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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제 6의 고봉(高峰) 함백산 눈 산행


2012년 12월23일 일요일 오전 11시13분
함백산 눈산행을 위해 도착한 곳은 우리나라 포장도로 중 가장 높은 지점이라는
414번 지방도로 상의 해발고도 1,330m 만항재 바로 아래 주차장이다.
이곳의 행정구역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이지만 강원도 태백시와 강원도 영월군의
3개 시군이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다.




정오가 가까운 시간인지라 아침 일찍 산봉우리를 하얗게 빛내던 상고대가
대부분 산봉우리의 경우 햇살에 녹아버렸지만 이곳의  나뭇가지에는 아직 상고대가 남아 있다.
흔히들 이 상고대를 눈꽃이라 부르며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 쌓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있지만,
'상고대'란 대기 중의 수증기가 나뭇가지나 바위 등에 부착 동결하여 순간적으로 생긴 얼음으로
수빙(樹氷)이라고도 한다.




북동쪽으로 멀리 함백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그 좌측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아마도 중함백으로 불리는 은대봉인듯 싶다.
온통 흰눈으로 뒤덮인 2.5km 남짓한 길을 추위,바람과 싸우며 걸어야한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세찬 바람이 바닥에 쌓인 눈가루와 함께 얼굴을 때린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 속에서 살인적인 북풍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산불감시초소 뒷편의 비좁은 공간이다.
이미 강추위에 얼어 감각이 무디어진 손가락을 호호 불며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옷매무새를 단단히 하며 산행 채비를 한다.




오전 11시26분
산행 채비를 하는 10분동안 온 몸이 식어간다.
두꺼운 겨울 장갑을 끼었음에도 손가락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손이 시리다.
해결 방법은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온 몸에 혈액 순환이 빠르게 되도록 함으로써
손가락 끝의 감각이 되살아남을 산꾼들은 수많은 눈 산행 경험으로 터득한 바 있기에 힘찬 걸음을 시작한다.




진행 방향 좌측인 북쪽으로는 오늘 올라야 할 함백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가 하면 진행 방향 우측인 남쪽으로는 태백산이 눈에 들어온다.
함백산에 비해 6m 정도 낮은 해발고도 1,567m 의 태백산은
나 자신 매년 겨울 한 번씩은 눈 산행을 다녀 오는 곳이지만 마치 시장바닥 마냥 붐비는 곳이다.




비록 헐벗은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숲길이지만 온몸을 뒤흔들던 세찬 바람은 약해졌다.
귓전에 울리는 소리는 얼어붙은 눈을 밟고 지나는 뽀드득 소리 뿐이다.
아이젠을 착용한 상태이지만 두껍게 쌓인 눈길은 미끄럽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의 눈길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가루가 사방으로 날린다.




오전 11시50분
완만한 오르막 경사 길을 20 여분 걸어오니 비로소 얼었던 손가락에도 감각이 살아나며
통증이 사라진다.
산행 시작 때 동쪽 방향으로 이어지던 산행 길도 이제 북쪽 방향으로 바뀐다.
마음의 여유를 찾아 눈을 들어 멀리 함백산 정상부를 정면으로 올려다 본다.




1.5km 남짓 떨어진 함백산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구상나무 뿐인 정상부.
20 여명의 산행객들이 정상에 오른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낮 12시
넓은 공터에 작은 돌을 쌓아 만들어 놓은 소원탑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여전히 바람은 세차게 불어오지만 30 여분 이상 추위에 적응한 탓인지
머리 위에 뒤집어 썼던 후드를 벗어도 견딜만 하다.




낮 12시 5분
5분 여의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찬바람 몰아치는 눈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1km 남은 함백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이제 차디 찬 북풍을 정면으로 받으며 걷는 길.
하지만 5분여 동안 멈추어 있는 동안 다시 손이 시려 오고 몸이 추워지기 시작하니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걸음을 걸으며 몸에서 열이 나게 해야함은 어쩔 수 없다.




낮 12시20분
정상부에 오르는 마지막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기 전 숨 고르기를 위함인지
잠시 오늘 산행 중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편안한 눈길이 이어진다.
마치 서울 시내 어느 고궁을 산책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길이다.
간혹 물푸레 나무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대부분 참나무 종류가 주를 이루는 편안한 숲길이다.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며 좌측으로 한동안 숲속의 귀족이라 불리우는
자작나무 군락이 이어진다.

