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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우는 월출산 산행기

2012년 11월18일 일요일 오전 10시19분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울 정도로 아름다운 기암괴석을 지닌 월출산 산행을 위해
도착한 곳은 월출산 남쪽 자락인 월출산국립공원 금릉경포대 주차장.
북쪽 하늘 위로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가 이곳 월출산 최고봉인 천황봉이다.
전남 영암군과 강진면에 걸쳐 자리한 영암산 남쪽 자락인 이곳 금릉경포대의 행정구역은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이다.




오전 10시27분
해발고도 200m 정도 높이인 주차장에서 시작된 산행로는 완만한 오르막 경사의 걷기 편한 숲길이다.
지금 오르는 산행로는 강진군에 속하는 남쪽 지역인고로 산세가 완만한 육산(肉山 : 흙산)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산꾼들 사이에 악산(惡山)으로 알려진 월출산인지라 오늘 계획한 산행 구간 중
월출산을 동서로 잇는 주능선과 만나는 바람재 이후부터 영암군에 속한 북쪽 바위 능선은
날카롭고 가파른 골산(骨山 : 돌산)이다. 그때 까지만이라도 편안한 산길을 오르는 호사를 누려 본다.




오전 10시41분
맑은 물이 큰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을 따라
해발고도 350m 지점까지 오르는 동안 땀이 조금씩 흐른다.
영상 10도를 밑도는 날씨이건만 자켓을 벗고 반팔 차림으로 하는 산행임에도 땀이 조금씩 솟아 난다.
이곳 계곡 이름은 경포대 계곡이다. 온국민이 다 아는 강원도 강릉 경포대와는 한자로는 다른 이름이며
강릉 경포대와 구분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을 '금릉경포대(金陵鏡布臺)'라 부른다.
금릉은 강진의 옛 이름이며,경포대(鏡布臺)는 월출산에서 흐르는 물줄기의 모습이
무명베를 길게 늘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 월출산은 설악산, 주왕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岩山)으로 꼽힌다.
그에 걸맞게 대규모 너덜지대가 눈에 띈다.
매주 산행을 하다보면 바위가 많은 산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만나는 구간이다.
학술 용어로는 이런 돌이 쌓인 것을 "애추(崖錐 : talus)"라 한다.
원인은 급한 절벽을 이루는 기반 암석이 물리적 풍화작용 등에 의해 붕괴되어
급경사면 아래쪽에 쌓여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오전 10시57분
계곡을 따르는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던 산행로는 산행 들머리에서 2km 남짓 지난 지점에서부터
하늘이 뚫리며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멋진 기암괴석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고도는 440m 지점이다.




오전 11시19분
해발고도 550m 지점에서부터는 서쪽 2km 남짓 거리의 미왕재에서부터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멋진 바위 능선을 좌측으로 바라보며 오르는 산길이다.
멋진 경관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 걸음이 무척 더디어진다.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횟수도 부쩍 늘어난다.




오전 11시27분
월출산의 아름다운 바위 능선을 사방으로 살필 수 있는 최고 경관을 자랑하는 장소인
해발고도 590m 바람재 삼거리에 도착해 이마의 땀을 씻어낸다.
남서쪽 멀리 옅은 안개에 휩싸인 영암호의 모습도 어렴풋이 눈에 들어 온다.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개최되는 자동차 경주인 F1 경기장이 저곳 영암호 부근에 있다.




시선을 서서히 우측으로 돌려본다.
서쪽 방향으로는 향로봉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눈에 들어온다.
저 길을 따라 가면 해발고도 743m 인 향로봉을 지나 5km 거리의 암릉을 따라
또 다른 월출산 산행 기점인 도갑사에 이르게 된다.




시선을 계속 우측으로 옮겨 보면
북서 방향으로 월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위들이 모여 있어
마치 수석전시장을 연상케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중앙부에 마치 큰 바위에 사람 얼굴을 새겨 놓은듯한 거대한 암반이 구정봉이다.




