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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만복대에 올라 추석 연휴의 피로를 씻어 내다.


2012년 10월1일 오전 10시59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월의 첫날.
연휴 기간 동안의 게으름으로 인해 피로에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한 만복대 산행을 위해
해발고도 1,090m 지점인 성삼재 휴게소 주차장 부근 861번 지방도로 변에서 차를 내려 산길로 들어선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자마자 높은 산 숲길은 이미 가을 느낌을 물씬 풍긴다.
행정구역상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인 이곳에서 만복대까지 거리는 5.3km이다.




성삼재에서 500m 떨어진 곳에는 작은 헬기장이 마련되어 있다.
만복대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북쪽 방향이지만 좌측인 서쪽 방향으로 길을 택하면
2.5km 떨어진 당동마을을 거쳐 매년 이른 봄아면 노란빛으로 온 산과 들을 물들이는
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산수유마을로 이어진다.
북쪽으로 멀리 고리봉을 바라보며 산행길을 이어 간다.




윤기 나는 짙은 녹색 잎을 간직한 조릿대 군락을 지난다.
지리산 등반에 나서는 이들 대부분이 성삼재에서 시작하여 동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노고단,반야봉,토끼봉,명선봉 등을 거쳐 천왕봉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이곳 지리산 서쪽 능선은 산행객이 많지 않기 때문일게다.
붐비지 않는 한적함이 마음에 든다.




오전 11시33분
만복대까지 3.5km를 남겨둔 지점. 고리봉을 200m 남짓 남긴 지점에서
뒷쪽인 남동 방향으로 조망이 트인다.
사진 우측의 성삼재 주차장 위 해발 1,356m 종석대에서부터 좌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눈을 돌리면
좌측에 노고단이 보인다.




해발고도 1,507m 지점인 노고단 정상부를 가까이 살펴 본다.
연휴 마지막 날을 보내는 많은 행락객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山洞面)과 토지면(土旨面)의 경계에 위치한 노고단은
천왕봉,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우리로 일컬어지는 곳으로 지리산 남서부 35만여평의 광활한 고원으로
신라시대에 화랑국선(花郞國仙)의 연무도장이 되는 한편 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던 곳이다.




지난 해 10월23일 오후 저곳 노고단 정상석 앞에 섰던 기억이 새롭다.
일명 '길상봉'이라고도 하는 '노고단[老姑壇]'의 '노고(老姑)'는 늙은 할머니을 뜻하는 것이며
도교(道敎)에서 온 말로, 우리말로는 ‘할미단’이며,
‘할미’는 국모신(國母神)인 서술성모(西述聖母:仙桃聖母)를 일컫는 말이라 한다.
*이 사진은 지난 해 10월23일 노고단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노고단 우측 아래 성삼재 주차장에는 연휴 마지막 날을 즐기려는 행락객들의 차량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성삼재는 지리산 능선 서쪽 끝에 있는 고개로, 높이 1,090m 이며,
오래 전인 마한 때 성씨가 다른 세 명의 장군이 지켰던 고개라 하여 성삼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오전 11시36분
해발고도 1,248m 고리봉 정상석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 성삼재에서 만복대,정령치를 거쳐 팔랑치,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부 능선에는
이곳에서 북쪽으로 정령치를 지나면 또 하나의 고리봉이 있다.
그런 연유로 해발 1,305m 인 북쪽의 고리봉을 큰고리봉, 이곳을 작은고리봉이라 부른다.

이곳 봉우리 이름이 고리봉인 것은 오랜 옛날 석기시대에는 아랫마을인 운봉읍이 호수였다고 전해진다.
그 당시 호수에 떠 있는 배를 묶었던 봉우리인지라 '고리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운봉읍에는 '주촌리(舟村里)' 가 있는데,
운봉이 큰 호수로 있을 때 사람들이 고리봉에 배를 매고 고기잡이 생활을 하였다 하여
‘배 주(舟)’자를 넣어 배마을[舟村]이라 했다 한다. 예로부터 주촌리를 배말, 또는 뱃물이라 하였다.




고리봉에서 서쪽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아름다운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매년 3월 중순에서 하순사이에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로 온 천지를 물들이는
상위마을과 하위마을로 이어지는 이른바 산수유마을이 눈에 익은 풍경이다.
매년 산수유 필 때 찾는 저곳. 내년 봄에 또 찾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인다.




북쪽으로 눈을 돌려 본다. 부드러운 산자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크고 작은 봉우리 너머 멀리 끝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난다.
오늘 산행 구간 중 가장 높은 지점인 만복대 정상부가 눈에 선명히 들어온다.




고리봉을 지나 다시 북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한동안 이와 같은 조릿대 군락을 지나는 길이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조릿대 군락이 워낙 밀생한 구간인지라 마치 밀림을 헤치듯 지나 간다.
옷자락을 스치며 사그락거리는 댓잎 소리가 경쾌하게 귓전을 때린다.