추운 지방의 산불 난 곳이나 붕괴 지대, 비옥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자작나무는
내한성이 강하고 햇볕을 좋아하며 생장이 빠르다.
자작나무는 목재의 질이 좋고 썩지 않으며 병충해에 강해서 건축재, 조각재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팔만대장경을 제작하는 목판으로도 일부 사용되었다.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자작나무의
껍질을 종이 대신 사용해 불경을 적어두거나, 신라고분벽화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자작나무 껍질로 시신을 감싸 미이라를 만드는 개천이라는 풍습도 있었다.




낮 12시57분
이제 해발고도가 1,500m 정도 되는 지점을 오른다.
뒷편인 남쪽으로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흰 눈에 덮인 태백선수촌 트랙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삿갓봉,팔대봉으로 이어지다 해발고도 900m 대로 떨어지며
행정구역상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인 당골에서 깊은 숨을 고르게 된다.
석탄박물관과 단군성전이 있는 당골은 태백산 눈산행을 끝내고 하산하는 지점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헐벗은 나무가지만으로도 찬바람을 막아주던 산길이 끝난 후 함백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마지막 구간.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강한 북풍에 동반된 칼날 같은 한기가 옷속으로 파고 든다.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뒷쪽으로 얼굴을 돌리면 1시간 반 전 출발한 만항재 부근의 굽이치는 도로가,
그리고 그 너머로는 민족의 영산 태백산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다시 앞을 바라보고 걸음을 이어간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겨울 하늘 아래 함백산 정상석과 그 뒤의 돌탑이 보인다.
쉴새 없이 몰아치는 세찬 바람은 땅위에 쌓인 얼어붙은 눈가루를 사방으로 흩뿌린다.
세찬 바람이 직접 닿는 부분의 눈은 죄다 쓸려 나간다.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정상석 부근에는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인증 샷만 급히 남긴 후 정상부를 이루는 바위 아래 남쪽공터에서 추위를 피한다.




오후 1시9분
함백산 정상석 앞에서 잠시 머문다.
3년 전인 2009년에는 정상석과 키가 비슷했던 돌탑이 이제는 키만 커진게 아니라
그 모양마저도 마치 경주 첨성대를 닮았다.
그 너머로 멀리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이 사진은 지난 2009년 8월23일 낮에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에는 정상석 뒤의 돌탑이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었다.

 함백산[咸白山]은 남한에서는 한라산,지리산,설악산,덕유산,계방산 다음이니
여섯번째로 높은 산이다.
삼국유사에 보면 함백산을 묘고산이라고 기록하였는데
수미산과 같은 뜻으로 대산이며 신산으로여겨졌다 한다.
또한 산경표에는 대박산(大朴山:크고 밝은산)으로 나온다.




정상부 동쪽 아래 해발 1,565m 지점에는 KBS 송신소가 자리하고 있어 그곳까지
차량이 오르는 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봄,가을이면 힘든 산행을 하기 어려운 일반 관광객들이나 사진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기도 한다.





남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좌측 끝에 조금 전 정상을 오르며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 본 태백선수촌이 보이고
그 주위로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1998년 개장된 저곳에서 바르셀로나 마라톤 영웅 황영조도 훈련을 했었다고 하니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기를 빌어 본다.





북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백운산 자락에 자리 한 하이원 스키장 슬로프가 일부 눈에 들어온다.
지난 해 1월 중순 저 하이원 스키장을 감싸 안은 해발고도 1,426m 백운산 마천봉에서 내려다 본
눈 덮인 스키장의 아름다운 모습과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따라
이른바 '하늘길 트레킹'을 즐겼던 기억이 새롭다.





오후 1시37분
매년 겨울이면 눈산행을 즐기지만 덕유산,소백산,태백산 등등 대부분의 높은 산에서는
정상석 부근에서 잠시라도 머문다는건 세찬 바람을 동반한 극심한 추위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곳 함백산의 경우 정상부를 이루는 바위의 남쪽 아랫 부분에 바람을 피해주는 아늑한 공간이 있다.
우리 일행 10 여명은 양지 바른 이곳에서 오랜 시간 점심 식사와 휴식을 즐기는 호사를 누려 본다.





오후 1시50분
오랜 시간의 휴식을 하다보니 몸이 점점 식어간다.
소지한 온도계를 보니 영하 14도를 밑돈다. 세찬 북풍을 감안하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훨씬 밑돌 것 같다.
몸에 열을 내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한다. 하산을 시작한다.






