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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으로 붉게 물든 불갑산을 거쳐 영광굴비의 본고장 법성포로

2012년 9월22일 토요일 오전 10시11분
매년 이맘 때 불 타오르듯 붉게 물드는 꽃무릇을 보기 위해 찾은 전남 영광 불갑산.
마침 하루 전부터 시작된 축제행사의 여파로 주차장으로 진입을 못하는 차에서 내려
1Km 이상 떨어진 불갑사 주차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가득 채운 인파에 뒤섞여 걷는다.
이곳의 행정구역은 전남 영광군 불갑면 모악리이다.




2차선 도로 양쪽 길섶은 마침 개화기를 맞아 활짝 피어난 꽃무릇으로 뒤덮여 있다.
가을 햇살을 받아 붉은 빛이 더 강렬하게 빛나는 꽃송이들
주변이 온통 불타듯 붉게 물든다.




불갑사 입구 주차장까지 15분 이상 이어지는 도로변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우측으로 도로변은 물론 넓게 펼쳐지는 논두렁,밭두렁에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다.




도로 좌측의 풍경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 얼굴만 붉게 물든게 아니라 마치 마음까지 붉은빛이 가득 퍼진듯 하다.




오전 10시 27분
200 여m 전방에 불갑사 일주문이 보이는 지점에서 수많은 인파의 물결로부터 벗어나
불갑사 북쪽을 병풍처럼 감싸 안은 불갑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찾아 좌측길로 들어선다.
완만한 경사의 언덕 사면에도 붉은 꽃무릇이 온통 뒤덮인 모습이다.




15분 이상 인파로 뒤덮인 도로를 따라 걷는동안 느꼈던 답답함이 등산로로 접어들며 사라진다.
해발고도 50~60m 정도인 이 지점에서 1.5km 정도 거리인 해발고도 400m 정도의 덫고개까지 오르려면
많은 땀을 흘려야할테지만 자연의 품에 안기게된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진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꽃무릇을 자세히 살펴본다.
흔히들 이 꽃무릇을 '상사화(相思花)'라고들 부르지만 잘못된 것이다.
이 꽃은 일명 '석산(石蒜)'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이며 "상사화"라는 꽃은 따로 있다.

꽃과 잎을 동시에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상사화와 공통점이 있으나
이 붉은 꽃무릇은 원산지가 일본이며 9월 중순경 꽃이 피고 진 후
비로소 잎이 돋아나와 겨울을 넘긴 후 봄철이 되면 또 다시 잎은 시들어 없어진다.
그래서 흔히들 편의상 '상사화'라 칭하는 모양이다.




참고로 이 사진의 꽃이 우리나라 원산인 '상사화(相思花)'로
지난 2010년 9월19일 고창 선운사에서 찍은 것이다.

붉게 핀 '꽃무릇'과 같은 백합과이지만 '꽃무릇'이 꽃이 피고 진 후 잎이 나는데 반해
이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났다가 6~7월에 잎이 진 후 8월에 꽃대가 외로이 솟아 올라 꽃이 핀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고 하여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었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초입부터 이처럼 산행 중 가장 지나기 싫은 계단을 만난다.
계단을 오르느라 땀이 흐르고 다리는 아프지만 녹음 우거진 숲속
진 초록색 나뭇잎과 대비되는 붉은 꽃의 물결이 피로를 조금은 덜어주는듯 하다.




요즈음 산행 중 가장 자주 만나는 야생화의 하나인 며느리밥풀꽃이 군락을 이룬다.
그 군락 한 가운데 피어난 꽃무릇은 유난히 요염해 보인다.
하나의 꽃대 끝에 여섯 송이의 꽃을 활짝 피운 꽃무릇의 모습을 바로 위에서 자세히 살펴 본다.
꽃잎은 뒤로 말리고 수술이 유난히 길게 튀어 나온 모습이 너무나 특이한 꽃이다.
선이 굵고 투박한듯한 우리네 정서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극히 일본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꽃임은 분명해 보인다.<




온통 붉은 꽃무릇으로 뒤덮인 숲길 한 귀퉁이에 작은 군락을 이루며 피어난 이 꽃의 이름은 "며느리밥풀꽃"이다.

