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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 맑은 물을 벗삼아 숲길을 따라 걷는 제천 자드락길


2012년 9월15일 토요일 오전 10시44분
청풍호 주변에 조성된 자드락길을 걷기 위해 도착한 곳은
충북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옥순대교 북단의 옥순봉쉼터 주차장.
맑고 고운 청풍호 위에 드리워진 옥순대교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전망대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른다.
6개의 우물통 교각위에 붉은색 삼각형 트러스 2개가 세워져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옥순대교.
잠시 후 시작될 옥순대교를 건너면서 시작될 자드락길 탐방을 위한 채비를 한다.




옥순대교를 건너기 위해 남쪽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왼쪽으로 눈을 돌린다.
청풍호 상류쪽인 동쪽 방향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춰진다.
눈 앞으로 멋진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단양8경의 하나인 옥순봉이 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 보이는 옅은 안개에 싸인 봉우리는 해발 720m인 말목산이고
옥순봉 뒷편으로는 멀리 제1연화봉,제2연화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소백산 능선은
짙은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그 윤곽만 보여줄 뿐이다.




지난 1998년 착공하여 5년 만인 2003년 1월 개통된 폭 10.5m에 총길이 450m인 이 옥순대교는
2006년에 건설교통부가 우리나라 도로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고자 선정 발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다리이기도 하다.




해발고도 238m인 옥순봉 정상부에서 청풍호변으로 이어지는 바위들의 형상이 기묘하다.
도담삼봉 등과 함께 단양8경의 하나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옥순봉(玉筍峰)은
오래 전인 1549년(조선 명종 4년) 단양 현감으로 부임한 이퇴계(李退溪)가
석벽에 ‘단양동문(丹陽同門)’이라 각명(刻銘)했다고 알려진 이후부터 유명해진 곳으로
우후죽순같이 솟아오른 바위 암벽이 물에 비친 모습이 옥빛의 대나무 순을 닮았다 하여 옥순봉이라 하였다고 한다.




예전에는 행정구역상 충북 단양군에 속해 있던 옥순봉의 행정구역은
지금은 충북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이다.
지금은 옥순봉이 단양8경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제천 의림지와 함께 제천 10경 중의 하나에 들어 있기도 하다.




길이 450m인 옥순대교를 건너 다리 남단에 도착해 뒤돌아 본다.
지난 해 가을 상류쪽인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이곳 옥순대교까지 물길 관광을 하면서
조선시대 이래로 단원 김홍도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들이 숨막힐듯 멋진 경치를 화폭에 담았던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이어지는 풍광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전 10시56분
이곳 청풍호변을 따라 조성된 총 7개 구간의 자드락길 중 오늘은 제6코스인 괴곡성벽길을 탐방할 예정이다.
숲길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요즘 산행 중 어김없이 만나는 닭의 장풀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난다.
한국·일본·중국·우수리강(江) 유역·사할린·북아메리카 등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는 1년생 풀인 이 야생화는
봄에 어린 잎을 식용함은 물론 한방에서는 잎을 압척초(鴨衫草)라는 약재로 쓴다.
열을 내리는 효과가 크고 이뇨 작용을 하며 당뇨병에도 쓴다. 생잎의 즙을 화상에 사용하기도 한다.




해발고도 100m 를 조금 넘는 도로 변에서 숲길로 들어서며 뒤돌아본다.
청풍호 상류쪽으로 이어지는 호수면이 거울처럼 잔잔하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그런 풍경을 가대하며 이곳을 찾았으나
높은 구름으로 가려진 흐린 날씨가 조금은 아쉽다.




오전 11시 1분
완만한 오르막 경사로 이어지는 숲길의 짙은 풀냄새가 기분 좋게 코 끝으로 전해진다.
제주 올레길,지리산 둘레길,영덕 블루로드, 태안 솔향기길, 괴산 산막이 옛길 등등..
전국적인 걷기 열풍은 이곳 제천에도 총 7개 코스로 이루어진 '자드락길'을 만들어 놓았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길'을 뜻함이다.




오전 11시16분
출발점인 옥순대교에서 1.5km이상을 걸어온 지점에서 오르막 경사가 조금 심해진다.
걷는 속도를 늦추며 길섶에 핀 야생화에 눈길을 준다.
꽃술이 솔잎을 닮은 듯하여 “솔잎이 달린 체 모양의 꽃” 이라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솔체꽃은
여름철 가녀린 여인의 원피스에 이 꽃을 예쁘게 수 놓은 모습을 간혹 보기도 한다.

