는 대관령의 상징물인냥 치부되곤 한다.

대관령의 이름 유래에 대해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강릉방향으로 이어지는  험한 고개인지라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 라는 의미의 ”대굴령“이 변해서 된 이름이라고 하지만
영서에서 영동으로 향하는 큰 관문이 있는 고개라는 의미로 "대관령(大關嶺)"이 되었다 한다.




맑은 날이면 강릉 시내는 물론 그 너머 푸른 동해바다가 보이는 곳이건만 흐린 날씨에
안개까지 끼어 강릉쪽이 전혀 보이지 않고, 우측 끝으로 잠시 후 가야할 2km 남짓 거리의 능경봉이 보인다.

대관령을 넘는 대관령옛길을 예전부터 아흔아홉구비라 부르는데, 여기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율곡 이이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면서 출출할 때 먹을 심산으로 곳감 100개를 바랑에 지고 길을 나섰는데  
그 옛날 고을원이 강릉부사로 발령을 받고 길을 나선 후 쉬면서 울었다고해서 이름 붙여진 "원울이재(員泣峴)"에서 부터
대관령옛길을 따라 한 구비를 돌때마다 곳감을 하나씩 먹었는데 정상에 다다르니 곳감이 한개 밖에 남지않았다 한다.




해발고도 865m인 준공기념비 앞에서 조금 전 차에서 내린 주차장을 뒤돌아보니
넓은 주차장이 이미 각종 차량으로 가득 차 버렸다.
주차장 너머 북쪽으로 향하면 지난 겨울 다녀온바 있는 백두대간 주능선상의 선자령으로 이어진다.
사진 좌측부 남서쪽으로는 용평 스키장을 이루는 눈 덮인 산줄기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 온다.




흰눈을 잔뜩 안은 산 마루금을 망원렌즈로 당겨보면
스키 슬로프들이 흰 줄을 쳐 놓은듯 눈에 들어온다.
국민 여가선양을 위한 명목의 스키장 건설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의 산들이 훼손되는 현장을 보는 마음은 무겁다.




오전 11시32분
능경봉등산안내판이 붙은 곳에서 산길로 접어든다.
대부분 참나무 계통이며 간혹 물푸레나무,자작나무 들도 눈에 띄는 헐벗은 나뭇가지 너머로
1.8km 떨어진 능경봉 정상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능경봉(陵京峰)'이란 이름의 유래에 대해 대부분의 참고 자료에는
대관령 남쪽 산맥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이므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산 봉우리 모양이 큰 무덤을 닮아 이름을 얻었다는 얘기에 수긍이 갈 정도의 산봉우리 모습이다.




산행로 초입부터 수북히 쌓인 눈을 보니
과연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 중 한곳이라는 얘기에 실감이 간다.
등산객들의 발길에 다져진 좁은 산행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눈은 무릎까지도 쉽게 빠질 정도이다.




낮 12시5분
이제 해발고도 1,000m 를 넘어선 지점이다.
두껍게 쌓인 눈길을 걷는 것은 일반적인 산행보다 훨씬 힘들다.
마치 해변가 모래밭을 걷는 것 만큼이나 체력소모가 많다보니 주위에서 거친 숨 소리가 연이어 들린다.
며칠 전부터 전국적으로 포근한 기온이 이어진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던 대관령의 날씨이니 이곳 기온도 상당히 낮다.
그러나 숨소리가 거칠어질 정도로 눈밭을 30분 이상 오르다보니 몸에 땀이 조금씩 솟으면서 손 시림은 사라졌다.




이곳 능경봉 산행로는 대관령휴게소에서 남쪽 방향이지만 북쪽 방향으로는
또 다른 백두대간 주능선인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지난 해 이맘 때 선자령으로 향하던 등산로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산행객이 붐비는 경험을 했었다.
아마 오늘도 그곳 선자령 구간은 마치 시장 바닥마냥 북적거리겠지만,
이곳 능경봉으로 향하는 산행로는 간혹 10여명 혹은 20여명 쯤으로 이루어진 단체 산행객들이 지날 뿐
비교적 여유있는 산행길이다.