시어머니에게 구박 받으며 쌀밥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죽은 불쌍한 며느리의 무덤 위로 피어난 꽃.
이 애처로운 야생화는 분홍 빛 입술에 흰 밥알 두 알을 물고 피어난다.
이 땅의 모든 시어머니들은 대오각성하여 "꽃며느리밥풀"은 물론
"며느리밑씻개"라는 요상한 이름의 야생화에게도 이름을 바꿀 명분을 제공하기 바란다.




오전 10시59분
온몸에 흐르는 땀을 식히기 위해 남쪽 방향으로 조망이 트이는 큰 암반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따뜻한 초가을 햇살을 받으며 파란색 꽃망울을 터뜨린 일명 '달개비'라 불리는 '닭의장풀' 군락 너머로
'불갑사제'라는 이름을 가진 자그마한 저수지 옆으로 자리한 불갑사 경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불갑사(佛甲寺)를 조금 가까이 살펴본다.
비록 현재는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전남 장성군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 백양사의 말사이지만
384년(백제 침류왕 원년)에 인도에서 와서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파한 마라난타가 창건하였다고도 하고,
백제 문주왕 때 행은이 창건하였다고도 전해지기도 하는데
"불교(佛)를 이 땅에 전한 최초(甲)의 사찰" 이라는 의미로 절 이름을 지을 정도로 크고 유명한 절이었다 한다.
백제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포구라는 법성포는 이곳 불갑산 산행 후 오후에 방문할 예정이다.




오전 11시4분
해발고도 400m 정도 지점까지 오르자 비로소 완만한 경사의 걷기 편한 산길이 이어진다.
온몸에 흐르던 땀줄기도 조금씩 줄어든다. 길섶을 뒤덮은 꽃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며 걷는다.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이곳에서뿐 아니라 고창선운사, 함평 용천사 등에서 만나는 꽃무릇이지만
금년들어 처음으로 만난 꽃이기 때문일게다.




오전 11시7분
자그마한 정자가 마련된 덫고에서 다른 산행객들과 어울려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에 '덫고개'라는 이름이 붙은건 오래 전인 1908년 어느 농사꾼이 파 놓았던 덫에
호랑이가 걸린 후부터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팔각정 정자 옆 한 귀퉁이 온통 붉은 꽃무릇으로 뒤덮인 숲길 가장자리에서 '참취꽃'이 밝게 웃는다.
어린 순을 데쳐서 취나물이란 이름의 나물로 무쳐 먹는 이 참취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다이어트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되며
칼륨 함량이 높아 체내의 나트륨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오전 11시23분
덫고개까지 북동 방향으로 이어지던 산행길은 덫고개를 지나면서 남쪽 방향을 향하며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걷기 편한 능선길이다.
큰 자연암반이 가로막은 곳에 많은 산행객들이 몰려 있다.
1908년 덫고개에서 잡힌 호랑이가 서식했던 곳으로 알려진 자연 동굴 앞이다.




동굴 앞에는 호랑이 모형이 만들어져 있지만 이곳에 살았던 호랑이 실물 박제는 다른 곳에 있다.
당시 잡힌 호랑이를 논 50마지기 값인 200원에 사들인 어느 일본인이 호랑이를 도쿄로 운반해
표본 박제한 후 당시 일본인 학교였던 지금의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기증했다고 하며,
현재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보관중인 것이 남한지역에서 잡힌 호랑이가
박제표본으로 보관되고 있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전 11시29분
덫고개에서 0.4km 떨어진 노적봉에서 잠시 한숨 돌릴 여유를 갖는다.
전남 영광과 함평의 경계를 이룬 이곳 불갑산은 백제 불교 도래지로 이름난 불갑사를 품고 있는 산이다.
과거에 모악산(母岳山)이라 불리다 불갑사가 들어선 이후 구수재를 중심으로 하여
동쪽 부분을 따로 떼어 불갑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만 보더라도 불갑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주위로 보이는 부드럽고 아늑하기 그지없는 산세를 보고 있자니
어머니의 품과 같은 산이라하여 '母岳山(모악산)'이라는 이름을 얻은 연유에 수긍이 간다.