산골 소년을 짝사랑한 요정이 소년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으나 소년은 그 사랑을 모른체 예쁜 색씨에게 장가를 가 버리고,
사랑의 아픔을 못이겨 세상을 떠난 요정이 있던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솔체꽃이라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 온다.




오전 11시31분
녹음 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청풍호와 옥순대교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숲길에서는 걸음이 더 느려진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곱고 흰 자태를 뽐내는 궁궁이를 들여다 본다.
궁궁이는 원산지가 중국으로, 우리나라에는 약용 재배 식물로 들어온 식물이지만
그 씨앗이 많이 퍼져 요즈음은 웬만한 야산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흔히 한방에서 천궁이라 부르는 이 야생화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으며
진통제로, 부인병 치료제로 주로 쓰인다.




일명 제왕(帝王)버섯이라고도 불리우는 '달걀버섯'이 키작은 활엽수림 그늘에 숨어 있다.
버섯에 대해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화려한 외형만 보고 독버섯인줄 알기 십상이지만
진귀하고 맛좋은 이 버섯은 특히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귀한 재료로 쓰인다 하며
고대 로마시대 네로 황제에게 달걀버섯을 진상하면 그 무게만큼 같은 양의 황금을 하사했다는 얘기도 들은바 있다.




오전 11시39분
이제 고도계는 해발 400m에 가까이 왔음을 알려준다.
나무숲 사이로 물 맑은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1시간 전 걸어서 건너온 옥순대교 아래로 청풍호 위를 오가는 유람선이 잔잔한 수면을 가르며 지난다.
1시간 가까이 산행을 하느라 흘린 땀이 조금은 씻겨나가는듯한 시원한 풍광을 잠시 즐긴다.




다시 이어지는 풀냄새 가득한 숲길에서 또 다른 야생화를 만난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사삼이라고 하며 진해·거담·해열·강장·배농제로 사용하는 잔대꽃이다.
잔대는 옛부터 인삼,현삼,단삼,고삼과 함께 다섯까지 삼의 하나로 꼽아 왔으며 민간 보약으로 널리 쓰여왔다.
잔대는 뱀독,농약 독,중금속 독,화학약품 등 온갓 독을 푸는데 묘한 힘이있는 약초로 알려져 있으며
옛기록에도 백가지 독을 푸는 약초는 오직 잔대뿐이라 하였다.




오전 11시 56분
주로 물가에서 군락을 이루며 지라는 물봉선이 청풍호가 내려다 보이는 위태로운 산자락 능선을 따라 피어난다.
봉숭아와 마찬가지로 익은 열매가 터지면서 씨가 멀리 튀어나가 번식을 하는 물봉선은
영문이름도 Touch-me-not 이다.
한방에서는 해독성이 강해 궤양, 타박상 등에 많이 사용했으며,
봉숭아만큼 강력한 염료는 아니지만 식물체 전체를 염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다.




물봉선 군락 너머로 아름다운 청풍호가 내려다 보인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곳이다.




망원렌즈로 가까이 살펴보니 물가에 자리 한 아름다운 집 한채가 눈에 들어온다.
동화나라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저 집에서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동화나라를 꿈꾸던 망상에서 깨어나 다시 걸음을 이어간다.
지금 지나는 길은 제천시에서 조성한 총 7개 코스의 자드락길 중 제6코스인 "괴곡성벽길"이다.
출발 지점부터 시작해 절반 가까이가 행정구역상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이고
이 부근에 오래 전 삼국시대에 신라,고구려,백제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빈번했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인 지형지물을 이용해 성을 만들기도 했던 곳이리라.
지금은 옛 성벽의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괴곡성벽길'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옛 역사를 되짚어 본다.