시선을 계속 우측으로 옮긴다. 영암군 군서면 농공단지 쪽인듯 하다.
비옥한 농토를 휘감아 돌아나가 영산강으로 합류하는 영암천 주변의 드넓은 농토를 바라보니
절로 마음이 푸근해 진다.
30여년만에 가장 적은 생산량을 보였다는 우리의 주식인 쌀.
국내생산 400만톤의 일부를 생산해 내는 농토가 저곳에 있기 때문이다.




계속 시선을 우측으로 옮겨 본다.
드넓은 농토를 조망할 수 있게 하려는듯 급격히 낮아졌던 암릉들이 다시 솟아 오른다.
북쪽으로는 영암군청 소재지인 영암읍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 전 옛날 이곳 월출산에는 움직이는 바위라는 뜻의 동석(動石) 3개가 있었는데,
어느 중국인이 이 바위들을 산 아래로 떨어뜨리자 그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 바위가 바로 "영암(靈巖)"인데, 이 동석 때문에 큰 인물이 많이 난다고 하여
고을 이름도 영암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계속 시선을 우측으로 옮겨 이번에는 북동쪽을 바라본다.
멀리 1km 남짓 떨어진 지점에 우뚝 솟은 큰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바로 저곳이 월출산 최고봉인 해발고도 809m 의 천황봉이다.
저곳까지 거리는 1km 이지만 험한 바위 능선길인지라 쉬임없이 움직여도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다.
사진 우측 끝의 바람재 전망대를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긴다.




바람재 전망대로 향하며 천황봉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당겨본다.
여타 바위산들에 비해 비교적 넓은 천황봉 정상부는 이미 부지런한 산꾼들로 초만원이다.
나 또한 저들 틈에 뒤섞이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오전 11시35분
해발고도 743m 인 향로봉과 711m 인 구정봉을 뒤로 하고 바람재를 벗어나 천황봉으로 향한다.
사람 얼굴을 닮은 구정봉은 이곳 월출산의 여러 봉우리 중 가장 유명한 봉우리이다.
『고려사지리지』(영암)에 "(월출산에) 구정봉(九井峯)이 있다."라는 기록에 처음 등장해
그 이전부터 지명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봉우리이다.




구정봉 정상에 올라 있는 몇몇 산꾼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세종실록지리지』(전라도)에 의하면 봉우리 꼭대기의 평평한 곳에 '요(凹)'모양처럼 움푹 들어가 물이 담겨 있는,
마치 동이 같은 곳이 아홉 군데가 있기 때문에 '구정봉'이라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 구멍들은 풍화혈(風化穴)의 일종인데, 화강암이 오랜 세월 침식,풍화에 의해 작은 홈이 생긴 것이다.




진행 방향으로 천황봉을 계속 바라보며 이어지는 산행길이다.
천황봉에서부터 남동 방향으로 기묘한 형태의 바위들이 수석전시장을 이룬다.
저 멋진 암릉들은 약 9천만년 전에 땅속에 형성되어 있던 화강암이
지표면 아래에서 심층풍화를 받은 후 어떤 연유로 지표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한다.
자연의 오묘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전 11시42분
거대한 암반 좌측에 마치 기둥처럼 세워져 있는 바위 사이를 지나 산행로는 이어진다.
이 바위의 이름이 '남근(男根)바위'이다.
그래서인지 너도나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부산스럽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 보아도 비슷하게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남근바위 사이를 지나 반대편에서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더구나 맨 위에 바위 하나가 절묘하게 얹혀있다.
구정봉 산허리에 있는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숨어 지내던 여인네들이 베를 짰다고 전해지는
여성의 국부를 닮은 베틀굴과 대비되는 남근바위의 형상이 제대로 나온다.
더구나 이 남근바위 상단에서 자라는 철쭉은 매년 봄이면 철쭉꽃을 활짝 피워
생명 탄생의 신비를 전해준다고 한다.