오전 11시33분
노적봉에서 짧은 휴식을 끝낸 후 다시 산행길을 이어 간다.
이제 해발고도 400m를 훌쩍 넘긴 지점.
그리 높은 산은 아닐지라도 1시간 반 가까이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피로를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오전 11시38분
노적봉에서 0.15km 떨어진 법성봉에 잠시 올랐다 내려온 후
0.22km 떨어진 투구봉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이어간다.




오전 11시59분
투구봉을 지나 장군봉으로 향하는 길은 한동안 넓고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평탄한 숲 그늘이 온통 꽃무릇 군락이다.
많은 산행객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점심식사와 휴식을 즐기는 곳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주말을 행복하게 보내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꽃무릇은 참나리나 붓꽃,식용 바나나처럼 삼배체 식물인고로 꽃은 피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
따라서 비늘줄기로 번식을 하는데 아마도 이곳 숲에는 인공적으로 비늘줄기를 심은듯 하다.
나무숲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의 흰구름과 대비되는 붉은 꽃무릇이 잘 어울린다.

*참고로 "3배체:triploid , 三倍體)" 란 염색체의 수가 기본수의 3배인 세포 또는 개체를 말하는데, 
3배체에서는 감수분열할 때에 염색체 분리가 이상이 되어 불임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꽃무릇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여인과 스님의 사랑이야기로 얽힌 전설이 있다.
혼자 애만 태우다 죽은 처녀,그리고 스님의 처소 앞에 핀 이름 모를 꽃.
꽃과 잎이 서로 같이 만날 수 없는 꽃무릇의 운명인가보다.




낮 12시4분
해발고도 475m인 장군봉 직전에 있는 계단길을 힘겹게 오른다.
지난 봄 여수 영취산에서 분홍빛으로 물든 진달래밭을 지나며 진달래꽃의 화사함으로 피로를 잊었듯이
꽃무릇의 붉은 빛으로 피로를 달래며 계단을 오른다.




이 붉은 꽃무릇의 공식 명칭은 '석산(石蒜;Lycoris radiata)'으로
'돌틈에서 나오는 마늘모양의 뿌리'라는 뜻이다.
다른 색은 없고 붉은색뿐이다.




낮 12시17분
장군봉은 너른 평지로 되어있다.
매년 이맘 때 이곳 장군봉과 또 한 곳 불갑산 최고봉인 연실봉에는 아이스케키 장수가 진을 친다.
비록 시중에서 500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을 1,500원을 줘야 하지만 더위에 지친 몸으로 느끼는 가치는 그 이상이다.
그늘에 앉아 시원한 경치를 보며 1,500원으로 산 행복감을 즐긴다.




낮 12시25분
장군봉,투구봉,노적봉으로 이어지는 북쪽 길, 그리고 해월암을 거쳐 영광 불갑사로 이어지는 서쪽 길,
연실봉으로 향하는 남쪽 길과 함평군 해보면 밀재 방향으로 향하는 동쪽 길의 네갈래 길이 합쳐지는 밀재에서
산행 중 흩어졌던 일행 몇명을 만나 점심 식사와 휴식을 취한다.
이곳 불갑산 최고봉인 연실봉까지 거리는 이곳에서 대략 500~600m 정도이며
이곳 노루목에는 통신시설등 군사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 해 9월17일 이곳 불갑산에 올랐을 때 동쪽 함평군 해보면 밀재를 출발해 연실봉을 오른 후
서쪽 구수재를 거쳐 함평군 해보면 광암리의 용천사로 이어지는 산행로를 택했으나
오늘은 지난 해와는 다른 경로를 택해 연실봉으로 향하지 않고
지난해 들리지 못했던 해불암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이 사진은 지난해 9월17일 낮 12시27분 연실봉 정상석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낮 12시44분
노루목에서 150 여m 아래 위치한 해불암에서 잠시 멈추어 좁은 암자 앞 뜰을 거닐어 본다.
고려말 각진국사가 창건한 암자라고 전해지는 이곳은  부처가 바다를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불암(海佛庵)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석양(夕陽)의 낙조(落照)가 아름답기로 알려진 이곳은 오래 전 '가람 이병기(李秉岐)'선생이 이곳을 방문하여
구름이 짙게 가린 때문에 칠산바다를 보지 못함을 아쉬어하는 시조를 읊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낮 12시56분
내리막 산길이 끝나고 꽃무릇이 대규모로 군락을 이루는 동백골까지 0.9km 정도의 하산길은
비교적 경사가 급하고 작은 돌이 많은 조금은 조심스러운 구간이다.
작은 돌이 무수히 널린 주위 숲길은 온통 꽃무릇 군락이다.
아마도 이곳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채 자연적으로 번식한 꽃무릇 군락지인듯 여겨진다.