낮 12시6분
해발고도 410m 지점에 만들어진 전망대에 도착했다.
자드락길 안내 지도 및 이정표 등에는 이곳을 "사진찍기 좋은 곳"이라 명기해 놓았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청풍호쪽으로 눈을 돌린다.
북동쪽으로 해발 575m 가은산이 손에 잡힐듯 눈 앞으로 다가오고
그 너머로 멀리 제천 10경 중 하나인 해발 1,015m 금수산 정상부에서부터 동쪽으로
온통 암반으로 이루어진 산줄기가 청풍호반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이번에는 시야를 오른쪽으로 서서히 돌려 동쪽 방향을 바라다 본다.
청풍호를 지나면서 맑은 물이 흐르는 남한강을 가로 지르는 옥순대교 너머로
뾰족한 봉우리를 자랑하는 말목산이 뚜렷이 보이고 그 멀리 안개에 휩쌓인 소백산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유람선  한 척이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 위에 길게 파문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전망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멋진 경치를 마음껏 즐긴다.
시원한 강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어주니 지금 이 순간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순간이다.




서울과 대전에 서로 떨어져 생활하는지라 자주 만나지 못하는 두 아들과 예쁜 며느리에게
주말을 건강하게 보내는 내 모습을 알리기 위해 스마트폰에 사진 한 장을 담는다.
여러 마디 말보다는 이 사진 한장이면 1주일간 열심히 일하고
재충전을 위해 매주 주말이면 산행을 하는 나의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낮 12시19분
전망대를 떠나 다불암쪽으로 향하는 숲길을 따라 걸음을 계속 이어 간다.
사진찍기 좋은 곳이라 이름붙은 전망대까지는 북서 방향으로 이어진 길이었으나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는 남서 방향으로 이어지는 숲길이다.
해발고도 350m 정도 되는 지점에서 외딴 농가 한 채를 만난다.
농가 앞에서 자라는 키 작은 배나무에 매달려 익어가는 탐스런 배를 보는 순간
입 안에 침이 잔뜩 고인다. 점심 먹을 시간이 가까와 졌음이다.




양지 바른 경사면에서는 익모초가 예쁜 꽃을 탐스럽게 피운다.
익모초(益母草)란 이름은 어머니들인 부인들에게 유익하여, 눈을 밝게 해주고
정력을 더하여 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부인들이 해산 후 복용하면 회복력이 빨라지며
생리통이 심할 때 복용하면 분비를 촉진시키고 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정상 생리작용을 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화사한 노란 빛깔의 마타리도 탐방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연한 순을 나물로 이용하고 전초를 소염(消炎) ·어혈(瘀血) 또는 고름 빼는 약으로 사용하는 마타리꽃은
꽃말이 '무한한 사랑'이다.
마타리꽃이 등장하는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서 소년이 소녀를 무한정 사랑했었던 것처럼...




1920년대에 열대 아메리카에서 우리나라로 귀화한 귀화식물인 '둥근잎유홍초'도 눈에 띈다.
나팔꽃을 닮았지만 나팔꽃과는 다른 메꽃과의 식물로 나팔꽃처럼 덩굴을 뻗어 내어
다른 식물에 의지해 위로 자란다.
그래서일까? 꽃말은 '영원히 사랑스러워'이다.




요즈음은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수수가 뜨거운 가을 햇살 아래 탐스럽게 익어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쌀 ·보리 ·조 ·콩 ·기장을 '5곡(五穀)'이라 했지만,
중국에서는 5곡에 당당히 함께하기도 했던 중요한 곡식이었지만 요즈음 우리 주위에서는 보기 힘든 곡식이다.

그러나 파종 후 약 80일이면 수확할 정도로 생육기간이 짧아 대표적인 구황작물인 메밀보다 더 효용가치를 인정했던 수수.
특히, 수수는 색이 붉어서 어린아이의 돌이나 생일 때 못된 귀신의 접근을 막고 건강하게 자라라는 기원의 의미로
수수팥떡을 만들어 먹였던 일도 있었다.




공기 맑은 숲길에는 야생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벌,나비 등 곤충도 많이 눈에 띈다.
몸 길이가 상당히 큰 사마귀도 만난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몸 길이가 60~85㎜라고 나오는데,
이 사마귀는 크기가 그 이상이다.
주로 곤충을 잡아 먹지만 개구리나 도마뱀 같은 척추동물도 잡아 먹는다는 설명이 이해될 정도로
거대한 몸집이며, 주변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꾼다는데 아마도 지금 그런 상태인듯 하다.