낮 12시12분
해발고도 1,100m 에 조금 못미친 지점의 고갯마루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멈춘다.
북쪽 방향 나뭇가지 사이로 눈에 덮인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멀리 선자령 부근이 어렴풋이 보인다.




망원렌즈로 가까이 당겨 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선자령의 풍력발전단지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중심높이가 60m이고 회전자 직경은 80m인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장관이다.
지난 겨울 저곳 선자령에 올랐을 때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세찬 겨울 바람 아래서
"쉿!" "쉿!" 소리를 연이어 내지르며 세찬 겨울 바람에 맞서 발전에 여념이 없던
수많은 풍력발전기를 보며 경외감을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능경봉 정상부로 이르는 오르막 경사길은 눈이 무릎까지 빠진다.
일반적인 겨울 산행용 아이젠 바닥은 긴 시간의 눈길을 걸으면 바닥에는 많은 눈이 얼어붙어
일명 "스노우 볼 현상(아이젠 바닥의 스파이크 사이에 눈이 얼어붙어 접지력이 떨어지는 현상) 때문에
미끄러짐이 심하다.




정상이 코 앞인데도 등산로를 따라 이어진 발자국이 희미하다.
정상 바로 아래 넓은 공터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정상석 앞에 오르기가 힘들다며
그냥 하산해 버리는 산행객들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낮 12시18분
흰 눈이 뒤덮인 능경봉 정상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조금 전 단체 산행객들로 떠들썩하던 정상부에 인적이 없다.
해발고도가 1,123.2m임을 표기한 자그마한 정상석 뒤로 해발고도 841m 제왕산이 손에 잡힐듯 자리하고 있을 뿐
멀리 동쪽으로 보여야 할 짙푸른 동해바다는 안개에 휩싸여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능경봉 정상부의 동쪽으로는 깎아지른듯한 절벽이다.
금년 연초에 내린 눈을 온 몸으로 받은 나뭇가지들마다 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그만큼 이곳의 기온이 영하를 계속 유지해 왔음을 의미하는 것일게다.




좁은 정상부 한 켠 나무밑의 눈은 무릎까지 빠지고도 남는다.
대충 발로 다진 후 눈밭에 앉아 가져온 김밥으로 점심 식사를 하며
눈 앞에 보이는 제왕산에 얽힌 아픈 역사를 곱씹어 본다.

고려 말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는 정권을 장악한 후 고려 32대 왕인 우왕을 강릉으로 귀양 보낸다.
그 당시 우왕은 저곳 제왕산 기슭에 성을 쌓고 잠시 지낸적이 있어 산 이름이 제왕산이 되었다하며
아랫 마을 이름이 왕산리라고 구전되고 있다.
그냥 구전으로 전해 오던 이 얘기에 대해 최근 지역 민속학자들이
제왕산의 9부 능선쯤에 남아 있는 산성이나 기왓장 흔적, 지명 등을 근거로
역사적 사실임을 입증하려 노력하는 중이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조금 우측인 남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우측으로 고루포기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높은 산 마루금이 길게 이어진다.
그곳은 아마도 용평 스키장을 북쪽 산자락에 거느린 해발고도 1,459m인 발왕산인듯 싶다.




낮 12시53분
평소 산행에 비해 비교적 긴 시간인 30여분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건 다행스럽게도
인적이 거의 없어서이다.
정상 아래에서 점심 식사 후 정상으로 올라오는 산행객 무리에게 부탁해
정상석의 크기를 가늠하기 쉽도록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을 남긴 후 능경봉을 떠난다.




남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길을 따라 고루포기산으로 향한다.
눈 아래로는 멀리 횡계리 마을 전경이 드러난다.
이제부터 고루포기산까지 거리는 5.2km.
온통 눈으로 뒤덮인 눈길을 걸어야하는 꽤나 긴 산행구간이다.