이 꽃무릇의 비늘줄기의 한약명이 석산(石蒜)이다. 해독 작용이 있다고 한다.
둥근뿌리에는 유독한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으며,
그 때문에 지방에 따라서는 사인화(死人花), 장례화(葬禮花) 또는 유령화(幽靈花)라고도 한다.




원산지가 일본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래 중국의 양자강 지역에서 자라던 것이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덩이뿌리로만 번식하기 때문에 새로운 유전자가 들어올 수 없어 대대로 부모의 형질을 이어 받았고,
동아시아 지역의 석산은 모두 동일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바 있다.




원산지인 일본에서는 저승길에 피어있는 꽃으로 여겨
귀신을 쫓기위해 집 주변에 심기도 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꽃잎의 모양이 마치 불꽃같아
집안에서 키우면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하여 민가에서는 키우지 않았다.




오후 1시31분
동백골을 지나면서부터 꽃무릇 군락의 붉은색이 더욱 강렬해지면서 불갑사까지 600m정도 거리를 남긴 지점
불갑사제라는 이름이 붙은 자그마한 저수지가 눈 앞에 보이는 곳에 마련된 쉼터인 정자 부근에서는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에 들어선듯 붉은 빛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붉은빛 속에 들어가 잠시 멈추어본다.
지나치게 붉은 빛이 넘쳐나는 곳에 잠시 서 있다보니 정신이 몽롱해지는듯 여겨진다.




불갑사제 옆을 따라 만들어진 편안한 산책길을 따라 걸음을 이어간다.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꽃무릇이 잔잔한 저수지 수면에 비친다.




동백골을 지나면서부터는 한산하던 숲길이 무척 붐빈다.
산행객이 아닌 수많은 일반 관광객들이 뒤섞인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넓은 산책로 덕분에 혼잡스럽지는 않다.
잠시 후면 이곳을 떠나 번잡한 도시로 스며들어야 할 많은 이들은
아름다운 이곳을 떠나기가 아쉬운듯 삼삼오오 모여 카메라 셧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작은 저수지인 불갑사제 둑방 사면에서는 붉은 꽃무릇이 피어나는 곳 중간에서 옥잠화가 망울을 터뜨린다.
내 눈에는 꽃이 핀 상태보다 봉오리만 맺힌 모습이 더 예쁘게 보이는 옥잠화.
중국 원산으로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이 옥잠화는
'옥비녀꽃'이라고도 불리는데, "옥잠화(玉簪化)"가 바로 옥비녀꽃이라는 뜻이다.
꽃피기 전의 봉오리의 모습이 옥비녀를 닮았기 때문이라 한다.
이 옥잠화는 낮에는 오므라 들고 밤이 되면 활짝 핀다.




저수지 둑방 위에도 꽃무릇이 활짝 피었다.
멀리 노루목에서부터 해불암으로 이어지는 울창한 숲길을 따라 하산했던 길.
부드러운 능선과 붉은 빛이 저수지 수면에 줄을 잇듯 비추이는 맑은 물을 바라보며
불갑사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불갑사는 사찰의 두번 째 문인 금강문 좌우로 이런 담장이 둘러 있다.
담장 아래로 꽃무릇이 줄지어 심어져 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이꽃을 많이 심는다. 누군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꽃무릇의 뿌리에는 독소가 함유되어 있는데 그 독소는 방부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사찰 건물에 단청을 하거나 탱화를 그릴 때 뿌리를 찧어서 바르면 좀이 쓸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불갑사 경내로 들어가 경내를 둘러볼까 했으나 마침 축제기간인지라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고,
그 와중에 경내에서 대형 크레인까지 동원한 공사가 진행중인것을 보고 2년전 방문시 찍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2010년 9월11일 오전 10시 33분 대웅전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보물 제830호인 불갑사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정면과 측면 모두 가운데 세 짝 문을 연화문과 국화문으로 장식했고
좌우칸에는 소슬 빗살무늬로 처리한 건물이다.
내 개인적 소견으로는 지붕 구조를 팔작지붕이 아닌
맞배지붕으로 지었으면 더 안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0년 9월11일 오전 10시31분에 찍은 사진으로 대웅전 우측에 직각 형태로 자리 잡은 일광정(一光亭)의 모습이다.
사찰 경내의 건물에 "정(亭)"이라는 글을 빌린 이유도 고개가 갸웃거리지만
자세히 보면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진듯 보인다.
건물을 지은 지면이 우측으로 약한 오르막 경사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건물 기둥 높이가 좌측이 우측보다 높은 기형적 건물로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보면 우리 조상들의 온돌문화의 과학적 우수성을 이해할 수 있다.
좌측 아궁이에서 불을 피우면 온돌은 우측으로 오르는 경사를 따라 연기가 잘 빠지게되는 것이다.