오전 11시50분
이제 만복대까지는 3.2km 남짓 남은 지점이다.
비교적 일찍 단풍이 시작되는 참나무 계통의 활엽수들이 많은 구간을 지난다.
가을이 깊어감을 느낀다. 요즘 맑고 청명한 날씨를 보니 올 가을 단풍은 유난히 고우리라는 느낌이 든다.




한 달여 전 백두대간 금대봉 산행시 무수히 만났던 투구꽃이 가을철 낮은 기온을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 간다.
투구꽃은 땅 속에 덩이줄기를 하고 있는데 그 모양이 까마귀 머리를 닮았다 하여
초오(草烏)또는 오두(烏頭)라고 하며, 오두의 자근(子根)을 부자(附子)라고 한다.
독성이 강해 옛날 사약의 재료로 많이 이용되었으며,
가을에 즙을 낸 것을 햇볕에 말려 화살촉이나 창에 묻혀 짐승을 사냥할 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해발 1,090m 성삼재에서 시작해 만복대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크고 작은 많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구간이다.
해발 1,108m 묘봉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북쪽을 바라 보면 만복대가 많이 가까이 다가와 보인다.
성삼재에서 3.1km를 왔으니 이제 만복대까지는 2.2km 거리이다.

이곳에 묘봉치란 이름이 붙은 연유는 동쪽(卯方:묘방)에 지리산 주 능선상의
해발 1,534m 토끼봉이 있어 그 이름을 얻었다는데,
또끼봉 또한 지리산 주능선의 서쪽에 있는 봉우리로 반야봉을 기점으로
24방위의 정동(正東)에 해당되는 묘방(卯方)에 있다 하여 토끼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나무 숲 아래에는 가을 햇살을 받으며 피어나는 예쁜 꽃이 보인다.
일명 관음초(觀音草) 등으로도 불리우는 용담(龍膽)이다.
뿌리는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데 맛이 쓰다.
이 쓴 맛은 위장 내에 들어가서 위액 분비를 촉진시키므로 건위·소화의 작용을 나타낸다.
또, 담즙의 분비를 활성화시켜 간장과 담낭의 질환을 치유하기도 하고,
항균효과가 있어서 세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낮 12시25분
묘봉치를 지나면서부터 키 큰 나무는 거의 눈에 띄지 않고 키 작은 활엽수와
이처럼 사람 키를 훨씬 넘는 억새 등 온갖 풀들이 무성하다.
억새 숲을 헤치고 지나며 하늘을 올려다 보면 가을이 깊어감을 실감한다.




억새 숲을 헤치고 남동쪽으로 눈을 돌려 본다.
 우측으로 조금 전 지나온 고리봉에서부터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고
그 너머로 멀리 우측 끝 노고단에서 좌측 끝 해발 1,732m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눈에 들어 온다.
저 아름다운 능선을 바라보자니 단풍이 절정을 이룰 이달 하순경에
노고단에서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단풍에 심취할 그 때가 기다려 진다.




해발고도 1,200m를 넘어 1,300m 에 가까워지면서 여름철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한 나뭇잎은 잘 보이지 않는다.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들어가는 나뭇잎 사이로 걸음을 옮긴다.
지난 가을 떨어진 묵은 낙엽 위로 일찍 시든 낙엽들이 켜켜이 쌓인 숲길.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길섶에서 활짝 웃는듯 피어있는 예쁜 참취꽃도 만난다.
어린 순을 데쳐서 취나물이란 이름의 나물로 무쳐 먹는 이 참취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다이어트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되며
칼륨 함량이 높아 체내의 나트륨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낮 12시49분
만복대까지 채 1km를 못 남긴 지점에서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대가 시작된다.
키 큰 나무는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억새를 비롯 키 작은 관목 숲이 이어진다.
때 마침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만복대 정상부만을 비춰 준다.
마치 내가 저곳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반가이 맞겠다는듯이..




망원렌즈로 정상부를 가까이 살펴 본다.
일행 중 앞선 이들은 이미 정상석 앞에 모여 멋진 경치에 심취해 있다.
그렇지만 나 자신 오늘은 부드러운 산세에 걸맞게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천천히 걸음을 이어 간다.




오후 1시24분
만복대 정상을 300M 정도 남겨둔 지점의 전망 좋은 바위 위에서 점심 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억새 숲을 헤치고 만복대 정상부로 향한다.
이 부근은 억새밭을 보호하기 위함인듯 등산로 주위에 밧줄로 경계를 구분해 놓았다.
눈이 부시게 파란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 다닌다.




해발고도 1438.4m 라 표시된 만복대 정상석 앞에 올랐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버스 1대로 도착한 40 여명의 우리 일행 외의 산행객은
눈에 띄지 않는다. 혼잡하지 않음이 내 마음을 더욱 흡족하게 한다.




만복대 정상에서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20km 이상 떨어진 곳
흰 구름과 맞닿은 지리산 주능선상에 우뚝 솟은 해발 1,915m 천왕봉이 눈에 들어 온다.
그 좌측 가까이 해발 1,875m 중봉, 그리고 조금 간격을 두고 해발 1,781m 하봉도 뚜렷이 보인다.