낮 12시37분
전망대에서 1.5km남짓 떨어진 다불암 앞의 쉼터까지 당도했다.
이번에는 송이풀을 닮아 그 이름을 얻었다는 '나도송이풀'을 만난다.
그러나 꽃의 생김새는 송이풀 보다는 며느리밥풀꽃을 더 닮은 것 같다.
풀잎이 쑥을 닮아 송호(松蒿)라고도 하며, 가지와 잎에 부드러운 분백색 털이 많아 초백지(草柏枝)라고도 불리는
이 나도송이풀은 특이하게도 다름 식물로 부터 영양분의 일부를 받아 자라는 반기생식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순을 데쳐서 취나물이란 이름의 나물로 무쳐 먹는 이 '참취'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다이어트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되며
칼륨 함량이 높아 체내의 나트륨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주위 경관과 어울리지 않게 우뚝 솟은 다불암 일주문 건너에는 작은 정자가 만들어져 있다.
그늘지고 시원한 정자에서 점심식사와 휴식을 즐긴다.
이곳 다불암은 정자 뒷편인 남쪽 사무산 정상 바로 아래에 절터가 마련되어 곧 공사가 시작된다한다.
그 후에는 절 이름이 다불사로 바뀌게 될 모양이다.




오후 1시11분
점심과 휴식을 마친 후 3.6km 떨어진 지곡리 나루터 방향으로 탐방길을 이어간다.
당초 계획은 휴식장소였던 정자 바로 뒷편인 남쪽 사무산(474m)정상을 거쳐 탐방길을 이어가려 했으나
일행 대부분의 의견을 쫓아 사무산을 오르지 않고 지곡리 나루터 방향인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서쪽으로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어울릴듯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보인다.
수산면 소재지 중심부의 모습이다.




수산면을 망원렌즈로 가까이 살펴본다.
조용하고 살기 좋을듯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의 모습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학교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깔아 놓은 점이다.
과연 흙을 밟으며 사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학교 운동장에 석유를 원료로 한
인체에 이로울 것이 없는 인조잔디를 깔아야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해발 고도 350m 부근까지 내려갔던 탐방로는 다시 오르막 경사길이 이어진다.
숲길에 만들어 놓은 돌탑이 무너질까 저어하여 조심스레 지나간다.
지난 8월 다녀온 지리산 둘레길 구간중 지나는 길손들이 소망을 빌며 쌓았다는 돌무더기인
'사무락다무락'의 모습을 떠 올려보며 오늘의 안전산행을 다시 한 번 기원한다.




여름철에 꽃을 피우는 으아리가 늦게까지 꽃을 피우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예전에 민간에서는 뿌리를 캐내어 술에 담가두었다가 공복에 마셔서 신경통을 치료하기도 했던 으아리는
최근 임상실험에서 간염과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얘기를 들은바 있다.




햇살이 잘 비치는 따뜻한 양지쪽에서는 억새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가을의 상징인 억새꽃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은 민둥산,황악산으로 달려간다.
지난 해에는 민둥산으로 갔으니 이번 가을 억새산행은 어느곳으로 떠나야할지 하는 고민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오후 1시 20분
지곡리 나루터까지 3.2km를 남겨둔 지점인 438 봉에 올라 지나온 뒷쪽인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해발고도 474m 사무산이 눈에 들어온다.
사무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사무산의 또 다른 이름인 '두무산'이란 이름은
중국의 두충이란 사람이 산에 올랐다가 주위의 높은 산들이 둘러 싼 모습을 보고
자신의 이름자 앞 글자인 '두'자에 '춤출 무(舞)'를 붙여 산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사무산 정상 부근을 자세히 살펴 보면 정상부 좌측에 큰 기둥을 세워 놓은듯한 멋진 바위가 하나 보인다.
예전부터 불리우던 이름은 촛대바위이지만 근래 들어 다불암에 계신 스님이
칠성암이라는 이름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하면서 칠성암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다.
촛대바위 바로 앞의 작은 건물에는 '산령각'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산령각 바로 아래 절 터에 얼마 후면 다불사의 대웅보전을 짓게 될 모양이다.