낮 12시59분
행운의돌탑 앞을 지난다.
지나는 산행객들이 저마다 돌 한 개씩을 모아 탑을 쌓으며 안녕과 행운을 빌도록 만든 행운의돌탑.
이곳에도 몰상식한 인간들은 있다.
돌탑에 작은 돌 하나를 올리기 위해 산행객들이 발길을 들여야 할 그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걸신들린듯 게걸스레 뱃속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주위에 식사할만한 빈 공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1시5분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눈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남서쪽으로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맨좌측 봉우리가 고루포기산이다. 5km 정도 되는 저 먼길을 언제 가나?




오후 1시14분
한동안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가 이어진다.
사방을 둘러봐도 눈밭이다. 그 눈밭 여기저기에서는 단체산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늦은 점심과 휴식을 즐긴다.




오후 1시 20분
다시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 경사의 눈밭에서 잠시 멈추고 뒷쪽을 돌아다 본다.
30여분 전 떠나온 능경봉 정상부가 뚜렷이 보인다.
능경봉 정상부의 모습이 마치 서울 근교에 많이 산재한 왕릉의 모습과 흡사하다.
해발고도는 900m 이하로 떨어진듯 하다. 해발고도 1,200m 가 넘는 고루포기산에 오르자면
또 한동안 오르막 눈길을 올라야할 것을 생각하니 기운이 조금 빠지는듯 하다.




오후 1시34분
능경봉에서 1.9km 거리까지 이어지던 내리막 경사길은 다시 오르막 길로 이어진다.
오르막길을 4~5분 가량 오르자 진행 방향 좌측인 서쪽 아래로 시원하게 뻗은 영동고속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터널은 아마도 횡계 제2터널인듯 싶다.




오전 시간 조금 정체를 보이던 고속도로가 한낮인 지금은 양방향 모두 한산하다.
오후 귀가 시간에 극심한 정체를 빚게될 고속도로도 한낮에 휴식을 취하며
다가올 극심한 정체에 대비하는듯 여겨짐은
산행이 끝난 후 귀가길이 늦어질 것을 걱정하는 내 경험 때문이리라.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을 요즈음 시대에는 "아는 것이 병이다." 라고 고쳐야할듯 싶다.




앞쪽으로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며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지는 해발고도 1,200m 남짓한 백두대간 주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가을 온통 원색의 물결을 이루던 마루금이 흰눈을 뒤집어쓴채 추위에 떨고 있다.
흰 눈이 녹아내리고 새생명이 싹트게될 봄을 기다리며.




오후 2시22분
영동고속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지점을 지난 눈길은 다시 내리막길로 이어져 해발고도 900m 까지 떨어진다.
해발고도 1,165m 의 전망대까지 1.6km를 남긴 그 지점에서 다시 오르막 경사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40여분간 몇차례 휴식을 취했음에도 다리의 힘이 많이 빠진 상태이다.
전망대까지 500m 남짓 남긴 지점에서는 사력을 다 한다.
주위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10여명 일행들의 거친 숨소리뿐이다.




발목 깊이 이상으로 푹푹 빠지는 눈길을 더듬어 오르막 길을 오른다는 일은 무척 힘들다.
더구나 영하의 날씨속에 눈길을 걷기 시작한지 3시간 여.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하늘을 보는 순간 나뭇가지 끝에 무언가 붙어있다.
최근 들어 항암작용이 있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에도 효능이 있다하여 각광을 받고 있는 겨우살이다.




참나무의 제일 윗가지에서 자라고 있는데다 가느다란 나뭇가지 끝에서 자라는 겨우살이.
망원렌즈로 당겨 가까이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참나무 등 주로 활엽수에 기생하며 스스로 광합성을 하여 가을이면 열매를 맺는 겨우살이.
익은 열매는 과육이 잘 발달되어 산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며 이 새들에 의해 나무로 옮겨져 퍼진다.
암수딴그루로 4월에 가지 끝의 잎 사이에 꽃자루가 없는 연한 노란색의 꽃이 핀다.
어쨌든 산림에는 유해한 식물이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약용으로 유익한 식물이다.