오후 1시51분
불갑사 금강문을 뒤돌아 보며 불갑사를 떠나 주차장으로 향한다.
사찰 경내로 들어설 때 일주문 다음의 두 번째 문이 '금강문'이다.
'금강문'을 지키는 오른쪽 역사는 '나라연금강'이고 왼쪽을 지키는 역사는 '밀적금강'이다.
금강역사는 불법을 훼방하려는 세상의 사악한 무리를 경계하고,
사찰로 들어오는 모든 잡신과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금강문에서부터 불갑사 경내의 시작을 알리는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길과 그 주변은
온통 붉은 꽃무릇으로 뒤덮인 정원이다.
붉게 물든 정원을 거닐다 지치면 이처럼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행복한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즐긴다.




잎은 전혀 보이지 않고 녹색 꽃대만 외로이 솟아난 후
그 끝에 6송이 붉은 꽃을 피우는 꽃무릇의 모습이 여타 다른 꽃에 비해 무척 특이한 모습이다.
붉은 꽃과 녹색의 가녀린 꽃대가 어우러진 모습에서 아름다움 느낀다.




사방이 붉게 타는듯한 꽃무릇 군락 속에 몸을 맡기면 누구나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된다.




단란한 가족과 함께, 친한 벗과 함께 화원을 거니는 것은
마치 꿈속을 헤메이는듯한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지나치리만큼 붉은 꽃밭에 들어서면 온몸이 덩달아 붉어지는듯 하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어울렸던 여름 캠프에서 즐겨 부르던 노랫가락을 흥을거려 본다.

"하이 이! 하이 히 ! 붉은 얼굴에 검은 머리
아롱진 치맛가에 미소 띈 처녀 날 오라 부르네
남미의 밤은 깊어가고 별 반짝이는 야자나무가에는
사랑의 꽃을 피우는 다정한 남녀의 달콤한 보금자리...."




걸어도 걸어도 끝날 것 같지 않은 붉은 화원을 천천히 거닐어본다.
아마도 이런 꿈길을 걷는 일은 1년 후에나 또 가능하리라.




오후 2시2분
눈 앞으로 일주문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붉은 화원은 끝이 난다.
불갑사를 벗어나는 사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토요일 오후를 맞아 이제 붉은 화원의 꿈길을 거닐기 위해 불갑사 경내로 들어오는 인파도 그에 못지 않다.




특이하게도 앞뒷면 어느곳에도 현판이 붙어있지 않은 일주문을 나서며 불갑사 경내를 벗어난다.
사찰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으로 문의 기둥을 한줄로 해서 건물을 짓는데서 그 이름을 얻었다는 일주문(一柱門).
일주문 너머로 불갑산 능선의 부드러움이 눈에 들어온다.




오후 2시16분
일주문을 벗어나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도로변까지 15분 이상을 걸어야한다.
4시간 여의 산행으로 피곤한 다리를 그나마 도로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강렬한 붉은 빛의 꽃무릇이 달래주는듯한 길이다.