20여 km 떨어진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을 망원렌즈로 가까이 당겨 본다.
천왕봉 좌측은 중봉이다. 항상 연무와 안개에 싸여 희미하게 보이던 천왕봉이 오늘은 비교적 선명히 보인다.
어리석은 사람도 산을 다녀가면 '지혜롭게 달라진다(智異:지리)'하여 그 이름을 얻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
한동안 그 위용을 응시한다.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래쪽으로 자그마한 고기저수지의 파란 물빛이 뚜렷하고
그 아래로 고기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고기리를 지나 그 너머로 보이는 농촌 마을이
옛날 석기시대에 운봉이 큰 호수로 있을 때 사람들이 고리봉에 배를 매고 고기잡이 생활을 하였다 하여 ‘
배 주(舟)’자를 넣어 배마을[舟村],배말, 또는 뱃물이라 하였던 '주촌리(舟村里)'이다.




흔히 젊은 산행객들은 성삼재에서 정령치까지 7.3km의 산길을 2시간 반에 주파했다느니 하며
빠른 속도를 자랑하곤 한다. 그러나 멋진 경관을 마음에 담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산행을 한다면 그는 돈과 시간의 낭비가 아닐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시간을 여유있게 잡은 오늘 오랫동안 만복대 정상부에서 오랫동안 머문다.
너무나 맑고 상쾌한 날씨인지라 동쪽 아래 방향에서 바라보는 멋진 만복대 정상의 경치에 한참 눈길을 멈춘다.




'만복대(萬福臺)'란 명칭은 풍수지리적으로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고도 하며, 사방으로 복을 내려주는 봉우리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섬진강의 지류인 서시천(西施川)이 이곳 만복대의 서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곳.
만복대는 자신을 비움으로써 모두에게 만복을 누리게 하는 산인지도 모를 일이다.




오후 1시55분
만복대를 떠나 2km 남짓 떨어진 정령치를 향해 북쪽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정령치,큰고리봉,세걸산,세동치,팔랑치,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능선 왼쪽의 마을은 남원시 운봉읍의 고기리,주촌리,공안리,덕산리,행정리 등이 연이어 이어지며
멀리 봄철 철쭉축제로 유명한 바래봉 아래 용산리까지 눈에 들어 온다.




오후 2시18분
20여 분 전 떠난 만복대 쪽을 뒤돌아 본다.
이름만큼 복스러운 산으로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가을철 억새군락을 보며 전형적인 초가지붕을 연상케 한다고도 했고,
또 어느 누군가는 거대한 젖무덤처럼 부드럽게 솟아 오른 모습에서
어릴 적 어머니 품에 안겼던 포근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찌됐든 보면 볼수록 복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옴은 분명하다.




오후 2시30분
이제 산행 종점인 정령치에 도착할 때까지는 지리산 주능선을 볼 수 없다.
내리막 숲속으로 들어서며 사랑하는 연인을 멀리 떠나보내는 심정으로 천왕봉 주위를 조망한다.
저 높은 산 주위가 오랜 옛날인 선캄브리아기, 그리고 고생대 중기까지는 바다였으며,
고생대 말기에는 넓은 호수였다고 하니 자연의 힘에 비해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곱씹어 본다.




오후 2시52분
멋진 자태를 뽐내며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 오르는 낙엽송 사이로
737번 지방도로와 그 도로변에 자리한 정령치 휴게소가 어렴풋이 보이는 곳.
급경사 내리막길에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오후 2시55분
4시간 여에 걸친 산행을 끝내고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한다.
주차장 너머 작은 봉우리를 따라 걸음을 이어가면 큰고리봉,세걸산을 거쳐 바래봉에 닿게 된다.




해발고도기 1,172m임을 알리는 큰 입간판이 휴게소 동쪽 끝에 마련된 전망대 옆에 서 있다.
그 너머로 멀리 흰 구름이 띠를 두른듯 늘어선 구름 아래로
천왕봉,중봉,하봉,두류봉이 좌측으로 늘어서 있다.
이곳 휴게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오늘처럼 시계가 좋은 날이 드물다 한다. 복 받은 날이다.




천왕봉을 다시 한 번 가까이 살펴 본다. 어리석은 사람이 지혜로워진다는 "지리산(智異山)".
신라시대에는 백두산의 맥세(脈勢)가 흘러내려서 이루어진 산이라 하여 두류산(頭流山)으로 불리웠다.
또한 중국 전설에 나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도 불리웠었다.·




오후 3시.
정령치 휴게소를 떠나며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의 행복했던 지리산 서북부능선 산행을 마치고
귀가 길에 오른다.
이곳 이름인 '정령치'는 서산대사 휴정(休靜 1520~1604)의 《황령암기( 黃嶺庵記)》에 의하면
BC 84년 경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鄭)씨 성을 가진 장군을 파견하여 지키게 하였는데
이로 인해 '정령치(鄭嶺峙)'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이날 성삼재에서 정령치까지 이어진 산행 구간이다.
총 7.3km 거리를 4시간 좀 못 걸려 걸었으나 휴식 시간을 1시간 이상 가진 때문으로
휴식 없이 걸으면 3시간 정도에 산행이 가능한 힘들지 않은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