겨우살이를 만난 후 이제는 '연리지(連理枝)' 를 만난다.
부부간의 사랑을 비유하는 말에 '비익연리(比翼連理)'라는 말이 있다.
비익조(比翼鳥)라는 새와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를 합친 말이다.

당나라 현종은 양귀비를 사랑했으나 안록산의 난으로 양귀비를 잃게되자.
시인 백낙천에게 양귀비를 위한 시를 부탁한다.
백낙천은 "장한가(長恨歌)"라는 시에서 "하늘에서는 비익조, 땅에서는 연리지"라고 노래한다.
비익조(比翼鳥)는 날개와 눈이 하나뿐인 전설속의 새를 말한다.
금슬좋은 부부처럼 암수가 붙어야 좌우 양쪽을 다 보며 날 수 있다.
얼마나 지극한 사랑인가?




겨우살이와 연리지를 만난 후 다시 기운을 차려 눈길을 오른다.
아이젠을 착용했건만 등산화는 계속 미끄러진다.
일반적인 흙이나 바위로 이루어진 등산로에 비해 몇배 힘든 걸음이다.
온 몸에 땀이 솟는다.




오후 2시44분
해발고도 1,165m 지점인 전망대에 도착해 가쁜 숨을 달래고, 다리 근육을 풀어준다.
능경봉에서 이곳 전망대까지 거리가 4.2km 인데, 많은 눈이 쌓인 오르막 능선길을
1시간 50분이 걸려 도착했으니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이동하느라 힘이 좀 들었기 때문이다.




전망대 난간에 서서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 횡계리 중심부의 모습이다.
강원도 고산지대 산골마을은 흰 눈에 덮여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다.
해발고도 800m 를 훌쩍 넘는 고지대인지라 곳곳에 흰 눈에 덮인 고냉지 채소밭이 산재해 있다.




마을 뒷편인 북쪽으로는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능선이 겨울철 북풍을 막아준다.
선자령에 자리 잡은 수많은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선명하다.




횡계리 마을 우측인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3시간여 전 출발한 대관령 옛휴게소,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4km 남짓 떨어진 능경봉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의 아름다움도 눈에 들어온다.




아쉬운 점은 연무로 인해 시계가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망원렌즈로 살펴 보아도 대관령 옛휴게소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와
그곳에서 고속도로준공기념비로 이어지는 눈 쌓인 길만이 하얗게 빛나며 그 존재를 알려줄 뿐이다.




오후 2시53분
전망대를 떠나 고루포기산으로 향하는 산행길을 계속 이어간다.
고루포기산까지는 이제 1.1km 를 남겨두었다.
아이젠을 착용한 상태로도 미끄러운 눈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산행객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눈의 색깔을 글로 표현하라면 순백이라할 수 있을듯 하다.




오후 3시
전망대에서 0.6km 를 지나온 지점의 삼거리 갈림길에는 이정표 외에 이런 돌탑이 만들어져 있다.
해발고도 1,160m 정도인 이 지점에서 우측길로 들어서면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오목골이고,
계속 직진하면 0.5km 떨어진 고루포기산으로 향하게된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산행길의 피로 때문인지 10여명의 일행 중 절반 가량은
해발고도 1,238m인 고루포기산에 올랐다 다시 이 지점으로 되돌아와 하산함이 힘들다며
그대로 하산길을 택한다.




일행 몇명과 함께 오늘 산행 구간 중 최고봉인 고루포기산을 향해 눈길로 걸음을 이어간다.
지금까지 온 길보다 사람의 흔적이 훨씬 적은 길이다보니 발을 조금만 잘못디뎌도
눈속에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길이다.
등산화 속으로 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스패츠가 배낭속에 있건만 귀찮다는 핑계로 착용않은 탓에
등산화 속으로 사정없이 밀려 들어온 눈 때문에 발이 시려온다.
해결책은 빨리 걸어 몸에 열을 내는 방법 뿐이다. 걸음을 빨리 재촉한다.