오후 3시38분
불갑산 산행을 마친 후 귀가 길에 들린 곳은 전남 영광군 법성면이다.
우리에게 영광굴비로  너무나 잘 알려진 곳인 법성포가 이곳이다.
그간 법성포 바닷가는 10여차례 방문한 일이 있기에 오늘은
남쪽으로 1km 남짓 떨어진 대덕산에 올라 법성포 앞의 소드랑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고자한다.
이곳에서 자그마한 정자가 만들어져 있는 대덕산 정상부까지 산길로 0.8km 거리이다.




오후 4시15분
해발고도 250m 남짓되는 자그마한 동네 야산격인 대덕산 정상부에 자리한 정자에 당도했다.
일몰 때의 경치가 뛰어나기로 알려진 이곳 팔각정 내부에는 '대덕정'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사진 애호가 여러명이 삼각대를 설치한 채 자리잡고 있으나
구름이 잔뜩 낀 하늘, 그리고 시계가 불량한 옅은 안개는 멋진 사진을 찍기에는 부적합한 조건이다.
더구나 오늘 일몰 시각이 오루 6시31분인지라 잠시 멋진 풍경만 눈에 담고
다음 기회에 다시 찾기로 마음 먹는다.




대덕정에 올라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런 멋진 경치가 눈 앞에 펼쳐진다.
사진 우측으로 작은 건물들이 보이는 곳이 영광굴비 판매점이 즐비한 법성포이고
눈 아래 보이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넓은 벌판이 이른바 '소드랑들'이다.

여기서 '소드랑'이란 솥뚜껑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인데,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인해 반원형으로 감싸 도는 와탄천에 둘러 싸인 논이 되었지만
간척전에는 왼쪽이 작은 소드랑섬, 오른쪽이 큰 소드랑섬으로 불리운 바다 가운데의 섬이었다.




대략 5만여평 정도로 추정되는 소드랑들을 반원형으로 감싸 안고 흘러 나가는 와탄천은
법성포 앞을 지나 완만한 S자 곡선을 그리며 서해 바다로 흘러간다.
바닷가 가까이 바다쪽으로 불쑥 튀어 나온 야산 위에 '백제불교최초도래지'라 이름붙인 공원이 있다.
그곳의 상징물 중 하나인 '사면대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진은 위 사진에서 기술한 백제불교최초도래지의 상징물 중 하나인 삼존대불을
지난 2010년 3월21일 오후 4시6분에 이곳과 반대 방향인 공원 경내에서 찍은 것이다.

사면대불(大佛)은 화강암으로 조성 되었으며, 높이는 23.7m 이고,
아미타불(東面)을 주존불로 모시고 , 북면(北面)에 관음보살상,
남면(南面)에 대세지보살상, 서면(西面)에 마라난타 존자가
아미타불상을 가슴에 안고 서있는 모습을 조각하엮다.
이 사면대불의 모습은 약식 석굴사원의 독특한 형식을 띄고 있다.




이곳 소드랑들과 연결되는 넓은 전답은 1916년 이곳 전남 영광(靈光)에서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이
개창한 민족종교인 원불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시 소태산은 대각을 이룬 후 교리를 펴는 방책의 하나로 '방언공사(防偃工事)'를 벌였는데,
와탄천 주변의 방조제가 바로 1918년 당시 쌓은 것이며,
이로써 얻은 농지를 정관평(貞觀坪) 이라 한다.
 나 자신 믿는 종교는 없으나 굶주린 농민을 위해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인 소태산의 업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대덕산 정상을 떠나 하산하는 길.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는 억새가 시원한 가을날 오후의 바닷 바람에 휘날린다.
이름만으로는 거칠게 느껴지는 억새는 갈대에 비해 훨씬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오후 5시16분
불갑산 산행을 끝낸 후 법성포로 이동해 대덕산에 올라
멋진 소드랑들을 내려다 본 기분 좋은 주말 하루 일정을 법성포 앞 갯벌을 바라보며 마감한다.

지금의 법성포를 백제 시대에는 아무포(阿無浦)라 하였는데
이는 불갑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마라난타 스님이 상륙할 때에 가슴 앞에 아미타불을 받들어 모시고 왔기로
"아미타"가 전음되어 아무포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현재의 법성포(法聖浦)라는 지명은 불법(佛法)이 성(聖)스럽게 전해진 포구라는 의미로
붙여진 지명이라 한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이날 불갑산 산행시의 산행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