일명 '구정치'라고도 불리우는 바람재를 지나 천황봉으로 향하는 암릉길 구간에서는
어느 순간 어느곳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눈 앞으로 절경이 펼쳐진다.
위험한 바위를 조심스레 지나며 우측으로 눈을 돌려본다.
눈 아래 보이는 저수지는 오늘 산행 들머리였던 주차장에서 남쪽으로 2km 남짓 떨어진
월남저수지인듯 하다.




바위가 많지 않은 육산의 경우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있으면 예외없이 이름이 붙어있기 마련이지만,
이곳 월출산은 온통 기묘한 형태의 바위 투성이인지라 빼어난 형태의 바위가 아니면 이름을 갖기 어렵다.
이 바위 앞에는 '돼지바위'라는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다.
햇빛을 받는 반대편에서 바라보니 비로소 돼지와 흡사하게 보인다.
안내 간판에는 들려진 코와 힘찬 모습이 수컷돼지를 닮았다고 씌어있다.




낮 12시21분
해발고도 690m 지점의 넓고 전망 좋은 바위에서 동행한 일행들이 둘러 앉아 점심과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천황봉을 향해 힘든 걸음을 시작한다.
비록 나무가 거의 자라지 못하는 바위 투성이의 산인지라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기는 하지만
마음 맞는 이들끼리 웃으며 나누는 한끼 식사만큼 즐거운 시간도 없음을 느낀다.




마치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이는 천황봉이건만 험하디 험한 바위 봉우리들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암봉이 버티고 있다.
위험한 암봉들을 수도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은
이미 고통의 극한점 가까이 다다른듯 하다.
예쁜 얼굴로 간드러지게 노래하는 가수 '하춘화'의 '영암아리랑' 노래의 느낌만으로
월출산을 찾은 이들은 무척 힘들어한다.




낮 12시25분
바람재를 떠난 후 바위 봉우리를 여러개 넘은 시점인데도 아직 천황봉까지 남은 거리가
0.6km로 표시된 이정표를 지난다. 암릉 구간을 지나는 일이 수월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나마 우측 절벽 아래로 월출산 남쪽인 강진군 성전면의 시원한 경치를  바라보며 힘을 낸다.




시원하고 멋진 경치는 우측  눈으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북쪽으로도 영암읍 부근의 드넓은 평지가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이곳 월출산 지역은 지난 1988년 우리나라 20번 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공원의 총 면적이 41.88㎢ 로 지리산 국립공원 면적의 1/10에 불과한 작은 국립공원이다.
하지만 면적이 좁은만큼 이처럼 남쪽과 북쪽의 광활한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낮 12시34분
이제 해발고도 700m 를 넘어섰다. 바로 눈 앞으로 천황봉 정상부가 보인다.
남은 거리는 0.3km. 바윗길은 더 험해지고 바위 틈을 비집고 올라야하는 좁은 등산로는 정체가 심하다.
대도시 인근 산에 비해 그리 많은 산행객이 몰린 것은 아니지만 등산로가 워낙 험하고 좁기 때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바위 사면을 타고 오른다.
높이 오를수록 주위로 펼쳐지는 절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고려 명종 때의 시인 김극기(金克己)는 “월출산의 많은 기이한 모습을 실컷 들었거니,
그늘지며 개고 추위와 더위가 서로 알맞도다.
푸른 낭떠러지와 자색의 골짜기에는 만 떨기가 솟고 첩첩한 봉우리는 하늘을 뚫어 웅장하며 기이함을 자랑하누나.”
라고 예찬한바 있다.




멀리 뒤쪽인 남서쪽을 망원렌즈로 당겨 보면 온통 바위 투성이인 이곳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5km 남짓 떨어진 구정봉 부근에서부터 미왕재로 이어지는 드넓은 억새밭에도 산행객들이 꼬리를 물고 지난다.




이곳 월출산은 천황봉을 중심으로 높이 솟은 산체가 견고한 석영반암과 분암류로 구성되어 있어
수목이 잘 자랄 수 없는 급경사의 지형을 이룬다.
고로 기암괴석이 많아 호사가들은 이곳을 남국(南國)의 소금강(小金剛)이라고도 부른다.