오후 3시16분
고루포기산에는 정상석이 따로 없이 이와같은 이정표만 있을뿐이다.
이정표 옆 안내판에는 산 이름에 대해 '다복솔'이 많아 그로 인해 고루포기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되어 있으나,
'다복솔'이란 가지가 탐스럽고 소복하게 많이 퍼진 어린 소나무를 이름인데 이는 잘못인듯 하다.

이곳 고루포기산 이름은 산 아래 남쪽 기슭의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고루포기 마을' 이름이
어원임이 정확할 것 같다.
고루포기란 '골짜기'의 사투리인 '골패기' 혹은 '골팍'에서 그 어원이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골짜기'라는 말에서 '골패기 마을', '골패기산'이 '고루포기산'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루포기산 정상부는 사방이 활엽수림에 가려 주위가 보이지 않지만
하산을 위해 다시 삼거리갈림길로 돌아가는 중 서쪽으로는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이 트인다.
발왕산자락의 평창스키장 슬로프가 눈에 들어온다.




고루포기산에서 0.5km 거리인 삼거리로 되돌아와 하산하는 길은 북서 방향으로 이어진다.
하산을 시작해 10여분간은 이처럼 키 작은 관목숲과 흰 눈이 어울리는 운치있는 길이지만
10여분 이상을 밧줄이 쳐 있음에도 미끄러움을 이기기 힘들 정도의 험난한 급경사 내리막길이 기다린다.




오후 3시54분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10여분간이 이날 산행 구간중 가장 위험하고 힘든 구간이다.
특히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과 팔 힘이 약한 여성들이 무척 힘들어 한다.
나 자신도 무척 조심스럽게 이 구간을 통과했다.
한쪽 손에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어야 하기에 밧줄을 한팔로 잡고 몸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4시
삼거리 갈림길에서 불과 0.8km 를 지나는데 35분이란 시간을 소비한 후 비로소 위험구간을 벗어난다.
이제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오목골까지 남은 거리는 0.8km이다.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구간을 지나자 마치 힘든 일을 한데 대한 보상을 받기라도하듯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마치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나 접했을법한 자연미를 간직한 설경이다.
마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어디선가 불쏙 나타나 함빡 웃음을 웃어줄듯한 그런 풍경이다.




오후 4시20분
오목골에 도착하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좌측으로 보이는 풍경은 온통 키 큰 낙엽송으로 그려 놓은듯한 이런 모습이다.
마을 중심지로 향하는 넓은 도로는 온통 눈 속에 파묻혀 한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이번에는 눈을 우측으로 돌려본다.
 상록수와 낙엽송이 대비되듯 어울리는 또 다른 풍경이다.
대관령 옛휴게소 북쪽의 양떼목장에서 익히 본 풍경이다.
저 흰 눈이 모두 녹아 내린 후 따뜻한 봄철의 푸른 초원에 흰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그려진다.




오후 4시46분
산행을 끝낸 후 오늘 산행 주최측에서 준비한 따끈한 시래기국으로 추위와 허기를 달랜 후
드넓은 눈밭마다 펼쳐진 황태덕장을 둘러보며 귀가 준비를 한다.
명태를 강원도의 추운 눈밭에서 말린 황태. 근래 들어서는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의 위세에 눌려 이곳 대관령의 황태를 잘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30여년 전에는 이곳 횡계리에 국내 최대의 황태 덕장이 밀집했던 시기가 있었다.




유난히 많은 눈이 내리고 심한 추위를 몰고 온 올 겨울의 황태맛은 예년보다 좋을듯 하다.
다만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명태가 잡히지 않아 요즈음은 비교적 품질이 우수한 러시아산 명태로 황태를 만든다.
그런데, 최근 들어 품질이 떨어지고 값이 싼 일본산 냉동명태를 러시랑산으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많다하니
쓴 웃음이 나온다.
먹거리 하나만이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기대하며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이날 산행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