438봉을 지나 지곡리 나루터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사람이 지난 흔적이 거의 없는 숲길이다.
큰 나무는 거의 없고 어깨까지 올라오는 온갖 풀들이 우거진 곳
잡풀들을 헤치며 지나는 생소한 길이지만 또 다른 숲길 탐방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2주 전 강원도 인제 동아실 계곡에서 많이 보았던 누리장나무가 이곳에서도 예쁜 꽃을 피운다.
취오동(臭梧桐)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잎과 줄기에서 누린내가 난다 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
어린 잎은 나물로 먹고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는다.
한방에서 부르는 '해주상산(海洲常山)'이라는 이름의 생약은 누리장나무의 잔 가지와 뿌리를 말린 것인데,
기침·감창(疳瘡)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후 1시41분
이제 산행 종점인 지곡리 나루터까지는 1.2km를 남겨둔 지점이다.
북동쪽으로 직선거리 8km 정도 지점에는 청풍호반 주위로 조성된 청풍문화재단지를 비롯하여
위락시설인 청풍랜드를 비롯하여 호텔,리조트 등이 즐비하다.
이곳 청풍호의 이름이 유래된 청풍면 소재지 부근이다.




망원렌즈로 가까이 살펴 보면 지난 5월 개통된 폭 13m, 길이 490m 규모의 청풍대교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청풍대교 너머로는 호수 한가운데서 솟아오르는 수경분수 관람대,번지점프장 등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해발고도가 아직은 400m에 육박하는 지점이다.
진행 방향 우측인 동쪽은 깎아지른듯한 절벽 아래로 청풍호 푸른 물이 내려다 보인다.




잠시 후 산행이 끝나면 저처럼 맑고 깨끗한 쪽빛 호수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름다운 경치를 오래오래 바라다 본다.
오랫동안 바라 보아야 그 기억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품고
아름다운 경치에 한동안 넋을 놓는다.




오후 1시53분
청평호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을 떠나 하산하는 길은 비교적 경사가 급한 숲길이다.
멋진 자태를 가진 소나무들이 유난히 많은 아름다운 숲길을 한동안 걷는다.
얼마 전 여름 막바지에 우리 땅을 할퀴고 지나간 두 차례의 태풍의 여파 때문이겠지만
가지가 부러진 소나무가 많이 눈에 띄는 점이 가슴 아프다.




오후 2시16분
3시간 반에 걸친 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 탐방을 마치고
청풍호변에 자리 한 제천시 수산면 지곡리 마을회관 부근의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한다.
청풍호반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에 취한 때문인지 산행이 끝난 후에도
귀가 길을 서두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음속으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뿐이다.




동행한 일행들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청풍호 주변을 둘러본다.
누군가 이곳 청풍호를 일컬어 내륙의 바다라고 했었다.
물속 깊이까지 보이는 투명한듯 맑은 물이 동해바다의 그것보다 더욱 깨끗해 보인다.




충청북도 충주시,제천시,단양군에 걸쳐 있는 호수면적 67.5㎢의 인공호수인 이곳 청풍호는
저수량 27억 5,000만t으로 저수량 29억t인 소양호 다음으로 큰 호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이 호수를 "충주호(忠州湖)"라 칭한다.
또한 대부분의 관광 안내 책자에서도 충주댐으로 소개한다.
지난 1985년 하류에 건설된 충주댐으로 인해 조성된 호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천 사람들은 꼭 청풍호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오후 4시14분
산행을 모두 끝낸 후 부근 음식점으로 옮겨 메기매운탕으로 허기를 떼운 후 귀가 길에 오른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청풍호변이 아름답다.
호수 건너 멀리 영봉,중봉,하봉 등 온통 기묘한 형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해발 1,097m인 월악산의 장관이 펼쳐진다.




오후 4시37분
청풍호를 벗어나며 차량은 괴산군으로 접어든다. 2차선 국도변이 온통 사과밭이다.
예전에는 사과의 본고장이 대구였지만 기후가 온난화하면서 조금 북쪽인 경북 문경으로 올라오더니
최근 들어서는 더 북쪽인 충북 괴산군이 사과의 명산지가 되어 버렸다.
사과맛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국도변 사과나무밭 주변에서 잠시 멈춘다.




직접 키우고 수확한 사과를 국도변을 지나는 행락객들에게 판매하는
젊은 아들과 나이 든 부모의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 보여 사과 10kg을 샀다.
추석 무렵 출하하는 홍로라는 품종의 사과이다.
지난 1980년대에 우리나라 원예연구소에서 품종 개발과 작명까지 한 '홍로'는
요즈음 출하되는 사과 중에서는 그 맛과 품질이 최고인 사과 품종이다.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추석 때 가족들과 사과를 나누어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면서
주말 하루 행복했던 여정을 마감한다.




위 지도상에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이날 탐방 구간이며<br>
총 거리는 약 10km 정도이다.