조선 세조 때의 시인이며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金時習)도
“남쪽 고을의 한 그림 가운데 산이 있으니,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 오르더라.” 하고 노래한바 있다.




낮 12시52분
두 발은 물론 두 손까지 사용해 암반을 기어 오르느라 힘에 부칠 즈음
월출산 최고봉인 천황봉에 무거운 몸을 내려 놓는다.
수많은 산행객들로 붐비는 정상부에서 가슴 깊이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신다.




남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지금까지 지나온 바위 능선이 보인다.
힘들게 지나온 길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온갖 형태로 솟은 바위들의 모습을 보니 설악산, 주왕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岩山)으로 꼽히는 이유를 알만하다.




이제는 눈을 북동쪽으로 돌려 잠시 후 천황사 주차장으로 하산할 구간을 살펴 본다.
하산시에도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를 타고 넘어야 할 산길이 만만치 않다.
다리 힘이 모자라는 등산 초심자들에게는 하산할 때 다리가 풀려 사고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동행한 일행들에게도 주의를 환기 시킨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려는 행렬이 끝이 없다.
잠시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재빨리 셧터를 누른다.
정상석 뒤로 보이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더구나 하늘이 도우심인지 오늘따라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포근함 마저 느낀다.




낮 12시58분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천황사 주차장을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이곳 월출산의 명물 중 하나인 1.7km 거리의 구름다리를 향해 급경사 내리막 바위길로 들어선다.
바위 봉우리 바로 아래의 사자저수지와 멀리 쌍정저수지의 물빛이 파란 하늘을 닮아 푸르게 빛난다.




오후 1시4분
천황봉 아래 100m 지점의 통천문을 지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바위굴로  통천문이라는 명칭은
월출산 최고봉을 지나 하늘로 통한다[通天]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 전해진다.




통천문을 지나 급경사 내리막길에 만들어진 철계단에 들어서자 눈 아래로 멋진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좌측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월출산에서도 가장 오르기 험난한 봉우리인 사자봉이다.
릿지 등반의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오후 1시27분
천황봉에서 0.8km 남짓 지나온 지점의 전망 바위에 올라 북서쪽 방향으로 천황봉을 올려다 본다.
고작 0.8km 를 오는데 30분이 소비될 정도로 바윗길은 험하고 좁다.
특히 무릎이 튼튼하지 못한 이들은 무척 힘들어하는 구간이다.




이제 이곳을 벗어나면 천황봉 정상부를 더 이상 볼 수 없게되므로
30분 전 잠시 머물렀던 천황봉 정상부를 망원렌즈로 가까이 살펴 본다.
깊어가는 늦가을 휴일을 저처럼 공기 맑은 산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 아닐까 한다.




오후 1시37분
사자봉 바로 남쪽 아래를 지나며 위를 올려다보니 오늘도 예외없이
암벽등반에 열심인 산꾼들이 여럿 보인다.
저곳 정상부에는 자그마한 추모비가 하나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누군가 사고를 당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들의 안전을 기원해 본다.




사자봉 정상부에서는 이제 막 아래로 하강을 하기 위한 로프 점검 등으로 분주하다.
사자봉이라는 명칭은 암봉의 모양이 수사자의 갈기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졌다고도 하고,
건너편의 바람폭포에서 바라본 모양이 사자가 앞발을 구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하였다고도 한다.




사자봉 부근을 지나며 고도를 낮췄던 하산길은 다시 오르막 경사기 이어지는 바윗길로 바뀐다.
3시간 이상 이어진 산행길인지라 다리에 조금씩 피로감이 느껴진다.
짧은 가을 햇살도 빠른 속도로 서쪽으로 기울어가며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월출산 수석전시장을 보여주기가 아까운지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여준다.




오후 2시2분
하산길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오르막 경사길이 이어지던 산길은
구름다리까지 0.3km 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 부근에서 정점을 찍는다.
해발고도 660m 지점에서는 사진 중앙부의 사자저수지및 좌측 상단부의 쌍정저수지와 더불어
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이루는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천황사주차장이 사진 좌측 하단에 선명히 보인다.