함백산 정상에 오를 때는 산 속으로 난 길을 택해 올랐지만 출발 지점인 만항재로 되돌아가는 하산길은
일부 구간을 조망이 뛰어난 도로변을 따르기로 한다.
좌측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중함백을 거쳐 상함백이라 칭하는 은대봉을 거쳐
두문동재,금대봉,대덕산으로 이어진다.
『삼국유사』 척주부에
"금대봉 남쪽에 상함백산(지금의 은대봉) • 중함백산(본적산) • 하함백산(지금의 함백산)이 있다."는
기록이 있어 함백산은 세 산을 아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악도로를 따르는 하산길.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전경이 눈 앞으로 다가오는듯하다.
흰 눈이 하얗게 쌓인 부분은 고냉지 채소밭이다.
그 너머 좌측 멀리 보이는 또 다른 풍력발전기가 있는 곳은 매봉산에서 10 여km 떨어진
덕항산 아래 귀내미골 부근에 지난 5월말 준공된 태백풍력발전단지이다.
국내 최초 민간자본에 의한 국산풍력 1호단지로 알려진 저곳.
2MW급 풍력발전기 9기가 연간 4천만kw 의 전기를 생산하여 1만2천가구에 공급한다.




KBS 송신소까지 이르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하산길은
산을 오를 때 택했던 산길보다 700~800m 더 긴 길이지만
주위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설경을 만끽하며 이어지는 멋진 길이다.





산자락을 따라 자라는 나무들은 대부분 앙상한 가지만 남은 키작은 관목들이지만
싱싱한 녹색 잎을 그대로 간직한 구상나무가 흰 눈과 어울려 운치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소나무과의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구상나무는
한라산,무등산,지리산,덕유산 등의 해발 5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자생한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며 수형이 아름다워 많은 품종이 개발되어
공원수, 기념수, 크리스마스트리용 등 으로 매우 인기있는 수종이다.
구상나무의 영어 표기는 'Korean Fir'이다.





구상나무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덕유산,오대산,소백산,태백산 등
해발고도 1,400~1,500m 에 달하는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주목도 만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
성장 속도가 느려 10년에 2.5m 자란다는 주목은 1,500년까지도 산다고 알려져 있다.
암나무 숫나무가 따로 있고, 암나무만이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오후 2시31분
도로를 따라 이어지던 하산 길을 끝내고 다시 산길로 들어서며
함백산 정상부를 향해 뒤돌아본다.
여름철이면 만항재에서부터 함백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숲길에 피어나는
온갖 야생화에 심취해 오르던 이곳을 겨울에 오르는건 나로서는 처음이다.
산행 경험이 적은 초심자에게도 권하고픈 겨울 눈산행지가 이곳 함백산이 아닌가 한다.





만항재에서 출발해 함백산 정상을 올랐다 내려오는 구간은
산행 경험이 많은 산꾼들에게는 마치 동네 뒷산을 오르듯한 편안한 산책길 수준이다.
하지만 강추위를 견디며 3시간 넘게 눈속에서 걸음을 걸어야하니
산행 막바지에 이런 야트막한 오르막을 오르는데도 조금은 힘이 든다.
자작나무,물푸레나무,참나무 등 헐벗은 가지 사이로 동지를 막 지난 짧은 겨울해가 비쳐 든다.





오후 2시53분
완만한 고개를 몇 차례 오르내리느라 조금 숨이 차 오를 무렵 눈 앞으로 만항재 부근 도로가 펼쳐진다.
산행이 끝나는 시간이다.
매년 여름이면 '만항재[晩項-]'를 중심으로 한 구역에서 야생화 축제가 열리는 저곳.
수년 전 겨울 눈산행을 다녀온 전북 진안 운장산에도 '만항치' 또는 '늦은목'이라는 고개가 있었고,
전국의 많은 산자락에 만항(晩項)이라는 이름의 고개들이 있다.
아마도 워낙 고갯길이 길고 지루하여 시간이 오래 걸린 탓에 붙은 이름이 아닐까 한다.





오후 4시15분
함백산 산행을 끝낸 후 귀가길에 영월군 영월읍에 위치한 "장릉(莊陵)" 앞에서 잠시 머문다.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되어 영월 청령포에 유배되었던 조선 6대 왕 단종은
1457년 17세의 나이에 죽임을 당한 후 시신은 동강에 버려진다.
그 후 영월의 호장(戶長) 엄흥도(嚴興道)가 몰래 수습하여 동을지산 자락에 암장한바 있다.
이곳은 단종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2년 전 여름 단양,영월 지방 여행시 단종의 묘소에 참배까지 한 일이 있기에
강추위를 핑계 삼아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를 떼우며 장릉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귀가길에 오르며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이날 산행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