오후 2시12분
암봉 기슭을 따라 설치된 급경사 내리막 철계단으로 들어서면서 눈 아래로 이곳 월출산 명물인
구름다리의 일부가 보인다. 절로 다리에 힘이 붙는듯 하다.




구름다리 입구까지는 한동안 좁고 가파른 철계단이 길게 이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통 바위 투성이인 산행을 힘겨워하는 대다수의 산행객들이
길고 힘든 이곳 구름다리를 지나는 구간을 피해 짧고 편한 길로 하산을 하는 관계로
인파가 붐비지 않음이다.




구름다리가 지나는 부분은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빛이 가려 어둡다.
120m 허공에 떠 있는 다리 아래에서 찬 바람이 불어와 노출된 피부를 스치는 느낌이 을씨년스럽다.




시루봉과 매봉 사이를 잇는 이 현수교(懸垂橋)를 건너야만 하산을 할 수 있다.
간혹 고소공포증을 느끼는 이들은 동행의 도움을 받으며 건너간다.








 

길이 54m 의 구름다리를 건너왔다. 해발고도 510m 지점에 놓인 이 다리는 높이 120m 허공에 걸쳐 있다.
1978년에 처음 가설한 다리가 노후되어 철거 후 지난 2006년에 다시 놓은 다리라고 한다.




누군가 이 다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긴 다리라고 설명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잘못된 정보이다. 나 자신 매년 가을 단풍철이면 한 번씩은 찾는 경북 봉화 청량산의 하늘다리는
자란봉(해발 806m)과 선학봉(해발 826m)의 해발 800m 지점을 잇는 길이 90m의 다리이다.




오후 2시26분
구름다리를 벗어나 1.9km 거리의 천황사 주차장을 향해 다시 하산길을 이어간다.
구름다리를 지나면서부터는 비교적 넓은 계단이나 철책 등으로 안전시설을 갖추어 놓은 편한 길이다.
아마도 구름다리까지만 둘러보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일반 탐방객들을 위한
국립공원 당국의 배려인듯 하지만 순수 산꾼들은 오히려 이런 인공적인 길에 거부감을 느낀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급경사 하산길에는 아직 원색으로 물든 단풍이 조금은 남아 있다.
주차장까지 1km 남짓 남은 지점부터는 이곳 바람골을 따라 흘러 내리는 물줄기도 제법 세차다.
간혹 이처럼 작은 폭포를 이루며 눈요기를 시켜 주기도 한다.




오후 2시56분
산행로에서 벗어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100m 쯤 오르막길을 오르면 천황사가 있다.
대나무숲 사이로 돌계단을 밟으며 오르는 오솔길이 정겹다.
멀어져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기분이 너무 좋다.
4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 산행에 지친 동행들은 모두들 힘들다며 그냥 지나친다.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해 고려시대에 크게 융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천황사 경내는 인적조차 없다.
대한불교범화종에 소속된 사찰이었는데, 지난 2001년 봄 화재로 소실된 것 까지는 알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천황사의 당초 이름이 '사자사' 였다는 사실도 확인하는 등
복원이 곧 시작될 듯 하더니만 지금은 대적광전 우측 한 켠에 빛 바랜 복원계획 조감도만 우두커니 서 있다.




오후 3시19분
아직은 원색으로 물든 나뭇잎과 발 밑에 밟히는 낙엽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예쁜 길 저 끝에 국립공원 탐방안내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행정구역은 전남 영암군 영암읍 개신리이다.




산행을 끝낸 후 주차장 부근 공터에서 간단한 간식과 음료수 한 잔으로
피로와 허기를 달랜 후 눈 앞을 가로 막듯 버티고 선 바위 능선을 바라 본다.
'달 뜨는 산' 이라 해서 "월출산(月出山)이라는 이름을 얻은 곳.
저 압도할듯한 바위 능선에 둥근 보름달이 떠 오르면 얼마나 멋진 모습일까를 그려보며
휴일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귀가 길에 오른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이날 산행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